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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면 돈 된다

‘돈 = 노력 X 시간’

정말 돈 돈 돈 하는 세상이다. 순수했던 대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돈의 노예처럼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다. 왜 돈 때문에 행복을 놓치고 살까 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이 마음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첫 월급을 타기 전까지만 유효했다. 월급이라는 생에 첫 목돈을 만지기 시작하자 돈의 노예로 만드는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돈은 노력과 시간의 곱셈이다. 0.0001%의 행운으로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가 투자한 노력과 시간에 의해 자신의 몸값과 부가 달라진다.

“몇 초라니 무슨 말씀을요, 내 평생의 시간에다 몇 초가 더해진 시간이 걸렸는데요” – p243

그렇다. 어떤 사람의 현재 모습은 과거 그 사람의 인생의 축적 결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과거는 보지 않고 현재만 보고 자신과 남을 비교한다. 그리고 이 생각을 시작으로 비교를 무기로 하는, 돈의 노예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기 시작한다.

= 비교 X 유혹

솔직히 말해서, 나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비교를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난 차가 없다. 길거리에는 외제차가 널렸고, 내 또래 대부분이 차를 사서 이곳저곳을 다닌다. 난 명품이 없다. 다들 명품 하나씩은 걸치고 날 보세요 하고 돌아다닌다. 난 집이 없다. 대출 없는 내 집 마련은 (수도권 외곽에) 20년 뒤에나 꿈꾼다. 수많은 다주택자를 잡겠다고 정부는 난리고, 인터넷에는 집값 몇억이 순식간에 올랐다고 자랑하는 글이 난무한다. 난 국밥을 좋아한다. 스테이크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여행을 갈 때 몇 시간의 검색으로 저렴하지만 가성비 좋은 펜션을 선택한다. 직장 동료들은 50만원짜리 호캉스를 갔다 와서 멋진 뷰 사진을 자랑한다. 난 아울렛을 간다. 백화점 옷과 스타일과 재질은 비슷하지만 이월 상품이라는 이유로 50%는 싸기 때문이다.

비교하려고 하니 끝도 없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왜 그리 구질구질하게 사냐고 말할 것이다. (사실 적당히 아는 사람도 그렇게 말한다)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다면 속으로 정말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이구나 생각할 것이다.

‘사람 = 과거 X 선택’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사실 난 이 책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에 가깝다. 비록 AI가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반하는 행동도 한다.

나는 왜 이런 경제생활을 할까? 왜 할부는 절대 하지 않으며, 기분을 내기 위해 좋은 옷을 입고 비싼 음식을 먹고 좋은 곳으로 놀러 가는 행위를 하지 않을까? 왜 작은 물건을 살 때도 너무 많이 고민할까?

역시 한 사람의 인생은 과거가 말해주는 것 같다. 어릴 적 난 나름 부족하지 않게 살았다. 좋은 옷을 입고 항상 맛있는 음식과 함께해서 비만이었다. 하지만 집에 시련이 찾아왔고, 사춘기 시절을 정말 아끼며 살았다. 나이키가 유행할 때 동인천 짝퉁 시장에서 만 원짜리 짝퉁을 사서 몇 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신었고, 노스페이스 바람막이가 유행할 때는 학교 체육복만 입었다. 그때는 생각했다. 나중에 돈을 벌면 이때 못했던 모든 것들을 소비하며 살겠다고. 그런데 습관이 무서운 것 같다. 막상 돈을 벌고 나니 지금의 사치보다는 미래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리고 사춘기 때도 그랬듯, 대체재를 찾고, 작은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행복 = 가치 X 자신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단어는 기회비용이다. 지금의 선택은 미래의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다. 지금 먹고 싶은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까? 달라진다고 믿는다. 한 번의 스테이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거의 축적과 습관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변하기 쉽지 않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커플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기 때문에 풍요로운 식사를 하는데 5만원을 쓰고 카페를 가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는데 1만 5천원을 쓴다. 어떤 커플은 같이 있는 게 중요하다며 그 돈을 아껴 결혼 준비에 쓰자며 국밥을 먹고 공원을 산책하며 1만 5천원을 쓴다. 일주일에 5만원, 한 달이면 20만원, 1년이면 240만원이다. 두 커플 모두 결혼한다 치자. 10년이면 2400만원이고, 40년이면 1억이다. 40년 뒤 퇴직을 하고 노후생활이 시작될 때 1억이 더 있는 부부와 없는 부부의 생활을 어떻게 다를까?

