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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원가를 따지면서, 술은 왜 안 따지나

원가충. 커피 원두는 고작 100원인데 왜 4천 원에 파느냐며 분노하는 사람. 많은 사람이 이런 논리로 사 먹기를 꺼려하는 것을 보며 답답했다. 아니, 그러면 술은 왜 사 먹나?

창업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언젠가 다시 창업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자영업에 관한 오해를 이토록 논리적으로 풀어낸 이 책에 고마움을 표한다. 관심을 뒀음에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된 책이다.

두께에 비해 무척 술술 읽히는 책인데, 그만큼 저자의 문체가 깔끔하다. 언젠가 나도 이런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적인 이야기를 적고 싶다.

이 글에서는 저자의 논리, 대중의 이분법적 사고 그리고 놀라운 인사이트에 관해 이야기한다.

논리력.

코드를 다루며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로서 논리적인 편이라 생각했다. 논리는 어떤 사건에 관한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심지어 잘 모르는 분야에서도 논리력은 큰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말하기에서 논리력은 많은 일을 가능케 한다. 논리력만 갖춰도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생각이나 추론 등을 이치에 맞게 하고 또한 그것을 말이나 글에 잘 표현해 내는 능력.
– 네이버 국어사전

그런 점에서 저자의 논리력은 놀랍다.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범위와 깊이 그리고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능력이 탁월하다. 사실 저자의 책을 진작부터 읽고 싶었는데, 자꾸 밀리다 보니 이제서야 읽었다. 지난해 나온 저자의 신간 <멀티팩터>도 조만간 읽을 목록에 올려뒀다.

국내 맥주시장을 보자. 2014년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맥주는 카스 후레쉬(21.6%)와 하이트(18%)였다. 그런데 이 둘이 한국에서 가장 훌륭하고 좋은 맥주일까?

논리적인 글과 대화를 좋아하는 건 내 성향일지도 모른다. 나는 논리적인 대화가 너무 좋다. 때로는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이 부분 만큼은 전형적인 이과 출신 공대생 개발자로 이성적이지 못한 대화는 혐오한다.

이는 내 해결사적인 면모 때문이기도 한데, 어떤 사건의 명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않은 채 겉으로 보이는 정보만으로 결정해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류의 사고를 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때문에 가벼운 연결로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만, 깊은 연결을 갖는 사람은 꽤 적은 편이다.

아무튼, 저자의 논리력은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며,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며 흉내만 내도 사회에서 크게 손해를 보진 않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논리력을 키운 방법을 들어보고 싶을 정도다.

천사와 악마.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정상 컨디션이 되기 전까지 대화를 피하려 하는 편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시점엔 나도 꽤 감성적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양면을 지녔으니까.

특히, 우울할 땐 꼬리를 물고 더욱 안 좋은 생각을 한다. 창업 시절엔 우울함이 극에 달해 좁은 공간에 있으면 숨이 막히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살던 작은 오피스텔에 있지 못하고 어디든 뛰쳐나오곤 했다.

망상. 감성적일 때 망상을 하게 된다. 새벽 감성이나 홀로 집에 있을 때 무척 위험하다. 기분을 좋지 않게 한 대상은 이때 아주 나쁜 사람이 된다. 악마 말이다.

어느 한쪽을 악마화하고, 다른 한쪽을 일방적인 희생자로 보면 현실을 왜곡하게 된다. 현실은 양극단의 가운데에 있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각 경제주체가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유인이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정치 문제 등 사상이 엮인 문제에 가까운 사람과 깊은 대화를 꺼린다. 꼭 나눠야 할 시점은 있겠지만, 평생 함께할 가족 등을 제외하곤 최대한 피하는 편이다.

내 경우 주로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과 충돌이 있는데, 사상에 지배된 사람은 결코 논리적이지 못하다. 물론 이는 내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사상에 지배된 사람과도 잘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소모적인 대화를 싫어한다. 전혀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영업자와 건물주 등 어느 한 측면을 마녀사냥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행위에는 누군가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콜로세움의 관객이 되진 말자. 결국, 쇼에 불과하다.

악마뿐 아니라 천사도 마찬가지다. 나도 대학생 시절엔 언론에 나오는 유명인의 말에 혹했다. 몇몇 유명인은 컨퍼런스를 찾아다니며 같은 강의를 반복해서 듣기도 했다. 그런데, 몇 달이 흐르자 그들은 잊혔다. 그들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었는데 말이다.

결국 천사 측면도 악마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미소를 짓고 있다. 언론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설계자일 수도 있다. 청년이 꿈만 꾸거나, 반대로 현실만 봤을 때 미소지을 수 있는 게 누구일지 생각해보자. 어느 쪽도 치우쳐서는 청년에게 결코 좋을 게 없다. 굳이 모든 리스크를 정면으로 받을 필요가 있을까?

선진국이라고 해서 유통마진이 우리보다 낮은 것도 아니다. 미국의 유통마진은 73%이고, 일본은 55%, 대만은 60%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냉장 보관과 냉장 수송의 비중이 높고 가공 및 포장, 저장에 많은 비용을 쓰기 때문이다.

여자와 남자가 다르고, 국내와 국외가 다르다. 어른과 아이가 다르고, 주니어와 시니어가 다르다. 그런데 마냥 다를까? 둘을 굳이 나눠야만 할까? 각기 다른 두 포지션은 같은 게 전혀 없을까?

언제부터 둘을 나눠서 봤는지 기억나는가? 누가 나눠서 보라고 했는가? 누가 기준점을 세워서 둘을 나눴는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다. 누군가 당신의 뇌를 조종했다는 거니까.

인사이트란.

노력한다고 해서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평생 숨을 쉬었지만, 숨을 더 잘 쉬게 된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많이 한다고 해서 더 잘하게 되는 것 역시 아니다. 횟수에 갇힌 사고로 질을 높일 순 없다.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게 인사이트의 시작이고,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면 그저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의 인생을 고작 ‘운’에 맡기고 싶은가?

학창 시절, 어학연수를 가는 친구들을 그렇게 봤다. 어디든 훌쩍 떠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도 그렇게 봤다. 어딘가엔 더 나은 환경이 있겠지라며 막연한 꿈을 꾸는 사람도 그렇게 봤다. 그런 사고를 하는 사람은 늘 그런 사고를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장사한 집이 일종의 품질 보증수표였다. 사람들이 긴 세월 동안 찾을 만큼 괜찮다는 증빙이기도 하지만, 같은 음식을 오래 만들면 감에 의존해도 손에 익은 경험이 맛의 편차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게는 드물었고, 대부분 짧은 업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에 의존했기에 품질이 좋은 수준이 아니었다.

저자가 골목에 관해 깊이를 나눴지만, 골목을 떠나도 그의 시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됐고, 어떻게 돼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자의 인생에 이런 인사이트가 꼭 필요하지 않은가? 지금이 너무 좋은, 참 운 좋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주변 자영업자와 언젠가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저 열심히 하면 더 나아지겠지 하며 성실이 무기였던 나의 1세대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자. 뭘 원하는지 찾자. 그리고 그걸 누가 가졌고, 어떻게 얻었는지 찾자. 막연히 몇몇 정보를 믿고 치우치지 말자. 누군가 만든 천사와 악마 프레임에 빠지지 말자.

자신의 인생에서만큼은 최고의 인사이트를 갖자.

한줄평 ★★★★☆

보이는 대로 보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읽게 된 동기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 특히, 자영업자의 고통을 나누고자 선택.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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