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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제 최애 취미랍니다.

이 저자는 나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독학으로 공부한다는 것도 그렇고, 학교의 교육에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것도 같다. 살아온 스타일과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하다고 느껴 공감이 됐다.

내가 인생을 헤쳐나가는 방식

나는 회사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공부’라 적었다. 취미가 뭘까 생각하니까 바로 떠오른 게 그냥 공부였다. (당시 나는 백수 1년 차였다) 공부가 왜 취미냐고 물으면 취미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취미가 뭐가 있더라 생각해보니까 가장 즐기는 게 공부였다. 취미는 재밌는 거니까. 그리고 운동과 독서 그리고 여행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럼 무엇을 공부하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그럼 내 대답은 ‘내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이다. 운동이 취미면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듯이, 공부가 취미면 어느 것이든 다 공부할 수 있다. 사실 공부라는 단어가 굉장히 딱딱하고, 별로 호감 가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에게 공부는 그냥 ‘찾아보기, 생각하기, 결론 내기’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두 글자 짜리 단어일 뿐이다.

요즘 가장 많이 공부하는 분야 중 하나는 운동이다. 어떻게 하면 운동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보통 운동 시간과 공부 시간을 8 대 2 정도로 가져가는 것 같다. 김계란의 영상을 보며 운동에 흥미를 붙였고, 헬스창고의 영상을 보며 꿀팁을 얻었고, 라이프니츠의 영상을 보며 논문에 기반한 효과적인 운동 전략을 배웠다. 그리고 가서 운동한다.

병원에 가기 전에도 공부를 하고 가는 게 좋은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병원에 가는 것은 돈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은행에 가서 펀드를 가입하는 것과 같다. 자기 돈은 자기가 확실히 알고 관리하듯이, 자기 몸도 자기가 알고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의 말을 무조건 믿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량한 전문가라면 자신이 전문가니까 내 말만 듣고 따라오라고 하지 않고, 잘 모르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픈 부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가면 의사와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춰서 얘기할 수 있다. (정말 간혹 나보다 해당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의사도 있다, 천만다행이다 그 병원은 안 가면 된다!) 이렇듯 나는 누가 시켜서 공부하기보다는, 스스로 필요해서 해왔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가 정말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공부만 해도 그 누구도 뭐라고 안 한다. 오히려 칭찬한다. 그래서 난 그 시간이 편했다. 하지만 지금의 개인적인 시기는 공부하기에 쉽지 않은 시기다. 너무나 할 일들이 많고 여러 가지 미디어의 노이즈들도 많이 들어온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내 집의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모두 해체했다. 물론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반면에, 지금의 시대는 공부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시기다. 손에 들고 있는 네모난 물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내가 궁금한 것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심지어 그 정보들이 너무나 많아서 문제일 정도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깊게 파고들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말 학교를 안 다녀도 자기 의지와 멘토만 있으면 학교를 졸업한 친구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가르치던 과외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학교 그만 가고 혼자 도서관 가서 친구랑 공부하고 싶어요”. 나는 이 말을 듣고 이 친구는 이제 스스로 놔둬도 정말 잘 성장할 아이라고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학교에 가지 말라고는 안 했다. 왜냐하면, 학교는 공부하기 위해서 지어진 곳이긴 하지만,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니까 말이다. 친구도 사귀고, 놀기도 하고 등등.

공부란 배움을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상 위에 책을 펼쳐놓고 필기만 하는 게 공부가 아니고 가만히 앉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 조차 공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공부라고 적었고, 훈련소에서 새벽에 불침번을 설 때도 틈틈이 공부했다.

험난한 인생에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것

루피와 동료들, 원피스.

내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내 사고를 단련시키고 내 성과에 박수 쳐 주는

다른 동료가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공부와 열정, 48p

이것은 책에 나오는 11가지 독학 비결 중 9번째 비결이다. 이 책에는 다른 두뇌들(other minds)라고 나왔지만 두뇌를 동료로 바꾸면 더 괜찮은 문장일 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11가지 중 단연 최고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고는 남들의 비판을 받으며 성장하고, 그 사고에 동조하는 지원이 있어야 비로소 꽃 피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부족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면서, 같이 토의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와서도 수업이 끝나고 어떤 주제로 가지고 토의하면서 서로 사고를 발전 시켜 가는 상황이 종종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 끼리 모이기 마련인가보다. 그런 사람들은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등장했다. 이 사람들은 내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하고 반박해준다.

