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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온다

한강 작가의 두 번째 책. 채식주의자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왜 이 책의 제목은 채식주의자인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생긴 습관 중 하나는, 단어의 의미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하고 이를 토대로 소설을 서술한다. 예술가는 하나의 영감으로부터 전체를 바라보다 보니 생긴 나의 습관이다.

채식 주의자. 주의자. 주의. 어떤 한 곳이나 일에 관심을 집중하여 기울임.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 경고나 훈계의 뜻으로 일깨움. 정신 기능을 높이기 위한 준비 자세. 유기체가 어떤 순간에 환경 내의 다른 것들을 배제하고 특정한 측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각의 선택적 측면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모든 인간은 ~주의자이다. 모든 사람이 다르듯, 모든 사람의 모든 것에 대한 지각 또한 다르다. 하지만 사회는, 권력은 다름을 경계한다. 주인공 영혜는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어떤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는 자세로 채식주의자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 하나의 선택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로부터의 폭력이다.

생각해 보면 소설의 극단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이런 폭력에 노출돼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사회와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답변이다. 욜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과거의 문제아로 억압받던 것과 달리 지금은 하나의 주체적인 삶으로 인정받는다. 딩크는 과거에는 무책임한 어른으로 억압받던 것과 달리 지금은 사회 구성원의 한 형태로 인정받는다.

우리는 모두 명함을 가지고 산다. 나에게 현재 주어진 명함은 가장, 남편, 아빠이다. 어렸을 때는 명함이 날 표현하기 때문에 무슨 명함이든 가지고 싶었다. 나이가 든 지금 명함이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본다. 내가 선택한 명함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명함의 의미는 나 혼자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문화가 부여하는 또 다른, 책임감이라는 의미가 때로는 억압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래도, 이 명함 속에서 너무 큰 행복이 있기 때문에 억압을 억압이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힘듦 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찾는 게 삶이 아닐까.

사회의 발전은 다양한 측면에서 융합돼서 이루어진다.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다양성이 인정받는 문화의 발전은 어쩌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이 책이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됐다는 기사를 봤다. 외설적인 내용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도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예술을 예술로 바라보기보다는 한 가지에 매몰돼서 폄하하는 현상은 우리나라 문화의 현실을 보여준다. 갑자기 성장한 나라이기 때문에 유럽 등의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통제와 검열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느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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