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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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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핵심은 바로 경제이고 돈이다. 우리는 경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눈 뜨고 당하지 않을 수 있다.”

부끄럽긴 하지만 내가 예전에 STEW 독서모임에서 ‘모피아’라는 경제 소설을 읽고 썼던 서평의 마무리 멘트다. 이 소설에서는 금융 시스템을 이용해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금융 마피아 일당과 이를 지키려는 공무원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렇게 나와는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쩐의 전쟁’이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문구가 있었는데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후, 누구 한 명 잘못했다고 나섰던 사람이 있고, 누구 한 명 감옥에 간 사람이 있는가? 1997년,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후, 감옥에 간 사람은 물론이고, 사과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돈이 관여된 전쟁에서는 자기 돈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사태 때, 실업으로 자신의 경제적 삶이 붕괴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가 그렇게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을까? 착하디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실제로 그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나 자신들을 그렇게 방치한 사람 대신, 자신을 원망하면서 오늘도 힘겨운 삶을 버텨낸다.”

대다수 국민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외환위기가 터지자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수많은 가장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금융 자본의 힘 싸움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항상 금융에 취약한 서민들이라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고 불편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금융위기를 겪어왔다. 1998년 외환위기 사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최근의 코로나 사태까지. 책에서 설명하는 콘드라티예프 파동처럼 우리는 수많은 금융위기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뉴스에는 온통 ‘양적완화’니, ‘연방준비은행’이니 ‘제로금리’니 하는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한다. 사실 경제에 무지할 때는 이런 용어에 관심이 없었다. 부끄럽지만, 당장 내 할 일 하기도 바쁜데 그런 어려운 용어들을 공부할 만큼 여유롭지도 않았을뿐더러 내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설 ‘모피아’를 읽은 뒤 자본주의를 알아야겠다 생각이 바뀌었고,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들의 음모’를 보면서, 그리고 이번에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읽으며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이번에 추천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이상 세상이 돌아가는 핵심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책은 바로 그 시스템의 핵심인 ‘빚’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책에서 설명한 내용이 우리 현실 세계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 V자 반등을 보이고 있는 주가 지수.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코스피지수, 나스닥종합지수, 다우존스지수 1일 차트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현재 전 세계가 현재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실물 경제는 멈춰 섰지만, 주식 시장은 V자 반등을 시작하더니 어느덧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예전 같았으면 사실 별 관심도 없었을 내용인데, 이제는 ‘내 자산을 어떻게 지키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를 욕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가 금융 지식으로 무장하는 수밖에

“우리가 큰 그림 안에서 돈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지갑 속 돈이 사라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통화정책과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그 첫 번째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빚으로 만든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 우리의 잘못도 크다. 분명한 건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빚이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구조적인 것만 탓해 봐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통화량이 늘어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월급이 들어오면 꼬박꼬박 은행에 돈을 넣는 서민들이다. 부자들은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정 부분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하기도 하겠지만, 대다수 부자들은 부동산, 금, 원유 등과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해서 돈이 돈을 벌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어떨까? 얼마 전 하나은행에서 연 5% 적금이 나오자 전국 하나은행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물론 나도 가입을 했다…대안이 없…)

하지만 5% 적금이 정말 5%를 보장해줄까? 적금은 매달 돈을 넣는 개념이기 때문에 첫 달에 넣은 금액에 대해서만 온전히 연 5% 이자가 붙지 그다음 달에 넣는 돈에는 11개월 치 이자만 붙고 마지막 납입금에는 1달 치 이자만 붙는다. 그래서 금리 5% 적금이라고 해봐야, 연 환산해보면 수익률이 2.72%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이자소득세 15.4%를 제하고 나면 2.3%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런 이벤트성 적금은 월 적립 한도는 물론, 기간 역시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도 짧은 시간 은행에서 근무해보니 연이율 5%라고 하면, 내 납입 원금에 5%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많은 것 같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대 금융 지식은 무기다. 책에서 나오듯 각종 마케팅 상술이 우리를 유혹하고, 이러한 마케팅 기법들은 각종 기술이 개발되면서 점점 더 불가항력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전 세계가 통화량을 늘려 강제로 경기를 부양시키고 있기 때문에 물가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제 비주류로 취급받던 소위 ‘현대통화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책에서도 나오듯 인류 역사상 등장했던 그 어떤 체제도 자본주의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내게 분명했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살아남기 위해 금융 지식으로 무장하라.’

은행 첫 지점에 배치받고 일하게 된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본주의의 핵심 기관인 ‘은행’에서 일하는 만큼 책에서 은행을 비판할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동안 근무하며 고객에게 금융 상품에 대해 쉽게 설명했는지, 불필요한 상품을 권하진 않았는지 등등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금융계의 윤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덕 관념이 전혀 없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오로지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한다고요.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금융권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어요. 은행가가 되는 사람들이 공식적인 선서를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죠.” –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미국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들었던 내용인데, 자본주의 시대 금융인들 역시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윤리 선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예외로 치더라도 그동안의 경제 위기는 대부분이 금융권의 탐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저금리를 넘어서 제로금리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은 더 이상 예대마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따라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팔아야 할 유인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그 타겟은 결국 우리를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구조적인 것만 탓해 봐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책의 말처럼, 우리는 반드시 자본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자본주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었다.

초반에 비해 뒷 내용이 다소 부실했던 건 아쉽지만, 자본주의의 본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그간의 고전 경제학 이론 등 굉장히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현재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시의적절한 책이었던 것 같다. 특히 STEW 독서 모임에서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어서 더욱더 뜻깊었던 책이었다.

2020년 5월의 STEW 서평

작성자 : 김동영

한줄평: “게임을 시작하려면 게임설명서를 읽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려면 자본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돈을 모르는 것은, 농경시대에 농사 짓는 법을 모르는 것과 같다

나는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돈은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조금 불편하면 되는 것이었다. 돈이 있으면 밤에 택시를 타고 가겠지만, 돈을 아끼고 싶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그때 까지는 돈의 무서움에 대해 몰랐다. 대학원을 졸업할때 까지는 그랬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Comfort zone으로부터 사회에 첫 걸음을 내 딛은 나는,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돈의 무서움에 대해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말했다, “너는 돈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어, 너가 할 일에만 집중하면 돼” 라고. 덕분에 나는 학창시절 동안 단 한 번도 돈 때문에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이것은 나에게 정말 행운이었으며, 나의 학업에 집중하게 도와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고, 그 큰 짐을 혼자 짊어지신게 존경스럽다.

하지만, 그 좋은면 외에 문제는 있었다. 그것은 ‘빚’이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시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과 나는 빚을 가지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내가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 때문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돈 때문에 걱정한 적이 없었던 나에게 이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빚은 나에게 걱정의 골을 깊어지게 했다.

빚은 수영장에 찬 물이다

빚은 수영장에 찬 물의 수심과 비슷하다. 나는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운 기억이 있다. 그 때 한 친구가 어떤 물건을 떨어뜨렷고 나는 그 물건을 주으려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발은 저항을 느끼지 못 하며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 곳은 성인 풀장과 아동 풀장의 경계선 이었다. 나는 그 순간은 명확히 기억나나, 정신을 잃고 깨어날 때 까지 기억을 잃었다. 다행히도 수영 선생님이 이 상황을 알고 나를 구해주었다.

그 수심이 깊지 않았다면 나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물은 깊이를 인지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깊은 물은 자기의 키를 넘길경우 매우 위험하다. 이런 점에서 ‘빚’은 ‘물의 수심’과 공통점이 있다. 적은 빚은 위험하지 않으며, 효용이 있다. 하지만, 빚의 깊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특히, 찬란한 미래만을 상상하고 있다면. 그리고 빚이 자기의 소득수준을 넘어설 경우 매우 위험한 재정상태가될 위험이 있다.

