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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리더가 되고 싶은 모두를 위한 책

2024년 첫날 <왜 리더인가>를 완독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왜 일하는가>라는 책으로 만나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경영자가 됐다. 사회에서 만난 후배들에게 늘 선물하는 책으로 여태 10권도 넘게 구매한 것 같다. 굉장히 꼰대스러운 제목에 꼰대스러운 내용이지만 글쎄. 꼰대면 어떤가. 그게 내 취향인 것을.

<왜 리더인가>는 스튜 독서소모임에서 2024년 시즌1 도서로 선택한 책이다. 2024년 시즌1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라’는 컨셉으로 진행되는데 그 첫 번째 책이 <왜 리더인가>다. 그리고 <왜 리더인가>는 2024년을 여는 첫 책으로 무척 적절했다.

창업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 3대 경영의 신으로 굉장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지난 2022년 별세하기까지 일본 내에서 굉장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많은 역사가 <왜 일하는가>에 담겨있다.

나는 <왜 일하는가>를 3번 정도 읽은 것 같다. SI 개발자 시절 갈피를 잡지 못했을 때 처음 읽었고, 조직에서 처음 리더가 됐을 때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진인사대천명’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 이 한자성어로 이나모리 가즈오의 메시지를 정리할 수 있겠다.

저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점점 나쁜 상황으로 몰리는 것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가 없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창업에 관한 이야기는 <왜 리더인가>에 좀 더 자세히 설명 했다. 조금은 내가 유자랩스를 창업한 동기와 비슷한데 개인의 욕망을 좇아 시작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동료들의 노고가 희석되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고 이들의 가치를 지켜주고 싶었다. 당연히 내가 창업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단지 그 욕망만으로 지금까지 온 건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트업이나 1인 기업 등의 창업자 중에는 재산을 모으고 싶다거나 명성을 얻고 싶은 마음에 일을 벌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의 엔진’이 경영자의 사리사욕, 공명심, 권력욕에만 머물러 있다면 설령 잠깐 성공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은 도모할 수 없다. 동기는 어떤 일을 진행할 때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흔들림 없는 단단한 터를 마련했다면 그곳에는 훌륭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토대가 부실하면 아무리 호화로운 집을 지으려고 해도 금세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만다. 동기가 불순하면 어떤 일이든 순조롭게 성공을 이룰 수 없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지속 가능함’을 추구한다. 지속한다는 건 굉장한 것이다. 뭐든 꾸준히 노력하면 재능이 필요한 영역까지는 어려워도 어떤 적정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내 성향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성향과 비슷하다. 때문에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고민하다 보면 점점 본질에 다가갈 수 밖에 없다.

회사는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무엇보다 직원의 생활을 지켜주고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주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회사의 사명이고 경영의 의의다.

그렇게 본질에 다가간 경영의 신 메시지에 내가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직원의 생활을 지켜준다는 것 그들에게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준다는 것.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댄다.

이 내용은 내가 유자랩스 구성원들에게 했던 말이다.

유자랩스 업무 보드에는 위와 같은 컨셉이 적혀있다. 유자랩스를 만들며 내가 조직의 컨셉으로 잡은 것이다.

나는 현재 구성원이 업무에 집중하면 충분히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업무에 집중한다는 건 꽤 많은 허들이 있다. 여러 업무 이슈를 비롯해 개인사까지 많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나는 이 허들을 모조리 치우거나 낮추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에만 집중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생활은 물론 행복도 가질 수 있도록. 그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모였고, 좋은 팀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좋은 회사가 돼 가고 있으며 좋은 사업을 하게 될 것이다.

마음

신입사원 시절 나는 남자라는 이유로 기회를 받은 적이 있다. 리더가 여자 개발자는 믿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술자리에서 실제로 ‘나는 너 여자라서 못 믿어’라는 말을 한 것을 봤다. 그런데 막 입사한 사원은 어떻게 해야 리더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믿을 수 없다고 일을 줄 수 없다니.

