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STEW 독서모임에서 선정되어서 읽게 된 도서.

독서모임에서의 첫 책인만큼 다 읽은 지금 애착이 간다.

 

 

[한줄평 및 별점]


★★★★☆ (4점 / 5점)

우리가 굳건하게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과연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서평]


소설책과 거의 담을 쌓고 살다가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뒤 좋은 소설을 찾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마침 독서모임을 통해 이 책을 추천 받게 되어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말과 말을 반점과 온점으로 구분하면서 인물의 이름은 물론 장소에 대한 언급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 소설의 속도감에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그런 간결한 표현과 빠른 전개와 호흡은 나로 하여금 소설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고 어느샌가 책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었다.

줄거리의 큰 줄기는 제목 그대로이다.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통증과 이상도 없이 눈이 멀게 만드는 전염병이 도시에 퍼지기 시작한다. 단, 한 여자를 제외하고… 그 여성은 눈이 멀어버린 자신의 남편의 곁을 지키기 위해 눈 먼 사람의 행세를 하며 눈 먼 자들의 무리에 동행을 하게 됨으로써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제 사라마구는 눈먼 자들의 사이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여자의 눈을 통해 시각의 부재가 도시에 끼치는 영향들을 설명해준다. 도시 전체가 실명의 늪에 빠진 상황은 말 그대로 절망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집은 커녕 배정 받은 침대에 조차 남들의 도움 없이는 네 발로 땅을 기며 입구부터 하나씩 세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눈이 멀어버린 그들의 생활공간은 그들의 배변이라는 생리적 욕구에 의해 삽시간에 악취로 뒤덮히지만 눈이 멀어버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극단적인, 하지만 동시에 마냥 불가능할 것 같지만 않는 설정에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등장인물들을 등장 시키면서 작가는 인류가 지난 몇천년간 만들어왔던 질서와 사회기반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이며, 그것들을 잃었을때의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덤덤하게, 하지만 동시에 여과없이 보여준다. 특히 인간적인 삶이 불가능해진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하나 둘 포기하는 모습에서 다가오는 공포감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인간은 선할까 악할까?>

일반적인 사회에서 시력을 잃었다는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상의 끝은 아니다. 아직 잃은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은 불편함은 있지만 약간의 도움과 함께라면 여전히 살 날들에 대한 희망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눈을 멀게 된 세상에서 그들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눈먼 자들은 시력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점 더 소중하고 많은 것들을 잃어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분실리스트에 인간성을 포함하게 되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간성”은 이 극단적인 사회에서 도전받게 된다. 인간성은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특성을 이야기한다. 나에게는 인간성은 타고 난 것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든 사람들은 그것을 따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주제 사라마구는 그런 나의 이상적 믿음에 강한 반박을 가한다.

서로가 힘을 합쳐도 헤쳐나가기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거짓말한다. 거기에 독재자의 등장이 이어지게 되고 몇몇은 획득한 권력으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은 맥없이 서서히 죽어간다. 물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그 “악”과 맞서 싸우고 자신들의 안위를 지킨다. 나는 읽는 내내 선한 사람을 응원하며 그들이 이런 악랄한 사람로부터 승리를 쟁취하길 진심으로 원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막상 그것이 실현이 되었을때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불편한 마음은 시간이 지난 후에  “악”한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는 것으로 알아냈고 어째서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그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에 대해 의문을 답하느라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들이 과연 시작부터 악한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들로 하여금 “악”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무슨 계기가 존재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들이 무조건적인 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누가 저렇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말이다. 물론 그들은 절대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 남들의 물건을 뺏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남에게서 남은 인간성마저 빼앗아 버렸고, 그렇기에 그들의 행동이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며 하물며 그들의 이 잘못된 행동이 옹호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두서 없이 찾아온 질문고리는 나로 하여금 인류가 진정 선과 악을 나눌 능력과 권위가 있을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인간은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며 남들을 해하면 안된다고 배워오며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처음 조우한다. 그렇게 유아시절 체득된 기준은 너무나도 직관적으로 보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대부분의 인간은 여기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어쩌면 금기시 되었던 그런 절대적인 선과 악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 나로서는 결론은 내릴 순 없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 유발 하라리가 본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류는 거짓말로 인하여 진화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우리가 누리고 사는 문명과 사회를 만들어 나갔다고 하지 않는가?

나로 하여금 신선한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준 이 책을 계기로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드려다보며 책과 사람들을 조우하며 자극받으면 언젠가는 이 질문에도 내가 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첫 서평을 마친다.

 

 

[인상 깊었던 문구]

“나도 데려가야 할 거에요, 방금 나도 눈이 멀었거든요.”

“그들이 총질을 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어. 지금까지 한 일을 보면 저놈들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저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이런 식으로 진실이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으로 위장을 하기도 하는 법이다.”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으면 모두가 똑같이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니까.”

“이제는 선과 악에 관한 우리 모두 평등해요.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이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말이란 것이 그렇다. 말이란 속이는 것이니까, 과장하는 것이니까. 사실 말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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