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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HARVARD BUSINESS REVIEW | 2019년 7, 8월 호

읽게 된 동기


STEW 경영소모임 3/4분기 지정도서

한줄평


내가 만약 1인 기업이라면, 어떤 분야에 특화된 기업일까?

서평


지난 5월 조직을 옮기고, 어느새 만 4개월이 지났다. 웹사이트 2개를 오픈했고,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사회생활 8년 차. 시작부터 지금의 모습을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꽤 다양한 경험과 능력치를 갖게 됐다. 이제는 이 능력치들을 잃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는 게 부담이 될 정도다.

HBR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만약, 아니 다시 1인 기업이 된다면 어떤 곳에 특화됐을까? 그리고 어떤 부분을 더 채워야 할까? 새로운 조직에서 내 경험치를 검증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나는 어떤 기업일까?

프리랜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발주사 프로젝트에 투입돼 상주하는 SI 프로젝트였고, 수주 사가 친정 회사였기에 아는 사람도 많긴 했다. 그럼에도 약 2년 동안 이뤄진 프리랜서 경험은 내가 홀로서기를 하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깨닫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사실 첫 회사를 4년간 다니며 ‘나는 절대 프리랜서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났던 많은 프리랜서 개발자에게서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며 창업한 개발자에게 돈을 벌어본 경험이라곤 개발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독립 컨설턴트는 또한 회사 소속 컨설턴트보다 일과 삶의 균형에 훨씬 만족했다. 이들은 사내 정치 등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 고객을 위한 일에 시간을 쓰고 있다고 느꼈다.”

개발자는 꽤 혼자 노는 종족 같지만, 실상은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필요로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치에 따라 개발자의 평가가 극으로 갈린다. 나는 기술력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나은 개발자였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부차적인 것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부차적인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십수 개 자바(Java) 클래스보다 한마디 말이 더 강한 법이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2년 동안 일하며, 역시 내가 원하던 길이 아니리라 느꼈다. 퇴근 후(에너지가 남았던 날에는) 카페에서 맥북을 펼쳐 내 비즈니스를 만들 때는 ‘이게 바로 디지털 노마드구나!’ 하며 내 직업에 자부심이 뿜어져 나왔다. 어디든 노트북만 펼치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업의 장점이다. 특히, 혼자서 일한다면 시간과 장소 등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큰 매력이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며, 그것도 개발자로 일하며 아니, 기술력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나은 개발자로 일하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전문 프리랜서는 혼자다. 회사에 소속됐을 때는 다른 부서나 직원이 담당하던 행정적, 조직적 ‘지원업무’를 혼자 해야 한다.”

내가 혼자라는 것이다. 혼자일 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빛을 잃는다. 함께 할 때는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일을 덜어낼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누군가를 돕고, 도움을 받는 일이 혼자일 때는 쉽지 않았다.

협업 플레이어로 치우친 나는 프리랜서로의 삶이 즐겁지 않았다. 나는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 혼자 히죽히죽 웃음이 나올 정도로 협업을 좋아한다. 한 팀으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내게 동기부여를 주지 못했다.

긱 라이프스타일은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혼자 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독립 컨설턴트는 프리랜서 생활이 “가끔은 외롭다”고 고백한다.

우연한 기회에 예스24 채널예스에 칼럼(오세용의 IT 이야기)을 기고하고 있다. 어쩌면 여전히 프리랜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감을 찾기 위한 과정은 너무도 외로운 시간이기에 혼자서 하면 즐겁지 않더라. 그래서인지 칼럼 제출일이 다가오면 다소 예민해진다.

혼자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내 방향과 다르다는 것. 2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지만, 이후 내 선택에 힘을 실어준 경험이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그렇게 홀로 일했던 프리랜서 포지션을 던지고, 기자로 일했다. 기자 역시 독립적 성향이 강한 포지션이다. 회사 사무실에 내 고정석이 없을 정도니 때로는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했다. 팀원들과 매일 온라인 대화를 하고, 종종 오프라인 회의를 하기도 했지만, 내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가장 강한 것은 역시 ‘월급’이었다.

프리랜서와 스타트업 대표자를 겸했고, 이후 기자 생활까지 합치면 3년여 시간을 독립적으로 보냈다. 일하면서 외로운 만큼 일의 결과에 나만 돋보이긴 했지만, 나는 혼자보다 함께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첫 회사 인연을 다시 만났다. 새로운 회사에서 팀을 꾸렸고, 지난 4개월간 10명이 한 팀으로 일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나는 지금의 장점이 마음에 든다.

