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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콘텐츠의 미래 ★★★★☆

[읽게 된 동기]


2018년부터 읽던 책.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눈길이 간 제목. 하지만 2018년에는 다 못 읽고… STEW 지정도서여서 겨우 읽음.

[한줄평]


콘텐츠의 미래. 아니, 어쩌면 인류의 미래.

[서평]


콘텐츠 함정

◆ 더 좋은 콘텐츠가 정답이라는 착각

누구나 좋은 콘텐츠에 감동한 적은 있을 것이다. 그 콘텐츠가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책이 될 수도 있다. 스포츠 경기가 될 수도 있고,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다. 처음 콘텐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뭐야 꼭 영어로 해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마 대학생때 였을 거다. 콘텐츠를 단지 ‘내용’이라고 번역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있듯, 이제 콘텐츠는 번역할 수 없는 단어 자체가 돼 버렸다.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매일 열어보는 포털 사이트며, SNS, 뉴스, 블로그 등 콘텐츠 없는 세상은 정말 재미없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늘 더 재밌고, 좋은 콘텐츠를 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늘 좋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을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실망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뭐야, 이게 왜 베스트셀러야’라며 시간 낭비라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좋은 콘텐츠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좋은 콘텐츠’라는 것 자체가 모호하다. 각자가 가치를 두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콘텐츠란 없다. 그렇다.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 당한다. 스스로가 하루 내 소비하는 콘텐츠를 철저히 계산해서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들리는 음악 소리, 음식점에 틀어 둔 TV 프로그램, 동료가 건넨 링크 등 스스로가 제어할 수 없는 소비가 무수히 많다. <콘텐츠의 미래>는 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수백 페이지를 통해 설명한다. ‘콘텐츠 질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말이다.
“디지털 산불, 즉 디지털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과 실패의 전파는 콘텐츠의 질이나 어느 개인의 행위보다는 개인들 간의 밀접한 관계에서 더 많이 비롯된다.”
내가 읽은 이 책 역시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책이다. 아마 SNS 인플루언서들이 좋다고 칭찬하는 글을 보고 구매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다. 많은 멤버가 이 책의 존재를 몰랐고, 지정도서기에 읽고 있다. 이들은 결코 콘텐츠를 ‘선택’하지 않았다. STEW 독서소모임 멤버는 도서가 아닌 ‘STEW’를 ‘선택’했다. <콘텐츠의 미래>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도서(콘텐츠의 질)’가 아닌 ‘STEW(연결)’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STEW 내 누군가는 발제자로서 ‘도서(콘텐츠의 질)’를 선택했을 것이고, 그 누군가는 콘텐츠의 질에 집중한 것이 아니냐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 정말 그 누군가는 콘텐츠의 질에 집중해서 도서를 고른 걸까? 전혀 다른 정보 없이 딱 이 도서를 선택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편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콘텐츠 또는 사건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편적으로 올바른 해결책을 찾는 경향이 있다.”
<콘텐츠의 미래>는 단지 ‘추측’으로 상상을 마치는 독자들에게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사례로 설득한다. 저자 바라트 아난드 교수의 말 그대로 ’20년’ 치 콘텐츠 역사로 말이다.

