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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

[ 읽게 된 동기 ]

작년 11월, 광안리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때 인테리어 소품으로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갔을 때 우연히 눈에 띈 책이다. 에어비앤비를 정돈하며 초반부를 읽었는데, 포커 얘기가 나오길래 의아했었다. 결정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에 포커가 무슨 상관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후 해당 에어비앤비를 그만두며 서울로 갖고 올라왔고, 최근에 쭉 읽을 기회를 잡았다.


[ 한줄평 ]

우리는 최고와 결과와 최고의 의사결정을, 그리고 최악의 결과와 최악의 의사결정을 구분할 수 있는가?


[ 서평 ]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인지심리학 석사, 박사 과정을 밟다 20년에 걸친 전문 포커 플레이어 경력을 쌓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포커를 통해 의사결정을 배우게 됐다. 한 포커 게임이 시작하기부터 끝나기까지 각 플레이어들은 대략 2분의 짧은 시간 동안 스무 번 남짓의 의사결정을 하게 되며, 이는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연구하기에는 훌륭한 연구소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베팅하듯 사고하는 것이 우리 미래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지를 흥미롭게, 그렇지만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의사결정의 질과 결과의 질을 동일시하는 사고 방식, ‘결과로 판단하기’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결과론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수익이 나면 잘했고, 손해를 봤다면 못했다고 본다.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상권을 분석하거나 사업 전략을 짜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도 결과가 안 좋다면 우리는 쉽게 후회하며 자책한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사고 방식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우리는 사후확증편향, 즉 결과와 의사결정 사이의 과도하게 밀접한 관계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음주운전을 해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더라도, 이는 좋은 의사결정이었다고 볼 수 없다. 결과가 좋아도 의사결정의 질이 나빴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인생은 체스가 아니라 포커다.

운의 개입이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체스와 달리, 우리 삶에서의 모든 결과는 실력과 운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이었어’ 또는 ‘결과가 좋았으니 잘했네’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기꺼이 내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음주운전을 했지만 집에 잘 들어왔으니, 앞으로도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우리의 결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의 믿음을 돌이켜봐야 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책의 내용 중 가장 충격적으로 와닿았던 점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무언가를 들었을 때 이에 대해 판단을 하고 믿음을 형성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무언가를 들었을 때 이게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우리의 기본값은 ‘믿는다’인 셈이다. 심지어 어떤 정보가 거짓이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어도 말이다. 또한 우리는 한 번 믿음을 형성하고 나면 접하는 근거를 이 믿음에 맞추는 경향이 있으며,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을 명확한 정보를 접해도 처음의 믿음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고등학교 재학 중 한 친구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할 때 그 친구가 사과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저녁에 사과 먹으면 독이라던데?”라고 나는 말했다. 그 친구는 처음 듣는다며 왜 그런지를 물었고, 나는 그냥 어머니께서 그렇게 얘기하셨다고 답했다. 심지어 그 친구가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구글링을 해 그렇지 않다는 결과를 보여줬음에도, 나는 이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내 의견에 부합하는 블로그 검색 결과들을 보여주며 “봐봐”를 연발할 뿐이었다. 저녁에 먹는 사과에 대한 내 믿음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정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2000년대에 한국에서 선풍기 사망설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도 이를 쉽게 믿지 못하고 선풍기를 조심스러워하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스스로의 그릇된 믿음을 깨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내기하기’가 있다. 내 발언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내기할래?”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맹목적으로 믿고 있던 사실의 출처, 정보의 최신성 등을 그제서야 돌이켜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만나는 사람마다 “내기할래?”라고 물을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훈련을 해볼 수 있다. 나의 경우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친구가 “저녁에 먹는 사과가 독인지 뭘 걸 수 있어?”라고 물어봤다면, 나는 사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조금 더 빨리 인지했을 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우리는 각자의 믿음에 불확실성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옳다’와 ‘틀리다’의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의도적 합리화를 피할 수 있으며, 믿음에 어긋나는 정보를 접해도 더욱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지나치게 확신에 차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비교적 어려운데, 불확실성을 표현함으로서 그들의 협력을 유도한다는 점 또한 하나의 혜택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나는

저자의 오빠가 2004년에 토너먼트 결승전의 해설을 맡은 날 우승한 프로 선수 필 아이비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아이비는 자신의 승리를 축하하기보다 저자의 오빠에게 각각의 전략 결정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우선 나부터) 성취를 거둔 날 자기만족보다 의사결정을 되돌아보는 것을 우선시한 경우를 본 적이 없기에 매우 인상깊은 경험담이었다.

