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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기본 사용 설명서

저는 날라리 경제학도입니다. 분명 경제학으로 졸업하였지만, 매 학년 전공을 바꿔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지금 진학한 대학원마저 부전공이었던 국제관계학을 살린 정치학인데요. 이런 걸 보면 대학생 때의 경제 수업은 나와의 궁합이 그리 좋지 못했나 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에게 달려들었던 각종 함수랑 친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인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막상 졸업하고 나서는 다시 경제학에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학 생활 4년을 보내면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경제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 현대인은 좋으나 싫으나 자본주의라는 강력한 제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이 돌아가는 법을 알고 싶었고, 더 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의 룰을 파헤치고 싶었던 것이 컸던 것이죠.

그렇게 해서 집어 든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경기의 룰을 보다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다 보니 복잡한 수학 공식을 써내려 나가지 않았는데요. 제가 읽으면서 이 룰은 알아두셨으면 좋겠다 싶었던 부분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 JP모건

돈을 잃고 싶다면 저축을 해라.

먼저 이야기할 부분은 금융 부분입니다. 금융은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자본이 가지고 있는 힘이 날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에, 금융의 룰을 숙지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자본주의>는 앞으로는 절대로 저축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하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을 하였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는 오히려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데요. 그만큼 저성장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금리는 날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은행 이자율이 2%를 넘는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이번 한 은행의 프로모션으로 출시한 이자율 5% 상품이 단 일주일 만에 132만 명의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그에 반해 물가는 계속 상승하다 보니 오히려 물가 상승률이 은행 이자율을 넘기게 됩니다. 결국,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을 잃게 되는 것이죠.

지난 2월 연 이자율 5% 적금 상품에 신청자 수 폭발했던 KEB하나은행

저축을 하면 돈을 잃는다니 우리가 부모님으로부터 보고 배운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이제는 부모님 세대의 성공을 위한 룰이 더는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묵묵히 일해서 예금만 잘하면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죠.

금융 공부 한번 해보실래요?

그럼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금융지능 키우기”입니다.

저축만 하면 오히려 돈을 까먹는다니… 피땀 흘리며 노력해서 번 돈을 잃어버리는 악몽이 현실로 다가오길 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서 지식을 무장해야 할 때가 온 것이죠.

물론 전문적으로 나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좋은 회사들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 회사가 좋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각종 금융상품과 시장에 관한 공부는 필요합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돈이기에 그에 대한 책임도 본인에게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본격적인 금융 공부에 앞서 금융에 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은행이 주는 안정감에 이끌리기 십상입니다. 다시 한번 본성에 이끌려 돈을 잃으러 은행에 가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다행히 금융상품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느끼면서 자라지 않은 행운이 따랐습니다. 아무래도 경제학과와 경영학과의 구분이 없는 학부 시스템 덕에 주변 친구 중 금융권에서 종사하는 친구들이 비교적 많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최소한 “언젠가 공부해야지” 하면서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너네는 주식하지 말아라…

하지만 막상 주변을 보면 저와는 사뭇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TV에선 주식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리면서 나오는 연예인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요. 돈을 잃는 것이 같은 금액을 버는 것보다 두 배 이상 고통스럽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주식으로 잃어본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거부감을 이겨내고 공부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서도 꾸준히 강조하듯이 금융은 이제 자본주의의 가장 거대한 축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 유튜브의 활성화 덕에 “슈카월드”, “존 리” 등 금융권에서 잔뼈 굵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료로 볼 수 있는데요.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금융,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를 통찰력 있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도구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최근 재미있게 봤던 유튜버 “슈카월드” 님의 영상

마무리

워낙 금융 관련된 부분을 인상 깊게 읽어서인지 서평이 편향된 것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우리가 살면서 알아가야 할 자본주의의 기본을 쉽지만 폭넓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 한 권만으로 절대 재야의 고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건 정말 욕심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경제를 너무 공부하고 싶은데 맨큐의 경제학 보기는 싫다, 경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얻고 싶다” 하는 분들이 있다면 고민 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편한 표현들과 각종 예시로 무장되었기에 이보다 더 잘 준비된 기본 설명서는 찾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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