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계기]

평소 광화문 교보문고를 자주 가는데 교보문고 가판대에 있었다. 평소 도시에 관심이 많다. 도시에 관한 인문학적 시선이라는 말을 보고 속는 척 사보았다.

[한 줄 평]

대한민국의 도시는 건축되었는가? 제조 되었는가?

[서평]

평소 도시라는 것에 관심이 많다. 원래 어릴 적에는 시골에서 살았던 탓인지는 몰라도 도시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꾸준히 관심이 많았다. 보다 정확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사람들이 형성하는 관계라는 것에 항상 관심을 두고 있다. 전공이 행정학과라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흥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현준교수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나에게 어느 정도 답을 주는 책이었다. 한 단락 단락이 매우 짧아 호흡이 빠른 책이긴 하지만 그저 스쳐지나갈 것이 아니라 생각해볼 것이 많은 부분이었다. 책이 다루는 범위도 매우 넓다. 서문에 나와 있듯이 건설은 종합학문이라는 시선에서 충분히 다양하게 다루었다. 건설에 관심이 없더라도 보다 나은 도시, 보다 나은 환경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책에서 크게 두 가지를 공감한다. 하나는 도시는 사람을 단위로 건설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건설은 자연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사람 단위로 건설되는 도시에서 중심은 도로가 아니다. 거리이다. 사람이 걸어다니고 싶어야 한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이 많아야 하고 그러하게 설계된 도시야 말로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하고 살아있는 것이다. 그를 서울에 비춰 생각하면 서울은 사실 사람단위의 도시는 아니다. 분명 골목골목, 오래된 동네들을 보면 사람 단위로 형성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는 차가 중심이 되는 도시가 되었다. 강남의 대표적인 거리인 테헤란로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테헤란로의 중심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이지 사람이 거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이벤트가 부족한 도시이고 이러한 이벤트가 부족한 와중에 이벤트가 풍부한 가로수길이나 홍대 거리가 각광을 받는 것이다.

둘째, 건설은 자연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은 말그대로의 자연은 아니다. 이미 산업화가 진행될대로 진행되었고 도시가 들어서면서 자연을 해친 상태에서 자연을 고려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래도 자연은 고려하여 한다. 기둥 중심의 건축이 벽 중심의 서양 건축으로 바뀌면서 우리의 도시는 건물 사이에 큰 벽을 세웠고 그 큰 벽은 어느새 인간들 사이에 벽이 되었다. 자연을 고려하여 자연을 정복하여 납작하게 눌러 버릴 것이 아니라 자연을 고려하여 건물 사이의 연결을 고려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연결을 생각하였다면 이러한 벽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오래전 기술을 맹신하고 효율을 위해 만든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신들의 마음을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가두고 있는 지 모른다. 과거보다 옆집과의 거리는 훨씬 가까워졌으나 실제 연결은 단절된 현재의 상태를 바꾸는 단서는 어쩌면 새로운 도시계획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다. 본래 잡다하게 엮여내어 이야기를 연결한 책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냥 스쳐지나가는 책은 아니다. 이 책도 사실 소제목으로 따지면 맺음말이 가장 긴 책으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여러 곳에 나눠 적어뒀던 내용을 합치고 중간에 보충하여 만들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이 주는 한 단락 한 단락에 생각해볼 내용이 많다.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할까? 사람들의 연결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자연과 조화된 건축이란 어떤 것일까? 등 이와 같은 질문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저 스쳐 지나간다면 이 책은 읽으니만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당신은 건축된 집에 살고 싶은가? 제조된 집에서 살고 싶은가? 난 명백히 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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