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너무 시간 아까웠다.
긴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책을 펼치곤 정독을 시작했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더라.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밑줄을 치며 읽었는데, 거의 문단마다 조각난 이야기에 내가 이걸 왜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을 멈추기 어려웠다.
마치, 술자리에서 거하게 취한 상사가 나를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정신이 드는지 몇 문단은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다시 취기가 오르는지 다른 이야기를 내 놓았다. 그러면서도 자꾸 내게 동의를 구하는 듯한 눈빛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
번역의 문제라기엔 번역투는 아니었던 것 같고, 중간에 ‘싯다르타’ 이야기가 나오는데. 몇년 전 이 책도 참 재미가 없어서 덮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데미안도 뭔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라. 문해력이 부족하다기엔 책을 계속 읽어온 편인데 유독 헤르만 헤세는 나와 안 맞는 거 같다.
AI 시대다. 어제는 대통령이 창업 오디션을 더 만들라고 했다더라. 세상이 바뀌는데, 아직 나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거 같은데. 그나마 시대 흐름에 올라탈 종목은 AI인데,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이 시장에서 어찌 살아야 할지 그저 걱정인데. 뭔 삶을 견디란 말인가.
책 중간을 넘어서며, 발췌독을 시작했다. 도대체 뭘 발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책을 빠르게 넘기고나니 두어시간 앉아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제야 회식을 마쳤구나 싶다.
인상 깊은 문구
- 적당한 쾌락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삶이 주는 맛을 이중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도 꼭 하고 싶다.
- 정해진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10시간 정도 잠을 푹 자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하고 나면 자느라 소비해 버린 시간과 그로 인해 잃어버린 쾌락을 대체할 만큼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될 것이다.
-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 삶이 힘겨울 때에는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
- 일터로 향하면서 좋은 글귀를 읊조리거나 콧소리로 아름다운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죄수는 도처에 널린 화려한 아름다움과 달콤한 유혹에 심신이 지쳐 있는 사람보다 마음속 깊이 아름다운 것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다.
- 돈이 아주 많고, 나보다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듯한 태도로 대할 때, 그저 움켜쥔 주먹을 숨기며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순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