누군가는 스테이크를 먹고 더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살 거라고 할 거다. 중요한 것은 국밥을 먹는 커플이 행복하지 않을까? 모두에게 행복의 기준이 다를 뿐이다. 국밥 커플은 따뜻한 국밥의 온기에 행복을 느끼고 같이 조용한 공원을 산책하며 건강도 지키고 밤의 오롯한 갬성에 빠져 달콤한 말과 행동들을 하며 행복을 느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돈을 안 쓰면 불행하지 않으냐고. 난 말한다. 우선 난 돈을 안 쓰지 않는다고. 합리적으로 정말 필요하면 산다. 비록 수십 개의 기회비용과 수십 개의 대체재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 순간이 행복하다. 그 소비에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도 내 행복 중 하나인 드라마와 영화, 프리미어리그 시청에 필수인 의자가 불편하여 한 달 동안 어떤 의자를 사야 내 행복이 더 행복해질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다 결국 이케아에서 13만원짜리 의자를 샀고 너무 행복하다) 한 때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소확행은 정말 중요한 단어이다. 인간의 욕심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작은 것에 행복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욕심의 수레바퀴에 갇히게 된다.

저번 주 회사 동기가 한우 A++ 15만원어치를 먹는데 살살 녹았다고 자랑을 했다. 난 저번 주 캠핑을 가서 갬성 있는 산속에서 호주산 소고기 15,000원를 사서 구워 먹었다. 역시 대자연에서 뛰어놀았던 소인지 너무 맛있다고 말하면서. 둘의 행복을 비교할 수 있을까?

명백한 사실은 바로 우리가 그 추가된 가치를 덧붙일지 말지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 p366

어떤 특정한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 p189

저자가 책에서 말했듯,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어야 한다. 주위 사람의 눈, 사회가 만든 틀, 가격이 아니다.

너무 똑똑한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각종 마법적인 제의와 언어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나 또한 이에 현혹한 적이 많다. 어떤 선택이 진정 행복할 수 있는지 자기만의 강한 잣대를 세워야 한다.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는 작은 관점에서 벗어나 과거와 나로부터 배우고 미래의 나를 항상 생각하며 인생이라는 길고도 연결된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나가야 한다.

난 이렇게 살아가려 한다.

돈을 지배하고 싶다면, 행복을 지배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

인상 깊은 문구

자기가 지출하고자 하는 그 돈을 미래에 얻을 일련의 경험이나 재화를 살 수 있는 잠재적 역량으로 바라볼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것 같았다.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스스로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줄어든다 – p34

JC페니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이성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면 성공하리라는 진리를 학습한 셈이다 – p51

어떤 금액을 지출할 때 실질적인 지출금액 자체가 아니라 전체 지출 가운데 차지하는 백분율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 p66

돈은 모두 ‘내 돈’이라는 동일한 우물에서 나온다 – p87

어떤 것을 소비하기 전에 미리 그 대가를 지불하면 그것을 실제로 소비할 때는 거의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된다. 소비하는 시점에는 지불의 고통이 전혀 없으며, 또한 나중에 지불해야 할 일을 두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그야말로 고통 없는 거래이다 – p134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 p171

어떤 특정한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 p189

사람들은 보통 자기 소유물을 평가할 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온갖 정서적 이득이 그저 자기만의 느낌일 뿐임을 잊어버린다 – p197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고 난 뒤에는 그러지 않았던 때에 비해 그 상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시험사용 혹은 무료체험 정책) – p202

“몇 초라니 무슨 말씀을요, 내 평생의 시간에다 몇 초가 더해진 시간이 걸렸는데요” – p243

공정함은 노력의 함수이며 노력은 투명성을 통해 드러난다 – p255

사람들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들을 묘사한 것 중에서 선택한다. 바로 이 지점에 가치의 수준을 바꿔놓는 언어의 마법이 존재한다 – p264

제의와 소비언어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줘서 어떤 대상이든 실제 그 대상이 지는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기게 만든다. 제의와 소비언어가 부리는 마법은 일상생활에서 제품을 사는 경험을 결혼, 직업 그리고 주변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처럼 커다란 의사결정을 하는 경험으로 바꿔놓는다 – p288

기대치는 어떤 경험을 기대할 때 즐거움(혹은 고통)을 제공하며, 그런 다음에는 그 경험 자체를 바꿔놓는다 – p295

소비자는 품질이 낮기 때문에 가격을 할인한다고 추론한다 – p340

명백한 사실은 바로 우리가 그 추가된 가치를 덧붙일지 말지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 p366

정가 100달러짜리 셔츠를 할인받아서 60달러에 산다고 해서 40달러를 절약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60달러를 지출할 뿐이다 – p369

어떤 것의 가격이 공정하게 책정됐는지 어떤지 따지는 일에 휘말리지 마라. 그 대신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 p374

일의 가치는 그 순간 그 일에 들어간 시간이나 노력이 아니라 그들이 평생에 걸쳐 그 기술과 경험을 연마하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에서 나온다 – p374

미래의 자아를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들수록 그 자아에 그만큼 더 친숙해지며, 따라서 우리는 미래의 자아가 갖게 될 관심사에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이고 또 그를 위해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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