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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 ★★★☆☆

[ 읽게 된 동기 ]

실전창업교육 빌드업 캠프 참가 장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친해진 동갑내기 사업자이자 예비창업패키지 3달 선배의 사무실들이 갔는데, 추천받은 책 중 한 권이다. 허락받고 집으로 가져 와서 읽었다.


[ 한줄평 ]

뇌과학, 심리학을 기반으로 무의식을 설득하는 새로운 접근법 ‘뉴로 웹 디자인’, ‘뉴로 마케팅’을 흥미롭게 소개하는 입문서


[ 서평 ]

책의 본문을 읽기에 앞서 추천의 글을 잠시 보았는데,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내용인즉슨 사진기에 관심이 많았던 본인에게 친구들이 카메라 추천을 부탁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아무리 논리적으로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해서 추천을 해줘도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사는 점이 아리송했다는 것이다. 나도 카메라에 대해 지식이 방대한 편은 아니지만 여행 사진을 성의껏 찍다 보니 추천을 부탁받은 경험이 있고, 내 경우도 비슷한 맥락이었기에 “맞아,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추천의 글을 쓰신 분은 이 책을 읽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한다. 그 얘기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의사결정의 90% 이상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 한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숱하게 들어서 알고 있듯이,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결국 자기를 좋아하게 되면 왠지 호감이 떨어지는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을 이성적, 논리적으로만 해석해본다면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책의 저자는 뇌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간단하지만 흥미로운 내용들을 소개하며 의식과 무의식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파헤친다. 특히 우리가 소비자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비합리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전달한다.

무의식을 설득하자

책에서 소개된 사례 중 하나인 윌슨 팬티스타킹 실험에서, 윌슨은 사람들에게 4개의 팬티스타킹을 보여주고 사고 싶은 것을 하나 고르게 했다. 대다수의 피실험자들은 우측 맨 끝에 놓인 팬티스타킹을 선택하고, 선택의 이유로 “이게 더 부드러워요” 또는 “이게 더 튼튼해 보여요” 등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팬티스타킹들은 모두 같은 제품이었다.

우리는 선택의 이유를 인식하지 못함은 물론 정확히 설명하지도 못한다. 애써 찾아낸 선택의 이유도 실제와 다른 경우가 잦다.

그래서, 왜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못할까? 저자는 그 이유를 뇌의 구조에서 찾았다. 뇌는 크게 구뇌, 중뇌, 신뇌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 이 각 부위들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함께 작동한다. 그렇기에 이성적인 생각을 담당하는 신뇌는 무의식 중에 작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구뇌와 중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보니 구뇌와 중뇌가 사실 상 이미 무의식중에 내려버린 결정을 신뇌에서 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그 ‘논리’는 그저 우리가 마음 가는 결정에 갖다 붙인 셈이다.

그렇기에 설득을 할 때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무의식도 같이 설득을 해야 효과적이다. 신뇌뿐만 아니라 중뇌와 구뇌도 함께 넘어오도록 말이다.

먼저 ‘잘’ 해주자

책의 여러 내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상대방에게 심리적 ‘빚’을 지게 하라는 부분이었다. 상대방에게 선물을 주거나 호의를 베풀면 그는 빚진 기분을 갖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빚을 지면 갚으려는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며, 이는 매우 강력하다.

내 고등학교는 특이하게도 심리학을 선택 과목으로 수강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나는 긍정 심리학, 사회 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학 갈래들의 기초를 일찍이 접할 수 있었다. 굳이 심리학 수업때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법한 ‘Door-in-the-face’ 전략도 이때 처음 배웠는데, 요약하자면 상대방이 거절할 만한 큰 요구를 먼저 던진 다음 비교적 적당한 요구를 하면 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빚’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거절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선물처럼 작용을 한 것이다.

필자에게 랜즈엔드라는 의류회사가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과 카드를 보낸 적이 있는데, 쿠폰같은 것이 없었음에도 카드의 “고객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는 필자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현재 나는 여행 동행 플랫폼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데, 이처럼 고객들을 위한 작은 감동을 선사해보고 싶어졌다.

같은 맥락에서, 웹디자인에 있어서는 무료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에게서 개인 정보를 받거나 전환율을 높히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유의미한 추천도 선물처럼 작용하며, 또 하나의 신기했던 점은 다른 비영리 단체에 고객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으로도 이러한 빚진 기분을 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표지에 있는 부제(“재미있는 UX 심리학의 원리와 클릭을 이끌어내는 성공 웹사이트의 비결”)는 이 책이 웹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리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살려서 기획면에서도 해볼 수 있을 재밌는 시도가 많을 듯 하다.