사람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꽤 많은 시간, 이 습관과 함께 했더니, 이제는 사람의 특성을 꽤 잘 잡아낸다. 팀원들은 기자 생활을 해서 그렇다 하지만, 기자이기 전에 이게 원래 내 캐릭터다.

10명은 꽤 큰 팀이다. 각자 포지션은 물론, 능력치가 다 다르다. 10개 파트를 커버할 수 있다면, 우리는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처음 팀에 합류하고, 언제나처럼 분위기와 특성을 파악했다. 한 달여 시간 동안 내 눈에 보이는 팀의 구멍을 찾았다. 어쩌다 보니 프리롤을 부여받고, 내 다재다능을 뽐냈다. 덕분에 팀에 빠르게 흡수될 수 있었다.

처음엔 서비스 분석을 하다가, 데이터베이스 설계를 했다. 설계한 아키텍처를 간단히 검증하는 코드를 짰고, 이후 문서 작업을 시작했다. 문서 작업을 하며, 기존 시스템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웹사이트를 검증해줄 테스터가 필요했다. 도구를 사용해 검증을 시작했고, 이후 전사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가이드 했다. 수정사항이 쌓여 간단한 기능을 수정했고, 틈틈이 우리 서비스를 알리기 시작했다. 서비스의 전반적인 부분을 검토하다 보니 기획적 결함도 발견했고, 이 역시 내가 할 일이 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기술적 레벨을 올리고 싶어 합류했지만, 우선 팀의 방향성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늘 나보다 나은 팀원이 곁에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다른 팀원보다 나은 기술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술력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도메인과 경험치 등 다양한 능력치가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야 한다.

“파크와 고어 모두 초창기부터 혁신과 회복 탄력성을 뒷받침해온 문화 규범들을 통합한다. 문화 규범 중 다수는 회사 초창기부터 계승해 온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규범은 ‘리더십’이 직함과 관계없이 이를 가장 잘 행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공통된 신념이다.”

조직으로서 10명은 작지만, 같은 프로젝트 팀으로서 10명은 크다. 그리고 팀의 크기와 반비례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각자가 방어막을 치고, 일을 미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어쩌면 그동안의 내 독립적 경험치가 강한 시너지를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내 핵심 가치는


2018년 규모 있는 콘퍼런스에서 꼭 나오는 단어가 있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디스트럽션.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단어다. 나는 이런 마케팅 단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 때문에 회사의 존재 이유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회사가 초점을 둬야 할 기술을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디지털 파괴를 하려면 핵심 사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믿는 경영자들은 결국 사업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만다.”

스타트업과 프리랜서 등 커리어의 깊이보다 너비에 중점을 둔 시간을 보냈다. 다양한 경험을 원했고, 다양한 능력치를 원했다. 어떤 포지션 하나로 나를 정의하는 게 싫었다. 나는 나인데 말이다.

포지션이 중요하다 생각되지 않았다. 주요 비즈니스 파트에 속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해당 비즈니스에서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보다 얼마나 권한을 부여 받는지, 어떤 자유도를 받는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가 내 관심사다.

“샤프가 보기에 럭셔리란, 건물과 인테리어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접객 서비스에까지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타지에 머무르는 투숙객과 집과 직장을 대신하는 서비스, 따뜻함과 정중한 환대로 가득한 서비스, 이렇게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현장 스태프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방향에서 볼 때 더 부각되는 포지션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포지션도 독립적일 때 모든 면에서 빛나지 않는다. 어떤 포지션을 고를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조직 관점에서 볼 때는 찬란한 빛 사이 불량 화소가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다. 불균형적인 구조는 내가 기피하는 팀이다.

한 개 팀에 한 개 목표를 부여하는 것이 내 이상이다. 마치 골대에 공을 넣는 것이 유일한 골인 축구처럼, 간결한 팀이 좋다.

“지난 수십 년간 대가족, 종교 공동체, 정부 기관과 같은 전통적인 지원 시스템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직장은 사람들이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장소가 됐다. 회사는 직원에게 단순히 월급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과 공동체 의식을 약속한다. 일은 우리 정체성의 핵심이고, 일생 동안 직장에서 도움을 받으며 의지한다.”

핵심 가치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계속 찾아야 할 숙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뿐이다.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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