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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의란 무엇인가 ★★★★☆

읽은 책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다 읽은 날짜 : 2019년 11월 27일

< 읽게 된 동기 >

‘ STEW독서소모임’ 지정 도서

< 한줄평 및 별점 > ★★ ★ ★ ☆ ( 4점/ 5점 )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정의’라는 공기.

<서평>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서술한 책이다. 답을 딱 내리기 어려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철학자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이 제시된다. 작가에 따르면 정의는 세 가지 방식으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정의란 공리나 행복의 극대화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목적 그 자체의 자율적인 행동으로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시민의 깨어있는 사고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다 읽고 정리하면서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옆자리 동료가 어느 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ㅇㅇ님 정의란 무엇일까요?” 내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이거 무슨 상황인 거지 생각하고 그 의도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직장인이 되고서 누가 얼마를 벌고 어떤 것을 샀는지에 다들 민감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가 되었다. 나 또한 내년 연봉 협상이나 궁금하지(오를 거라 믿습니다) 지금껏 정의를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나의 최초의 도덕적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도덕 시간에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도박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친구의 돈을 잠시 훔쳐도 되는 걸까요?

아마 목적만 옳다면 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도덕 선생님은 “동기가 중요하더라도 돈을 훔치는 것은 범죄니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별 생각 없이 지나간 것 같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헌법 시간에 정의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나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불법만 아니면 괜찮다는 전형적인 법대생 마인드가 내 인생의 근간을 이룬 셈이다. 직장인이 되고서 따로 정의를 생각한 적은 없지만, 조직과 개인 사이에 윤리의 균형점을 찾는 데 노력했다. 조직은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 개인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개인은 조직을 통해 자아 실현할 수 있는가? 어찌 보면 이 사회의 정의를 생각한 것이다.

정의가 법전에 쓰여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正義는 단번에 定義할 수 없다. 작가는 정의의 여러 관점을 반론하고 연대 의무를 지는 정의를 말한다. 개인은 사회의 일원이며 시민으로서 토론하고 실천하며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론은 없는 것인가? 작가는 시민은 그 사회에 특별한 의무가 있고 국내산 소비를 장려하거나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그 사회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이 되어 사회에 해만 입히는 사람과 시민이 되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 타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 정말 정의인가 생각해본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에 손해를 끼치는 현실은 이미 존재한다.

나는 ‘중요한 것은 동기다’라고 말하는 이마누엘 칸트의 주장에 가장 설득이 됐다. 칸트는 인간은 생각하는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편적 인권의 개념을 제시했고, 이는 현재 법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잘났든 못났든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권리를 누리고 있다. 이 주장은 최근 나에게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만약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한다면 그리고 인간처럼 권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인간의 이성과 로봇의 이성의 차이를 설명해야 할까? 결국 인간은 로봇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그전까지 칸트의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보편적 권리의 주체다.

나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한다. 이 업계에 왜 오게 된 것일까?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간다는 선구자적 우월의식도 있었지만, 사회에 신뢰를 구현하는 새로운 합의 시스템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도 사실이다. 결과야 어찌 됐든 칸트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동기’가 아니겠는가! 정의를 따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작가의 말마따나 공동선을 추구하는 중이다. 평소에는 열심히 일하고(범죄자를 잡아 사회에 기여도 하고) 필요한 소비를 하고 세금을 내고, 청소년 교육을 위해 기부를 하고 정당의 권리당원으로서 의제에 투표도 하고 국민적 공분이 생기는 사건이 생기면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시민으로서 떳떳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자연스럽게)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요?

이 책을 당신의 책장으로 선물해주고 싶다. 나에게 책을 사달라고 요청해보라! 물론 나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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