◆ 콘텐츠 비즈니스 하며, 콘텐츠 함정 벗어나기

블로그 내 160개가 넘는 서평이 증명하듯 나는 지속해서 읽고, 쓴다. 책 160권을 읽은 것이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160개 책을 읽고 쓴 서평은 대단하다. 쓰기는 단순 정보 습득만으로는 할 수 없다. 특히 내 서평은 내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책을 단순 요약하는 서평과는 또 다르다. 서평 하나하나가 내 콘텐츠다. 나는 콘텐츠를 만든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콘텐츠를 자신과 동일시 한다. 쉽게 말해 콘텐츠 즉, 서평을 욕하면 마치 내게 욕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 콘텐츠를 칭찬하고, 감사를 표하면 마치 나를 칭찬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콘텐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콘텐츠 비즈니스는 또 다르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비즈니스 앞에 어떤 것이 붙던, ‘비즈니스’다. 수익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내 블로그는 콘텐츠로 가득 차 있지만, 비즈니스는 아니다. 2009년부터 11년째 운영 중인 이 블로그는 수익이 없다. 중간에 잠시 광고를 붙였지만, 출금한 적은 없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이 블로그는 ‘폭망’한 비즈니스다.
“인터넷이 신문에 끼친 영향이 그 이전의 다른 요인들이 끼친 영향보다 크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문이 지닌 진짜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 그중 하나가 종이 신문들의 비용 구조다. 신문의 제작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경제 용어로 ‘고정비(fixed costs)’다.”
내가 이 블로그에 들인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내 서평 하단에는 ‘인상 깊은 문구’가 있다. <콘텐츠의 미래>는 종이책이다. 그렇다. 다 내 손으로 타이핑했다. 이 작업에만 무려 3시간이 걸렸다.
▲참 많이도 접었다.
3시간. 2019년 최저시급은 8,350원이다. 단순히 최저시급으로 계산해도 내 3시간은 25,050원이다. 여기에 서평을 쓰는 시간도 있다. 게다가 서평을 작업하는 시간은 최저시급으로 계산할 수 없다. 내 경험이 담겨있기에 ‘단순노동’으로 치기엔 무리가 있다. 여기에 내 워드프레스 블로그가 돌아가는 AWS 호스팅비, 워드프레스 유료 테마, 내가 글을 쓰는 공간 비 등 다양한 비용이 있다. 그렇다. 콘텐츠 제작에는 비용이 필요하다.
“수많은 미디어 비즈니스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콘텐츠의 질이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다. 고정 비용 구조 때문이다. 서로 경쟁하는 네트워크와 플랫폼 때문이다. 누군가의 보조재로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바로 연결 관계에 있다.”
콘텐츠 제작자는 콘텐츠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콘텐츠 제작에는 자신의 가치에 따라 콘텐츠 가치가 매겨진다. 즉, 콘텐츠 제작자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수록 콘텐츠 가치를 높게 생각한다. 이는 무한루프를 돈다. 만약 콘텐츠가 가치 있게 팔렸다면, 자신의 가치도 높아진다. 그리고 한 번 높아진 자신의 가치는 다시 낮춰 생각하기 쉽지 않다. 높아진 가치로 콘텐츠 가치도 높아진다. 콘텐츠 제작자의 부담이 높아진다. 즉, 콘텐츠 제작자는 콘텐츠가 잘 팔릴수록 콘텐츠 질에 집중하게 된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언제나 콘텐츠 자체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그런데 이것이 함정이다. 콘텐츠의 힘은, 네트워크 효과의 강력함을 지닌 사용자 연결의 힘에 점차 눌리고 있다.”
앞서 말했듯, 콘텐츠를 선택하는 데 콘텐츠 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콘텐츠 제작자가 콘텐츠 질에 집중한다고 해서 꼭 콘텐츠가 잘 팔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자는 콘텐츠가 잘 팔리면 몸값이 높아진다. 몸값이 높은 콘텐츠 제작자가 꼭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편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콘텐츠 또는 사건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편적으로 올바른 해결책을 찾는 경향이 있다.”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 상대가 원하는 음식을 함께 먹어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부장님이 ‘나는 짜장면’을 외쳐서 ‘나도 짜장면’을 외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가 사골국을 한 솥 끓이셔서 일주일 내내 사골국을 먹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사무실에 카누가 떨어져 맥심을 먹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인이 왜 돈가스를 먹지 않고 김밥을 먹었는지, 왜 사원이 짬뽕이 아닌 짜장면을 먹었는지, 왜 김치찌개 대신 사골국을 먹었는지, 왜 카누 대신 맥심을 먹었는지를 돈가스, 짬뽕, 김치찌개, 카누의 품질에서 찾으면 답이 안 나온다. 게다가 돈가스, 짬뽕, 김치, 카누 판매 하락 원인을 이런 수많은 맥락에서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가장 쉬운 답은 ‘더 맛있게 만들자’가 될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 제작자는 콘텐츠 질에 집중하는 ‘콘텐츠 함정’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 깊이 생각하기, 문제 찾기, 해결책 제시하기

