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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그리고 대화, 다시 질문

‘철학’이라는 단어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철학은 그저 자신과 타인과 나누는 대화이다. 질문을 통해 삶을 알아가는 과정.

그래서 이 책은 신선하다. 어떤 철학적 명제를 가지고 어렵게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흐름에 따라, 철학자가 살았던 곳을 여행하며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풀어나간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철학은 어렵고 위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며 내 삶을 ‘생각’해 보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책에 나와 있는 14명의 철학자의 모든 생각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저자가 책 중간 중간에 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철학이다.

14명의 철학자가 보여주는 관점 모두 감명 깊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지막의 늙어가는 법과 죽는 법이다. (어떤 단어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출산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내가 경험하던 모든 것들에 대한 기준이 달라졌다. 내 아들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고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던 나에게, 죽음에 대한 책의 내용은 새로움을 선사했다. 두려움으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 자신과 타인과 세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책이지만, 우리 아들을 보러 가야 한다는 얄팍한 핑계로 여기서 서평을 마친다… 다시 한번 정독해야 할 책이다.

인상 깊은 문구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걸.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 p35

우리 문화는 일반적으로 질문을 경험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 p43

어쩌면 정말로 소크라테스는 일종의 지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지혜를 지녔는지도 몰랐다.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최악의 무지는 지식의 가면을 쓴 무지였다. 편협하고 수상쩍은 지식보다는 폭넓고 솔직한 무지가 더 나았다 – p49

삶을 설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자신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러게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과 대화는 사실상 동의어였다 – p51

아이의 질문이 성가신 것은 멍청한 질문이라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제대로 대답할 능력이 없어서다 – p65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하는데, 진정으로 자유롭다면 자기 불행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져야 하기 때문이다 – p445

나이 들었을 때 친구를 잃는 것이 특히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친구와 함께 과거의 일부까지 잃어버린다. 자기 자신의 일부까지도 – p464

죽음은 진정한 철학을 가리는 테스트다. 인생에서 가장 중대하교 겁나는 사건에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지 못한다면 철학이 다 무슨 소요인가? “이 세상 모든 지혜와 이론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 p482

몽테뉴는 삶을 잘 살아내지 않고서 잘 죽을 수 없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않고서 삶을 잘 살아낼 수 없었다 – p488

죽음의 해결책은 더 긴 삶이 아니다. 절망의 해결책이 희망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과 절망 모두 같은 약을 필요로 한다. 수용이다. 삶에 대한 수용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 – p497

몽테뉴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믿을 것. 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 자신의 의심도 믿을 것. – p501

가능하지만 가능하지 않다 – p502

바뀐 것은 내가 나 자신과 나눈 대화다. 나는 다르게 생각했고, 그래서 다른 것을 보았다. 작디작은, 정말 사소한 관점의 변화지만, 세이 쇼나곤이 알려주었듯이 작은 것에는 위대한 힘이, 아름다움이 있다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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