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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3.5춘기부터 중2병까지 ★★★★☆

[읽게 된 동기]

인터넷 도서관의 목록을 살펴보다가 중2병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화 되는 중2병의 현상과 문제점 등에 대한 것 말고 어떤 내용을 담고있을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줄 평]

중2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중2와 함께 생활하거나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상황에 있다면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서평]

1. 신선한 충격

가볍게 내용만 훑어볼 요량으로 펼쳤던 책에서 인상 깊은 문구가 마구 튀어나왔다. 철학적 의미를 담거나 위로를 받을 만한 구절이 아니라 중2의 솔직한 인터뷰 발언이었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뱉어낸 듯한 생생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어렴풋하게 느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인터뷰한 중2 아이들은 시원하게 쏟아냈다.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만들어져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발언 속에서 심각한 분노와 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말 하나 하나에 깊은 공감이 갔다. 공감보다는 깊은 이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저마다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었다. 달라진 모습에 본인 스스로 왜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낯설어 하면서도 이제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게 됐음에 뿌듯해 한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내가 옆에서 당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면 ㅇㅈ)

나의 사춘기는 고등학교 때 잠시 봄처럼 왔다 갔다.  순식간에 폈다가 지는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폈다가 시원한 빗줄기에 대번에 사그러 들었다. 가볍게 지나갔기에 지금 아직 반항의 기질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지랄총량의 법칙에 따르면 그럴만 하다. 어릴 때 놀아봐야 나중에 시시해서 안논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보다.

이 책을 통해 중2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생각을 옅볼 수 있었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경악할만한 행동을하거나 다루기 힘든 중2가 아닌 그들의 사연이 담겨있었다. 중2병은 원래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고 한다. 1999년 일본 개그맨이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언급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졌다. 부모들이 일상에서 겪는 사춘기 아이들과의 갈등에 중2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확산되었다.

“우리 애는 뭘 물어도 상관 말라는 대답만 해요.”

“그럼 중2병 이네요.”

하지만 중2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다르다. 중2병이라는 단어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바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특정 시기에 그들만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행동을 할 뿐이라고 그들은 항변한다.

 

2. 아이들의 목소리

“엄마랑 한판 붙는 것쯤은 이제 안 무섭다.”

중2 아이들은 부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부모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중2가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진짜 사람다운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상황에 대한 판단을 많이 하게 된다. 부모와 선생님의 생각이 전부 옳고 받아들여야하는 것이 아니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행동에 모순이 있고 말에 어패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심하게는 반항을 하는 것이다.

이제 ‘아, 이건 아닌데’라고 판단할 줄 안다. 엄마 말이라고 무조건 옳은가? 선생님이 불공평하게 대하는데도 내가 순종해야 해? 대체 왜?

성인으로 분류되는 우리가 과연 객관적으로 존경할만한 어른일까. 내가 우리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진 못한다. 좀 고집스럽고 모순된 행동과 말이 있지만 나의 부모님이기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이제야 자신의 생각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 이해까지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먼저 어른이 된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게 먼저일 수 밖에 없다.

중2가 보는 어른들이란? 자기들은 멋대로 행동하면서 우리더러는 똑바로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지 뭐, 죄다 똑같다. 내가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못 살겠네. 빨리 어른이 되든지 해야지.

중2를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알게되면 충격받을만 하다. 생각을 알더라도 애써 외면하거나 외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게 중2 아이들을 이해하는 첫 걸음 아닐까.

나도 그랬다. 반항하지는 않았지만 허세 부리고 멋부리고 싶긴했다. PC방 가서 하두리 캠(추억의 물건…)으로 사진찍고, 커뮤니티에 올렸다. 친구들과 여럿이서 어울려다니면서 뒷담화를 깠고, 이런저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어른들이 무슨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한 아이의 목소리는 9살 어린 남동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식탁에서 엄마에게 했던 말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어서 소름돋았다. 나의 잘못된 점은 잘 못보는데 남의 흉은 잘 보인다고 하는게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 때 나도 “맞아” 하면서 거들어줬던 것 같은데, 남동생은 속으로 아주 우쭐했을거다.

내가 제일 화가 날 때는 엄마가 아예 날 상태 안해줄 때다. 어제만 해도 그래. “엄만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르다”고 지적했더니 엄마는 말을 빙빙 돌리는 거다. 대답할 말이 없으니까 괜히 “너랑 말이 안 통해. 말해 봤자 소용 없어”라고 하질 않나, “너 지금 굉장히 이상해. 중2병이야”라고 하질 않아. 결국 바쁘다는 핑계 대면서 부엌에 들어가 버렸다.

3. 어른들의 목소리

어른들, 특히 엄마들은 중2병 아이들 앞에서 어쩔줄 몰라한다. 아이들과의 갈등으로 매일 속썩이고 어떻게든 잘 대처해보려고 말투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보지만 관계는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인터뷰를 한 엄마와 아빠는 모두 다 답답해하면서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한숨이 나오는 매일 매일이 이어질 뿐이다.

나의 부장님은 중3 딸아이가 하나 있다. 영국에서 유학중이다. 집에서 싸우고 싸우는 나날이 이어졌고, 중2인 아이는 미술을 하겠다며 프랑스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언어 때문에 부터 영국으로 갔다.  부장님이 말하길 본인과 남편은 전형적인 이공계 스타일이고 회사생활이 20년 쯤 되다보니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해결책을 찾는데 익숙해 아이와의 문제점을 가장 효율적이면서 가능성 있는 대안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딸아기가 ‘나를 일 처럼 대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와의 갈등을 잘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으나 문제를 처럼 해결하려고 한 생각이  ‘들통’ 나버렸다.

그래도 어렵게 어렵게 매일 아침에 통화를 한다. 가끔은 자리에서 통화를 하신다.  아이가 타국에서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묻곤한다.  하루는 아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새벽까지 잠을 잘 못자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부장님은 괜찮은지, 밥은 먹었는지 최대한 친절하고 애정을 담아서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엄마가 얼른 아이를 달래고 통화를 끊고 급한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을 간파한 것 같다. 부장님은 애써 얼마나 걱정하는지 맨날 생각하는지 말로 표현해보지만 그게 아이에게 닿지 않았기에 결국 일을 핑계로 급하게 전화를 마무리 했다. 아이들은 안다. 부모가 알려주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마음을.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다 중2병.

4. 누구나 아는 대화라는 해결책

중2와 소통이 되지 않고 엇나가는 이유는 진정한 대화의 부족 때문이라는건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쉬운 수학 문제처럼 풀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어려워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고 역할을 한다. 부모, 선생님께 직접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이들이 내뱉는 그 특유의 말투가 아닌 글로 전해진 그들의 생각은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 좋다. 이 책을 계기로 부모 또는 선생님이 어른으로서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다. 중2와 함께하는 모든 어른들이 그들의 중요한 시기에 힘이 되주고 대화를 해주며 공감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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