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W

[서평] 애널리스트에게 배우는 리서치 교과서 ★★★☆☆

[한줄평]


빠르게 훑어보는 대략적인 리서치

[서평]


새로운 일을 만들었다. 커뮤니티 STEW 경영소모임에서 확장한 것인데, 인기 있는 아세안 시장을 분석하는 팀이다. 아세안 비즈니스 랩, <아비랩>이다.

컴퓨터 전공 후 개발자 출신의 나는 IT 기자를 하고는 있지만, 기자가 가져야 할 리서치 소양이 부족하다.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IT 도구를 활용해 따라가고 있지만, 정보에서 인사이트를 뽑고, 데이터로 예측을 하는 등 고급 해석 능력을 좀 더 키우고 싶었다.

아비랩에서는 아세안 시장 정보를 전달한다. 잘 모르는 아세안 시장 정보를 찾고, 의미있는 정보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IT 분야는 익숙하기에 수년째 큐레이션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분야는 다소 막막했다. 게다가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었다. 리서치 작업이 필요했다. 역시 책에서 배우기로 했다.

리서치는 내게 새로운 분야이고, 다소 무거운 분야이기에 두꺼운 책을 피하고 싶었다. 서점에서 얇은 책 중 구성이 괜찮아 보이는 책을 골랐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용어들

4S, Structure(구조), Statistics(통계), Share(점유율), Strategy(전략). 환경 분석, 가설 세우기, 규제 동향, 환율, 업계 특성 등. 어디선가 들어봤던 단어들이 쏟아졌다. 그동안 읽어온 경제/경영 도서가 도움이 되기도 했고, 학부 시절 들었던 교양 과목이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기자 생활을 하며 주워들었던 단어들도 많더라.

생각보다 막막한 분야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찍어둔 점들은 많은데, 도통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역시 주워들어서는, 책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직접 해보지 않았기에 이해도가 더 올라가진 못할 것이다.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상식적인 용어라도 처음 듣는 사람으로서는 전문 용어를 바로 알아듣기 어렵다. 그러나 녹취를 해서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듣다 보면 전문 용어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모르는 단어를 반복하여 듣다 보면 서서히 귀가 뚫리는, 영어 청취의 요령과 똑같은 원리다.

3년여 큐레이션을 해온 것도 도움이 됐다. 기사를 많이 접했기에 각 부, 처, 협단체 등의 존재를 안다는 것 자체도 도움이 됐다. 저자는 일본인인데, 역자가 한국 사정에 맞게 각 단체를 바꿔서 나열해 편히 보면 된다.

증권사 리포트, 대기업 연구소 리포트 등 역시나 읽을거리는 많다. 하지만 본업이 아니기에 시간을 쪼개 이 자료들을 따라가야 한다. 무작정 읽을 수도 없고, 나름의 전략이 필요할 터. 역시 그 단계까지 올라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업종과 기업에 관해 조사할 때는 공공 기관의 조사 보고서를 적극 활용하자. 특히 주요 업종별로 OO산업진흥원, OO산업연구원 등의 이름을 쓰는 공공 기관들이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OO산업 연감’, ‘OO산업 총람’, ‘OO산업 보고서’ 등의 인터넷 키워드 검색으로 확인해 보자.

생각보다 머릿속에 찍어둔 점이 많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책을 훑었다.

도밍고컴퍼니,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했었다. 이때도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들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아주 부끄러워졌다. 200페이지 얇은 책에 적힌 내용은 리서치의 기초일 텐데, 사업을 만들던 대표자가 리서치의 기초도 모른채 사업을 기획했다. 이제는 이해하지만, 당시 사업계획서를 쓸 때 시장성 분석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나는 당장 만들 수 있다고 속으로 되뇌었던 것이 생각난다.

마치 적군의 함정 속으로 돌진하는 경험 없는 병사와 같았다.

사업 회사의 IR 정보를 통해 시장 규모를 알 수도 있다. 가령 반도체 업계의 경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통계로 국내 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업계는 주요 기업이 이미 해외 사업을 상당히 과대한 상태이므로 해외의 지역별 시장 동향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회사 IR 자료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도밍고컴퍼니를 운영하며 만들었던 자료에서 나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었는지 떠올리니 심히 부끄러웠다.

현재 일하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며 조직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비전을 그렸는지 부끄럽더라.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다.

반대로 취급하는 사업의 시장 규모가 극도로 작다고 판단되면 진입 포기를 검토할 수 있다. 또 취급하는 사업의 시장 규모보다 자사의 규모가 극도로 작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사업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이 취급하는 사업의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내가 건의하고 통과되지 못한 수많은 제안은 통과되지 못해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비랩에서

리서치가 무엇인지, 인사이트를 도출하려면 어떤 데이터들이 필요한지, 그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하는지 등 그동안 막연히 그려온 분야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볼 수 있었다.

사실 몇몇 리서치 회사 지인과 컨설턴트에게 물어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섹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며, 단순 노동이 태반인 자신의 업무를 들려주기도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왜 자료 조사의 중요성을 무시했을까?

1차 통계는 크게 보아 동태 통계(산업 활동의 단기적 동향을 파악하는 통계)와 구조 통계(산업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초적인 통계), 그리고 기업 통계(기업 활동을 파악하는 통계)로 나눈다. 동태 통계에는 기업의 생산 및 출하율을 조사하는 산업활동동향 등이 있다. 또 구조 통계에는 제조업 및 서비스업 현황 조사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통계 조사에는 산업별 기초 조사 등이 있다. 한편 2차 통계 조사에는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등이 있다.

화려함만 좇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혹, 화려함만 담당하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화려함을 위해 묵묵히 함께하는 동료가 있을 것이다. 모든 직업, 산업은 명과 암이 있으니 화려함만 좇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서치에서 자료 조사는 무척 고된 일이다. 시간을 중요시하고, 효율성과 합리성에 중점을 두는 나로서는 묵묵히 자료를 조사하는 일은 특히나 쉽지 않다. 하지만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역시 이겨내야 할 작업이다.

아비랩에서는 아세안 시장 이야기를 전한다.

이제 리서치가 어떤 작업을 필요로 하는지 알았으니, 좀 더 깊이 아비랩에 에너지를 쏟을 차례다.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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