물은 수영을 하게 해 주지만, 빠져 죽게 할 수도 있다

물은 수영을 하게 해 주지만, 빠져 죽게 할 수도 있다. 빚도 이와 마찬가지 이다. 적절한 빚은 효율성을 올려주며,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너무 크면 파산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나는 다행히도 어떤 순간에 이 것에 대해 인지를 하게 됐다. 내가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자금을 대출했기 때문에, 대출에 대해 알게된것 같기도 한다. 사회에 나오면서 이 무거운 대출과 함께 시작한 나는 돈을 갚아 나가야 했다.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는것과 같이, 대출의 효용을 누린 날이 있으면 대출의 무거움을 감당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나는 2018년 2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1년간 휴식기를 가지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그때 나에게 있는 제약조건이 세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돈이었다. 나는 내가 하고싶은것을 못 하는것이 싫었다. 그리고 돈의 압박은 고통스럽다. 이렇게 나는 돈에 대해서 인지를 하게 됐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 부터 이 세상 살아가는 방법중 하나인 세상 물정에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밝히는 ‘빛’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다 내가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일화가 내용의 전체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의 내용은 정말로 ‘빛’ 그 자체이다. 자본주의에 살지만 자본주의를 아직 알지 못한 이들에게 환한 ‘빛’이 되어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고통받지 않으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책의 인상깊은 문구

  • 과소비가 일어날때

첫째, 불안할때.

둘째, 우울할때.

셋째 화가날때.

  • 친구가 사는 물건을 따라 사게 되는 경향이 있다. 친구가 사는 물건이 좋아 보이고, 같은 물건을 가져서 유대감을 느끼기 위한것 같다.
  • 카드를 쓰면 뇌는 착각한다. 물건을 살때 현금을 주면 뇌는 고통을 느낀다. 자산의 손실이라고 느끽 때문이다. 카드는 쓰고 돌려받아 뇌가 손실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엄청난 전략이다.
  • 소유효과는 자기가 가진 것을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팔려는 경향이다.
  • 슬픔효과는 자기가 가진 것을 산 가격보다 싸게 팔려는 경향이다. 그리고 새로운 물건을 살 때 많은 돈을 기꺼이 준다.
  • 이제까지의 모든 실험을 정리해보면 소비는 결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는 감정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는다. 슬픔, 불안 우울, 오리움이 소비를 더 부추기며, 외적 요인인 신용카드가 뇌의 고통을 덜어주어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소비를 하자. “물질에 대해서 돈을 쓰는 소비보다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어떤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더 오래 기억되고 또 그 만족감과 행복감도 오래 지속됩니다”

저는 날라리 경제학도입니다. 분명 경제학으로 졸업하였지만, 매 학년 전공을 바꿔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지금 진학한 대학원마저 부전공이었던 국제관계학을 살린 정치학인데요. 이런 걸 보면 대학생 때의 경제 수업은 나와의 궁합이 그리 좋지 못했나 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에게 달려들었던 각종 함수랑 친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인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막상 졸업하고 나서는 다시 경제학에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학 생활 4년을 보내면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경제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 현대인은 좋으나 싫으나 자본주의라는 강력한 제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이 돌아가는 법을 알고 싶었고, 더 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의 룰을 파헤치고 싶었던 것이 컸던 것이죠.

그렇게 해서 집어 든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경기의 룰을 보다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다 보니 복잡한 수학 공식을 써내려 나가지 않았는데요. 제가 읽으면서 이 룰은 알아두셨으면 좋겠다 싶었던 부분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 JP모건

돈을 잃고 싶다면 저축을 해라.

먼저 이야기할 부분은 금융 부분입니다. 금융은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자본이 가지고 있는 힘이 날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에, 금융의 룰을 숙지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자본주의>는 앞으로는 절대로 저축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하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을 하였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는 오히려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데요. 그만큼 저성장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금리는 날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은행 이자율이 2%를 넘는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이번 한 은행의 프로모션으로 출시한 이자율 5% 상품이 단 일주일 만에 132만 명의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그에 반해 물가는 계속 상승하다 보니 오히려 물가 상승률이 은행 이자율을 넘기게 됩니다. 결국,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을 잃게 되는 것이죠.

이 불황에 이자 8만원이 어디냐" 은행이 미어터졌다 - Chosunbiz > 금융
지난 2월 연 이자율 5% 적금 상품에 신청자 수 폭발했던 KEB하나은행

저축을 하면 돈을 잃는다니 우리가 부모님으로부터 보고 배운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이제는 부모님 세대의 성공을 위한 룰이 더는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묵묵히 일해서 예금만 잘하면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죠.

금융 공부 한번 해보실래요?

그럼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금융지능 키우기”입니다.

저축만 하면 오히려 돈을 까먹는다니… 피땀 흘리며 노력해서 번 돈을 잃어버리는 악몽이 현실로 다가오길 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서 지식을 무장해야 할 때가 온 것이죠.

물론 전문적으로 나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좋은 회사들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 회사가 좋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각종 금융상품과 시장에 관한 공부는 필요합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돈이기에 그에 대한 책임도 본인에게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본격적인 금융 공부에 앞서 금융에 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은행이 주는 안정감에 이끌리기 십상입니다. 다시 한번 본성에 이끌려 돈을 잃으러 은행에 가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다행히 금융상품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느끼면서 자라지 않은 행운이 따랐습니다. 아무래도 경제학과와 경영학과의 구분이 없는 학부 시스템 덕에 주변 친구 중 금융권에서 종사하는 친구들이 비교적 많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최소한 “언젠가 공부해야지” 하면서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정석투자연구소
???: 너네는 주식하지 말아라…

하지만 막상 주변을 보면 저와는 사뭇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TV에선 주식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리면서 나오는 연예인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요. 돈을 잃는 것이 같은 금액을 버는 것보다 두 배 이상 고통스럽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주식으로 잃어본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거부감을 이겨내고 공부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서도 꾸준히 강조하듯이 금융은 이제 자본주의의 가장 거대한 축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 유튜브의 활성화 덕에 “슈카월드”, “존 리” 등 금융권에서 잔뼈 굵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료로 볼 수 있는데요.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금융,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를 통찰력 있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도구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최근 재미있게 봤던 유튜버 “슈카월드” 님의 영상

마무리

워낙 금융 관련된 부분을 인상 깊게 읽어서인지 서평이 편향된 것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우리가 살면서 알아가야 할 자본주의의 기본을 쉽지만 폭넓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 한 권만으로 절대 재야의 고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건 정말 욕심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경제를 너무 공부하고 싶은데 맨큐의 경제학 보기는 싫다, 경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얻고 싶다” 하는 분들이 있다면 고민 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편한 표현들과 각종 예시로 무장되었기에 이보다 더 잘 준비된 기본 설명서는 찾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난 이중적인 편이다. 때로는 굉장히 냉정하고 객관적이지만, 때로는 감정적이고 감수성이 많다. 그리고 경제적인 면에서는 냉정한 편이다. 이번 서평은, 감수성이 조금 있는 얼음인간이 돼보려 한다.

EBS

우선 EBS에 존경과 감사함을 표한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순간 망설였다. (경영학과 출신인데….)바람, 물 같은 고유명사라 생각했는데 왜 망설였을까.

대학교 경영원리 수업이 생각났다.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태동한지 얼마 안 됐고, 그 의미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수정자유주의 등…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해 너무나 쉽고 명쾌하고 설명한다. 특히 자본주의가 빚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 불평등이 전제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에 대해서 내 머리를 시원하게 뚫어줬다.

