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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감정이란’

인간은 언제쯤 인간 자신을 알 수 있을까? 인간은 세상 만물을 분석하고 창조하며 정의 내리지만, 인간 스스로 존재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는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게놈프로젝트는 진행중이며, 뇌에 대해서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사실 인간조차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 때문에 인간이 자연의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감정이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만큼 섬세한 감정선을 가진 동물은 없다. 섬세한 감정선은 단순함을 복잡성으로 만들었고, 인간은 복잡성에 대응하며 발전할 수 있었다.

저자는 기존 감정 의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감정은 고통과 같이 뇌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설계된, 구성된 것이라는 관점이다. 어려운 문장 구성이 많아 읽기 난해했지만, 저자의 주장에 대한 논리는 굉장히 설득력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본인의 주장 또한 100%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사실로 받아들여졌던 부분에 대한 극단적 반대 논리가 조금은 불쾌했다. 틀림과 다름의 경계를 유연하게 구성했다면 더욱 훌륭한 책이었을 것 같다.

재구성

당신의 느낌은 그저 잡음일 있다. 당신은 그저 잠이 필요한 것일 있다 – p360

인간의 감정은, 인간의 문화와 사회와 관계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갔다. 저자의 실험에서도 보여주듯이, 동일한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모든 사람마다 다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은 많았다. 영화를 볼 때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비웃는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내 감정을 구성한다. 내 뇌는 과거의 비슷한 사례를 토대로 나의 감정을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순간의 감정은, 잠시 숨을 돌리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내가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한 내 감정이 다를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이 맞다는 전제하에 씁쓸한 점은, 내가 주체적으로 창출한다고 생각한 모든 감정이 이미 나의 뇌가 예측한 신호를 단순히 내가 느낀다는 점이다. 저자의 주장 또한 여러 실험 표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주체적이고 자유로움을 원하는 나이기에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재구성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다. 지금 (내가 감정을 느끼기 전에 이미 뇌에서 시뮬레이션한) 느끼는 감정은 다시 재구성될 수 있다. 특히 나에 대한 극단적인 감정이나,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저자가 말한 재구성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걷기를 좋아한다. 노래를 들으며 오늘 또는 과거에 있었던, 기억에 남는 시간을 회상하면 그때 느꼈던 감정과 다른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이 있기에 감정이 성숙해지고, 내 뇌의 시뮬레이션 능력이 향상되는 것 아닐까.

이 책은 충분히 설득력 있고,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파악하는데 큰 교훈을 준다. 하지만 내 주장이 공기의 성분에 질소와 산소가 있는 것처럼 100% 사실인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주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웠다.

사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내 인생은 다름과 틀림에 대한 지속적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틀림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모든 정보가 분석된다면, 무지가 가져다준 축복이 없어질까 두렵다.

밀란 쿤데라의 책 ‘무의미의 축제’가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한 줄 평

내 감정을 의심하게 만드는 책

인상 깊은 문구

감정은 실재하지만, 분자나 뉴런이 실재하는 것과 같은 객관적 의미에서 실재하지는 않다. 오히려 감정은 화폐가 실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실재한다. 다시 말해 감정은 착각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의 합의의 산물이다 – p22

구성된 감정 이론은 이 세 종류의 구성을 모두 포함한다. 사회적 구성의 관점에서 이 이론은 문화와 개념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심리적 구성의 관점에서 이 이론은 감정이 뇌와 신체의 핵심 체계에 의해 구성된다고 본다. 그리고 신경 구성의 관점에서 이 이론은 경험에 따라 뇌의 배선이 달라진다는 견해를 받아들인다 – p87

감정은 우리가 만들어낸다. 우리는 감정을 인식 또는 확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러 체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즉석에서 우리 자신의 감정 경험을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한다. 인간은 고도로 진화한 뇌의 동물적인 부분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가공의 감정 회로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경험의 설계자다 – p97

그리고 지금 당신이 단어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당신의 뇌는 당신의 평생 독서 경험에 기초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다음 단어가 무엇일지를 예측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바로 이 순간 당신의 경험에 대해 당신의 뇌가 방금 전에 예측을 했다. 이렇듯 예측은 인간 뇌의 근본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몇몇 과학자는 이것을 뇌의 기본 작업 모드로 간주한다 – p130

