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STEW

알랭 드 보통과 테드 모즈비의 상관관계

나는 미국 시트콤을 좋아한다. 작년 종영한 빅뱅이론, 이번 여름 팬들을 위해 특별한 에피소드로 돌아온다고 하는 프렌즈, 캐나다의 한인편의점 이야기를 다룬 김씨네 편의점 등등 많은 미국 시트콤을 보는 편이다. 한번 보고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어를 꾸준히 듣기 위해 계속 반복해서 보는 편이다. 집중해서 에피소드 하나하나 보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정도로는 스토리를 이해하며 보는 편이다.

[How I met your mother] 테드 모즈비

최근에 다시 본 미국 시트콤 중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How I met your mother)]라는 작품이 있다. 평생의 반려자를 찾아 떠도는 테드 모즈비라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겪는 재밌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드라마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보면서 책의 주인공이 테드 모즈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랑에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지속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소설이 쓰여진 방식 때문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왜 이렇게 이기적이지 하는 것이었다. 책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 두었다고는 하지만 그 조차도 자신의 입장에서 마음대로 상상하고 메꾸어버리면 넘어간다. 드라마 속 테드 모즈비도 비슷하다. 로빈이라는 캐릭터와 첫 만남에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고 이후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상대의 입장이 아니라 본인이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여 파혼을 겪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하며 동시에 가까운 사람들이 불편해하게도 만든다. 물론 시트콤이기에 갈수록 과장이 포함된 것은 알지만 그 기저에 깔린 사랑에 대한 매우 이기적인 자세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주인공과 다를 것이 없다.

물론 나의 이런 이야기에 대해 드라마나 소설의 스토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철학이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속의 이야기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단순하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호르몬이나 페로몬의 문제일 수도 있고 단순히 어느 날 마주친 인상 때문일 수도 있다. 애초에 이성적인 감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기에 그저 본능에 맡기는 것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하다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할 수 는 있다. 하지만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기적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낭만을 넘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나고 그 사람과 한번더 만나기 위한 이유를 찾으려 한다. 그 과정에 어떻게 이기적일 수 있겠는가? 오히려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단어로 자신의 쓰레기 같은 행위를 철학적으로 두둔하려는 모습이 오히려 위선적이다. 이미 금이 간 그릇을 들고 사랑을 고민하는 것 조차 의미가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마시멜로한다”라는 말로 이를 멋지게 대체한 것을 보이지만 이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처음 만났던 그 순간 관계에 커다란 금이 갔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이후 찾아온 이별 또한 이미 예정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인은 처음 상대의 호의를 자신의 이기적인 철학으로 포장한 주인공 본인에 있다.

테드 모즈비에 대한 나의 생각도 소설 속 마르크스주의자에 대한 생각과 다르지 않다. 드라마는 테드 모즈비가 굉장히 로맨틱한 사람처럼 나타내지만 나는 갈수록 로맨틱보다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로맨틱하다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데만 집중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감정을 배출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감정을 전하는 것은 어렵다는 나의 평소 지론에 비춰보면 테드 모즈비는 자신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던지고 만 있는 것 같아서 였다. 특히 그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감정을 던지는 것이 아닌 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분명 전략의 영역이다.

이쯤 읽으면 사랑은 단순한 것이라는 처음의 말과 사랑은 감정을 전하기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모순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이지만 그 사랑을 상대방과 교류하는 사랑으로 바꾼다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가지가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상대와 사랑을 하는 것은 교류이므로 그에 따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은 읽기 힘들었다. 단락단락 현학적인 표현을 써가며 애써 어렵게 표현하려는 문단 문단이 힘들었고 그 조차도 내용이 잘 전달안되게 번역되어 어렵지도 않은 내용을 더 어렵게 만들어서 읽으면서 몇번이나 쉬어야 했다. 거기다 주제 자체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라 더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은 했다. 한번쯤 자신이 정의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고 생각했다.

한줄평 ★★

이기적인 사람의 이기적인 사랑에 대한 변명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