Freedom

자본주의는 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사적 재산에 대한 자유를 부여하기에, 자신의 자유의지를 토대로 노력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자본이라는 단어보다는 자유라는 단어에 역점을 찍고 싶다.

이렇게만 보면 아름답다.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선순환의 역사를 만들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맹점인 불평등이 크게 확산했고, 이 불평등이 조직과 국가에 토대를 흔들 수 있으므로 국가와 상위 계층은 다양한 안전망과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런데

난 이 불평등이란 단어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시대에 태어나서 그런지 나에게 불평등은 너무 당연한 단어이다. 결과는 자신의 노력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비록 태어난 배경에 의해 결과가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 시스템만을 탓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비록 사회 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받은 분들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긴 하다.

내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일어선 친구 / 적당한 환경에서 적당한 일을 찾고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친구 /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걱정 없이 사는 친구 / 적당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지원을 안 받고 혼자 힘들게 살아가며 만족해하는 친구 / 구두쇠처럼 살지만 소확행에 행복해하는 사람 / 많은 것을 가졌지만 끊임없이 불평만 하는 사람 등등…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이지만 정말 모든 사람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각각 삶의 배경에는 스스로 노력이 있었다. 나는 어떨까? 모두 힘든 역사가 있겠지만, 나 또한 혼자 자립해야 했기에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돈은 부족해도 작은 것에 행복해하며 산다. 행복의 기준은 상대적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뭉클했던 간디의 명언이다

이 서평의 제목에도 썼지만, 자본의 한자 資에는 도움이라는 뜻도 있다. 인간은 조직을 이루어 사는 사회적 존재이다. 혼자 성공할 수는 있지만 혼자 살 수는 없다. 난 중요한 단어는 한자를 찾아보는 편인데, 참 한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같은 단어가 전혀 다른 뜻이 있는데, 그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불평등에 대한 냉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와 같은 사회적 안전망 확대에는 찬성한다. 간디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는 실패할 자유가 필요하다. 나는 창업은 아니었지만, 첫 직장을 실패했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 직장에 다시 취업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복지가 잘 구축됐다 생각한다. 실업급여뿐 아니라 재취업을 위한 각종 교육 제공을 하는 시스템을 보면, 특히 이번 코로나를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에 살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내 생각과 정반대로 너무 부족하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말이다. 그분들의 생각도 존중은 한다. 모두는 다르기에…

소비 마케팅

이 부분은 간단히 이야기하고 싶었다. 경영학을 전공했기에 마케팅이 얼마나 대단하면서도 위험한지는 느끼고 있다. 책에서는 마케팅의 단점만을 말하고 있지만, 난 마케팅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대해 말하고 싶다.

최근에 캠핑 마케팅의 노예가 되어 텐트와 타프 각종 필요한 자재들을 구비하여 캠핑을 다니고 있다. 정말 행복하다. 마케팅으로 소비의 노예가 된다고 하지만, 이 소비로 인해 행복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과대광고로 사기당하는 사례도 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고 공정거래가 체계적으로 잡혔기 때문에 이는 점점 미미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과장 마케팅에 과다 지출을 한다 해도 이는 자기가 행복해지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복에 대한 투자와 단순 소비의 노예가 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확고하게 정립하는지,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마치며

이 책은 경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은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게 하는 지침서이다. 나뿐만 아니라 미래의 내 자식을 위해서도 올바른 경제관념이 필요하다.

한줄평

현명하게 살고 싶은 모든 인간의 열망을 대변하는 책

인상 깊은 문구

자본주의 세상의 현실에서는 절대로 물가가 내려갈 수 없다 – p18

소부 둔화에 따른 물가 안정은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을 줄일 수는 있지만, 아예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19

결국 ‘물가가 오른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졌다는’는 말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 p22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 이라고 할 수 있다 – p30

결론적으로 은행 시스템에는 이자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이 이자를 만들기 위해서 끊입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p53

돈은 빚이다 – p69

실제 노동력이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돈이 돈을 만드는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p101

은행은 자신이 잘 모르는 상품도 판매한다. 또한 그것에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 p112

사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던 습관의 산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부모는 상당수가 아이들의 영향에 의해 소비하고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놀라운 비밀 중의 하나이다 – p203

새로운 기능을 계속해서 내놓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사실은 새로운 마케팅만 계속 나오고 실질적인 신기능은 별로 없다는 것이죠. 여성들은 때로 더 나약하고, 그래서 화장품 별 속의 희망을 찾죠 – p205

결국 소비자들은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도 소비해 자본주의의 잉여생산물을 떠맡는 사람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 p217

브랜드는 말하지 않아고 상대방이 자신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다 “내 생각에 당신은 돈이 많은 것 같아요” 라고 말이다 – p226

자존감이 낮으면 더 많은 돈을 쓴다 – p256

욕망을 줄여도 행복지수는 늘어난다 – p273

자본주의란 소비의 과학과 인간의 나약함이 만나는 것입니다.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매일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모른다면 매우 약하다는 뜻입니다. – p274

행복은 어느 사회에서나 같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기회입니다 – p351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채워라. 그러면 소비가 촉진된다 – p372

실패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 – p378

인도 야무나 공원의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공원에는 간디가 말한 7가지 악덕이 있다 : 철학 없는 정치 / 도덕 없는 경제 / 노동 없는 부 / 인격 없는 교육 / 인간성 없는 과학 / 윤리 없는 쾌락 / 헌신 없는 종교

저축만 옳다?

어릴 때 돼지 저금통을 선물로 받아 동전 한 푼 두 푼 모으는 행위로 재테크를 배운다. 어른들에게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월급을 받아 덜 쓰고 적금을 붓는다. 그 사이 집값은 더 오른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은행 시스템에는 ‘이자’라는 것이 없기 떄문에 중앙은행은 이 이자를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돈은 빚이다 53p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에서 지급준비율만큼 보유하고 남은 돈으로 대출을 실행한다. 세상에는 없던 돈이 대출을 통해 늘어나고 중앙은행은 대출자가 이자를 갚을 수 있게 실제로 돈을 발행한다. 돈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로 인해 물가도 상승한다. 우리의 월급은 그대로지만 모든 것이 순식간에 오른다. 이제 자본주의 앞에 금융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금융자본주의’ 돈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것이다. 우리가 단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기에 돈은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돈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가 배운 투자

나는 월급을 열심히 모으는 전형적인 직장인이었다. 월급으로만 살 집을 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월급의 일부분을 꾸준히 투자했다. 나름 성공한 투자자라 생각하는데 5.29 13:48 기준 누적 수익률은 40.15%이다. 비중은 네이버, 카카오 외 4개로 카카오의 수익이 가장 높다(평단 174,767원 47.5%). 대부분 IT 업종, 업계 1위, 높은 거래량 등의 원칙을 지키면서 한 주 테스트로 사서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계속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다. 상세히 쓰는 이유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면 적어도 은행 이자보다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객들에게 이자를 많이 주기 위해서는 다소 위험한 곳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많이 내야만 한다. 하지만 위험한 곳에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는 곧 그 돈을 잃을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지능은 있는가 125p

투자 관련 책으로 서경인 회계사님이 쓴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를 추천한다. 유튜브로는 ‘슈카월드’를 추천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주총꾼 관련 썰을 보고 정주행하기 시작했는데 유익하고 재밌다. 진짜로 재밌다. 장담한다.

