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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속성: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

하나. 돈은 좋지만 티내고 싶지 않은 ‘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부를 쌓는 것이 짧은 시간 안에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부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말이죠.

 학창 시절 읽었던 <상도-商道>에 감명받아 임상옥의 삶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임상옥은 치부에도 밝았지만, 인품 역시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말년에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준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어떤 깨달음을 얻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은 돈을 바라보는 우리네의 관점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바로 부에 대한 이중 메시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바꾸어 말하면, 사농공상으로 점철된 한국인의 DNA에 돈이 갖는 이미지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임상옥은 많은 부를 떳떳하게 성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과 당시 권력계층의 모함으로 고초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돈을 좋아하지만, 돈을 좇는 것을 경시하는 모순은 현 세대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실제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많은 현장에서 돈을 공부하고 돈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는 많은 이들에게 ‘돈에 환장한’ 혹은 ‘대범하지 못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다수의 사람이 신문에서 보도하는 경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누구의 소문을 듣고 부화뇌동의 끝판왕인 뇌동매매를 하며 울고 웃고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난 후 역시 ‘답은 저축이야’라고 자위하는 것을 반복합니다. 진짜 돈을 공부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과연 부덕한 일일까요?

 

둘. 부자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올바른 부를 쌓는 법에 대해 그나마 객관적이고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나침반을 제시합니다. 부자는 결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저 역시도 젊은 나이에 갑자기 부자가 되어 삶을 누리는 망상을 안 해본 것이 아닙니다. 소비의 욕구를 절제하고 남들 보기에 악착같이 살지 않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자는 결단코 지름길은 없으며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저의 과거를 돌아보고 있자면 사회 초년생 시절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당시 저는 동기들보다 사회진출이 몇 년 늦은 상태였기 때문에 항상 뒤처졌다는 마음에 월급을 받고 나서는 소비에 조심했습니다. 그때는 금융상품을 이해하지 못해 적금으로 몇 년을 보냈고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지만, 나중에 저축보다 무궁무진한 상품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은 후회가 되었습니다. 저에겐 근면함은 있었지만 공부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종잣돈과 제가 늦게 시작한 공부가 발판이 되어 늦었던 사회진출에 대해 적잖은 보상을 해주었습니다.

 

셋. 다른 책들과 다른 점

저자는 그간 출판된 많은 경제 자기계발 도서를 관통하는 ‘부동산’이라는 명제를 과감히 삭제하고 근면과 금융상품 공부를 통한 최소한의 생존능력을 갖추라고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그리고 돈이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태도가 그 인식을 만든다고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결국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소비와 불편함이 따르는 절약 그리고 금융에 대한 이해만이 자신을 윤택한 삶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신문 경제 지면의 주요 이슈들을 다른 이에게 얼마나 설명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자 역시 만약 나도 잘 모르는데 상품들을 투자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끊임없는 공부와 쫓을수록 멀어지는 돈의 속성을 공부하는 것만이 투자라는 싸움터에서 나보다 현명하며 야심 찬 상대에게 살아남는 것이라고 저자는 외치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굳은살이 나를 좋은 기회로 인도할 것이라는 희망도 제시합니다.

 

 넷. 누가봐도 좋은 기회에 대한 작은 고찰

 끝으로 제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좋은 것 있으면 같이 좀 하자”입니다. 전 노력 없이 어떤 것에 대한 가치를 알기 어렵다고 믿기에 이 함축적인 문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드라마  <하얀거탑>의 대사처럼 ‘누가 봐도 좋은 기회’는 누가 봤기 때문에 절대 좋은 기회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내가 능히 알아볼 수 있는 ‘나만의 기회’라는 통찰과 ‘지족-知足’의 태도까지 암시합니다.  저는 이에 대해 이전부터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어떤 작은 안도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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