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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왜 일하는가 이에 대해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바로 ‘돈 때문이지’ 라고 답할 거 같다.

아직 직장을 다녀본 적 없고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일을 해왔던 나에게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에 일을 시작한 것은 학원조교. 일이 쉽고 편했으며 다른 일에 비해 시급이 높았다. 입시를 끝낸 지 얼마 안 된 나에게 중학생, 고등학생 수학은 가르치기 너무 편했고 내가 일하는 노력에 비해 많은 돈을 받아 일이 만족스러웠다. 그 이후로도 2년간 학기 중엔 과외, 방학 중엔 학원조교를 병행하면서 일을 해왔다.

하지만 2년동안 일을 하면서 생각만큼 편하지 않았다. 내 과외 시급은 35000원. 그 값어치를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보여줘야했다.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야 하지만 그에 비해 계약한 과외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급을 낮추고 과외시간을 더 늘렸으면 그 학생들의 성적향상에 좀 더 도움이 되었을 거 같은데 그 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과외를 하는 것도 오직 돈 때문이었으니까.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었으니까.

어느 순간 느꼈다. 이러면 안 되는구나.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누군가 나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무게감을 가지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과외를 하지 않았다. 돈으로만 보고 일을 하는 내가 학생들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다.

3학년부터는 알바를 시작했다. 시급은 기본시급. 원하는 것은 일이 편할 것. 소위 꿀알바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알바를 찾는 조건은 무조건 개인 사업일 것(프랜차이즈가 아닐 것). 가게의 크기가 크지 않을 것. 집과 가까울 것. 3가지. 손님은 적을수록 좋고. 그렇게 하게 된 카페알바 2곳은 알바를 하다가 사업이 너무 어려워져서 해고당했고 식당과 PC방 알바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었다. 내가 받는 것은 기본시급인데 나에게 기본시급을 주면서 이렇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돌고 돌아 다시 학원강사이다. 강사 면접 때 얘기했다. 원장님 저는 적어도 제가 일하는 가치만큼의 돈은 받고 싶어요.

이 책에서 화자는 몸도 마음도 편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가는 사람.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화자가 생각하는 옳은 삶의 태도는 내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완벽히 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을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 화자는 비난할 것이다. 나는 화자처럼 돈을 적게 받고도 내 모든 노력을 동원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 일이 내가 받는 돈에 비해 많거나 어렵다고 생각되면 그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니까. 물론 아르바이트다 보니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지금 당장 나의 일에 대한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나에겐 일이란 생계의 수단이니까.

다만 현재 나에게 진짜 일이라 느껴지는 것은, 나의 최우선순위는 나의 학업이고 이에 대한 태도는 책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시험공부를 3년정도하면서 나는 정말 저렇게 내 공부를 사랑했는가에 대해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 그렇게 미친듯이 공부를 해본적이 없었으니까.

화자는 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지 말고 ‘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내가 수험생활을 끝내고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였을 때 그 생각을 했다. 난 진짜 나의 최선을 다했어. 객관적으로 남들보다 공부는 덜 했을지라도.

생각이 잘못된 것은 스스로도 안다. 하지만 힘들었기에 자기합리화를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화자와 같은 태도로 임했더라면 적어도 끝이 실패였을지라도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험생활이 끝나고 처음 읽은 책이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읽기 시작했을 때 내용이 예상이 갔고 읽는 내내 감흥이 없었다. 읽기도 쉬운 책이었고. 하지만 읽다보니 이게 과연 일에 국한된 내용일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내 삶에 대해 치열하게 살았는가.

이번에 첫 서평을 쓰는데 독서모임도 처음에 들어갈 때와 달리 책을 읽는 것도 서평을 쓰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서 벌금 내고 넘어갈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굳이 굳이 제출일이 지난 오늘 책을 폈고 읽고 서평을 썼다. 열심히 살라는 내용의 책을 읽고 할 일을 안하고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처음 독서모임 OT 때 본 서평처럼 잘 쓸 자신도 없고 이렇게 쓰는 것이 괜찮은지 모르겠다. 서평을 쓰니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생각정리가 잘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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