소비를 위한 소비

나는 만원 대의 생필품을 자주 산다. 슬리퍼를 사고 디퓨저를 사고 케이블을 산다. 사고 나면 오늘도 제대로 한 것 같고 택배가 문 앞까지 오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나만의 가성비 쇼핑이다. 하루는 필요하지도 않은데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검색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필요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이후로 월급 통장과 카드 통장을 둘로 나눠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지 않아도 행복하다.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 = 소비 / 욕망
욕망을 줄여도 행복지수는 늘어난다. 유한한 소비를 늘릴 수 엇다면 우리는 욕망을 줄여야 한다.욕망을 줄이면 편안한 행복이 온다.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는 이제껏 우리가 소비를 했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소비는 감정이다 273p

우리는 수많은 매체에서 소비를 강요당한다. 드라마에서는 대놓고 PPL을 해서 어이가 없기도 했다. 이쯤되면 쇼핑몰이 따로 없다. 소비 중독은 주위에 생각보다 흔하다. 누군가 무엇을 샀다고 자랑하고 우리는 그것을 부러워하거나 부러운 척한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물건을 마음껏 사게 해준 초등학생 A팀보다 강화도로 여행을 떠난 초등학생 B팀의 3주 후 만족도가 더 높았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에 투자하는 쪽이 만족도가 더 높다는 조사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보다 경험에 투자하자.

리빌딩 자본주의

2011년 9월 17일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의 월가 한복판에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그들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금융자본의 탐욕을 지탄하고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해소를 촉구하는 점거 시위를 벌였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53p

책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말한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부가 증대된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19세기 자본가의 노동자 탄압으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모두 잘살자는 공산주의가 나왔지만, 비효율로 인해 자본주의에 밀려 과거가 되었다. 이후 정부 개입의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자본주의는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했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책은 해답을 찾기 위해 ‘복지자본주의’를 언급한다. 복지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창의지수가 높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창의는 끝없는 실패와 모험에서 시작되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는 국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레이번 삭스와 스티븐 쇼어는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자신과 자녀들은 리스크가 더 큰 직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79p

자본주의를 보완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2009년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첫번째 블록)에 “재무장관, 은행에 두 번째 구제금융 임박(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이라는 영국 기사 제목을 새겼다. 그 익명의 개발자는 현재의 정부 주도의 통화정책에 문제를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 알고리즘에 따라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또한,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도 커지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받은 국민들은 이제 복지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자본주의는 국민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마무리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다. 앞으로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본업에 집중하며 열심히 살되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 서평을 마지막으로 독서 모임을 마무리한다. 작년 7월부터 매달 빠진 적 없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 소설만 읽던 내가 독서 모임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재밌게 읽은 ‘모피아’를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했고, 내가 평범하게 읽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누군가는 극찬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은 참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 느꼈다. 이제는 다시 시작이다.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 한줄평 및 별점 > ★★★☆☆

쉬우면서도 유익한 자본주의 입문서

<인상 깊은 문구>

  • (고수익은 고위험이다) “금융소비자들이 반드시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높은 이자를 주는 곳에는 반드시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125p
  • 마케팅: “나는 돈이 많아” / PR: “(다른 사람이) 나를 믿어. 그는 돈이 많대.”,
    광고: “(계속)나는 돈이 많아. 나는 돈이 많아.” / 브랜드 인지: “내 생각에 당신은 돈이 많은 거 같아요.” 226p
  • 오히려 소비는 감정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는다 슬픔, 불안, 우울, 외로움이 소비를 더 부추기며, 외적 요인인 신용카드가 뇌의 고통을 덜어주어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255p
  • “물질에 대해서 돈을 쓰는 소비보다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어떤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더 오래 기억되고 또 그 만족감과 행복감도 오래 지속됩니다.” 271p
  •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 공식: 행복지수 = 소비 / 욕망 > 욕망을 줄여도 행복지수는 늘어난다. 유한한 소비를 늘릴 수 엇다면 우리는 욕망을 줄여야 한다.욕망을 줄이면 편안한 행복이 온다. 폴 새무엘슨의 행복지수는 이제껏 우리가 소비를 했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273p
  • “아담 스미스가 쓴 글 중에 이런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데, 그 나라가 부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300p

자본주의의 핵심은 신용

당신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타인을 얼마나 믿습니까? 만일 길가다가 한 사람이 너무 급하다며 당신에게 돈을 5만원을 빌려달라는 사람에데 당신은 5만원을 그냥 빌려줄 수 있습니까?

위의 대답은 곧 신용의 위력을 보여준다. 한국과 같은 신뢰가 바닥을 치는 사회에서는 신뢰가 없기에 매우매우 다양하고 귀찮은 과정들을 통해 신뢰를 담보한다. 최근 없어진 공인인증서가 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귀찮은 방식으로 신뢰, 신용을 구축하려 할까? 거기에 첫번째 챕터의 답이 있다.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편에서는 빚이라는 이름으로 매우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빚을 내주고 있는 은행 또한 악덕 기관이 아니다. 그들의 거래는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은행이 돈을 빌리고 지정한 기간까지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이긴 하지만 그를 통해 시장이 커지고 산업이 발전한다는 외부효과를 고려할떄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더 크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신용이다. 그리고 은행은 신용을 담보로 빚을 내어준다.

자본주의의 신용거래는 산업을 발전시키고 시장을 키우는데 최적인 제도이다. 과거에는 신용이 없었기에 사람 간 거래는 요원했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급자족 외에는 매우 좁은 금전관계를 가지며 살아갔다. 상업이 발전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신용을 담보하는 다양한 방법이 발생하였고 그 결과가 은행이었다. 은행은 자신의 이익과 돈을 굴린다는 목적에 맞추어 운영되면서 점차 모든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였고 그 결과가 보험이었다. 또한 대출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산업과 기업에 투자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결국 금융상품들이 탄생하게 된다.

모든 자본주의 사회의 근거에는 신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진도 분명 이를 이해한다. 하지만 도입부에 은행은 모든 사람의 예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기라는 논조로 흥미를 끈다. 사람의 관심은 살 수 있겠지만 올바른 방식은 아니다.

소비 마케팅에 현혹당하는 것이 잘못인가?

마케팅의 시대다. 개인 맞춤형 광고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전방위적으로 우리의 삶에 녹아들고 있다. 매 회마다 어이없는 ppl을 가져오는 모 드라마는 낮은 시청률에도 ppl이 화제가 되는 수준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소비마케팅들이 사람을 현혹시키고 바보만드는 것처럼 묘사한다. 과연 진짜 그러한가?

소확행, 가심비라는 말은 소비마케팅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책에서 나오듯 자신이 아는 범위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다. 상품 구매에 있어서도 필요만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신의 기분이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대다수이다. 현대의 마케팅을 그 지점을 핀포인트로 공략한다. 무의식에 호소하기도 하고 철지난 B급감성에 호소하기도 한다. 여전히 스타 연예인을 통한 마케팅은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며 사람들은 아직도 광고에 충동구매를 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마케팅은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하는 모세혈관이다. 앞서 말한 신용과 신용을 기반으로한 금융상품들이 자본주의를 돌아가게하는 심장이라면 마케팅은 모세혈관으로 모든 사람에게 자본주의의 혜택을 전해주고 동시에 모두에게 자본을 사용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이 과하면 사람들은 반발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속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커다란 마케팅 속에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개인이 얼마나 신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가이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나만 나쁜 결과를 얻었다며 게임의 룰을 바꾸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복지는 퍼주기가 아니다

복지는 퍼주기가 아니다. 행정학을 공부한 나에게 복지는 하나의 보조기구이다. 시장도, 정부도 실패한다는 전제에서 복지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보조기구이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복지=세금퍼주기 라는 인식이 생겨있다. 물론 현재 복지 정책이라 부르는 것들이 앞으로 환경변화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철학을 담기보다는 그냥 국민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 진행하는 것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는 절대 퍼주기가 아니다.

