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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요즘 위안이 된 명서

한번 쯤 읽어보고 싶었다. 무려 900페이지가 넘는 <성공의 법칙>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데 꽤 큰 성공을 바라는 내게는 숙제 같은 책이었다. 9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 숙제를 계속 미뤄왔다.

이전까지 내가 읽어본 가장 두꺼운 책은 650페이지의 잭 웰치 자서전이었고, 지난달에 읽은 일론머스크 750페이지가 있다. 편집한 책과 직접 쓴 책들까지 10권에 도서 제작에 참여해본 나는 콘텐츠의 길이가 전부가 아니란 것 쯤은 당연히 안다. 그럼에도 홀로 900페이지나 써내려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참 궁금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굉장히 만족스럽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목록을 추려보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스튜 독서소모임에서 읽었는데, 주기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성공은 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힘은 조직화된 노력이다!

저자는 개념을 정의하고 사례로 설명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성공의 법칙을 쓰며 성공을 정의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아주 명확하게 정의했다.

나는 텍스트를 많이 읽는 편이다. 때문에 콘텐츠를 평가하는 잣대가 높은 편인데 그중에서 특히 ‘책’이란 콘텐츠를 평가하는 기준이 높다. 종종 내 기준에서는 ‘책’이라 불릴 수 없는 종이떼기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 기준에서 ‘책’이란 어떤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풀어내야 한다. 주제 하나로 긴 호흡의 콘텐츠를 풀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책을 쓰기는 참 어렵다고, 좋은 책을 쓰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성공의 법칙>은 내 기준에서 책이며, 아주 좋은 책이다. 책 도입부에 설명한 ‘성공’의 정의를 책 전반에 걸쳐 풀어내고 있으며 흐름이 하나로 이어진다. 사이사이 다소 아쉬운 예제들이 있는데 이 책이 무려 1928년에 쓰여진 책임을 감안하면 예제의 아쉬움은 이해할만 하다.

어쩌면 당연하지 싶다. 짧은 인생에서 그것도 왕성하게 일할 시기를 꼽아보면 요즘은 30~50세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80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딪히며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기는 그나마도 30대 정도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집중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내용이 이미 1920년대에 정리됐다고 하니 확실히 이련류 책에서 얻을 게 많다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교과서로 읽어보고 경험하는 건 몇 배는 덜 아프니까 말이다.

조직화된 힘이라는 것은 개인의 에너지를 뜻하기도 하지만 2인 이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뒷부분에서는 이를 ‘마스터 마인드’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어떤 개념을 정의하고 풀어내는 능력이 참 탁월하다.

최근 1인 기업가가 각광 받으며 인간 관계에 스트레스 받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 창업을 5명과 함께 시작했다. 나는 내가 가진 능력치 중 개인적인 능력치보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목표로 향하는 능력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에 따르면 이 능력치는 경영자로서도 중요하지만 성공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능력치라고 한다.

그나마 내가 개인 능력치 중 자신있는 건 말하는 능력이다. 나는 내가 이해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무척 편한데 이 능력치 자체도 중요하다고 하니 역시 힘이 됐다.

어쩌면 이런류 자기계발서를 학창시절부터 읽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들이 말하는 필요 능력치를 습득했는지도 모르겠다.

유럽 최고 리그 빅클럽 축구 구단주

저자는 첫 번째 법칙으로 명확한 목표를 세우라 말한다.

학창시절 꿈을 정하던 시기에 한 친구가 하고 싶은 걸 다 적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그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직업이 나올거라고. 나는 그게 축구 구단주였다. 그때부터 내 꿈은 구단주가 됐다.

당시 나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고 싶었고 스포츠 마케터가 되고 싶었으며, 작가나 강사 등이 되고 싶기도 했다. 자원 봉사도 하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부자가 되고 싶었다. 구단주는 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저자는 명확한 목표를 세워 매일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두라고 한다. 자기계발서들은 하나 같이 이런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시각화하도록 하며 그 횟수를 꾸준히 가져가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저자가 갖지 못한 걸 많이 가졌다. 그중 하나가 챗GPT다. 생각난김에 내가 축구 구단주가 돼 스카이라운지에서 경기를 보는 장면을 그렸다.