저자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콘텐츠 ‘연결’을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처럼 다양한 사례를 찾고 연구해서, 선택하기란 비즈니스 세계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시간 자체가 없다. 비즈니스 세계는 늘 촉박하다. 성과 압박 속에서 너무도 해맑게 “부장님! 저는 사례를 찾아, 연구해서 6개월 뒤에 판매 촉진 방안을 내놓겠습니다! 그동안 건들지 마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자는 없다. 사람, 돈, 시간.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원은 늘 부족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결과는 내야 한다. 결국 바로 눈앞의 선택을 한다.
“고정비를 줄이는 일은 이보다 더 힘들다. 미디어 기업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드는, 대본이 필요한 드라마에서 비용이 적게드는, 대본이 필요 없는 리얼리티 쇼로 옮겨가는 추세는 이미 부인할 수 없는 방송업계의 변화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질’을 높이는 선택은 사실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개발자에게 ‘좋은 코드를 짜라’던가, UI/UX 디자이너에게 ‘사용자에게 익숙한 디자인’을 하라던가, 비즈니스 기획자에게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라던가 따위는 하나 마나 한 얘기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질을 높이자’는 말은 굳이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다음으로 손쉬운 선택은 남 따라 하기다.
“<뉴욕타임스>가 온라인 콘텐츠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유료화를 실시한 것은 2011년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 타임스실렉트라는 디지털 구독 방식을 실험한 바 있다. 어느 임원의 말에 따르면 타임스실렉트는 ‘거의 직감으로’ 시작해서 ‘후딱 만든’ 프로젝트였다.”
최근 구독 경제가 대세다. 지난 새벽 애플은 애플 뉴스, TV, 게임 등 다양한 구독 경제 서비스를 대거 공개했다. 이미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굵직한 기업들이 구독 경제를 리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쉬운 선택은 ‘우리도 구독 경제하자’가 되겠다. 나 역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이처럼 손쉬운 선택을 하곤 했다. 어쩔 수 없다. 혁신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안이 되는 것은 꼭 혁신해야 하는 것은 아니란 점일까?
선데는 이 아이디어를 듣고 업계가 보였던 반응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가디언>의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는 우리 아이디어를 듣고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자기 팀과 함께 신문에 나온 기사 중 이전 24시간 동안 일어난 일과 관련이 있는 기사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았답니다. 그러고는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거의 없으니까요. 기사 중 70퍼센트가 24시간 이전에 미리 알려진 주제를 다룬 기사였던 겁니다.”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고객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직장인에게 고객은 꼭 외부 고객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선택을 하고 결과를 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깊이 생각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책까지 제시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콘텐츠 함정은 알고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굳이 길게 써야만 했나

◆ 너무 두껍다

<콘텐츠의 미래>는 무려 743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농담이 아니라 작년에 이 책을 백팩에 넣고 다녔더니 허리가 아팠다. 책을 두고 다니자 허리 통증이 사라진 것은 정말이다. 책 뒷표지에는 ‘디지털 변혁 20년 역사에서 지속성장한…’이라는 문구가 있다. 글쎄, 굳이 20년 역사를 다 적었어야만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투나 풀어가는 방식이 딱딱한 것은 둘째치고, 책이 무거운 것은 정말 큰 장벽인 것 같다. 가뜩이나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토록 두꺼운 책은 자리를 잡고 앉아야만 읽을 수 있게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책을 오랜 시간 읽으며 밑줄 친 것만 3시간 동안 옮겨쳤다. STEW 멤버들도 지금 굉장히 괴로워하며 읽고 있다. 양적 측면에서 보자면, 차라리 2편을 출판했으면 어떨까 싶다. 서점에는 정말 얇디얇은 책도 많은데, 이 정도 퀄리티라면 절반을 쪼개 2권으로 출판했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을 것 같다. 내용이야 이정도 분석력을 갖춘 저자라면 절반을 나눌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 더 핵심을 뽑았어야

책이 두껍다는 얘기와 겹칠 수도 있겠다. 절반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절반으로 압축도 할 수 있겠다. 워낙 방대한 자료를 모으다 보니, 지루한 감도 있었다. 완전히 분할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를 나눴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최근 많은 유료 독서모임이 생겨나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정도 두꺼운 책을 6회에 걸쳐 나눠 읽는 모임이었다. 나눠 읽을 수는 있다. 하지만 회당 2만 원씩 총 12만 원을 내며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추측컨대 이 정도 방대한 책을 홀로 소화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싶다. 사실, 이 책을 소화할 수 없다면 콘텐츠 비즈니스 세계를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생각한 독자는 꽤 한정적일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좀 더 핵심을 뽑아야 했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 부차적인 자료는 제거해야

책을 읽으며 웃음이 새어 나온 부분이 있다.
혹시 유튜브에서 ‘3초 후에 광고 건너뛰기’라는 자막을 보고, 왜 3초인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3초만 지나면 광고주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구글의 유튜브 광고 운영 정책에 대한 본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저자가 확인하는 중입니다.)
상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이정도 퀄리티 책에 실은 이유가 뭘까 싶더라. 심지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았음에도 말이다. 방대한 책을 읽으며 지쳐가던 찰나, 이 문구는 별 한개를 깎는데 충분히 명분으로 작용했다. 콘텐츠 질에 중점을 두는 ‘콘텐츠 함정’에 빠져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맘 놓고 뒷걸음질 치면 안 된다.