놀랍게도 여전히 어떤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내 팀원을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 리더를 많이 봤다. 여전히 누군가는 성별 따위로 가르기도 하고(남자라서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혼 이력이 있어서, 대기업 출신이라서, 전공자가 아니라서 등 실제 일해보지 않고 어떤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봤다.

최근에는 ‘직원은 그냥 직원일 뿐’이라며 경영자가 ‘직원’이라는 테두리에 가둬버리는 경우도 봤다. 그 경영자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직원은 어차피 떠날 것이니 믿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솔직히 화가 날 정도로 안타까웠다.

경영자가 지닌 마음은 금세 그 조직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 리더의 마음가짐은 자기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며 조직 구성원 모두의 마음에 가닿아 영향을 미친다.

나는 누군가를 설득해 나와 함께 일하게 만든 경험을 꽤 오랫동안 해왔다. 그리고 그 경험의 대부분은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고 했다. 오해하지 말라. 내가 해온 일 대부분은 돈과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성당에서 교리교사를 하며 성가대와 밴드부를 맡았는데, 학생들이 성가대와 밴드부 등에 합류해 노래를 부르게 하는 일을 참 많이 했다. 커뮤니티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매년 행사를 열었는데 이 행사는 늘 봉사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영상을 찍고, 누군가는 포스터를 만들고, 누군가는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통해 사람이 왜 움직이는지 이해하게 됐다.

이들은 그저 내가 그들을 ‘믿어준 것’ 때문에 움직였다. ▲노래를 하기 싫다는 학생에게 ‘난 네 노래 목소리가 좋아. 분명 사람들도 좋아할거야’라고 말했더니 내 믿음을 믿고 노래 했다. ▲영상 편집을 못 하는 친구가 ‘넌 배워서 할 수 있을거야 나랑 같이 만들어보자’라고 말했더니 내 믿음을 믿고 공부해 영상을 편집했다. ▲발표에 자신 없다고 말한 친구에게 ‘대단한 발표를 하자는 게 아니야. 그냥 친구들의 눈높이에서 너가 먼저 이 책을 읽고 공유하는 정도로 생각하자. 너 그건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했더니 내 믿음을 믿고 공부해 발표했다.

만약 내가 ‘감언이설’ 한 거라면 결코 커뮤니티를 10년 넘게 지속하지 못했을 거다. 한, 두 번은 속을지언정 세 번, 네 번은 속지 않을 테니까. 10년 넘게 친구들이 함께 공부한다는 건 분명 그들에게도 이 과정이 도움이 됐고 이로 인해 나 혼자 어떤 이득을 보지 않았다는 거다. 이처럼 사람은 생각보다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줄 때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마음’을 쓴다. 그리고 이 ‘마음’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은 바뀌기 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반면에 한번 강하게 결속이 되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직원들끼리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하면서 마음을 하나로 합쳐 일하는 조직, 회사 전체가 한 가족처럼 감정을 공유하는 조직, 한 명의 리더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경영에 참여한다는 열의를 지닌 조직을 만들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이런 다짐 말고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경영 기술이나 비법 같은 것도 없었다.

나는 개발자 10명 조직을 운영하며 ‘마음’이 갖는 힘을 확인했다. 사실 대부분의 리더는 일을 잘 한다. 경영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일 못하는 사람을 리더로 만들지 않는다. 때문에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아쉽게도 일을 잘 하는 게 꼭 좋은 리더로 이어지진 않지만 말이다.

