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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의 빈곤

풍요 속의 빈곤

왜 인간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슬픈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지구상의 왕으로 군림한 인간이 왜 발전의 우상향 그래프와는 반대로 행복은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을까.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대신 서로를 즐긴다’

스마트폰이 출시한 이후 세상의 모습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인간 간의 교류는 없어지고 모두 작은 핸드폰만을 쳐다보며, 핸드폰 속 허구의 이미지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웃고 울고 있다.

인간은 소통하는 동물이라 배웠지만, 이제 소통하지 않는다. 보수적이고 꼰대 경향이 강한 나로서는, 온라인상의 끄적거림과 구경은 진정한 소통이라 보지 않는다. 최근 화두였던 드라마 ‘마스크걸’에서도 인간이 소통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편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에 더 중독될 수밖에 없는, 불행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문제는 온라인상의 많은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행복 비교에 질 수 없어서 더 행복한 척 열을 내는 컨텐츠가 대부분이지만…) 결국 도파민을 채워줄 수 있는 수단을 탐닉하게 된다. 담배, 술, 마약, 도박, 사치, 등등…

비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미 인간 문명의 쇠퇴는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지구의 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상을 통해 문명을 창조하고, 소통을 통해 집단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문명은 발전하겠지만, 소통하지 않는 인간 문화의 문제는 지금도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고, 혼인율과 출산율은 전 세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결국 세대 간 분쟁은 필연이며, 인간 집단은 더 불안해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혼인율,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정부에서 각종 현금성 지원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알고 있다.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출산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의존을 멈추는 게 잠시뿐이더라도 그들이 진정한 원인과 결과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직시하게 해야 한다’

최근 교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결국 소통의 문제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꼰대라 말하겠지만, 과거와 달리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이를 가르치는 분에게 물어보니, 요즘 부모 중에 자신의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는 부모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세상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된다. 세상이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하며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무언가 부족하더라도 상황이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여유 있는 사고방식이다’

‘솔직할수록 사람들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당신의 엉망인 모습을 통해 자신의 약점과 됨됨이를 돌아보고 의심, 두려움, 나약함이 자신만의 약점이 아님을 알게 되면 안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어른들부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질책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소통하는 문화가 다시 형성되지 않는다면, 집단을 잃어버린 인간 개인은 외로움과 중독의 수레바퀴와 함께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멈추려 한다. 거창하게 썼지만 내가 대단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나도 중독자이다. 흡연자이며, 일주일에 2~3회 집에서 반주를 즐긴다. 하지만 나는 소통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누군가의 행복을 같이 즐기려 한다.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방법은, 책에서도 나왔지만, 나의 부족한 점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일단 사람은 자기보다 덜 행복해 보이고 덜 괜찮아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기 쉽다.

다행인 점은, 그래도 아직은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사회에 더 많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말이지만, 내가 사회를 바꿀 수 없다면 내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서 행복하려 한다. 거짓된 행복이 아닌, 사람과 소통하는 진짜 행복을… 나와 주변이 행복하다면 그것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지 않을까…?

집단을 잃은 인간은 왕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소통이 없으면 집단은 붕괴된다.

인상 깊은 문구

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과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 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무지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 p53

미국인들은 더 이상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대신 서로를 즐긴다. 그들은 생각을 주고받지 않는 대신 이미지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는 대신 멋진 외모, 유명인, 광고를 논한다” – p57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 p64

과학은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르는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 가며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기준점은 높아진다. 우리는 순간적이고 영원한 기억을 뇌리에 새기기 때문에 쾌락과 고통의 교훈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그러한 기억이 해마에 남아서 평생 가는 것이다. 우리는 쾌락이 없으면 먹거나, 마시거나, 번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통이 없으면 상처나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반복적인 쾌락으로 우리의 신경 설정값이 높아지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에 절대로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더 많은 것을 바라면서 끝없이 갈등할 것이다 – p87

“이 세상은 감각적으로 풍부하지만 인과적으로는 빈약해요”… 그래서 의존 상태를 유지하는 10대들에게 의존의 부정적인 결과를 깨닫게 하는 것이 의존을 멈추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게 될 거라는 이유 하나뿐이라도 말이다. 의존을 멈추는 게 잠시뿐이더라도 그들이 진정한 원인과 결과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직시하게 해야 한다 – p97

이때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이를 인내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 마음챙김의 가르침이다. 이렇게 할 때 우리의 경험은 새롭고 예기치 못한 다채로운 조화를 만들어낸다. 고통은 계속 그 자리에 있지만 다양하게 변화하고, 결국 자기만의 고통으로 남는 게 아니라 모두의 고통을 대승적으로 아우르게 한다 – p106

그런데 오늘날은 도파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전형적인 미국인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앉아서 보내는데, 이는 50년에 비해 50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세계의 다른 부유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공급량이 제한적인 식량을 두고 경쟁하기 위해 매일 10킬로미터를 횡단하도록 진화되었음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좌식 생활 습관의 역효과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 p185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자신의 약점을 서슴없이 드러낼 때 특히 그렇다. 이는 반직관적이다. 우리는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면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떠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성격적 결함이나 일탈 행위를 알면 거리를 둔다는 게 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솔직할수록 사람들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당신의 엉망인 모습을 통해 자신의 약점과 됨됨이를 돌아보고 의심, 두려움, 나약함이 자신만의 약점이 아님을 알게 되면 안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 p222

자신이 주로 피해자이며 나쁜 결과는 남탓이라고 하는 환자들은 보통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계속 그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기 바빠서 자신의 회복에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정확히 표현하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하면 호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 p226

주변 사람들이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세상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된다. 세상이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하며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무언가 부족하더라도 상황이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여유 있는 사고방식이다.

반면에 주변 사람들이 거짓말하고 약속도 안 지킬 때, 우리는 미래에 대해 믿음을 잃게 된다. 세상은 질서 있거나, 예측 가능하거나, 안전한 곳이 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는 위험한 곳이 된다. 우리는 경쟁적인 생존 모드로 들어가 장기간의 이득보다 당장의 이득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이 결핍의 사고방식이다 – p235

앞서 확인한 것처럼 너무 많은 부는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파민 과부하는 보상을 미루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소셜미디어의 과장과 탈진실의 정치 (거짓말하기)는 우리의 결핍감을 키운다. 그 결과 우리는 풍요 속에 있으면서도 빈곤함을 느낀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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