한결같을 수 있도록 돕자

경영, 마케팅, 브랜딩 등 비즈니스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야 종사자거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법한 단어 중 하나로 ‘페르소나'(해당 책에서는 ‘퍼소나’로 소개되었으며, 일관성을 위해 이하 ‘퍼소나’로 기재)가 있다. 해당 비즈니스가 소비자를 더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가상 소비자를 프로파일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저마다의 퍼소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시느이 퍼소나에서 가능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바로 이 점이, 타인이 우리가 의도한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는 데에 있어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퍼소나와 일관된 결정을 한 차례 내리고 나면 계속해서 일관성을 지키려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 혹은 퍼소나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저자는 프리드먼과 프레이저 실험을 소개한다. 자원봉사자가 집집을 돌며 주민들의 앞뜰에 크고 흉측한 “운전 조심하세요”라는 간판을 세워도 되는지 물어보는 실험이었다. 당연히 대조군의 대다수는 거절하고 20% 미만이 승낙했다. 그런데 실험군 중 한 그룹의 주민들에게는 메인 질문 3주 전에 먼저 자동차 뒷유리에 운전조심 문구가 적힌 소형 표지판 부착을 부탁했더니, 간판 설치에 동의한 비율이 76%까지 4배 가까이 올라갔다고 한다.

여기에는 설명 안 할 다른 실험군의 결과도 놓고 보면, 이를 단순히 ‘Foot-in-the-door 전략이 먹힌 사례네’라고 보고 넘어가기에는 얕다. 이 결과는 퍼소나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소형 표지판 부착으로 인해 B 그룹의 주민들은 ‘지역 사회와 안전에 관심을 가진 주민’이라는 퍼소나가 활성화됐다. 몇 주 뒤 대형 간판 설치를 부탁받았을 때, 이는 자신의 새 퍼소나와 부합했기 때문에 승낙률이 굉장히 높았던 것이다. 이렇듯 퍼소나를 활성화시킬 만한 작은 일에 먼저 개입시킨 후 주요 행동을 부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러한 ‘작은 개입’을 설문조사 참여 또는 후기 작성으로도 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알게 모르게 사이트에 대한 의견을 의식적으로 표현하게 되는데, 이렇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순간 개입된다. 후기는 더 공개적이기 때문에 그 개입 정도가 더 높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사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유용하거나 재밌는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 상에서 소개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항은 제품의 배치 순서이기 때문에, 가장 팔고 싶은 제품을 제일 앞에 배치하라고 한다. 또한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더 영리하거나 유능하게 인식되기도 하고 외모가 뛰어난 판매원이 제품 구매율을 높힐 수 있으며, 이는 구뇌가 무의식적으로 성관계를 맺을 기회가 있는지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방금 전 문장이 유난히 당신의 관심을 샀다면 구뇌의 영향일 것이다.)

짧은 페이지수에 비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단시간 내에 쭉 읽어보기에 좋다. 다만 평점을 ★★★으로 매긴 이유는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다른 곳에서 접해봤을 수도 있는 내용도 많으며 전문가 수준의 인사이트를 기대하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위의 한줄평에도 작성했듯 입문서를 기대하면 된다. 그럼에도 뇌과학 또는 심리학 백그라운드가 없다면 한 번쯤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 인상 깊은 문구 ]

1장_설득과 무의식을 겨냥한 웹사이트 디자인

2장_소속의 욕구: 사회적 타당화의 힘

3장_빚진 기분 들게 하기: 상호성을 형성하고 양보를 얻는 방법

4장_회소성 부각시키기: 부족할수록 더 간절히 원한다

5장_신중하게 선택하기: 선택 대안이 너무 많으면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다

6장_당신이 전부다: 자기중심적인 무의식에 호소하기

7장_개입시키기: 우리는 자신이 일관된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8장_유사성과 매력, 그리고 연상 활용하기: 우리 서로 닮았나요?

9장_상실에 대한 두려움: 승리에 대한 기대보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는 이유

10장_그림과 이야기 사용하기: 무의식적 사고에게 말을 거는 최고의 방법

11장_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회적 속성을 이용해 차세대 유망 서비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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