내가 부서장이 됐을 때 우리 부서의 업무 대부분은 내가 할 수 있었다. 당연하다 내가 했던 일들이니까. 그런데 물리적 한계로 모든 일을 한 사람이 할 수는 없다. 때문에 팀으로서 움직여야 하고 팀을 이끌 리더가 필요하다. 그리고 단언컨대 리더로서 팀에 꼭 필요했던 사람은 능력치가 뛰어난 사람이 아닌 ‘마음’을 함께하는 사람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건이 생긴다. 때로는 업무량에 치이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힘들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나는 늘 주변에 나와 ‘마음’을 나누는 동료들이 있었다. 이들은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지만 함께 해줬다. 단지 그것 만으로 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내가 어렵게 해결했어야 하는 일을 쉽게 해결해주기도 했다. 내가 그들에게 준 것은 ‘믿음’ 뿐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들을 ‘마음을 다해 일해주는 동료’라 표현했다. 그리고 앞서 ‘직원을 믿지 않는다는 경영자’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돈 받고 일하는 직원은 돈 받은 만큼만 한다는 논리였다. 그들은 마음이 없냐며, 내가 이상한 말을 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그 경영자’는 여태 마음을 다해 일한 동료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혹자는 ‘그런 이야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우선 전 직원의 마음을 하나로 동기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유자랩스를 창업하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은 점심 시간이다. 유자랩스는 매일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매일 1시간 30분, 때로는 2시간 동안 이야기 한다. 매일 같이 대화하다 보면 가끔은 서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적어도 나만큼은 그들을 바라본다. 이 시간은 내게 정말 중요한 시간이다.

사회 생활을 하며 서로 밥을 따로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조직이 커지면 그럴 수 있지만, 그냥 같이 먹기 싫어서 따로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게 서로 마음을 나누는 조직과 멀어지는 시작이라 생각한다. 물론 밥을 같이 먹지 않아도, 차를 마시지 않아도 일을 잘할 수 있다. 어쩌면 마음을 다해 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동기화하진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말 작은 것에 흔들린다. 웃음 소리가 웃겨서 흔들리기도 하고, 말 실수가 귀여워 흔들리기도 하고, 나이가 같아 흔들리기도 하고, 성별이 같아 흔들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같아 흔들리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흔들리다 보면 어느새 서로가 비슷하게 흔들리는 여러 가지 요소를 알게 된다. 그렇게 수차례 마주한 사람들은 서로를 동료로 생각하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마음으로 서로를 돕는다.

내가 무너져내릴 때마다 나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직원들이었다. 경영자가 헛된 기대와 바닥을 알 수 없는 낙담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방황하는 동안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계속 노력해주었다.

유자랩스는 지난 8개월 동안 매일 함께 식사하며 원팀이 됐다. 짧은 8개월일지 모르지만 창업자로서 꽤 힘들었던 시기도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이나모리 가즈오처럼 동료들이 나를 구했다. 내 어려움에 그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서로가 마음을 움직여 돕는 팀. 이것만큼 이상적인 팀이 어디있을까?

인생

<왜 리더인가>는 슬쩍 보면 마치 도서 <시크릿>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는 등 마치 사이비 종교처럼 여겨져 거부반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나모리 가즈오는 마냥 우주의 기운에 스스로를 맡긴 게 아니다. <왜 일하는가>에서 말했듯 진인사대천명. 자신이 해야 할 모든 도리를 다 한 뒤 그 뒤에 맡긴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이타의 마음’이야말로 모든 경영의 핵심이고, 나아가 만물을 만물로 성립시키는 우주의 마음이라는 것을.

굉장히 많은 위인들이 타인에게 감사를 표한다. 누군가가 없었다면 자신의 성취는 없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단순히 ‘우주’라는 단어에 인상을 찌푸릴 필요 없다. 단어는 그저 각자가 느낀 무언가를 표현했을 뿐이다. 내가 느낀 바로는 이들이 말하는 무언가가 굉장히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단단하게 지속되면 그 일은 반드시 현실에 일어난다.

문자에 매몰되지 말자. 맥락을 보자. 어쩌면 창업 후 8개월 동안 유지되는 이 팀은. 서비스 매출이 발생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이 팀은. 매일 같이 웃으며 서로가 의지하며 일하는 이 팀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처럼 ‘이타의 마음’이 팀에 심어져서 그런 것 아닐까? 우리 모두가 이 팀으로서 생존하길 간절히 바래서 그런 건 아닐까.

어쩌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회생활 13년 차를 맞이하며 나는 내가 바랬던 창업자가 됐다. 내가 원했던 동료들과 함께하는 원팀을 만들었다. 웃음 소리가 지속되는 가정이 있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다.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와 게임이 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내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 많은 사람들이 있다.

<왜 리더인가>는 경영자를 위한 게 아닌 자신의 삶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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