연결하라

◆ 글감 연결하기

2011년 대학교 4학년 때 멘토링을 하면서 들었다.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가 왕이라고. 이후 나는 개발자가 됐고, 콘텐츠 큐레이션 아이템을 들고 창업했다. 그리고 지금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가 됐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블로그 관련 책을 두 권 사서 읽고, 바로 글을 썼다. 책 두 권에는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일단 쓰라’고 했다. 나는 내가 기자가 될거라 생각치 않았다. 글쓰기 덕분에 선생님과 교수님에게 칭찬을 받았던 기억은 있다. 성당에서 신부님이 다른 성당으로 옮겨가게 됐을 때 학생회장 자격으로 편지를 읽은적이 있다. 백여명 신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든 기억도 있다. 어찌보면 원래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채로 태어난 것 같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글쓰기에 대해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 기자를 1년간 경험해서인지, 블로그를 11년째 운영해서인지 모르겠다. 꽤 다양한 경험을 해서인지, 늘 새로운 생각을 해서일지도 모른다. 3년째 매일 뉴스 큐레이션을 해서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글감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글감을 연결하는데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제목을 짓거나, 적절한 포인트를 짚는데 한 단계 올라선 것 같다. <콘텐츠의 미래>는 ‘연결’에 대해 깊이 주장하고 있다. 내용 측면에서 내가 발휘하고 있는 역량이 저자가 말하는 ‘콘텐츠 함정’에 빠지지 않고, 좀 더 나은 방향성임엔 틀림없다. 글감을 연결하는 글쓰기를 쓰다 보니 저자 말에 좀 더 공감된다. 연결은 분명히 의미 있다.

◆ 커리어 연결하기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고 있다. 개발자, 창업자, 기자는 서로 다른 포지션이다. 분명 어느 포지션에서도 강하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분명한 것은 점차 성장하고 있고,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법은 역시 연결이다. 서로 다른 포지션임에도 나는 이 포지션을 연결했다. 개발자를 하면서 미디어에 관심을 뒀다. 그래서 미디어 분야 앱 비즈니스로 창업했다. 개발자 경험이 도움이 됐다. 창업자를 하면서도 프리랜서 개발자를 겸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왜 ‘돈돈돈’ 하는지 명확히 느꼈고, 창업자들이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지 느꼈다. IT기자로 포지션을 옮겼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자로 주로 개발자를 만난다. 개발자 경험은 물론 미디어 창업 경험도 도움이 됐다. 내가 연결에 능숙한 사람인 것인지, 연결이 돼서 옮겨진 것인지, 옮기다 보니 연결 된 건지 명확한 인과관계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커리어를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고, 점차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 STEW, 삶을 연결하기

2011년, STEW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신세계에 온 것 같았다. 그때까지는 내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친구들이 없었다. 나는 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없었다. 또래집단이 형성되는 초등학교 때 잦은 이사가 한몫했다. 물론 가장 문제는 내 성향이었다. 도통 나와 비슷한 성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비슷한 친구들이 모인 첫 조직이 STEW다. STEW에는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있었다. 성장에 대한 갈망,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강인함,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배려. 나는 이들과 함께인 게 좋았고, 지금까지 9년째 함께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너 돈 없잖아’, ‘뭔 생뚱맞게 축구 구단주야’, ‘응 이미 늦었어’, ‘그건 다음 생에 태어나서 해라’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어른들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역시 성향 차이일 것이다. 내가 좀 더 이상향을 꿈꾸는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다. 정답은 없다. 다만, 난 이상을 좇는 사람들이 더 좋았다. 나도 안다. 현실은 차갑고, 벽은 높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내가 원하는 방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직은 좀 더 내 방향성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9년째 이들과 함께했더니, 새로운 문이 열렸다. 이들을 이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함께하는 이들의 삶 그리고 내 삶. 이들과 함께 찍어둔 점을 연결하고 있자면,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무거운 사회를 이겨낸 느낌이 든다. 연결은 다른 차원을 내게 줬다.

마무리

좋은 책이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선 가장 좋았다. 이제 관건은 이 책을 나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되겠다. 메인 비즈니스도 그렇고, 내 앞으로의 커리어, STEW 그리고 내 삶까지. 앞으로 기다리는 무수한 점들을 어떻게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연결할지 흥분, 기대감, 걱정 등 다양한 감정이 밀려온다. 어쩌면 이 책은 콘텐츠가 아닌 인류의 미래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는 하나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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