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
저는 술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걸 참 좋아해요. 수능을 치고 처음 술을 마셨을 때는 소맥 한 잔을 마시고 그대로 의자에 쓰러졌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술을 가까이하며 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공대로 진학하기도 했고, 학생회에서 시작해 총학생회 활동까지 이어지면서 대학 1학년 때부터 거의 주 5일, 많을 때는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던 것 같아요. 그때는 술자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평소에는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 자체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30대에 접어드니 어릴 때 생긴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술부터 생각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술로 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걱정도 생겼어요.
요즘도 주 3~5회는 기본으로 마시는데, 지난주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술을 한 번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체감상 몇십 년 만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앞으로 완전히 끊겠다는 건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습관은 조금씩 줄여보려고 합니다. 대신 가끔은 좋은 사람들과 신나게 마실 예정입니다.
2. 『마오타이』를 읽고 새롭게 느낀 중국
저는 안동 사람이라 어릴 때부터 안동소주를 비교적 친숙하게 접했고, 안동소주박물관에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술에 담긴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에서 본 마오타이는 제가 알던 술과는 아예 수준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전통주가 아니라, 중국의 정치와 경제, 전쟁과 혁명, 사람들의 욕망까지 함께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안동소주가 안동이라는 지역을 대표하는 술이라면, 마오타이는 한 지역을 넘어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상징하는 술처럼 느껴졌습니다. 술 한 병이 국가 행사와 외교에 등장하고, 권력과 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된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마오타이를 그냥 중국의 비싸고 유명한 술 정도로 생각했는데, 읽고 나서는 하나의 상품이라기보다 중국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역사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마오타이의 품질 유지 방식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마오타이를 만드는 과정은 안동소주보다 한 열 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물론 안동소주도 누룩과 고두밥을 발효시킨 뒤 증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절대 간단한 술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술을 끓이고 증기를 모아 도수가 높은 술을 얻는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오타이는 원료를 넣고, 찌고, 발효하고, 다시 술을 받아내는 과정을 굉장히 여러 번 반복하더라고요. 그것도 며칠이나 몇 주가 아니라 거의 1년 동안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술을 만들어 놓고 끝나는 것도 아니라 다시 오랫동안 숙성해야 하고요.
요즘은 무엇이든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사업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마오타이는 오히려 오래 걸리고 쉽게 만들 수 없다는 점이 가치가 된 것 같아요. 생산량을 빨리 늘리기보다 정해진 과정을 계속 지켜온 것이 지금의 브랜드를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복잡한 과정이 정말 맛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마오타이만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한 병의 술을 만드는 데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4. 마오타이에 가짜가 많은 이유
솔직히 처음에는 ‘중국이라서 가짜가 많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짜 달걀이나 가짜 식물 같은 믿기 어려운 물건부터 명품 가방과 전자제품까지, 우리가 접하는 위조 상품 이야기에 중국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걸 보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기술력과 인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요.
특히 마오타이처럼 가격이 비싸고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가져보고 싶어 하는 제품이라면 가짜가 생기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술의 맛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병과 포장만 그럴듯하면 선물하거나 전시하기에는 충분할 수도 있으니까요.
마오타이는 단순히 마시는 술이라기보다 ‘이 정도 술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짜를 만들어도 사려는 사람이 있고,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으니 시장이 계속 유지되는 것 같아요. 면세점에서 산 제품조차 가짜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만큼 마오타이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 동시에 크다는 뜻으로 느껴졌습니다. 정품을 사도 계속 의심해야 한다면 소비자로서는 조금 피곤할 것 같기도 합니다.
5. 가보고 싶은 중국
저는 상하이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국의 모습보다 훨씬 개발되어 있고, 도시가 세련되고 현대적이라 선진국 같은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상하이처럼 비교적 깨끗하고 여행하기 편한 도시는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정치 체제에서 느껴지는 답답한 이미지가 저에게는 조금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중국 본토보다는 대만, 홍콩, 마카오처럼 비교적 여행하기 편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만 다녀왔습니다. 중국 여행은 인터넷이나 결제, 지도 사용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많고, 자유롭게 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정보를 찾는 데 제약이 있을 것 같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계속 긴장해야 한다면 굳이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언젠가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중국을 여행할 수 있다면, 상하이는 물론이고 제가 어릴 때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 《황제의 딸》 촬영지들도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드라마 속 궁궐과 초원, 황실의 별장 같은 풍경을 직접 본다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다시 떠오를 것 같아요.
마오타이진도 책을 읽으며 궁금해지기는 했지만, 저는 술 공장만 보는 여행보다는 상하이처럼 도시 자체를 즐기거나 《황제의 딸》의 장면을 따라가는 여행이 조금 더 저다운 중국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