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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매년 초에는 1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해를 전망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사회가 불안정할 때는 이와 같은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현대 인간의 기본성이 된, 불안전성을 이용한 각종 서적과 마케팅 도구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씁쓸하다. 생각해보면 취업을 하고 난 이래 한 번도 내 환경을 포함한 국가와 세계가 안정적으로 흘렀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삶은 전쟁터라는 어른들의 말은 정답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생존하는 이상, 모든 역사책에 기록될 코로나19 팬데믹의 역사적 상황에서 1년을 보냈다.

‘밑빠진독에물붓기’

책 ‘사피엔스’를 보며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생명체인지 알게 됐다.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는 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 종족. 하지만 살아남은 인간은, 인간 내부에서 지배자가 되기 위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고, 발전에 끝이 없는 이상 인간은 앞으로도 투쟁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최근 주변에서 정신과 치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과거에만 해도 정신과를 간다고 하면 정말 큰 문제가 있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너무 당연한 것이 되었다. 내 지인도, 모시던 팀장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팀원들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말도 안 되는 것도 트집 잡아 못살게 굴었고 결국 공황장애와 우울증 판정을 받고 부서를 옮겼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코로나로 위기로 인원 감축을 하면서 업무 과다로 여전히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농업전문대학을 다시 들어가 귀농을 한 선배가 생각이 났다. 자기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던 직장인 아버지를 보니, 그렇게 살기는 싫다며 귀농을 선택했다. 그 당시에는 기회가 넘치는 세상에 도전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끝없는 불안의 수레바퀴를 발로 차버릴 수 있었던 그 용기를 정말 존경한다.

‘어디로가는가’

코로나19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현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을 뿐이다 – p208

이 책은 세계가 어떻게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각 전문가들의 짧은 글들을 통해 명쾌하게 보여준다. 이번 책은 당연히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주를 이룬다.

사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속하며, 코로나에 잘 대처한 국가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최빈국들에 비해서는 피해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평가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또한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직되고, 자영업자 분들은 매일매일을 사투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최빈국들의 삶은 너무 끔찍하다. 우리가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들은 지금 이 순간 한 끼를 먹고 살아갈 수 있느냐 투쟁 속에서 산다. 또한 빈약한 의료시설과, 끊임없는 내전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며 왜 세계가 공동 기구를 설립하고, 모두가 함께 나아가게 하는지 조금은 이해했다. 비록 그 속에는 각 국가마다 이기적인 동기도 있겠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같은), 코로나 사태와 같이 모두가 함께 하지 않으면 극복하지 못하는 일들이 인간 역사와 함께 했다. 비록 최빈국민들에게 백신이 가장 늦게 도착하겠지만, 어느 한 국가가 모두 치료되지 않는 한 코로나는 끝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는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코로나는 되풀이해 왔던 인간 역사가 펼쳐졌을 뿐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의 기술 발전과 함께, 10년이 필요 했던 각종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재택근무와 같은 기업문화가 1년 만에 정착됐다.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각국 지도부들은 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과연 인간은 어디로 갈 것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이기적 욕심으로 발전만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 석학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계가 한 마음으로 기후변화, 인구절벽, 불평등 등 더 큰 위기에 대처할 것인가.

한줄평

2021년은 주변을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봐야 할 중요한 변환점이다.

인상깊은문구

세계화가 잘려나갔다. 디지털 혁명은 급진적으로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졌다.  불평등을 악화시켰다. 영향력이 더 큰 재난인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코로나 이전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p16

신용은 경제의 생명선이다. 기업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한 살아남을 수 있다. – p87

디지털 화폐 : 첫째.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금리를 0%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둘째,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현금을 직접 발행할 수 있다. 셋째, 누가 돈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거대 기술 플랫폼들의 힘이 너무 커질까 봐 우려했다. 디지털 위안화가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 p89

만약 광범위한 원격 근무가 팬데믹 이후 경제의 영구적인 특징이 된다면 팬데믹으로 사라진 많은 저임금 일자리는 결코 다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p94

역사적으로 보면 은행 위기는 경제 활동이 오랫동안 확장된 이후에 등장한다. 위기 확대를 부채질하는 것은 보통 신용 확대와 부채 증가다 – p101

이제 사이버 공격이 의도적으로 치명적임이 입증될 것인지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다 – p127

2021년 빈곤층은 10년간 본 적이 없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며, 각국 정부는 여기에 대응하느라 어려움으르 겪을 것이다 – p127

우리와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2020년은 잘못을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다. – p131

과열되고 있는 지구를 위한 백신도 필요하다 – p132

다가오는 해에는 많은 사람이 백신이 있는 질병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어 할 것이다 – p139

세계 최빈곤 지역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기꺼이 허락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대규모 바이러스 저장소가 계속 존재하는 한 재유행의 위협은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팬데믹이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이다 – p146

코로나19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현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을 뿐이다 – p208

생명권, 자유권, 행복 추구권과 같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실제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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