나는 최근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내 생각을 정리해 놓으면 관심 있는 누군가가 지나가다 보고 공감하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재미도 있고 서로 공감도 하고, 부족한 내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발전된 생각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들을 창고에 썩혀서 무덤까지 가져가는 것보단 수만 배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내 생각을 남들에게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논문에 들어갈 아이디어와 실험 결과들을 정리하기는 정말 쉽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이것을 사람들이 알기 쉽게 표현하고, 설득력 있게 쓰는 것이었다. 나는 전자는 자신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예전에는 혼자만을 위한 생각 발전이었다면, 최근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해와 공감이 되도록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중요한 것은 분위기이다. 나는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토론의 장에서는 틀린 생각이 나올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이 반드시 나온다. 이런 것들이 없으면 토론은 바로 끝난다. 토론의 장에서는 틀릴 수 있다, 그리고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틀리거나 다르다고 해서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얘기할 때 다른걸 틀리다고 생각한다면 대화가 진전되기 어렵다. 그런 경우가 반복되면 말하는 사람도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또는 너무 예의를 차려서 상대의 생각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하지 못 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듣는 사람도 상대방의 생각과 다르다면 의견을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나의 잘못된 점을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능력은 배우고 싶은 능력이다.

편하게 생각을 얘기하고, 편하게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동료가 곁에 있다는 것은 천운이다. 동료들은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으며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며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며 생각을 발전시킨다. 하마터면 모르고 살 것들이 참 많다. 그리고 생각이라는 것은 나눠주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커진다는 것이라 참 다행인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부는 돈이나 시간보다는 생각을 나눠주는 것 같다.

버커니어 공동체에 들어간다는 것은 가장 믿음직한 친구에게 도전받고, 이들과 논쟁하며, 자극을 받는다는 뜻이다

나는 다른 버커니어들과 어울리는 일이 무척 즐겁다. 우리는 서로 자극한다. 위대한 비밀도 교환한다. 우리들은 한대 뭉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인 순종을 요구하지 않으며 서로를 응원한다.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체의 힘을 발휘한다

 공감하기 어려운 그러나 공감해볼만 한 이야기

이 책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기 어려운 책일 것이다. 학교를 자퇴하고 로또 같은 인생을 겪어 성공한 사람의 책을 어떻게 공감하겠는가.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 사람의 자서전을 읽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면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자서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고 재밌을 것이다. 나는 나와 비슷한 나보다 조금 더 극적인 사람의 인생을 간접경험 했다. 그리고 사회가 만들어놓은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거나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면 실패한다는 편견의 반례를 보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는 말은 세상에 모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버커니어 학자가 되라고 하는 게 아니다. 남들이 모두가 실패자라고 생각한 그 사람이 그렇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말하는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극적인 경험과 저자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이 사람과 어떻게 다르며 이 사람의 생활 방식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면 충분하다. 그러면서 우리의 시야는 유연해지고 넓어질 것이다.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책은 흔하지 않는거 같다. 이 책이 좋은 책이거나, 하찮은 책이거나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워서 못 한다. 어떤 책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와닿으며 인생의 책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읽을 가치도 못 느낄 책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이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진리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 킬 수 없다고해서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아니다. 어느 책이라도 누군가에게 공감과 재미를 주거나 희망과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 책은 그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

다른 사람의 이상적인 삶에 맞춰 ‘살아 주느라’ 인생이 더욱 혼란스러워지는데 뭐가 더 낫단 말인가. 인생은 당구처럼 공이 어디로 갈지 딱딱 예측해 내는 게임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틀에서 사는건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남들에게 착하자고, 나에게 나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 자신에게 먼저 솔직해지고, 최선을 다하자. 그래야 비로소 진정으로 주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무튼 한 번뿐인 인생, 자기 스타일 대로 살자는 거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 대로 산다면, 그 인생의 발자취를 존중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저자를 존중하고 공감하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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