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기존의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접근이 아닌 다위니즘과 진화라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주고 있다. 그래서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이다.’ 지구상의 생물체들은 30 억년 동안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다윈이 처음 주장했듯이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들은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른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더 파격적으로 도킨스는 이러한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가 기존에 알려진 개체나 종(집단)이 아닌 유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단위의 자연 선택을 통해 개체 수준에서 나타나는 이타적인 행동들과 사회이론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유전자 단위의 자연선택에서 중요한 개념은 바로 ‘자기 복제’와 ‘복제 오류’ 그리고 ‘생존 기계’라는 개념이다. 몇 가지 간단한 유기(또는 무기) 분자들이 원시 바다에서 존재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분자들이 수 억년 간의 화학 반응에 의해 우연히 ‘자기 복제’가 가능한 분자가 등장하였다. 복제자들의 복제물들이 빠르게 퍼져나갔을 것이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성 분자들은 부족한 자원이 되었을 것이다. 이때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복제 오류’가 중요해진다. 오류에 의해 발생한 변종 자기 복제자들은 다른 특성을 가질 것이고, 자원이 한정된 경쟁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더 적합한 분자가 자연 선택 되어 더 번성할 것이다. 이러한 자기 복제 가능한 분자가 이것이 지금의 DNA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중에 좀 더 효과적인 경쟁을 위해 연합하였을 것이고, 이것이 결국 지금의 생물체에 해당하는 생존 기계라는 형태를 만들었을 것이다. 즉, 우리 인간도 이러한 자기 복제자들이 자신들의 복제물을 전달하는 생존 기계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복잡한 사회구조와 사상, 문화 그리고 이성을 바탕으로 한 과학을 가졌기에 이러한 유전자를 복사하여 전달하는 단순한 생존 기계와 달라 보인다. 즉, 인간의 존재와 관련해서 우리가 이러한 자연 법칙의 예외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더 이상 유전자에 종속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유전자가 효율적인 조절을 위해 만들어 놓은 신경계 (뇌)가 단순히 집행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보인다. 여기에서는 문화보다 인간의 이성의 결과물인 과학을 강조하고 싶다. 과학, 특히 생물학과 나노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DNA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러한 DNA를 수정, 편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즉, 인간(뇌)이 유전자를 취사 선택을 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결국에는 자연 선택에서 인간의 이성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러난 어떤 면에서는 아직 유전자라는 기본 구성단위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인간 사회가 발전하고 고도화되었어도, 돈의 인간에 대한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인간의 생활, 권력 등이 모두 돈에 의해서 작동되고 있다. 인간이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점점 더 추구하게 된 것이다. 즉, 이런 상황에서 돈을 매개로 해서 유전자의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 즉, 돈을 탐하는, 돈을 잘 벌게 도와주는 유전자가 있다면, 이러한 유전자가 선택되고 강화될 것이다. 특히 위에서 말한 과학 기술과 결합한다면 이러한 진화의 방향이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도 ‘Mem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듯이, 생각의 진화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에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Inception’이 생각났다. 거기에서 초반부에 주인공의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What is the most resilient parasite? A bacteria? A virus? An idea. It is resilient. highly contagious. Once an idea has taken hold of the brain, it’s almost impossible to take out. 즉, 유전자의 진화와 유사하게 아이디어의 전염성(resilient)은 자기 복제 그리고, 중독성(contagious)은 파급력, 경쟁력을 의미할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지금의 시대에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 기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 아이디어가 퍼지고 정착되는데 한계가 있었다. 개인이 실현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파 자체에도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전과 자본 시장의 발전으로 누구나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어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서 아이디어의 진화와 발전의 개념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고 이와 관련해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