국가가 운영되면서 빈곤문제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수는 없기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복지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지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목적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의도치 않은 희생자를 다시 자본주의 사회 속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복지 정책은 포퓰리즘이 된다. 당장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주지만 조금만 지나면 국세를 보충하기 위해 다음 세대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만드는 것이 포퓰리즘 정책이다. 복지와 포퓰리즘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복지는 퍼주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비용을 지게 한다.

용두사미의 구성

시작은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 후의 내용은 대책없이 단조롭다. 첫 챕터에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지만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보다는 교양적 수준의 이해를 일깨우는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다. 또, 인터뷰 대상이 너무 한정적이다. 같은 변호사가 몇번을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단점은 많지만 한번정도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단, 이 책만을 읽고 자본주의를 다 아는 듯 신념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

내 첫 회사는 은행을 고객사로 하는 IT 회사였다. 은행이 IT 서비스를 발주하면, 이를 수주해 만드는 ‘을’사에 해당했다. 덕분에 나는 지난 6년간 은행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로 살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은행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애증의 관계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6년 중 2년은 프리랜서로 일했다. 당연히 은행 직원들과 친분도 생겼고, 그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봤다. 친구도 자주 만나면 단점이 보이는 법, 6년여 매일 같이 은행과 일하다 보니 은행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이 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눈에 보였고, 나는 홀로 큰 결단을 내리며 업계를 떠났다. 나는 사실 은행이 곧 망할 줄 알았다.

망하지 않은 은행, 레거시의 힘

처음 일을 시작하던 내게 은행은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내가 짠 코드가 은행 서비스가 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실제 악성코드를 심었던 개발자가 실형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내가 투입된 첫 프로젝트에서 나는 실제 돈이 오가는 ‘이체 기능’을 개발하게 됐다. 악성코드를 심을 생각은 없었지만 살 떨리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생긴 뒤, 한 프로젝트에서 내가 만든 코드에서 보안이 취약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이는 프로젝트가 엎어질 수 있는 큰 위기였다. 다행히 사내에서 기술력을 자랑하는 리더가 문제를 해결해줬지만, 모두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몇몇 고비를 이겨내고, 경험이 쌓이니 맡는 일들이 다소 시시해졌다. 나보다 경험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내 입김이 세졌다. 나는 은행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한편으로 무시했다. 더 좋은 환경으로 가지 못하는 그들의 안일함을 탓했다. 분명 더 나은 환경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허점이 보였다.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내 위치에서 누군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게 보내는 신뢰만큼 나는 시스템을 무시했다.

은행에 속한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 그들이 가질 수 없는 무언가, 그들로 이뤄진 그 시스템에 나는 실망했고 더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한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내 한심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은행과 함께 일했음에도 나는 은행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은행에서 일하면서도 나는 은행을 이해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하던 일을 조금 잘하게 됐다며, 시스템을 무시했다.

내가 은행과 일하지 않은 지 몇 해가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은행을 이용하고, 은행이 만드는 자본주의에 살아간다. 쉽게 무너질 줄 알았던 은행들이 여전히 막강한 것을 보며, 내가 힘들게 만들어 둔 서비스들이 너무도 쉽게 대체되는 것을 보며, 자본의 힘 앞에서 내가 알았던 모든 지식이 그 누구에게도 의미 있게 쓰일 수 없게 된 것을 보며.

비로소 나는 은행이란 레거시 시스템에 관심이 생겼다.

30대 직장인에게 경제란

거창한 인트로였지만, 나는 여전히 은행을 모른다. 어느새 9년 차 사회인이자 30대 직장인이 됐지만, 은행은커녕, 자본주의는커녕, 귀여운 내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끼리끼리 논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동료 중 경제 지식이 뛰어나 자본주의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몇몇 금융인도 그랬다. 은행에서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은행 시스템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더라.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몰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는 큰 불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커리어가 쌓이고, 조금씩 내 경제력에 안정이 생기며 한 달 뒤, 반년 뒤, 혹은 1년 뒤 등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오늘이 아닌,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또, 그동안 기록된 내 통장 내역을 보며 이렇게만 살아서는 내가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자, 나는 조급해졌다. 아니, 그동안의 삶이 그토록 바보 같을 수 없었다.

돈의 양이 늘어나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인플레이션이 따라온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은행’이 있고 ‘중앙은행’이 있는 한, 인플레이션이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치명적인 현상인 셈이다.

머리를 굴리고 싶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잉여 시간이 나는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자본을 굴려야 할지, 기회를 찾아야 할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쌓아야 할지, 기회를 줄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인맥을 넓혀야 할지, 건강에 투자해야 할지, 아니 그저 내 행복을 좇아야 할지.

하지만 머리를 굴리려 해도 지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식보다 더 큰, 내가 가져보지 못한 거대한 자금이 내 선택지를 막았다. 만약 내가 부자라면, 재정적 자유를 얻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얼마가 필요할까?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돈이 필요할까?

결국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만 하게 될 것이고, 평생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늘 하던 것을 하며, 추가로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렇게 주위에 경제 공부에 관한 도움을 요청했고,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로 이 책을 만났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오랜만에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다큐멘터리 제작이 주가 된 작업이라 후속작이 있는진 모르겠다만, 이 팀이 경제 관련 책을 또 쓴다면, 구매는 물론 약간의 투자를 할 생각도 있다. 그만큼 나는 이 책과 팀에 감사를 표한다.

사실 이 책 내용 중 많은 부분은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하지만 쉽게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경제 입문서로 적절하며, 2020년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정부 예산을 쓰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감시도 없다. 그들은 금이 없어도 되고 별도의 은행 거래 창구도 필요 없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거기에 따라서 이익을 얻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 바퀴와 더불어 이 FRB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2018년 기자 시절, 블록체인을 취재하며 미국 연준을 욕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연준이 정부 기관이 아니며, 그냥 돈을 만들고 싶을 때 만들 수 있는 사설 조직이란 말에 헛웃음을 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도 나는 연준이란 것이 뭔지 몰랐다.

그나마 블록체인을 만나고 난 뒤 삼바 분식회계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라던가, 기준금리 인하, 통화 스왑 등 경제 관련 뉴스에 관심을 두게 됐다. 온전히 이해는 못 하지만, 몇몇 사건을 따라갈 수는 있게 됐다.

몇몇 주위 친구들과 경제 이야기도 나누기 시작했는데, 사실 지금까지는 목돈을 모을 기회가 없었다. 학자금을 갚고, 월세를 살고, 창업을 해 불안정한 시기를 겪는 바람에 늘 한 달살이 인생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고, 전세를 시작하며 조금씩 재정 상태가 안정됐다. 덕분에 친구들과 나누는 경제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특히, 저축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저축을 하느니 나 자신에게 투자하겠다며, 영어 수업을 듣거나 책을 사고, 차라리 주위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 년 동안 일해도 내 재정 상태가 특별해지지 않고, 늘 이렇게 유지된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1~2% 단위 이자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1~2% 단위 이자도 받지 못한다면, 내 자산이 매년 1~2% 이상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여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바보같이 쳐다보지 않았던 많은 상품들. 그들이 바로 옆에서 하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눈을 뜨게 된 내 지난 날이 참 바보 같았다.

어쨌거나, 이제서라도 나는 경제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마냥 어려웠던 단어들도 조금씩 익숙한 단어를 늘리고 있다. 내 재정 상태는 조금씩 나아질테고, 그렇게 1%, 2% 나아지다 보면 어느새 나는 눈을 뜨기 전과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내가 확연히 다른 사람이 돼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든.

