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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군과 나 ★★★★☆

[한줄평]

한국전쟁 초부터 그 끝까지, 전쟁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

 

[읽게된 계기]

호국보훈의 날을 맞아, 오랜만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다가. 한국전쟁의 세세한 부분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저자에 대한 논란(저자 : 백선엽)과 별개로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과 생생한 사건들에 대해서 알 수 있어 의미있었다.

[서평]

글은 개전과 함께 시작된다.

전쟁의 시작 

“사단장 각하, 적이 전방에서 전면적으로 침공해 왔습니다. 개성이 대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벌써 점령당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급박한 전화와 함께 당시 육군 대령이었던 저자의 이동으로 책은 시작한다. 이미 수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한강을 사수하려는 명령에 1사단은 철수하지도 못하고 적군과 맞썬다. 밀려오는 인민군에 좌우방이 뚫린 국군은, 고립에 가까워져서야 가까스로 한강을 도하한다. 그렇게 밀리고 밀려 국군은 낙동강까지 내려온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라면 미 트루먼 대통령과 유엔의 동의로 연합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이다. 당시 미부대는 낙관적이었다. 세계대전 후 일본을 항복시켰다는 기쁨에 사기가 하늘까지 치솟아 올랐던 미군들이었다. 하지만 인민군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8.15 광복절까지 ‘해방전쟁’을 끝낸다는 목표로 필사적으로 공세에 나선 잘 훈련된 병사들이었다.

다부동 전투, 북진

책을 통해 당시 얼마나 다급했고 절망적이었는지 상황을 알 수 있다. 며칠째 고립된 고지에서 물한모금 먹지 못하고 싸우던 장병들은 적군에 밀려 후퇴하게된다. 당시 대령이던 저자는 선봉에 나서 장병들을 돌려 세운다.

“우리는 여기서 더 후퇴할 장소가 없다. 더 밀리면 곧 망국이다. 우리가 더 갈 곳은 바다밖에 없다. (…)

내가 선두에 서서 돌격하겠다. 내가 후퇴하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사단장이 나서 싸우는 모습에 장병들은 사기를 충천하고, 제공권을 장악한 미군의 폭격과 함께 국군은 적을 무찌른다.

낙동강의 전선을 가까스로 지키며 다부동에서 적군을 섬멸한 1사단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과 함께 북진을 시작한다. 책에 서술된 바에 따르면 인민군은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지 1주일이 지났을 때 까지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사기가 떨어질까봐 북한 상부에서 이를 전선의 병사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인민군은 천상륙작전 성공 소식과 끊어진 보급로를 곧 알게되었고 전세는 역전된다. 결국 국군에 밀려 평양까지 내주게 된다.

평양 입성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하필 많은 날중에 10월 1일이 국군의 날로 선정된 것은 서울 수복 후 국군이 다시 38선을 돌파한 날이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남한 대부분을 인민군에게 내줬던 국군은 1달 좀 넘어 38선을 돌파하고 10월 13일에는 평양에 입성하게 된다. 얼마나 진격속도가 빨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격렬한 시가전 끝, 국군은 평양에 입성했고 인민군이 죽이고 간 수 많은 시체들을 마주하게 된다. 시체 속에는 포로로 잡혔던 미군들까지 섞여있었다.

저자는 원래 평양 출신이다. 이 때문에 국군을 빼놓고 평양에 먼저 입성하려는 미군에, 국군이 평양입성을 먼저 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했다. 평양 진격 도중 한 통신 참모가 적의 전화선을 발견하고 도청을 하다 적군과 통화가 된다.  평양 사투리를 할 수 있는 저자는 직접 전화에 대응했다.

“동무, 지금 상황이 어떤가” -저자-

“지금 미 제국주의자의 탱크가 수백 대 몰려오고 있다” -인민군-

“동무, 최후까지 저항해야 되지 않겠느냐” -저자-

“무슨 소리냐, 빨리 후퇴해서 살겠다” -인민군-

이렇게 책은 전쟁 속 다급한 사연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자는 , 전쟁 흐름의 파악과 함께 당시의 상황을 더 가까이 할 수 있게 된다.

참담한 후퇴 

그렇게 평양을 탈환한 국군은 북진에 북진을 거듭해 청천강까지 가게 된다. 실제로 당시 미군은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갈 수 있겠지란 생각이었다. 그만큼 전쟁의 끝이 코앞이었다. 국군 누구도 그리고 미군도 중공군의 참전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이 사전에 중공군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결론은 개입 여지가 없다고 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공군 또한 소리없이 조용히 침투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이동하지 않고, 밤에만 대규모 병력이 내려왔으며, 밥을 먹기 위해 불을 피우지도 않았다. 보리, 콩 등 조금의 식량을 배에 차고 내려온 중공군에 우리는 경계를 늦췄던 것이다.

그렇게  중공군의 수는 무려 60만 대군이었다. 압도적인 중공군의 역습에 우리는 1후퇴에 후퇴를 거듭한다. 1.4 후퇴를 통해 서울의 주인은 다시 바뀌게 된다.

수로 밀고 내려온 중공군이지만, 그들의 단점은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한번 대규모 공격을 통해 밀고 내려온 중공군은 며칠이 지나면 소리없이 사라지기 일 수였다. 이를 파악한 우리군은 처음에 겪었던 공포감을 던지고 다시 공격에 나서기 시작한다.

휴전

전쟁의 문제는 우리내부에 있지 않았다. 맥아더 장군은 북진을 외쳤다. 문제는 미국내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이다.  트루먼 대통령은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미 국민의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국 트루먼 대통령은 시종일관 북진을 외치는 맥아더를 해임시킨다.

맥아더 장군을 대신해 리지웨이 장군이 새로 부임했다. 그는 북진도 철수도 외치지 않았다. 국군의 대규모 공격은 줄었고 휴전 회담이 시작되게 된다.  휴전 회담 중 전쟁은 중단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서로 조금이라도 더 땅을 차지하려고 고지에선 백병전과 고지전이 계속되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대표와 중국대표가 필두로 나선 휴전 회담 속 우리나라는 53년 9월 휴전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한국전쟁의 전체적인 흐름과 휴전까지 도달하게 된 정치적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특히, 전쟁 중 일어난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당시 얼마나 처참했고 무자비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대는 맹목적으로 애국을 내세우는 시대도 아니고, ‘나’보다 ‘국가’에 초첨을 맞추고 사는 시대도 아니다. 다만, 현대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세계 각국의 힘과 정치, 전쟁이 어떤식으로 연관되어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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