그러나 실제로는 당신이 움직이려는 의도를 자각하기 꽤 오래 전에, 심지어 당신이 사과를 실제로 접하기도 전에, 당신의 뇌가 운동 예측을 산출해 신체를 움직인다 – p131

당신이 살고 있는 환경이 당신에 의해 구성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뇌가 물리적 환경에서 들어온 감각 입력을 선택하는 과정이 깔려 있다 – p169

그렇다면 당신이 범주화를 수행할 때 당신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은 세계 안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 개념이 필요하면 당신의 뇌는 당신이 과거에 경험한 개체군을 바탕으로 이리저리 짜맞추어 특정 상황에서 당신의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개념을 즉석에서 구성해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다. 감정 개념은 목표에 기초한 개념이다 – p184

당신의 뇌가 행복이라는 개념의 사례를 구성할 때, 이것은 당신의 뇌가 행복의 예측을 내놓는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29

당신의 뇌는 당신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기도 전에 당신 얼굴과 신체의 움직임을 수행할 준비를 하며, 감각 입력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것을 예측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당신의 뇌가 경험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면서 세계의 상태 및 당신 신체의 상태와 비교하고 있는 것임에도, 당신에게는 감정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 p234

나는 뇌가 과학자처럼 작용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뇌는 예측을 통해 가설을 만들고 감각 입력 데이터에 비추어 이것을 검증한다. 그리고 반대 증거가 나오면 과학자가 가설을 조정하는 것처럼 뇌는 예측 오류를 통해 예측을 수정한다. 뇌의 예측이 감각 입력과 일치할 경우 그 순간에 세계에 대한 모형이 된다. 이것은 옳은 가설이 과학적 확실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는 과학자와도 비슷하다 – p240

나는 감정이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실재한다. 그러나 꽃이나 잡초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실재한다. 나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인간의 문명은 성립할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나는 감정이 그저 당신의 머릿속에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표현은 사회적 실재의 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화폐, 평한, 법률, 정부, 우정, 그 밖에 우리가 가장 열렬히 신봉하는 것들도 모두 그저 인간의 마음속에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을 위해 살고 또 죽는다. 이것들은 이것들이 실재한다고 우리가 동의하기 때문에 실재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그리고 감정은 오직 지각하는 인간이 있을 때만 존재한다 – p267

당신의 뇌는 당신의 신체 안팎에서 전달되는 모든 감각 입력을 끊임없이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이것을 바탕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해한다. 이런 예측이 내수용 신경망에 있는 신체 예산 관리 회로에서 시작해 일차 감각 피질에 이르는 다단계 과정을 통해 피질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뇌 전체에 분산된 시뮬레이션이 만들어진다. 이런 시뮬레이션 하나하나가 개념의 사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때 당신의 실제 상황에 가장 가까운 시뮬레이션이 최종적으로 당신의 경험이 되며, 이것이 감정 개념의 사례이면 당신은 감정을 경험하는 셈이다. 이 전체 과정은 신체 예산을 조절해 당신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는 데 기여하는 통제 신경망의 지원 속에 이루어진다. 이 과정 중에 당신이 주위 사람들의 신체 예산에 미치는 영향은 당신이 생존해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파하는 데 기여한다. 이것은 뇌와 신체가 사회적 실재를 창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또한 이것은 감정이 실재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 p285

우리가 개념을 학습할 때 도움이 되는 바로 그 단어의 속임수에 빠져 우리는 단어가 가리키는 범주가 자연에 원래 있는 경계를 반영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기 쉽다 – p307

경외감을 키우든, 명상을 하든, 아니면 당신의 경험을 신체 감각으로 해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든, 재범주화는 이 순간 당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 결정적인 도구다. 기분이 언짢으면, 이런 불쾌감이 어떤 개인적인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가정하는 대신에,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당신 자신을 취급하라. 당신의 느낌은 그저 잡음일 수 있다. 당신은 그저 잠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 – p360

우리는 모두 세계와 마음, 자연과 사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한때 순전히 정신적인 것으로 간주된 우울, 불안, 스트레스, 만성 통증 같은 많은 현상은 실제로 생물학적 용어로 설명될 수 있다. 고통처럼 순전히 신체적인 것으로 간주된 다른 현상들도 정신적인 개념이다. 당신 경험의 효과적인 설계자가 되려면 당신은 물리적 실재와 사회적 실재를 구별해야 하고, 이 두개가 불가피하게 엉켜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하나를 다른 것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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