언젠가 다시 창업을 꿈꾸는 내게 경제란

2016년 창업 시절, 한 기관에 가서 뉴스 사용권 관련 회의를 할 때였다. 당시 나와 대화하던 팀장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대표님. 이거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해두신 거죠? 당연히 생각하셨으니까 이렇게 오셨겠죠?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없었다. 지금도 모르겠다. 내 창업 아이템이었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비즈니스 모델 없는 비즈니스라니,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창업을 커리어로 바꿨고, 상당한 경험치를 먹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

나는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맨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STEW 경영소모임을 만들어 경영 공부를 시작했고, 비즈니스 이야기를 전하는 STEW 와레버스를 만들어 매주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비즈니스를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모른다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고, 좋은 아이템을 찾아도 돈을 모르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다. 때문에 나는 기술적 성장은 물론, 비즈니스를 위한 여러 준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돈’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취약성에 관해 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올해를 기점으로 미루던 경제 공부를 시작했고, 돈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경험치를 쌓고 있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참 적절했던 경제 입문서라 생각한다.

마무리

은행과 일했지만, 은행을 몰랐고. 9년 차 사회인이지만 경제를 몰랐다. 창업을 했음에도 돈을 몰랐으니 참 한심한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간 쌓인 경험이 앞으로 내 경제 공부에 큰 속도를 더해줄 거라 생각한다. 돈만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고 싶진 않다만, 비즈니스에 돈이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으니, 어떻게 채울지는 훨씬 쉬울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마음에 드는 책이다.

