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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가정문이 아니다

‘carpe diem’

세상의 수많은, 삶과 관련된 책과 강연에서 단골로 나오는 주제이다. 어렸을 때는,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희생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는 과거의 시간을 사유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은 현재가 만든다. 현재가 과거가 되고 현재가 미래가 된다. 결국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과거와 미래 또한 충실한 삶이 될 수 없다는 게 Carpe diem의 뜻이 아닐까 싶다.

사실 현재가 행복하다면 과거의 불행했던 순간도 현재의 행복을 위한 디딤돌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가 불행한 사람은 과거의 불행을 원망하며, 미래의 행복은 점점 멀어져간다.

솔직히 나 또한 과거에 얽매여 있는 부분이 있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부분이 있다.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이고 그런 모습이 인간다운 것이지만, 불안전을 인정하고 노력을 하는지가 더 나은 인간을 만든다 생각한다.

서두가 길었던 이유는, 이 책의 모든 것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 사이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기욤 뮈소의 책은 항상 아쉽다. 책 한 권을 하루 이틀 만에 읽도록 재밌게 만들어 놓다니…

‘in old times’

이 책 또한,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얽매임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의 폭력 속에 자살을 택한 어머니,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지옥 같은 과거, 이로 인해 자식을 만들지 않기로 다짐하고, 이는 자식을 가지고 싶은 연인 일리나에게 오해를 만들어나간다.

그 자신도 지난 긴 세월 동안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 너무도 간단하지만 이해하는데 평생이 걸린 말…. “자넨 아무 잘못도 없었다네” – p275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어떤 슬픔도 녹이고, 어떤 두려움도 떨치게 하는 한 문장. 인생사 모든 것에 한 가지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모든 책임을 넘긴다면 풀 수 없는 실타래가 시작되는 것이다.

비록 소설이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극적인 상황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 주변에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상황이다.

‘결국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불효자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처음에는 믿지 않았고 믿기 싫었던 말이다. 부모님을 존경하지만,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나 또한 닮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의 모습이 있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한 자식은 부모님을 닮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이제는 동의한다. 엘리엇 또한 절대 아버지 같은 폭력적인 인간이 되지 않겠다 다짐했겠지만, 결국 아기를 가지고 싶지 않은 생각은 자신 또한 아버지처럼 자식에게 지옥을 선사할 것 같은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가 현재의 나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꾼다면 현재 또한 과거를 바꿀 수 있다. 그것이 불행을 행복으로 보이게 하는 착각일지라도, 현재와 미래가 행복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at this time’

과거에 대한 얽매임으로 소중함을 읽은 주인공은 현재에 충실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음에도, 현재의 가장 소중한 딸을 잃지 않기 위해 과거의 자신과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왜 항상 인생이 내 통제권 밖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느낌 – p58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생각인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주인공은 이 당연한 명제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고 현재를 위한 삶을 택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이 책의 또 다른 배움을 선사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세상의 중심인 내가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인 주인공이 딸과 함께한 그 짧은 시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을지 생각하면, 죽음은 새로움의 시작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준다.

그러다 끝내 최후의 순간이 오면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떠날 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을 뛰어넘어 그의 흔적이 세상에 남아있게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35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금을 부정하면 모든 것이 부정된다.

‘in the future’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기 때문이다 – p298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허비하는 시간 또한 즐겼으면 됐다. 하지만 너무 많은 허비를 핑계로 대면서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과연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솔직히 나는 자본주의가 원하는 부유한 미래를 위해 공부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 상황에 변명하지도 않는다. 비록 여러 사람이 그러다 늙어서 후회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를 스트레스 속에 사는 것이 더 후회할 것 같다.

이 책의 결말을 보고 다시 느낀 것은, 인생 동반자의 중요성이다. 누군가 말했다. 날 위에 죽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다행히 나에게는 매트와 같은 친구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 미래의 배우자 또한 함께 눈을 감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성공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책 한 권에 인생을 담아준 기욤 뮈소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과거는 내 발 뒤꿈치에 와 있고, 미래는 내 발 앞꿈치에 와 있다.

인생을 배우고 싶은 자, 자기계발서는 내려 두고 이 책을 들어야 한다.

인상 깊은 문구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준 단 한 가지 그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분을 울적하게 했다 – p31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신비한 부분이야말로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의 일부이기도 하다 – p57

왜 항상 인생이 내 통제권 밖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느낌 – p58

얼핏 자잘한 비밀을 측은하게 쌓아가며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인간의 서글픈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74

아빠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아빠가 된다는 사실 말이다 – p130

그러다 끝내 최후의 순간이 오면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떠날 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을 뛰어넘어 그의 흔적이 세상에 남아있게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35

그 자신도 지난 긴 세월 동안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 너무도 간단하지만 이해하는데 평생이 걸린 말…. “자넨 아무 잘못도 없었다네” – p275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기 때문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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