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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읽게 된 동기

stew 지정도서. 서평을 써야한다는 의무감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기 힘든 책.

한줄평

역사 지식이 많은 자에겐 정말 좋은책, 그렇지 않다면 약간은 버거운 책.

서평

내가 가진 역사지식이라고는 중 고등학교 때 배운 세계사와 그 이후 소소하게 쌓인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정도다. 이런 배경지식을 가진 내게 ‘세계질서’란 책을 솔직히 말하면 버거웠다.  몇 몇 분들이 번역체로 인한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지만, 그냥 이 책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책이다.  그 이유는 저자가 친절하게 하나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지 않고, 이미 독자가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슬람과 중동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챕터는 이슬람과 중동에 대한 부분이다. 현대사를 생각하다보면 종교는 국가와 구분된다. 한국사의 경우도 신라, 고려 등 먼 역사를 제외 하다보면 역사에 있어 ‘종교’가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축소된다. 유럽역시 중세시대에 종교에 따라 통치하던 시기와 달리 근현대에 가까워질 수록 종교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하지만 중동의 경우 그렇지 않다. 순수한 형태의 이슬람교에서 국가란 종교적 독립체로 옮겨가기 위한 중간적인 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는 다른 국가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베스트팔렌의 원칙, 불간섭주의는 이슬람의 측면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국가는 세속적이어서 정당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세속적이어서 정당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순수 이슬람교를 생각할 때 극단주의자, 지하드, 하마스, 헤즈볼라, 탈레반 등의 단체들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범국가적으로 활동하는 그들은 국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으며, 오로지 종교와 믿음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지하드 전사 ISIL은 시리아와 이라크 서부의 점령 지역에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는 일에 착수했다. 다마스쿠스와 바그다드 정부는 더 이상 그 지역에서 통치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에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란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인다. 국가의 정당성, 민주주의, 국민들의 요구 등보다는 교리를 실천하고 믿음을 실현하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

 

-아시아의 질서 

근대화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신생국가’ 또는 ‘탈식민 국가’로 분류된다. 식민지 지배 후 독립을 했거나, 식민지 체재를 전복하고 새로 생겨난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는 식민주의의 피해를 입은 국가다. 이 국가들은 독립을 하면서 베스트팔렌의 원칙을 끌고 갔다.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위협받는 중동과는 달리, 아시아에서는 국가란 독립적이고 정당한 단위로 인정되었다.

 

“식민 시대 이후에 생겨난 다양한 국가들은 대체로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서로의 국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국제 조직의 규범을 따르고 지역 내에서 혹은 지역 간에 경제, 사회 조직을 수립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아시아에 대해서 설명할 때 ‘서부열강’을 기준으로 두고 아시아를 그린다는 점이었다. 세계 2차 대전의 일본, 동남아시아의 부상,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세계질서의 균형 등을 설명할 때 아시아 그 국가 자체의 입장에서 설명하기 보다는 이미 서부의 균형 속 ‘아시아’로 봤다는 점이다. (사실 저자가 미 국무장관인 점을 고려하면 어쩔수는 없지만) 예를들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아시아의 질서 체계에 해당하는가? 유럽의 균형 상태에서 주요 당사자들의 관심사는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했다.(…) 그런데 아시아에는 그렇게 일치되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의 아시아 질서에는 외부 열강들이 없어서는 안될 특징으로 포함되어 있다” 

“현대의 미국은 종종 세력 균형을 잡아주는 국가로서의역할을 요청 받아왔다. (…)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에서는 아시아 패권을 잡으려는 일본을 물리쳤다.”

“서서히 발전하는 아시아 체계는 앞선 내용에서 다루지 않은 다수의 국가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책을 읽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라든가, 9.11 테러 이후 부시와 이라크의 싸움, 그리고 이라크 종족 분열과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 등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은 역사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인상 깊은 문구

-국가에게 역사는 인격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이 보기에 칼리프의 주요 임무는 마호메트가 보여주고 세운 것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통과 합의를 따르는 사람들”을 줄여 말한 수니파가 되었다. 반면 알리시트알리파에게 새로운 이슬람 사회에 대한 통치 작업은 비전의 요소가 수반된 영적인 임무이기도 했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갈지 안다고 가정하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경시하면 장기적인 위험이 수반된다.

-아랍의 봄은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신세대의 반란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곧 무시당하고 붕괴되고 진압되었다. 들뜬 기분은 마비 상태로 바뀌었다.

-(중동을 설명하던 중)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외교적 연합은 민족주의적 군사 독재 국가들이 직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었다. 소련과의 연합도 정치적인 목표를 촉진하지 못했고, 미국과의 연합은 사회적 문제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아시아’라는 말은 이질적인 국가들로 이루어진 한 지역이기 때문에 기만적인 일관성을 지닌다.

-근대 서구 열강들이 출현하기 전까지 어떤 아시아 언어에도 아시아 라는 단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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