한줄평 ★★★★☆

내가 원했던 경제 입문서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

인상 깊은 문구

  •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몰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는 큰 불편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빚 권하는 사회’이다. 빚이 없으면 새로운 돈이 더 이상 창조되지 않고, 돈이 창조되지 않으면 자본주의도 망가지기 때문이다.
  • 자장면 값이 게속해서 오르기만 한다는 것은 결국 50년 전부터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해 왔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수요(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급이 정말 부족할까.
  • 1970년 1천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금 28온스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2월 현재 금 시세는 1온스당 1천 738달러. 1천 달러를 가지고 있어봐야 1온스도 되지 않는 0.58온스의 금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가격이 무려 48배 이상 올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곧 돈의 가치가 48배나 떨어졌다는 말과 동일하다.
  • 안타깝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 은행이 100원의 예금을 받으면 10%만 남기고 다시 90원을 대출해도 된다고 정부가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허락과 약속은 1963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인 FRB에서 만든 업무 매뉴얼인 <현대금융원리 : 은행 준비금과 수신 확대 지침서>에도 나와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10%의 돈을 ‘부분지급준비율’로 은행에 준비해 둬야 한다. 이는 ‘예금한 고객이 다시 돈을 찾아갈 것을 대비해 은행이 쌓아둬야 하는 돈의 비율’을 말한다. 이를 간단하게 ‘지급준비율’이라고 말한다. 실제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있는 것은 이러한 ‘지급준비율’ 때문이다.
  •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렇게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내고 의도적으로 늘리는 이런 과정을 우리는 ‘신용창조’, ‘신용팽창’ 등의 용어로 부른다.
  • 결국 자본주의의 경제 체제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 금세공업자는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의 금고에 금화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를 있다고 하면서 마음대로 금보관증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들은 금세공업자가 금고에 없는 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 “금세공업자들은 금고의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발행했습니다. 아마 그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은 없었을 거예요.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10%의 금만 찾으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10% 지급준비율의 토대가 됩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죠.”
  • 상인들은 은행을 설립하고, 2백만 파운드의 자금을 댔습니다. 1696년엔 정발 큰 돈이었죠. 그리고 이 돈을 왕에게 빌려줬어요. 단지 돈을 갚겠다는 약속에 불과한데, 그게 은행의 자신이 되죠. 이 자신을 기반으로 잉글랜드 은행은 2백만 파운드의 지폐를 새로 발행해요. 잉글랜드은행 지폐의 가치는 왕이 이 돈을 갚을 거라는 약속에 기반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은행업이죠.”
  • 중앙은행은 재정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고 불황을 줄이기 위한 금융기관입니다. 현대 경제에서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관리합니다. 경제에 돈이 더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통화량을 줄이고 싶으면 중앙은행은 돈을 가져갑니다. 이게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작동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 중앙은행이 이렇게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돈을 찍어낸다고 말했지만, 사실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찍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이자’ 때문이다.
  • 돈의 양이 늘어나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인플레이션이 따라온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은행’이 있고 ‘중앙은행’이 있는 한, 인플레이션이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치명적인 현상인 셈이다.
  • 200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물가 상승이 국가의 통제력을 벗어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한 해에 최고 2억 3천100만%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것이다. 40여 년을 통치한 무가베 대통령의 무지한 정책이 그 원인이었다. 극심한 실업률을 극복하고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서 나무나 많은 화폐를 찍어낸 나머지 이러한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태가 온 것이다. 0이 모두 14개가 붙은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는 당시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기록적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심지어 밥을 먹을 당시와 밥을 먹은 후의 밥값이 달라질 정도였다고 한다.
  • 독일은 할 수 없이 중앙은행을 통해 발행하는 화폐의 양을 크게 늘렸고 국채를 발행해 외국에 헐값에 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1923년 7월 독일 내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천500배를 넘어섰고 2개월 뒤에는 24만 배, 3개월 후에는 75억 배로 뛰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5천 원 하던 김치찌개의 가격이 3조 7천5백억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 문제는 이러한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돈이 돌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 생산과 투자, 일자리를 동시에 줄이기 시작하고, 서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 인플레이션 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누렸던 호황이라는 것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 시민 B는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1만 500원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 실제 섬에 있는 1만 500원을 모두 벌어서 빚과 이자를 다 갚았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500원을 빌린 시민 D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돈을 갚을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파산한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는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매일 ‘돈, 돈, 돈’하며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전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찾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무슨 일을 하는 게 일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경험, 제시간에 나가는 것, 낮은 자리에서 시작해서 승진하는 능력, 이런 것들이 노동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 루스벨트 정권 당시 FRB연방준비은행 의장을 지냈던 매리너 애클스도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우리의 통화 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돈에 대해, 그리고 빚에 대해서 너무도 순진하게 생각해 왔던 우리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빚 지지 말고 성실하게 돈을 벌어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빚이 있어야만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은 때로 배신감까지 느끼게 한다.
  • 미궁에서는 개인에 대한 신용 등급을 ‘프라임prime, 우수’, ‘알트A Alternative-a, 중간’, ‘서브프라임Subprime, 저신용’ 순으로 나누고 있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빌려줬던 것이다.
  • 모든 것이 돈을 갚을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확대한 은행에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이 모든 것이 은행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 즉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은행은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 저신용자에게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처음 달러가 기축통화로 결정된 것은 1944년 7월이었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44개 연합국의 대표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모여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역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브레튼우즈 협정’을 맺었다.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킨 것이다. 바로 이때가 미국의 달러가 전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시점이다.
  • 1971년은 달러가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역사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거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 조치를 통해서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고 원하는 대로 빚을 질 수 있게 되었다. 금의 보유량과 전혀 무관한 화폐 발행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침내 금융업자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명목화폐의 출현이었고 이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 FRB의 건물 간판에는 Fedreal Reserve Bank로 되어 있지만 공식 명칭은 the Federal Reserve System이다.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과 약 4천800개의 일반 은행이 회원으로 가입된 곳으로, 용어만 Federal이라고 사용했을 뿐 정부기관이 아닌 순수한 민간은행에 불과하다.
  • FRB는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몇몇 이익집단들이 단단히 결합된 모임체일 뿐이다. 정부 예산을 쓰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감시도 없다. 그들은 금이 없어도 되고 별도의 은행 거래 창구도 필요 없다.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돈을 찍어내 미국 정부에 달러를 빌려주고 거기에 따라서 이익을 얻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 바퀴와 더불어 이 FRB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 1929년 금융 자본가들은 또다시 그동안 빌려준 대출금을 무지막지하게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했던 은행과 개인들은 줄도산을 했다. 하지만 이미 록펠러, 모건, 버나드 버럭 등의 여러 큰손들은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고 주식 시장을 빠져나가고 난 후였다. 이 사태로 인해 1만 6천여 개가 넘는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금융 자본가들은 거의 헐값이나 다름 없는 가격으로 은행들을 집어 삼켰고 주식으로 막대한 부를 챙겼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엄청난 ‘사기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들 마음대로 통화량을 늘리고 줄이면서 FRB는 소규모 금융회사와 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FRB는 수천 개의 금융회사들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빚이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구조적인 것만 탓해 봐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축통화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가 세계 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둘째, 국제 거래에서 거부감 없이 많이 사용되어야 한다. 셋째, 안전성이 있어야 한다.
  •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라는 부분은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다. 물론 ‘재테크’라는 말도 유행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하고 조금씩 돈을 모으면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1990년대부터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세계 시장에서 우리 경제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 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1992년 ‘금융자율화 및 개방시행 계획’이 발표되고 금융 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되었다. 그때부터 국내에는 외국 자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외국 자본과 선진 금융회사들의 휘황찬란한 금융상품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금융자본주의 세상은 급박하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통화량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고 환율은 오르락내라락했고 주가는 심하게 요동쳤다. 그리고 2000년대가 되자 은행은 본격적으로 펀드와 보험을 팔고 신용카드 발급을 확대하면서 금융자본주의의 한가운데에 서기 시작했다.
  • 사실 은행원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7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수는 1만 4개. 놀랍게도 이는 ‘세계 1위’의 수준이다. 금융상품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데 일개 은행원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것들을 다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복잡하고 어려운 1만여 개의 상품을 모조리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 즉, BIS가 5% 아래로 내려가면 감독기관으로부터 개선권고나 요구, 명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만약 은행이 예금을 빼서 후순위채권으로 돌리면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해서 BIS가 높아지면 ‘자산이 건전하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펀드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은 후, 이 돈을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그 수익을 나눠 갖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펀드는 저축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이다. 투자라는 말은 한마디로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자산운용회사가 우리가 모아준 100억 펀드로 주식을 다 샀다가 그대로 팔면 매매회전율은 100%이다. 두 바퀴를 돌면 200%가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평균이 100% 정도인데, 200% 정도만 돼도 미국 펀드 관련업자들은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펀드 중 매매 회전율이 1400%, 1500%인 것이 허다하다. 심지어 6200%인 것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회전을 할 때마다 고객이 그 매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전율이 높다면 당연히 수수료가 높아지고 이는 투자자의 손실로 돌아온다. 따라서 펀드를 살 때에는 곡 매매회전율을 따져봐야 한다.
  • 제일 앞에 있는 ‘M에셋’이라는 것은 자산운용사를 가르키는 말이다. 즉 ‘이 펀드의 자금은 M에셋에서 운용한다’라는 것을 표기한 것이다. 그 다음에 ‘디스크버리’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일종의 투자전략을 의미한다. 디스커버리란 ‘유망기업을 발굴해 내서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로 ‘주식형’이라는 것은 어디에 주로 투자하는지 나타낸다. 이 경우에는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그 뒤에 붙은 4라는 숫자는 이 펀드의 시리즈 번호라고 할 수 있다. 즉, 1이라고 씌어 있으면 해당 펀드의 첫 번째 시리즈이고 2라고 씌어 있으면 두 번째 시리즈라는 의미다. 이 숫자가 올라갈수록 나름대로 잘 나가는 인기 있는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모집금액이 1조 원이 넘었을 때에만 다음 시리즈가 허용되기 때문에 3이라고 씌어 있으면 이미 그전의 시리즈에서 2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모집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씌어 있는 A는 수수료의 체계를 의미한다. A라고 씌어 있으면 선취, B라고 씌어 있으면 후취, C는 둘 다 없는 경우이다.
