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STEW

[서평] 2019 제 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읽게 된 동기]

가격이 매우 싸서 사게 되었습니다.(5500원)

[한줄평 및 별점]

세상엔 참 많은 사람들이 있고 많은 감성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요즘에는 인스타 감성이 유행인가 봅니다.

★★★ ☆ ☆ 3점, 개인적으로 공감도 안 가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감성이 부족한 탓도 읽고 작품을 보는 눈이 낮은 탓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고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평]

이번 작품집에 실린 소설은 7개이고 모두 짧은 단편소설이다.
짧아서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 내용 자체가 공감이 가지 않아서 그렇게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이 책이 일종의 현재 소설의 트렌드를 드러내는 지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소설의 트렌드는 나랑 맞지 않다. 너무나 형이상학적이고 이해 못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 중에서 재밌게 읽었던 것은 이우석 작가의 메밀꽃 필무렵이다. 사실 그 내용 자체만 보자면 결코 공감 하기 어려운 막장 드라마급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책의 어휘 구절, 그리고 밤길을 걷으며 마주하는 풍경에 대한 묘사들이 너무나 와닿아서 그 소설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상 수상작들 중에서는 솔직히 2개의 소설을 제외하고는 내게 와닿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특히 1등 상을받은 박상영 작가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그 소재도 공감이 가기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 묘사나 대사가 일부러 독자가 쉽게 이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또, 김봉곤 작가의 ‘데이 포 나이트’의 경우에도 스토리 구조가 참신하긴 하지만 그게 오히려 스토리 이해를 해친다. 특히 그 안에 주인공의 내면의 흐름을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 내가 재밌게 읽은 이야기가 2개나 존재한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공의 기원, 김희선

축구공 – ‘공의 기원’의 중심 소재

축구공의 가상 역사에 관한 소설이다. 과거 조선 말기 제물포에서 시작된 축구공에 과한 김희선 작가의 뻥은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를 유발한다. 뻥을 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직 하면서도 동시에 믿기지 않는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것인데. 이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끝날까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한대로 음모론을 펼쳐대는 샤말란 감독의 이야기 같다는 것은 아니다. 전혀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소설이 개구쟁이 요정 하나가 눈 앞에서 나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잘 녹여내어서 의외로 사회비판적인 모습도 잘 보여준다. 마치 건포도가 중간중간에 박힌 쿠키를 먹는 것 같다(개인적으로 건포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즐거운 분위기의 이야기 속에 훅훅 박혀있는 사회비판적 요소는 결국에는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이를 더 있음직한 이야기로 믿게한다. 그 덕에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내가 한 행동은 네이버 검색창에 ‘토마스 굿맨’을 검색하는 거이었다.

공이라는 소재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확장해난 김희선 작가의 역량이 보인다.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우리들, 정영수

해방촌 – ‘우리들’에서 정은과 현수의 아지트가 있는 곳

우리들은 말그대로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자는 ‘나’로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일을 했었고 비극적인 이별 뒤에 상하이로 꿈을 쫓아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온지 안되었다. 상하이에서 돌아온 후 하루하루 회의에 가득찬 희망 없는 날들을 보내는 그에게 어느날 정은과 현수가 나타난다. 둘은 연인으로 자신들에 관한 소설을 쓰고자 한다. 정은과 현수는 매우 사람을 다루는데 능숙한 사람으로 ‘나’는 그들을 매우 이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할 정도이다. 그들은 매우 모범적인 연인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도 잘 맞는 그야말로 진짜 어른들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와 정은, 현수는 ‘해방촌’에서 만나 소설을 쓰고 함께 어울린다. 그들 3명은 함께 어울리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 또한 그 시간들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나는 정은과 현수에 비추어 자신의 지난 연애를 회상한다. 연경과의 길었던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자신이 상하이로 갔던 것은 사실 도망을 갔었던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러다 소설의 중반 무렵 나는 정은과 현수의 진실을 알게 된다. 우리들이 함께 보낸 좋은 시간들에 가려져 있던 진실을 마주하고 그때부터 ‘우리들’을 깨어지기 시작한다(너무 중심이 되는 반전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아무튼 그렇게 그들의 짧은 관계는 깨어지고 연경과의 연애에 대하여 쓰던 글을 멈추게 된다.

”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우리들’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구절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이 하고자 하는 말이자 부질없이 과거에 아쉬움을 되새기며 과거를 찾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글 속의 나는 연경과 오랜 시간 만나고 헤어지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끝내지 못했다. 결국에는 나 스스로 상하이에 꿈을 쫓아 도망간 뒤에도 되돌아와 연경을 추억한다. 하지만 글 속 ‘나’는 정은과 현수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과거라는 것은 추억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꺠달으며 소설은 끝난다.

종종 우리는 과거를 미화한다. 힘든 일도 추억으로 치환하고 당시 느꼈던 고통도 작은 행복감으로 덮어버린다. 과거를 미화하고 추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만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소설 ‘ 우리들’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꼽은 두 가지 이야기는 모두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나는 원래 가볍고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한 나 스스로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일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중이다. 이 두가지를 반영한 나의 소설 취향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가진 문화적 취향이 현재 소설의 트렌드와는 다소나마 차이가 있구나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괜찮은 것 같다. 어짜피 소설도 영화도 드라마도, 무슨 상을 받고 누가 호평했나 보다 내가 좋아하느냐가 진정으로 중요한 것 같다. 결국 내가 좋자고 읽고 보고 하는 것들 아니겠는가?

그냥 가격이 싸서 고른 책에서 의외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원래 잘 찾아 읽지 않는 분야의 책에서 의외로 많은 것을 얻어 이번 한달의 책읽기도 보람찼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