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W

중국사를 통해 다시 바라본 우리 역사

나는 원래 중국 역사 자체보다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한국사를 공부하다 보면 중국은 거의 모든 시대에 등장한다. 고구려는 수·당과 전쟁을 벌였고, 고려는 거란과 여진의 침입과 압박을 받았다. 조선시대에는 명과 청에 대한 태도가 정치와 사상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중국 내부의 왕조 변화보다는 그 변화가 당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거란과 여진의 역사였다. 예전에는 거란과 여진을 한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침입 세력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중국사를 함께 살펴보니 이들도 중국 대륙의 주도권을 두고 송과 경쟁했던 강력한 국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고려는 거란의 침입을 받았지만 무조건 끌려다니지는 않았다. 서희가 외교 담판을 통해 강동 6주를 얻은 이야기는 지금 보아도 인상적이다. 상대가 왜 침입했는지, 당시 송과 거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파악하고 오히려 영토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강대국에 맞서 싸운 사건이라기보다 국제정세를 잘 읽은 결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진 역시 처음에는 고려보다 약한 집단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금나라를 세워 요나라와 북송을 무너뜨렸다. 한때 약해 보였던 세력이 갑자기 강대국이 되는 모습을 보며 당시 고려도 상당히 당황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대륙의 세력 관계가 바뀔 때마다 고려는 외교 방향을 새로 정해야 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명나라에 보였던 태도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명이 멸망한 뒤에도 조선의 사대부들은 명에 대한 의리를 강조했고, 청을 오랑캐로 여겼다. 처음에는 이것을 단순히 중국에 대한 지나친 충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당시 사대부에게 명나라는 단순한 외국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은 그들이 믿었던 성리학적 질서와 문명의 중심이었다. 따라서 명에 대한 충성은 다른 나라에 대한 충성이라기보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을 지키려는 태도에 가까웠을 것이다.

물론 이런 태도가 항상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명나라는 멸망했는데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명분에 집착한 모습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국가의 실제 상황이나 백성의 삶보다 의리와 체면을 앞세운 것은 분명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침략과 복종이라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위협이 되기도 했지만, 한자와 유교, 불교, 정치제도와 문화를 받아들이는 통로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그대로 따라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우리 상황에 맞게 바꾸기도 했다.

이 책은 중국 왕조의 순서를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한국사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보게 해준 책이었다. 중국 대륙에서 어떤 민족이 성장하고 어떤 왕조가 무너졌는지를 알게 되니 고려와 조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이전보다 이해하기 쉬웠다.

앞으로 한국사를 볼 때도 한반도 안의 사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싶다. 중국사를 이해하는 일이 결국 우리 역사를 더 깊게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이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