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모임 한강 작가 시리즈 마지막 세 번째. 작별하지 않는다
정말 어려운 책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 생각하지만, 책의 중반부까지도 갈피를 못 잡았다. 후반부까지도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멀리 돌아와야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주인공들이 현생에 있는지, 사후세계의 상상을 기반으로 소설을 이끌어가는지 계속 헷갈린 채 읽어 나갔다.
책을 덮고 나서 후회했다. 이 책은 일반 소설 읽듯이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작가는 문장과 문장 속에, 단어와 단어 속에, 행동과 행동 속에.. 모든 순간순간 속에 책의 의미를 숨겨 놨다. 앵무새, 눈, 나무 등…단순히 저자의 문체에 감탄을 하며 읽는 것이 아니라, 문체 문장마다 역사적, 인간적 서사와 관련된 의미를 파악하며 읽어야 했다.
제주 4.3사건은 사실 나에게는 생소한 역사적 사건이다. 45년 광복과 50년 남북전쟁을 위주로 역사를 배웠다 보니 분단의 과도기에 이념적 대립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희생됐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과거에 용서를 구하지 않는 모습에, 그로 인해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현실에 분노를 느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인 중증외상센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주인공이 하는 말 중, 중증외상센터로 들어오는 환자가 자기 가족이 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세금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대사가 있다. 나도 그렇지만 타인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과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과거를 기억하고 그분들의 슬픔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작가의 책은 꼭 다시 한번 읽으며, 나이 듦과 함께 달라지는 다른 의미를 즐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