  • ‘지금 제일 잘 나가는 펀드다’라는 것은 이미 꼭대기에 있어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익률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고수익 상품은 곧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상품’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검진 없이 심사 없이 가입’이라고 해도, ‘명품 부모님보험’이라며 효도하라고 해도 흔들리면 안 된다. 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소비자 쪽에서 뭔가 손해 볼 게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 정액보장 상품으로 1억짜리 암보험 세 개를 든 후 암에 걸렸다면 중복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각 1억씩, 총 3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손보장 상품은 말 그대로 실제 일어난 손실에 비례해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보험을 세 개나 들었어도 손해액을 나눠서 지급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돈은 딱 1억 원뿐이다.
  • 2011년 전 세계 주요 파생상품의 거래량을 보면 우리나라의 거래량은 약 38억 건, 전 세계 거래량의 27%에 달하면서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파생상품은 한마디로 ‘성한 사과와 썩은 사과’를 섞어서 판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자신만은 성한 사과만 골라 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일확천금’의 망상은 당장 버려야 한다.
  • 주목할 만한 점은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아이들의 경우 금융지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아 용돈 관리를 하는 아이들은 금융이해력이 굉장히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돈에 대해서 스스로 접촉하다 보니 돈에 대한 관리능력도 생기게 된 것이다. 또한 바람직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금융이해력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빚을 지면 안 된다는 태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고, 또한 금융이해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부채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 문제는 금융에 사고가 났을 때 그 위험성이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금융 덕분에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이제는 사람들이 금융의 기본 원리를 얼만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 증권회사 직원도 본사에서 나온 교육자료 팸플릿 보니가 그럴듯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도 뭉칫돈 모아놨다가 투자한 거죠. 그런데 그 상품이 잘못되어서 소송을 당했습니다. 그러자 그 증권회사 직원이 어느 날 조용히 저희 사무실에 전화를 한 거죠. ‘저 이 펀드 판매한 직원인데 저도 손실을 봤습니다. 저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직원이 팔고 난 다음 너무 후회가 돼서 본인이 권유해서 그 상품을 구매한 고객 분들을 모시고 와서 소송을 하라고 저희한테 권유한 경우도 있습니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상담사, 즉 ‘독립재정상담사’이다.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이해관계와는 독립해서 따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문 대상인 고객이 최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미국과 영국, 홍콩에서는 이미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금융권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어요. 은행가가 되는 사람들이 공식적인 선서를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죠.
  •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소비’를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보면 아주 재밌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맥주를 좋아하게 되었죠. 참 이상하죠? 아이에게 맥주를 주면 처음엔 좋아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게 되죠. 위스키도,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안 좋아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선호를 형성하는 것들이 무척 많이 있죠.
  • 마케터들이 키즈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부모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로 조르기의 힘이라고 하죠.
  • 결국 성인이 된 우리의 소비 습관과 성향은 이미 수십 년간 진행된 ‘키즈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던 습관을 산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
  • 남성과 여성은 큰 차이가 있어요. 여성이 감정적으로 훨씬 더 약하죠. 이 말을 듣는 여성들이 화낼 것 같아 두렵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에 있어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나약합니다.
  • 여성들은 크림을 사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다 곧 별로 효과가 없다며 잡지에서 새 광고를 찾죠. 신상품이 나온 걸 보고 달려가서 사요. 몇 주 써보고 또 별로라고 하죠. 60대가 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합니다.
  • 사람들은 아이패드3를 아이패드5로 업그레이드 하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더 똑똑해진 듯한 착각에 빠지죠. 사실 이것도 ‘화장품 병 속의 희망’과 똑같아요. 남자들의 방식이죠. 반대로 여성들은 ‘버전4’, ‘버전5’라는 크림을 사지 않겠죠. 남성들은 성품이 추가됐고 더 어려 보인다는 화장품을 안 사고요. 이 남녀간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 나면의 차이지만 배교해 보면 마케터가 공략하기에 훨씬 편리한 대상은 여성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광고의 논리에 쉽게 넘어가고, 신상품에 민감하고, 가정의 모든 소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여성 마케팅을 ‘마케팅의 꽃’이라 부르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여성 마케팅’이란 곧 ‘소비에서는 여성들이 훨씬 더 약점을 가지고 있으니 더 집중공략하라’는 자본주의의 주문일 뿐이다.
  • 잉여생산물이 많아지고, 그것이 회전이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소비를 권장하는 것, 또는 강요하는 것이다.
  •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바로 외로움입니다. 이 외로움을 메워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또래집단이죠. 또래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나도 가짐으로써 같은 소속감을 가지게 됩니다.
  • 사실 과소비를 하면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돼요. 하지만 뇌 중추에서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면 쾌를 느끼죠. 순간적으로 이 쾌는 중추가 움직이지만 결국 돌아서서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와 가은 고통을 낮추어주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입니다. 지금 당장은 내가 큰돈을 내는 것이 아니고 현찰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 눈앞에서 현찰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소비를 하게 된다는 거죠.
  • 사람들은 자신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실연이나 슬픈 감정을 느낄 때면 평소보다 더 간절히 물건을 갖고 싶어지고, 더 많은 돈을 내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전혀 의식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바로 공허함 때문인데, 슬픔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주제가 바로 상실입니다. 상실감은 매우 상처가 큽니다. 그리고 우리도 모루는 사이에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죠.
  • 이제까지의 모든 실험을 정리해 보면 소비는 결코 이성적으고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는 감정에 의해 더욱 영향을 받는다. 슬픔, 불안, 우울, 외로움이 소비를 더 부추기며, 외적 요인인 신용카드가 뇌의 고통을 덜어주어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쇼핑은 패배가 예정된 게임이다.
  • 영국의 정치가였던 찰스 타운센드 공작이 그의 양아들 헨리 스코트의 대륙 여행에 동행하며 가정교사를 맡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는 당시 귀족 가문에서 유행했던 자녀 교육 방법 중의 하나였다. 자신도 여행을 할 수 있고, 경제적인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 아담 스미스는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프랑스 툴루즈, 남프랑스, 몽블랑, 제네바, 파리로 이어지는 3년간의 긴 여행을 하게 됐다.
  • 스미스는 ‘국부’는 ‘모든 국민이 해마다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의 양’이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
  • 아담 스비스가 빋었던 자유시장 경제는 부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큰 공헌을 했지만, 그것이 이상적으로 분배되는 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졌고, 부자인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되었다.
  • 즉, 상품의 가치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평균 노동시간’으로 결정된다고 정의했다. 그러니까 6시간 동안 6켤레의 신발을 만든다면 신발의 가치는 ‘1노동시간’인 것이다.
  • 노동자가 빵 3개를 손으로 만들 때 드는 시간은 3시간, 하지만 기계를 쓸 때는 1시간이면 된다. 그래서 더 좋은 기계를 들여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필요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잉여노동시간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결국 노동자의 임금은 더욱 내려가고 자본가는 그만큼 이윤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생긴 이윤을 ‘특별 잉여가치’, ‘또는 ‘상대적 잉여가치’라고 했다.
  • 칼 마르크스는 최초로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주의의 원리를 이해한 칼 마르크스는 착취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 하는 자본가의 이기심 때문에 기계가 계속 노동을 대신하면, 실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일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임금은 더 낮아지고, 상품은 쏟아져나올 수 있지만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결국 나중에는 기업도 자본가도 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때부터 자본주의의 위기인 공황이 시작되고, 참다 못한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 1923년 7월 독일 내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천500배를 넘어섰고 2개월 뒤에는 24만배, 3개월 후에는 75억 배로 뛰었다. 환율은 1달러당 4조 2천억 마르크가 되기도 했다.
  • 케인스는 공황의 원인을 수요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수요가 똑같이 늘어나지 않으며, 현실적인 수요량을 ‘유효수요’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소득과 수요가 거의 같아야 하는데, 덜 쓰다 보니 경기가 침체되어 공황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역할에 관한 케인스의 새로운 이론은 ‘거시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
  •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그 주체를 가계, 기업, 정부로 나눌 수 있다. 미시경제학은 가계와 기업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시장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 거시경제학은 국민소득, 이자율, 환율 등 국가 전체와 세계에 관한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부의 계획적인 정책으로 가계와 기업을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며, 그렇게 완전고용이 이루어지면 현실적인 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매력이 없는 수요자가 일자리를 구해 구매자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케인스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자본주의는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첫째, 좋은 수준의 고용률, 둘째, 더 평등한 사회, 정부는 완전고용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최상의 고용률과 생산율을 유지해야 하는 거죠.
  • 케인스의 이론은 맨 먼저 하버드대학 경제학부의 젊은 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리고 이어 미국 정부의 경제 각료들까지 설득시켰다. 그에 따라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뉴딜 정책을 만들었다. 실업자와 굶주린 사람을 위한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댐, 고속도로 등을 건설해 일자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전례 없이 강력한 규제방안을 실시했다.
  • 1944년 7월, 케인스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 자격으로 브레튼 우즈 협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은 독일과 미국 모두에게 불황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돈을 빌려 전쟁에 쏟아부으느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제가 살아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군수산업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되고 이는 경제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며 활력소가 되었다.
  • 1970년대에 들어서자,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호황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때의 위기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번졌다. 바로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이 현상은 케인스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 하이에크의 주요 이론은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불완전한 지식에 기초합니다. 가장 똑똑한 인간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한 부분일 뿐 상대적으로 무지합ㄴ디ㅏ. 이 기본적인 통찰에서 하이에크의 주요 이론이 나옵니다. 그의 주요 이론은 ‘계획자의 부족한 지식 때문에 중앙경제 계획은 실패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 영국 국민들은 대처의 보수당 정부를 선택했고,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대처는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대처리즘을 표방했다. 대처리즘은 곳곳에서 국가와 정부의 활동 영역을 축소시켰다. 그간 국가에 의해서 운영되던 상당수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했고 복지를 위한 공공지출을 삭감했다. 또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규제한 것이다.
  • 모두가 잘살게 될 거라는 아담 스미스의 예언도 틀렸고, 혁명이 일어나 자본주의가 무너질 것이라는 칼 마르크스의 예언도 틀렸다. 정부가 규제 해야 한다는 케인스도, 시장을 믿어야 한다는 하이에크도 이제 더 이상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심혈을 기울여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대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는 온갖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우리가 만나본 석학들 중 자본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실패한 공산주의를 다시 불러올 수도 없는 일이다. 방법은 하나, 고장 난 자본주의를 고쳐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한 해 버는 돈이 38조 4천790억 원. 상위 1%가 국민소득 16.6%를 가져가는 상황이다. 더 놀라운 것은 OECD 국가 중 미국 17.7%에 이어 2위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각한 소득불균형 상태에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 복지 문제는 그저 동정심에 기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복지를 해야만 자본주의가 붕괴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