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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던지는 문제

이코노미스트에서 내는 시리즈물이다. 2017년에도 흥미롭게 읽었고, 2021년에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런 류 책에서 흥미를 느낄 때면 내가 진로를 잘못 선택했나 싶기도 하다.

[서평] 2017 세계경제대전망 ★★★☆☆

세상엔 정말 많은 문제가 있다. ▲원격 근무가 늘어나고 ▲디지털 화폐가 고개를 든다 ▲긱 경제로 정규직 체제가 재논의 되며 ▲AI는 인류의 노동을 재정의한다. ▲코로나19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처럼 경제가 재편되는 환경에 정치적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중국은 공산당 100주년을 맞이했고 ▲영국은 브렉시트에 성공했다. ▲푸틴은 2036년까지 대통령을 연임할 수 있게 됐고 ▲아프리카와 중동도 지켜봐야 한다.

어느새 사회생활 10년 차. 보이는 게 늘어난 만큼 피로도도 늘었다. 어느 하나 편히 선택할 수 없는 현재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조금이나마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어쨌거나 세상은 정말 혼란스럽다.

열심히만 하면 안 되는 이유. 아니, 해야 하는 이유.

언젠가부터 반복하는 말이다. 이제 ‘열심히’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더라고. ‘열심히’와 ‘잘’의 상관관계가 무조건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학창 시절 12년 개근에 빛나는 내게 굉장히 억울했다. 돌이켜보면 난 그때도 이미 알았어야 했다. 열심히 등교했지만, 공부를 잘 하진 않았으니까.

[오세용의 에세이 #9] ‘열심히’라는 마법이 벽을 만날 때

다양한 조직,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며 그제야 깨달았다. 열심히가 정답은 아니라고. 잘 되는 조직, 좋은 포지션에 속하는 것만으로 누군가는 열심히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낸다. 그게 스스로의 선구안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2021 세계경제대전망>에 나온 이야기가 모두 이뤄지라는 보장은 없다. 이 역시 열심히라면, 열심히니까. 12월에 출판된 이 책은 조 바이든이 당선되기 전 쓴 기사도 많다. 아무리 지혜롭다 해도 그때 통찰과 지금 시점의 통찰을 비교하는 건 무리다.

실업과 기업들의 파산으로 대출 손실이 증가하며 이와 함께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은행들이 기술 업그레이드에 사용할 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종이와 수작업 과정을 디지털로 변환했던 선견지명 있는 은행들은 수백만 건의 앱 다운로드, 매출 급증, 눈부신 고객 만족도로 보상을 받았다.

때로는 내 상황을 원망하기도 했다. 내가 자란 환경, 친구, 선배 등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환경이 내 인생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그게 꽤 억울했다. 왠지 내게 선택지가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고 말이다.

그만큼 인간에게 환경은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주어진 환경에서 나와 잘 지내는 친구들을 떠올리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환경은 중요하되, 전부는 아니라 하겠다.

세계은행은 팬데믹이 1.9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극빈층’의 숫자를 1억 5,000만 명까지 늘리게 될 거라고 예측했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그 계층의 숫자는 전 세계 인구의 36%에서 8%로 줄어들었다. 현재 그 숫자는 1998년 이래 처음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는 성장 산업에 있다.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중요하고, 그중 핀테크 그리고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은 꽤 유망하다. 점점 산업 크기가 커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새로운 사람도 늘어나고, 돈도 더 많이 풀리는 곳이다.

반면, 하향 산업에서도 일해봤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게 유일했다. 신규 고객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이런 면에서도 열심히가 무조건 존중받는 건 피해야 한다.

세상에 널린 다양한 문제를 보고 있자니,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생계가 위험한 사람의 수치를 보자면, 대기업 회장처럼 막연하게 느껴진다. 내 주위엔 그 정도로 고통받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개인이 갖는 시야가 얼마나 좁은지 다시 느낀다. 열심히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시대가 던지는 문제

내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 2011년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이를 큰 문제로 다뤘는데, 당시 내가 큰 걱정이 없어서이지 지금처럼 고민했다면 꽤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고작 1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문송합니다’라며 문과는 쓸모가 없다는 등 말을 하지 않는가.

시대는 여러 문제를 던진다. ▲환경 ▲동물 보호 ▲인권 ▲아동 ▲노인 ▲저소득층 ▲개발도상국 등. 사회적 약자는 물론, 달라져야 한다 목소리 내는 모든 게 시대가 던지는 문제다. 물론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지만.

시대의 주인공으로 향하는 청년으로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커뮤니티 스튜에서 이런 류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약자에 속한다면, 그걸 바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고임금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에게는 원격 근무가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에 대한 좋은 대안이 된다. 하지만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근로자들에게는 이런 근무 방식을 쉽게 적용할 수 없다.

내가 더 가지면, 누군가 덜 가져야 하는 현실이 때론 우울하다. 그래서 함께라는 단어에 마음이 간다. SNS에 자주 올라오는 문제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독방에서 한 달을 살면 거액을 주겠다는 내용이 있다. 결국 사회와 단절되는 것 자체가 인간에겐 슬픔이다. 함께라는 단어가 의미 있는 이유다.

사회에서 던지는 문제를 푸는 것도 벅찬데, 시대도 문제를 던진다니 정말 피곤한 세상이다. 어쩌다 보니 회사에서 중간 레벨이 됐는데, 정말 하루 종일 어떤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잘 하고 있는 건지 돌아볼 시간도 없이 그저 그때그때 적절한 선택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더 많은 청년이 시대 문제를 논하고, 의견을 냈으면 한다. 결국은 그게 각자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선택이라고 본다.

이 세상 많은 문제와 인류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각자가 갖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추구하는 바를 보고 있자면, 인간이란 동물이 참 안타깝다. 결국 스스로가 행복하려는 선택이 충돌하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 사이 기회를 찾는 스스로가 꽤 약은 것 같아 씁쓸하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은 인류를 보며, 이런 인류를 그려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 떠오른다. 결국 인류는 다시 역사를 시작해도 똑같은 그림을 그릴 것이다.

이 세상 많은 문제가 모두 풀어야 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떤 문제는 그냥 두는 게 나을 수도 있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게 맞다면 그저 지금을 유지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타노스가 나타나 손가락을 튕기는 게 훌륭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4년 전 이 시리즈를 읽었을 때와 굉장한 다름이 있다. 앞서 말한 ‘열심히’가 잘 통했다 할 수도 있고, 이런 문제에 내가 꽤 영향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정말 제목이 잘 어울리는 콘텐츠다.

마무리

수많은 톱니바퀴를 보며, 그동안은 멍하니 쳐다만 봤다. 그러다 조금씩 패턴을 봤고, 어떤 부분은 꽤 괜찮은 알고리즘을 발견했다. 그렇게 세상이 돌아간다는 말이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라틴 등 아시아와 미국을 제외한 정보는 여전히 서툴지만, 그래도 큰 맥락을 조금은 따라가게 됐다. 4년간 조금은 발전한 것 같아 이번 책이 반갑다.

언제는 안 혼란스럽겠냐마는, 다음 깊은 혼란기엔 이번보다는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길. 조금은 더 넓은 톱니바퀴를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읽게 된 동기

스튜 2021년 2월 지정도서

한줄평

이 세상 굵직한 문제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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