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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하게 잘못된 개념을 엮어낸 위험한 책

누구나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챗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를 다루는 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읽어보면, 생성형 AI에 해당하는 부분만 명시적으로 생성형 AI라고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단순히 AI라고 뭉뚱그려 표현함으로써 마치 전체가 생성형 AI에 관한 이야기인 것처럼 교묘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보다 오히려 개념을 흐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먼저 AI의 종류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AI의 유형을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AI의 종류

AI는 크게 판별형과 생성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처리하는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공간데이터(이미지)와 시간데이터(텍스트, 음성)로 다시 구분된다. 이외에도 강화학습은 행동을 학습하는 별도의 영역이지만, 여기서는 간략한 이해를 위해 핵심적인 구분만 다루겠다.

각각의 AI 모델은 목적과 기술적 기반이 명확히 다르며, 서로를 대체하거나 계승하는 관계가 아니다. 이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같은 가전제품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 판별형 AI와 생성형 AI 역시 같은 AI라는 범주 안에 있지만, 연구 방향과 활용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특정 모델이 더 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장 현주소

1장에서는 AI의 현재 위치를 설명하며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개념 혼용이 시작된다. 알파제로는 강화학습 기반 모델이고, MIT의 AI는 판별형 AI에 해당한다. 이후 곧바로 GPT를 소개하는데, GPT는 생성형 AI 모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판별형 AI에서 다루는 ‘관계’ 개념이 생성형 AI와 연결되는 것처럼 서술된다는 점이다. 실제 알고리즘 구조를 보면 두 모델 사이에 직접적인 기술적 연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마치 기존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생성형 AI가 등장한 것처럼 설명한다. 이는 기술 발전의 맥락을 단순화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재구성한 것에 가깝다.

2장 그간의 궤적:기술과 사유의 역사

2장은 철학적 논의, 특히 인간의 이성과 사고를 중심으로 AI를 해석한다. 이러한 접근은 주로 시간데이터 생성형 AI와 관련된 논의에 가깝고, 책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에 등장하는 AI가 인간의 패턴 인식의 빈틈을 메운다는 설명은 판별형 AI의 역할에 해당한다. 판별형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식별하며 일반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생성형 AI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있다. 그럼에도 책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맥락에서 설명한다. 특히 유사성의 일반화를 생성형 AI의 핵심처럼 다루는 부분은 판별형 AI의 주 목적이지 생성형 AI의 개념으로는 부정확하다.

3장 튜링의 시대에서 현재로, 그 너머로

3장에서는 작업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AI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교적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설명에서 다시 문제가 드러난다.

책은 생성형 적대 신경망(GAN)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트랜스포머 기반 GPT가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GAN은 이미지 생성에 사용되는 공간데이터 생성형 모델이고, 트랜스포머는 텍스트 생성을 위한 시간데이터 생성형 모델이다. 즉 두 모델은 해결하려는 문제 영역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이를 보완 관계로 서술한 것은 기술적 맥락을 잘못 이해했거나, 혹은 이를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영역의 기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설명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그 외의 내용은 철학적 논의나 사회적 영향 등을 다루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 부분은 기술적인 구조나 모델의 작동 원리를 깊이 있게 다루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앞선 장들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개념 혼용이나 기술적 오류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책은 문장 자체는 그럴듯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핵심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AI 기술을 짜깁기하여 하나의 연속된 발전 흐름처럼 보이게 만든다. 특히 판별형 AI와 생성형 AI는 문제 정의, 학습 방식, 출력 구조가 전혀 다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동일한 기술 계보 위에 놓고 설명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판별형 AI는 입력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생성형 AI는 학습된 분포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모델이다. 두 기술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발전 단계나 상위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서술을 전개하면서, 마치 생성형 AI가 기존 판별형 AI를 넘어선 ‘더 진보된 단계’인 것처럼 읽히게 만든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기술적 사실과 어긋나며, 모델 간 관계를 위계적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실제로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모델이 선택되는 것이지, 특정 기술이 항상 더 우수하거나 대체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설명 부족을 넘어, 서로 다른 AI 기술 간의 경계를 흐리고 잘못된 위계를 암묵적으로 주입하는 서술 구조를 가진다. 그 결과, 생성형 AI가 모든 AI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독자는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생성형 AI와 판별형 AI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특정 기술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우위에 두는 해석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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