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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주제의 잡지 칼럼을 모아서 책 한 권으로 내지 좀 말자

먼저, 나는 이런 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 좀 더 강하게 말하자면, 싫어한다.

내게 책이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한 문장으로 명확히 있어야 하며, 책 내 모든 내용은 그 문장을 받치는 근거가 돼야 한다. 이 측면에서 도서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잡지에 연재한 칼럼 목록

나는 책 마지막 감사의 글을 읽고서야 이 책의 목적을 알게 됐다. 이 책은 <IEEE 스펙트럼>이라는 잡지에 저자가 5년 동안 연재한 칼럼을 모은 모음집이다. IEEE는 뉴욕에 본사를 둔 전기전자기술자협회이고, 이 협회 회원 40만명이 보는 잡지에 실은 칼럼이다.

그래서 주제가 사람, 국가, 기계, 설계, 장치, 연료와 전기, 운송과 교통, 식량, 환경 등으로 나뉜 거다.

빌게이츠가 극찬을 했던 사람이고, 50년단 연구하며 글을 쓴 작가라기에 기대했는데, 솔직히 책을 여는 프롤로그부터 잘 읽히지 않았다. 프롤로그에서는 그저 숫자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 하더니만, 바로 사람이란 주제부터 시작한다. 주제는 ‘자식을 적게 낳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이다.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숫자의 중요성을 말했다면, 숫자로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정리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조각난 글의 티가 너무 났는데, 잡지가 아닌 온라인 칼럼인줄 알았다. 어떤 숫자를 나열했다 뿐, 깊이도 없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없다. 굳이 이런 글을 번역까지 했어야 했나 싶다.

어떤 주제를 잡았더라면

숫자를 다뤘던 책 중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빌 게이츠가 쓴 도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었다. 이 책은 숫자를 다루되, 기후재앙이라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숫자를 다루려면 이렇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평]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욕심이라 생각한다. 그간 열심히 적은 칼럼을 책으로 엮어준다니 땡큐였겠지 싶다. 차라리 7개 챕터라면, 각 챕터에 조사한 숫자를 기반으로 좀 더 얇은 책을 7권 내는 게 더 나아보인다. 물론 각 숫자에 기반한 어떤 메시지를 뽑아야 할 것이고, 깊이를 더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 책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깊이가 없다.

그럼에도 인상 깊은 꼭지를 말하자면

그래도 굳이 세 꼭지를 꼽자면, 풍력발전과 식량 그리고 메가시티 정도가 되겠다.

1. 풍력발전

풍력발전은 34번 “바람에서 전기를 얻는 데 화석연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에서 다루는데 이런 내용이 있다.

물론 풍력용 터빈을 적정한 위치에 튼튼히 세우면, 그 터빈을 제적하기 위해 투여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1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풍력용 터빈은 간헐적으로만 전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어 불안정하다. 제작하고 설치할 때뿐 아니라 유지하고 보수할 때도 화석 에너지에 의존한다. 게다가 이런 화석 에너지(철광석 제련에 필요한 코크스, 플라스틱 합성과 유리섬유를 만드는 원료이자 연료로 사용하는 나프타와 천연가스, 선박과 트럭 및 건설 장비의 연료인 디젤유, 변속기에 쓰이는 윤활유) 대부분은 비화석연료로 대체되지 않는다. 설령 대체물이 있더라도 대규모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최근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워낙 큰 권력을 뽑는 자리인만큼 서로가 조심스러운 건 이해하지만, 다뤄야 할 주제를 회피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볼 수 없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가 화석연료로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으로 부르기 어렵다는 것은 알았는데, 풍력발전을 위한 터빈을 만들고 유지하는데도 엄청난 화석연료가 드는 건 이 책을 보며 알았다.

이어서 35번 “풍력용 터빈은 어느 정도 까지 커질 수 있을까?”에서도 날개의 크기 등을 이야기 했는데, 역시나 아쉽게도 2-3페이지를 다루다 끝났다. 역시나 깊이가 없다.

2. 식량

식량 파트에서는 닭고기 이야기를 다룬 57번 “왜 닭이 대세인가?” 이야기가 신선했다.

2018년에는 전체 육류 소비량의 36퍼센트를 차지하며 쇠고기보다 거의 20퍼센트포인트나 높아졌다.

생각해보면 우리 대부분은 소고기보다는 닭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치킨이며, 닭갈비, 삼계탕 등은 소고기 스테이크보다는 훨씬 접근성이 좋다.

다만 이를 위해 필요한 이면은 보이지만 눈을 돌리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어차피 닭은 양계장에서 움직일 수 없다. 미국계육협회에 따르면, 한 마리의 브로일러에게 560~650제곱센티미터의 공간이 할당된다. A4 용지 한 장보다 약간 더 넓은 면적이다.

인류의 장수 비밀을 일본 식습관에서 찾아낸 건 숫자가 보여줄 수 있는 인사이트라 생각한다. 유럽과 미국이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루에 3,400~4,000킬로칼로리만큼 식량을 생산하는 건 몰랐다. 확실히 숫자로 보니 확연히 이해가 되고, 이런 숫자를 언론에서도 좀 더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수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일본의 1인당 식품 공급량이 눈에 띄게 적다는 것이다! 미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실질적으로 모든 부유한 국가의 식품 수급표를 보면 하루에 제공되는 공급량이 1인당 3,400~4,000킬로칼로리이지만, 일본은 지금도 2,700킬로칼로리 이하로 거의 25퍼센트나 낮다.

3. 메가시티

마지막으로 메가시티다. 메가시티는 11번 칼럼으로 비교적 앞에 위치하지만, 앞의 2가지 주제에 비하면 그리 묵직한 인사이트는 아니었다.

유엔이 2016년 실시한 포괄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가 512곳이다. 그중 45곳은 500만 명이 넘었고, 31곳은 1,000만 명을 넘었다. 이렇게 인구가 1,000만 명을 넘는 도시에는 ‘메가시티’라는 특별한 이름이 붙었다.

서울도 1천만을 넘겼는데 왜 없는진 모르겠지만, 지도에 나온 도시 중 무려 2천만 명을 넘긴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브라질의 상파울루, 이집트의 카이로, 인도의 뭄바이, 인도의 델리, 중국의 상하이는 물론 무려 3,750만명의 일본 도쿄는 도대체 어느 규모인건가 싶다.

아직 일본 여행을 가보지 못했는데, 경험 측면에서 시간을 내 볼 필요를 느꼈다.

마무리

솔직히 바쁘다. 억지로 시간을 내려면 내겠지만, 이런 조각난 텍스트를 정독할만큼 여유는 없다. 이틀 정도 이 책을 들고 있었는데, 지나간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큰 지식을 얻지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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