장기적으로 우리 인생을 봤을 때, 당장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결과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결과물 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우리가 어떠한 점을 배울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떤 결과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ㅡ 아니면 아예 배울지 말지 ㅡ 알아내는 것은 또다른 베팅이 된다. 결과물이 나올 때 그것이 운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우리가 내린 특정한 의사결정의 예측 가능한 결과물이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후에 엄청난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 또다른 베팅이다.

결과물로부터 유의미한 배움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이 실력의 영향이고 무엇이 운의 영향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좋은 결과는 실력이며 나쁜 결과는 운을 탓하려는 자기위주편향의 영향 때문이다.

저자는 자아상을 긍정적으로 업데이트할 근거를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내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타고난 경향을 다르게 활용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주변 사람들보다 타인의 실력 또는 내 실수를 더 잘 인정하거나,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얻어보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을 베팅처럼 인식해보는 것을 권한다. 베팅을 한다고 생각하면 믿음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며 암묵적으로만 고려하던 것을 명시적으로 짚어본다. 이 과정에서 대안적인 가설을 시험해보며 우리는 비교적 심적 부담을 덜 겪으며 기존 믿음에 합리적인 수정을 가할 수 있게 된다.

발전적인 지식공동체가 되기 위한 조직의 특징

스타트업 예비창업가인 내 입장에서, 가까운 미래의 가장 큰 과제는 조직 문화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다. 어떠한 규칙들을 세우고, 어떠한 분위기를 장려해야 우리가 바람직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뚜렷한 하나의 해답이 없기에 더욱 어려운 과제로 다가온다. 다행히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에는 나에게 이 과제에 있어 꽤나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준 단비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특정 시각을 합리화하는 경향인 확증적 사고를 피하고 대안들을 공평하게 고려하는 탐색적 사고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규율을 명시해야 한다.
(1) 그룹 내 진실 추구와 객관성, 열린 마음을 보상하며 정확성(확증성말고)에 집중.
(2)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 설명할 책임(사전에 회원들에게 고지되어야 함)
(3) 다양한 생각에 대한 개방성

조금 더 풀어쓰자면, 정확성과 솔직함에 사회적 인정이라는 보상을 하여 조직원들의 내적 동기부여를 이끌어야 한다. 동시에 ‘운이 나빴어’와 같은 확증적, 편향적 사고를 만류하며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분위기를 장려해야 한다. 동시에 서로 의견, 행동, 믿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토론을 장려해야 한다. 어떠한 전략의 방향성을 정하고자 할 때, 해당 전략에 대한 반대 의견도 현명한 결론 도출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발전적인 지식공동체가 되기 위한 CUDOS 모델에 대한 설명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인즉슨,
Communism 공유주의: 데이터는 개인이 아닌 전체에 귀속된다.
Universalism 보편주의: 주장과 증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이든 보편적인 잣대를 적용하라.
Disinterestedness 무사무욕주의: 그룹이 하는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갈등을 경계하라.
Organized Skepticism 조직화된 회의주의: 소통과 반대 의견을 장려하기 위해 그룹 내에서 토론하라.

공유주의의 관점에서, 그룹이 생산적인 진실 추구를 하기 위해서는 세부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합의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토론할 때에는 일부 정보를 누락하지 않도록 의식해야 하며, 서로 세부적인 내용을 뽑아내기 위해 활발하게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현실 평가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

보편주의 규범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메시지와 메시지 전달자를 분리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특정 내용의 출처가 우리가 훨씬 중요하게, 또는 훨씬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출처라고 상상해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그룹과 소통할 때에는 특정 메시지의 출처를 밝히지 않음으로서 메시지 전달자에 대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내용 그 자체에 대한 의견을 서로 공유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출처와 마찬가지로 결과물을 그룹원들이 미리 알면 의사결정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렇기에 결과물을 보지 못하게 하면 무사무욕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의 일환으로, 결과가 알려지기 전에 의사결정을 해석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조언을 구할 때에도 결과를 미리 얘기하지 않고, 의사결정 그 자체만으로 판단을 부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상적 이해관계 상충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다. 또한 논쟁 시 상대의 입장을 주장해보며 가치를 찾아내는 조직원에게 보상을 하는 것도 그룹의 편향을 없앨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룹의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소통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국무부의 디센트 채널처럼 건설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시각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포인트들은 원론적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보상을 할 수 있을지 등 세부 방침들은 내가 앞으로 어떠한 조직을 이끌거나 속하든 끊임없이 고민하며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더욱 효과적으로 이러한 규율들을 살려 생산적이며 성장 위주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도 더욱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인상 깊은 문구 ]

우리가 늘 놓쳐온 결정에 대한 첫 번째 전제

흔들림의 정체를 알아야 중심을 잡는다

결정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그 결정 칭찬합니다

새로운 결정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들

오늘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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