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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콘텐츠의 미래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 모임 3월 지정도서여서 읽기 시작했다.

[한줄평]

콘텐츠의 몰락

[서평]

  1. 책의 제목은 실제 책 내용과 괴리가 있다. the content trap을 콘텐츠의 미래로 변역한 것은 다소 책의 내용을 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보단 개인적으로는 “장인정신의 종말 –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실패한다” 정도의 제목이라면 자극적이긴 하지만 괜찮을 것 같다.

책은 결코 콘텐츠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다. 전통적으로 콘텐츠는 텍스트나 이미지, 영상 등과 같은 것을 일컫지만 이 책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그러한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가 연결되고 전파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철저하게 비즈니스적 시각에서 만들어진 책으로 콘텐츠 제작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읽는다면 다소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을 잘 만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봐 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애니콜 화형식과 같은 사례는 좋은 제품에 대한 믿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 이러한 생각에 맞춰줘 있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보며 그러한 유산이 사라졌음을 안타까워 하고 새로운 것을 혁신하는 것과 한가지 일을 꾸준히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을 동일하게 가치있는 것으로 두고 가르킨다.  이러한 믿음을 콘텐츠의 미래는 정면에서 반박한다. 실제 성공에 이르게 하는 요인은 콘텐츠의 품질이 아니라 콘텐츠 간의 연결관계, 사용자 간의 연결 관계, 기능 간 연결관계라고 이야기 하면 오래된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이 이러한 조류를 따라가지 못해 사라진 사례와 정말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기업들이 조류에 순응하며 새로운 대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사례를 풍부하게 보여주면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연결관계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러한 관점이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기업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 움직여야하고 바뀐 온라인 환경의 특성을 파악해 이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실제 기업의 결정이 정말로 고객에 맞춘 것인지, 온라인 환경의 특성에 맞춘 것인지에 관해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러한 혁신을 끌어내지 못했고 그 대가로 사라졌다. 이 책은 사라진 그들의 잘못된 선택을 재조명하고 반대로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한 기업들(ex 아마존, 섭스테드, 구글, 텐센트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강화해나간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한다. 그들은 어떠한 학문에 대하여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을 받음으로써 이론에 대하여 배우고 나간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이론을 잘 적용시켜 현실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책은 그러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특히 경영학 교수답게 보완재와 대체제의 구별에 관한 파트에서 이러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준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복잡한 걸 간단히 만들고 이를 통해 이해하는 것을 좋아한다. 경제학도 경영학도 상당히 많은 내용을 배우지만 실제로 적용될 땐, 매출과 비용, 혹은 마케팅 등 제한적은 분야로 나뉘어 생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부분의 연결관계를 보아야 한다. 보완재와 대체재가 특히 그러하다. 책의 사례 중 월마트가 초기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엉뚱하게도 더 많은 물류창고를 만든 것이다. 물류창고는 비용이다. 비용을 늘려도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경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비용이라는 의미에서 물류창고는 월마트에 있어서 수익과 대체관계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월마트는 물류창고를 늘림으로써 고객에게 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수익의 증대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비용과 수익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순환 과정에서 파악해야 어떠한 요소의 특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사람들이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잘 못 이해하는 경우는 사실 흔하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과 관련하여 사람들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타이밍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고나면 분명 생각이 바뀔 것이다. (안 바뀐다면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접는게 나을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에 너무 매몰되면 결과적으로 실제 고객에 어떻게 전달되고 전파되는 지를 고려하지 않게 된다. 개인적 경험으로 이러한 함정에 빠진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무엇이 잘못인지 몰랐었다. 매번 프로그램을 다듬고 다른 곳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격차는 벌어지지 않았고 처음의 성공과 달리 다음의 다다음의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짧았던 기억이 항상 머리 속에 의문이자 미련으로 남아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당시 내가 제품중심적 마인드로 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시기 탓을 하면 핑계를 찾았으면서 타이밍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측정 가능한 지표를 모두 무시하고 운이 없었단 말로 이를 이해하고자 했던 어리석음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동안 스스로 유연하다 생각했던 나 자신의 생각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길고 긴 책이었지만 긴 만큼 더욱 더 확실하게 자기 반성을 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책을 덮는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책의 구절과 같이 나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을 해야 한다, 어느새 익숙해진 이 세계를 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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