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W

나는 하루하루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작년 12월 26일에 입사해, 3월 2일 첫 출근을 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작년 STEW인의 밤에서도, 또 2020년을 맞이하면서도 분명 올해는 취업해 일상이 자리잡히는 만큼, 건강한 습관과 루틴을 만들자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특별한 루틴을 만들지 못했다. 굳이 핑곗거리를 찾자면, 1~2월은 은행 연수를 받느라 합숙 생활을 했고, 3월은 첫 출근 후 적응을 하느라 일 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의지 부족이요, 내가 게으른 탓이다.

그렇기에, 3월 STEW 독서모임 지정도서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선정됐을 때 누구보다도 기뻤다. STEW 독서모임 덕분에 최근 YES24 북클럽을 무료로 이용 중인데, 가장 먼저 읽으려고 받아놨던 책이 바로 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었고, 이번에 지정도서가 되지 않았더라도 개인적으로 꼭 읽으려 다짐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습관 형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건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여타 자기계발서들과 이렇다 할 차이를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다만 한줄평에서도 밝혔듯 습관을 대하는 저자의 자세에서 나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아래와 같다.

당신은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나는 하루하루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 단순히 올바른 루틴, 건강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어렵고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또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질문이기도 하다. 해당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 습관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 일단 나는 어떤 습관이 있지?

수많은 질문이 머릿 속에 동시에 맴돌았다.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싶을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명확치 않은데, 내가 그동안 어떤 루틴, 습관을 만들 수 있었겠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변화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은 ‘무엇을’ 또는 ‘어떻게’가 아니라 ‘누구’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변화에 대한 탐색은 노 없이 보트를 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그동안 습관이라고 하면 너무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단순히 ‘책 읽기’, ‘아침형 인간’, ‘운동 꾸준히’ 등과 같이 막연히 좋아보이는 것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을 보고 그런 습관을 동경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좋은 습관을 만들자’만 머릿속에 있었을 뿐, ‘내가 왜 그런 습관을 만들어야 하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었다. ‘누구’에 대한 개념도 잡히지 않았는데, ‘무엇을’, ‘어떻게’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건강한 습관이 생길리 만무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책을 보며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꽤 있었는데 간략히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 vs 시스템

흔히들 목표 없는 사람을 목적지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에 빗대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목표가 중요하다’, ‘목표부터 세워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정작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이를 이루기 위한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이라 반박한다.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다면 목표를 세우는 일은 잊어라. 대신 시스템에 집중하라.

성공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목표는 같다.

이처럼 저자는 목표는 목표일 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차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도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 무언가 다짐을 할 때는 목표부터 세우는 편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을 수립하진 않는다. 가령, 지금 이 서평도 마감 당일에 쓰고 있는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주에 끝났어야 한다. 결국 나 역시 시스템보다는 목표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만 것이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STEW 독서모임의 효과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몸담고 있고, 가장 애정하는 모임인 STEW 독서소모임에 관련 된 이야기다. 물론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습관을 세우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일반화된 집단에 들어가는 것을 제안한다.

더 나은 습관을 세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일반화된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다. 매일 어떤 습관을 행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 습관을 새로이 습득하기 쉽다.

무리에 소속되는 것보다 더 동기를 지속시키는 것은 없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공통의 것으로 바꿔준다. 이전에 나는 나의 것이었다. 나의 정체성은 단일했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음악을 하는 사람 또는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북클럽이나 밴드, 사이클 모임 등에 참여한다면 나의 정체성은 주변에 있는 그들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 이런 정체성이 공유되면 나의 개인적인 정체성도 강화된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한 뒤에도 집단의 일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습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새로운 정체성을 끼워넣고 행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걸 돕는 건 우정과 커뮤니티다.

지금은 그래도 연간 최소 1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지만, STEW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 내 연평균 독서량은 2권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독서모임에 가입하자 독서량이 꾸준히 늘었고, 항상은 아니지만 서평 역시 꾸준히 쓰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행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걸 돕는 건 ‘우정’과 ‘커뮤니티”다. 개인적으로 의지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건강한 습관을 위해 자주 애용할 방법이 될 것 같다.


시간 vs 횟수

‘시간’과 ‘횟수’. 습관을 만들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명확히 답한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횟수다.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습관을 추적하는 방법을 만들어 시각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습관을 만들 때 진입장벽을 낮춰 하루 2분 이내로 가볍게 시작해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습관을 형성하는데 횟수보다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더욱 빨리 습관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결국 습관은 반복된 행위인 만큼, 짧더라도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행위를 ‘분명하고’, ‘매력적이고’, ‘쉽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하며,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이와 반대로 ‘눈에 띄지 않게’, ‘매력적이지 않게’, ‘ 어렵게’, ‘ 불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시나 습관을 만들기 위한 ‘치트키(?)’ 같은건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 말고는 대부분이 여타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뻔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습관’에 대해 전반적인 마인드셋을 다시 환기할 수 있었다는 점, 촉망받는 야구선수였지만 불운한 사고를 겪고 현재 위치까지 오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증명해보인 저자의 삶에서 나름 배울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출근 한 달 차에 접어든 만큼,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천천히 그려봐야겠다.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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