이렇게 세운 목표가 세상을 이롭게 하면 더 좋다고는 하는데 아직 그만큼 거창한 목표는 만들지 못했다. 다만 경영자로서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 역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가려는 길은 조금은 세상을 이롭게 하지 않을까 싶다.

실패가 아니다. 일시적 좌절이다.

2024년이 되며 생각보다 업무적으로 빠르게 성과가 났다. 사무실도 큰 곳으로 옮기고 큰 계약도 따냈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 더, 조금 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눌렸다. 덕분에 컨디션도 떨어지고 기분도 늘 바닥이었다. 동료들은 내게 얼굴이 무서워졌다고 했다.

인상 쓴다고 상황이 나아질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마냥 가볍게 생각한다고 풀일 일도 아니었다. 덕분에 저기압 상태가 지속됐는데 생각지 못한 <성공의 법칙>이 나를 위로했다.

먼저 내 경영 철학에 관해 굉장한 응원을 해줬다. 나는 조직 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얼굴이 무서워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우리 회사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동료들이 마음껏 웃으며 즐겁게 일했으면 한다. 인상은 나만 쓰면 되니까.

때문에 나는 우리 조직에 웃음을 늘 체크한다. 웃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게 내 경영철학 중 하나다. 구성원이 즐거운 조직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완벽한 조화’를 나는 ‘웃음’이라 정의한 것 같다. 우리 조직은 웃으며 서로를 보완해주는 업무 문화를 만들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고 덕분에 빠르게 성과를 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든 걸 내 성과 중 최고로 생각했다. 정부 과제에 선정되고 큰 계약을 따낸 것보다 나는 웃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든 게 더 자랑스러웠다.

저자는 <성공의 법칙>을 통해 이런 내 성과에 따봉을 보냈다. 이런 문화를 만든 것을 이런 사람들로 그룹을 만든 것을 리더십의 가장 주요한 덕목이라 한다. 정말 큰 위안이 됐다.

이런 성과를 냈음에도 내가 인상을 쓰던 것은 이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성과가 있다곤 하지만 필요했던 몇몇 정부과제에서 탈락하고, 서투른 영업은 거절의 연속이다보니 필요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과가 나고 있음에도 홀로 조급해졌다.

어쩌면 이런 작은 실패들이 계속 지속되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공포감도 종종 느꼈던 것 같다. 그런다 아래 문장에서 정말, 정말 큰 위안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벽을 만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우리는 늘 벽을 만나고 그럼에도 그 시절을 지나 또 다른 벽을 만나고 있다. 그게 큰 벽이든, 작은 벽이든 말이다.

나는 늘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었다. 없던 일을 만들고, 권한을 달라며 싸우고, 내가 세운 기획으로 가자며 설득하고.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문제 없을 텐데 늘 내 주관을 주장했다. 그리고 대부분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 과정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온 것 같다. 인사고과로 인정 받지 못해도 일을 만들어 하고, 권한을 결국 받지 못해도 달라고 싸워보고, 내 기획안이 선택받지 못해 결국 시키는 일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내 기획안을 만들어 주장해보고. 꼭 그래야 한다고, 아니 누구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랬다.

내게 필요한 건 어떤 합격이 아니라, 참 고생하고 있다는 인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대단하다며 추켜 세우는 게 아닌, 결국 잘 될거라며 응원하는 게 아닌, 나중에 잘 되면 나도 좀 챙겨달라는 게 아닌. 지금까지 참 고생했고 지금처럼 하라고. 그렇게 하는 거라고.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고. 그런 인정 말이다.

마무리

900페이지 <성공의 법칙>은 참 두껍고 무거웠다. 이 책을 읽는 4-5일 동안은 종일 책상에 앉아있었고 덕분에 2월의 주말도 모조리 사라졌다.

컨디션이 떨어진 저기압 시기. 친구도 만나보고, 술도 마셔보고, 게임도 해보고, 연휴에 며칠 잠만 자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위로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준 게 책이라니. 그것도 900페이지의 <성공의 법칙>이라니. 나도 참 특이하긴 하다.

그런데 이번 충전은 꽤 제대로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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