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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파탄 일론 머스크

750페이지. 내가 읽었던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이다. 내 주말을 무려 2주 동안. 온전히 4일을 투자해 완독한 책. 일론 머스크다.

아마 스튜 독서소모임에서 이 책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기업가 ▲엔지니어 ▲창업자로서 평가를 나누는 것은 물론 ▲연인 ▲남자 ▲아버지 ▲아들 등 그야말로 일론 머스크 인생을 잘 나열했다. 괜히 월터 아이작슨이 스티브 잡스 전기를 쓰고 일론 머스크까지 쓸 수 있었던 게 아니다. 번역도 굉장히 훌륭했고 오탈자도 3-4개 밖에 못 찾았다. 750페이지의 이 책은 38,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 서평에서는 ▲창업자 ▲인성 ▲가정 등만 나눠볼까 한다.

창업자 일론 머스크

두 번째 창업 시기를 보내는 내게 창업자로서 일론 머스크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나는 머스크라는 존재를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는 루머로 알게 됐다. 또한 테슬라에 참여하고도 10년이 지나서야 존재를 알게 됐으니 당연하게 성공했던 천재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창업에 확신이 없어 대학원이라는 보험을 드는 머스크라니.

그는 사실 자신의 베팅에 보험을 들었다. 스탠퍼드에 정식 등록하고 즉시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물론 첫 창업부터 큰 성공을 거둔 건 맞지만 함께 해준 사람은 친동생일만큼 머스크 역시 초라했던 시작이 있었더라. 말도 안 되게 똑똑했던 건 맞지만 집안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던 것을 보면 말 그대로 자수성가한 천재다.

창업자로서 꽤 마음에 와닿았던 건 머스크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밤새 구토를 했던 장면이다. 그저 미친 천재라 생각했던 머스크도 사실은 쫄리는 상황이었던 거다. 그 스트레스를 받아내는 역량과 동시에 한켠에서는 밤새 구토를 했다니. 나 역시 창업 시기를 경험하며 스스로 생각에 잠겼던 문단이다.

탈룰라는 매일 밤 머스크가 거칠게 잠꼬대를 중얼거리거나 때로는 팔을 마구 휘두르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공포에 질려 지켜보았다. “그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녀는 말한다. “머스크는 야경증에 시달렸어요.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저를 할퀴기도 하고 그랬어요. 정말 끔찍했어요. 그런 필사적 몸부림을 지켜보면서 저는 정말 겁이 났어요.” 때때로 그는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속이 뒤집어지는지 화장실로 달려가 비명을 지르며 구역질을 하곤 했어요. 저는 변기 옆에 서서 그의 머리를 잡아주곤 했죠.”

어쩌면 나도 머스크와 조금은 대화가 통하겠다 싶은 지점도 있었다. 결국 CEO가 되지 못하면 기술도 제품도 책임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지점이다. 나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조직의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는데, 이 측면에서 이 시절의 머스크를 지금 만나면 조금은 대화가 통하겠구나 싶었다.

오디오 장비 회사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했던 리치 소킨이 집투의 CEO로 임명되었다. 일론은 CTO 자리로 밀려났다. 처음에 그는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교훈을 얻었다. “반드시 내가 CEO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곧 CEO가 아니면 진정한 최고기술책임자도, 최고제품책임자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체득했지요.”

머스크는 테슬라를 비롯해서 솔라시티, 보링컴퍼니를 지나 트위터까지 10개에 가까운 회사를 리드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회사의 주요 결정을 직접 하며 각 제품의 작은 부품 원가까지 머릿속에 꿰고 있다. 확실히 천재는 천재다.

이 측면에서 나와는 조금 다른 리더를 지향한다는 걸 느꼈다. 나는 리더가 꼭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는 능력을 떠나서 구성원과의 신뢰 문제도 있다. 너무 머스크 이야기만 나와서 아쉽긴 한데, 머스크를 비판하는 과거 동료들의 이야기도 좀 더 들어보고 싶을 정도다. 그들은 과연 머스크와 일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가 조금 더 궁금하다.

