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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완벽에 대한 반론 ★★★★☆

[읽게 된 동기]

로스쿨 면접 추천 도서로 읽기 시작했다. 스테디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였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책이었기 때문에 한껏 부푼 기대와 함께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한 줄 평]

인간을 신의 영역에 가깝게 만드는 생명공학 기술이 어떤 위험성을 지니는지 일깨워주는 책.


[서평]

언제나 나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찬사를 보내왔다. 과학의 발전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랬기 때문에 기술에 규제하는 것에 있어 한결같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어차피 기술 앞에 사회는 변화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기술의 양면성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내가 가지던 기술에 대한 긍정적 관념에 의문을 품게 했다. 윤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과학의 발전에만 따라 변화한 사회는 상상 이상으로 두려웠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은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빠르게 발전하는 생명공학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전공학은 치료 목적으로 발전되어왔다. 아픈 이들을 돕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도의 과학기술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효과적이었다. 결국 인간으로 하여금 기존에는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분야에 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신체와 기억력을 강화하는 것은 점점 일상이 되어간다. 또 가까운 미래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성별은 물론 성격과 외모까지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느끼고 있을 왠지 모를 불안감과 불편함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이클 샌델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생이라는 선물

한 생명의 탄생은 보통 하늘에서 내린 축복 내지는 선물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 표현에 나는 공감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게도 하늘의 선물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합할까?

마이클 샌델은 과감히 그 또한 선물의 일부라고 단언한다. 우리가 행복한 출생만을 선물로 여기는 것과 달리 그는 모든 인간의 삶이 포함될 정도로 개념이 넓다. 행복한지 불행한지 여부를 떠나서 태어났을 때 그것은 “인간에게 우연히 주어진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성향, 재력, 능력 여하에 상관없이 모든 태아는 우연히 자신에게 정해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이를 통해 인간은 그에 기반하여 인간사회는 개인의 성공을 우연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겸손한 태도를 배우고 사회적 빚을 지게 함으로써 연대감을 강화해왔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서 생명공학의 위험성이 도출된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기존의 사회 기반이 되었던 겸손과 연대감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인간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불행은 “잘못된” 선택을 고른 개인의 실패로 치부된다. 이러한 사회는 사회적 빚이라는 개념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근간이었던 겸손과 연대감이라는 가치를 오염시킬 것이다.

시험과 애더럴의 추억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소름이 돋기도 하였다. 유학 시절 시험 기간만 되면 애더럴을 찾았던 학생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애더럴은 원래 ADHD를 치료할 목적으로 발명된 각성제이다. 하지만 탁월한 각성효과로 인하여 잠을 일시적으로 깨워줄 뿐만 아니라 높은 집중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유행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과제가 있는 날이면 애더럴을 구하기 위해 약국을 가는 학생들을 봐왔다. 오죽 미국에서 유행하면 한국에서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졌을까 싶을 정도로 반응은 좋았다.

그리고 꾸역꾸역 밤을 새워가면서 공부했는데도 애더럴을 복용하고 폭발적인 집중력을 보인 친구보다 성적이 낮을 때마다 거기에서 오는 좌절감은 매우 컸었다. 나도 모르게 복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욕구까지 들었던 생각까지도 이어졌다. 물론 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한번 시도는 해볼 걸 이라는 아쉬움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가졌던 나 자신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약을 먹지 않음으로써 떨어졌던 기억력과 나의 집중력은 약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된 사실과 다를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료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애더럴은 이제 비의료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데에 있어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이었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술 도입에 무조건적인 찬성을 보내왔던 나의 관점을 재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이 대두될 사회적 문제에 윤리적 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인간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생명공학의 발전은 도입 전후로 하여 통합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공감이 되니 이 책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런데도 5점 만점을 부여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그에 대한 해답이 다소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이클 샌델의 책들의 큰 특징이다. 그는 뛰어난 통찰력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일부로 해답을 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생각할 공간을 남겨놓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도 좋지만, 그의 개인적인 해결방안 또한 같이 정리되었다면 덜 찜찜한 느낌으로 책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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