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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프랑스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친구들의 일상 그리고 스탈린과 그 동지들에 대한 망상 혹은 연극을 따라가며 진행되는 소설이다. 밀란 쿤데라의 책은 처음이라 그의 모든 책이 이런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명성이 주는 압박에 비해 분량과 문체 모두 가벼워서 쉽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장면마다의 의미를 생각하면 끝도 없이 팔 것이 많은 소설이 될 것이고.

책을 읽는 내내 곱씹게 되는 키워드들이 몇개 있다. 거짓말, 배꼽, 천사, 사과, 즐거움, 무의미.

배꼽 – 즐거움 -거짓말/농담 – 천사의 추락 – 무의미 – 축제/의미

이런 식으로 흐름을 따라가보면, 우리는 태어났기 때문에 즐거움을 찾아다니고, 즐거운 기분을 위해 가볍디 가벼운 거짓말과 농담을 하며 산다. 그러다 천사가 추락하는 경험을 맞게 될 때가 생긴다. 그렇지만 인생은 계속되고 무의미함 속에서 즐거운 기분을 또 찾는 것이 이어지는 반복되는 축제. 이것이 인생의 의미인가?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많이들 하는 이야기이다. 최근에 재밌게 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주제도 그렇고. 엄청난 스케일의 기승전이 이어져도 시사하는 결말은 소소하다. 무거운 진리가 있지 않다. 나는 평소 진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엄청 대단한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 정말로 소소한 것들에 만족하고 살다가 불현듯 스스로가 소시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고, 억지로라도 그런 순간들을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독서를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 없지 않은데, 이런 식의 결말은 조금 허무하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문학이 우리에게 대단하고 어려운 길보다 편한 길을 가라고 말한다고 느낀다.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나라서 모두가 이런 식이면 꼬아서 듣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에 만족해라, 그렇지 않으면 힘들 것이야. 지금 사회에 만족해라. 당장 너무 마려운 소변을 참는 것이 대단하지 않니? 우리 모두에게 배꼽이 있다는 건 모두가 똑같은 뿌리에서 똑같은 과정을 통해 태어났다는 걸 알려주지. 우리는 모두 보편적인 존재이고 특별하지 않아. 대단하지 못하다고 실망하지마… 이제 이런 주제는 식상해져서 힘이 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오! 난 지금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올해 여름에 타계한 작가는 살아서 엄청난 명성을 얻었고 나는 아직 평범하고 어려서 그가 느낀 것들을 못 느끼고 못 깨우쳐서 이런 반항심이 생기는 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관통하는 주제가 아쉽다. 굶어 죽진 않겠지만 조금은 팍팍하고 영웅이 나기 어려운 시대이다. 소확행을 쫓으라는 것이 지금 내 세대의 시대정신이 되어가나 싶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나와 너무 닮아서 동족혐오를 느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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