혼란을 즐기고, 리스크를 즐긴다는 점에서 머스크는 타고난 창업자다. 반면 나는 리스크를 통제하며 최소화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흑백논리가 아닌 이 분야에서 조금은 리스크를 추구하는 게 필요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은 결코 닮고 싶지 않다.

인성 파탄 일론 머스크

인성 파탄. 이 말이 내가 선택한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머스크는 인성 파탄이다.

2018년 봄과 초여름 내내 그는 네바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장 현장을 돌아다니며 즉석에서 결정을 내렸다. “머스크는 완전히 흥분하거나 아니면 화가난 채로 이 스테이션에서 저 스테이션으로 미친 듯이 돌아다녔습니다.” 준코사의 말이다. 머스크는 상황이 좋은 날에는 현장을 돌면서 100개의 지휘 결정을 내린다고 추정했다. “적어도 그중 20퍼센트는 잘못된 결정으로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러면 나중에 다시 수정을 가하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는 죽습니다.”

머스크는 직접 현장을 돌며 결정한다. 단가를 1/10로 줄이라 명령하기도 하고,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길 원한다. 자신이 책임을 질테니 명령에 따르라고 강요하는데 내가 놀란 건 부품 하나하나에 엔지니어 책임자 이름을 넣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업무에 이름이 새겨진다는 건 굉장한 압박감이다. 나는 IT기자로 일하며 이 느낌을 경험했는데 장단점의 거리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모두가 선호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테슬라의 산업재해율은 업계의 다른 기업에 비해 30퍼센트나 높았다.

게다가 머스크가 ‘책임’을 진다는 게 때로는 무책임하다고 느껴졌다. 본문에는 없지만 산업재해율이 다른 기업보다 30퍼센트 높다면 다친 사람도 많을 것이다. 테슬라 파트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인한 교통사고에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반응도 보인다. 이런 인물이 있기에 기술이 발전할 수 있겠지만 그런 마음을 갖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트위터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건 정말 인성 파탄이 아닌가 싶다. 특히 퇴사한 직원의 치부를 들춰 실제 공격을 받도록 유도한 장면에서는 말 그대로 악마가 따로 없다.

가정에서도 이기적인 일론 머스크

머스크의 추진력에 감탄하면서도 인생이 참 공평하다고 느낀 건 가정에 관한 파트에서다. 나는 단언컨대 머스크와 같은 가정은 꾸리고 싶지 않다. 부모와의 갈등은 머스크의 선택이 아니니 논외로 한다. 하지만 결혼을 여러번 하며 그때마다 다자녀를 만들어대는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걸 인류가 출산에 관한 책임을 가져야한다는 식으로 풀다니…

가장 충격적인 건 동료 직원에게 정자를 제공한 파트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성을 붙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뇌의 어떤 부분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느껴졌다. 회사에서도 그렇지만 가정에서는 좀 더 자신의 생각대로 사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이기적이다.

가정적인 면에서는 월등히 잡스가 인간적이지 않을까 싶다.

마무리

지난 2주 주말 내내 일론 머스크와 함께하며 새로운 에너지가 생겼다. 먼저 내가 만드는 유자랩스에 너무 작은 한계를 만들어뒀나 싶었다. 조금은 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흥미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겠다 싶었다.

둘째는 결국 인간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아무리 대단해도 인간은 질병으로 아프고, 스트레스 압박으로 아프며, 가족의 죽음으로 아프고, 내 가족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노골적으로 잘 풀었다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전기류를 가까이 해야겠다 싶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삼성과 현대의 스토리를 1-2시간 동안 모아둔 영상을 봤는데, 일론 머스크 전기를 읽는 시기와 겹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앞서 말한 가능성과 인간의 한계 등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됐다.

어쨌든 750페이지를 완독하다니. 굉장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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