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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모피아 ★★☆☆☆

[읽게 된 계기]


STEW에서 선정되어 읽은 책.

 

[한줄평]


음모론이라는 흥미로운 재료를 망친 과도한 MSG

 

[서평]


음모론

사회는 정말 복잡하다.

복잡해진 사회를 이해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되는 속도에 맞춰 정보를 획들할 수 있는 속도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터졌을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소식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들에게 알려진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공식적인 매체가 전해주는 내용에 의문을 던지고 숨겨진 실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펼치는 주장은 흔히 “음모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음모론자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공언한 사건에 사실 우리가 모르는 실체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라는 전제로 사건을 바라본다. 실체의 존재라는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건을 재조명하다보니 가끔 황당하게 복잡한, 즉 끼워맞추기 식의 설명을 할때도 있다. 하지만 이미 주어진 것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을 매료시키기도 한다.

 

흥미로웠던 설정과 도입부

우리나라 경제학자이자 소설가로 알려진 우석훈의 작품 <모피아>도 한국 경제에 대한 음모론을 글의 기초로 삼는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재무부 출신 인사를 뜻하는 모피아는 엄청난 부를 사용하여 사회를 본인들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어마무시한 사람들로 이들은 막대한 금융자산을 이용하여 주요 재계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또한 이를 이용해 대통령까지도 본인들의 영향력 내로 끌어들여 대통령은 사실상 경제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한국은행 팀장 출신인 주인공 오지환은 소위 “경제 쿠데타”라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을 도와 이들을 상대한다는 내용이다.

돈 많은 자들이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음모론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꽤나 흥미로운 주장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곧 권력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말이다. 그렇기에 제목과 처음 부분에서 나는 순조롭게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경제용어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건 전개를 이해하는데 경제학자라 그런지 용어가 사건 전개를 이해할때 크게 어렵지 않게 잘 풀어서 설명하였다. 영화 <빅쇼트>를 보면서 수많은 경제적 사고에 고통받았던 뇌 때문에 사건 파악을 위해 몇번을 돌려봤던 것을 생각하면 순조롭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긍정적인 요소였다.

또한 그들이 주장한 금융 엘리트들이 계획한 삶에 살고 있다는 음모론은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자본주의의 틀 안에 살면서 이런 의문을 한 번도 안 던져보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로 각종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금융의 힘이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한 쑹훙핑의 책 <화폐전쟁>이 큰 인기를 누린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우석훈 작가가 정한 기본 설정에 큰 부담을 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기본 세팅을 맞추고 사건이 전개될 복선들을 보며 흥미를 느낀 나는 이러한 도입부를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다. 모피아의 수장인 이현도가 대통령을 찾아가 방패가 되어줄 주인공 오지환을 친히 추천한다는 설정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긴 했지만, 이 또한 나중에 설명이 될 큰 그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소설의 주요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소설에도 과유불급이 있구나..

중반부부터 음모론이 강력하게 폭발한다. 그러나 너무나도 강력해서 소설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오지환을 필두로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측과 경제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모피아 측의 싸움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물론 우리나라 지정학적 특성상 정말 다양한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완전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전세계 금융계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설정은 읽는 나로 하여금 다소 과도한 MSG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MSG를 살짝 맛본 것에 불과할 줄 누가 알았을까?

대통령이 경제 쿠데타에 대한 대응으로 가지고 나온 통일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소설에서 정말 지체없이 착착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쉽게 통일을 위해 나가는 모습은 지난 70여년 간 크고 작은 대립이 끊임없었던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또한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금융내전의 이해관계자로서 제주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진격시키는 모습에서 초반에 잘 쌓아놓은 나의 흥미가 무너지게 되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음모론을 큰 주제로 시작되었던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나에게 항공모함이 대치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장르가 혼동되기 시작했다. 물론 저자가 의도한 긴장감은 잘 표현되었지만 한국의 금융전쟁이 타국가의 이해관계에 얽히게 되어 초강대국 두 나라가 대치하는 것은 너무나도 과하게 나간 설정이 아닌가 하는게 내 짧은 생각에서 나온 의견이다.

전임 대통령과 과거 사건들을 언급하며 사실감을 높이려고 하였던 작가의 노력은 설정의 과도한 확장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판타지 소설이 되어버려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확실했던 교훈

중간에 너무 과도한 설정의 연속으로 소설에 대한 실망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의 마지막을 맞이하였을때 작가가 <모피아>를 통하여 의도하고자 하는 싶었던 이상향은 확실하였다. 그것은 바로 경제의 민주화였다. 특히 마지막에 대통령이 시민들과 함께 전진하는 모습에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메시지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작가가 의도한 점이 경제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는 것이었다면 이 글은 소기의 성공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성공에는 힘 약한 많은 이들이 대적할만한 상대, 즉 모피아를 음모론을 통하여 창조해냄으로써 극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모습을 연출한 작가의 노련미가 묻어난다.

하지만 그렇기에 중반부에 쳐진 과도한 MSG이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독자들을 혼동시킨 것 같아 더욱 아쉽다. 그런 아쉬움때문에라도 그의 작품을 다시한번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좋은 원재료를 망치지 않는 적절한 시즈닝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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