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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판을 바꾸는 질문들 ★★★★☆

서평

요즘 들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항상 불안감이 존재했다. 잠을 자려고 눕기만 하면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였다. 법은 과연 맞는 길인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맞는 선택인지, 내년에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대답 알기를 무서워서였을까? 바쁘다는 핑계을 대며 대답을 애써 외면했었다.

그랬기에 이 책이 처음 지정 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나도 모를 거부감이 들었었다. 나는 아직 자문자답할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을 덮은 지금,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내보려 한다.

책과의 첫 만남

로스쿨 준비를 1년 더해야 할까 고민을 할 때 즈음, 이 책이 독서 소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사실 철학, 과학 분야의 책 같이 어려운 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점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이 책을 시작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 걸렸다.

그렇게 시작한 책은 사실 실망스러웠다. 내가 이 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책의 제목이 내용과 일치하지 않아서였다. 제목을 보고는 질문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론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유명 언론인인 저자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질문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그러니 단순히 자기 자랑을 만들려고 만든 개인의 에세이 수준의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이 책의 원래 제목을 알게 되었다. 원제목은 “Ask More,” 즉 “많이 물어봐라”였다. 질문의 질도 중요하지만 질문을 하는 행위 그 자체를 독려하는 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니 저자가 나열했던 모든 사적인 이야기가 목적에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처음으로 돌아가 넘겨 지났던 사례를 하나씩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는 나에게 어떠한 철학책들보다 필요한 책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불안했던 이유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정말 단도직입적이다. 바로 질문을 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 많은 양의 질문을 하기를 저자는 강조한다.

나는 질문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실제로 여전히 많이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장점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핵심을 파악했을 때만 해도 “맞는 얘기지. 질문은 정말로 중요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이 유산형 질문을 보면서 그 질문을 받는 객체가 꼭 타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 느꼈다. 남들에게 누구보다 많은 질문을 쏟고 이해하려고 했던 나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래도 나 자신이니까 대충은 나의 선호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정말로 해야 할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내 삶에서 정작 주인공인 나 자신에 대한 인터뷰는 까먹은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후세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아직 대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은 넘쳐난다. 그리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이렇게 나에게 자문자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그림이 예전보다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매력적인 사람

요즈음 자기소개서를 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리고 누가 봐도 존경할만하고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부류의 공통점을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뚜렷한 목표 의식과 실행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들의 의견과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줏대가 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판을 바꾸는 질문>은 항상 새로운 걸 갈구하면서도 그들과는 달리 끝맺는 힘이 부족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을 대답해주었다. 나 자신에게 더 관심 갖고 더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만의 목표의식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만 그것을 향해 정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 20대의 절반이 끝나가는 시기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생이 큰 폭으로 변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급해질 수도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질문으로 인해 약간 지체되는 것 같아도, 이것이 나의 목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단계라는 것에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열심히 질문해서 나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아보자. 그렇게 되면 더욱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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