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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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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SNS에서 ‘한국에서 가장 과대평가 되는 것’ 두 가지로 연애와 외국 여행을 뽑은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두 가지만이 인간으로써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고 온 나라가 소리치는 느낌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나는 이 글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연애는 행복하고 특별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고, 연애를 오랫동안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안쓰러운 눈빛이 돌아간다. 20대 초반의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눈에 행복해 보이는 연애를 하길 바랐다. 멋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썸을 타는 또는 연애를 하는 방송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었고, 특별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연애는 일상이었다. 매번 특별할 수도, 매일같이 행복할 수도 없었다. 또한 남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것에 집중한 연애의 끝은 불행했다. 이제는 일상에 스며드는 연애가 주는 소소한 행복을 중요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평범한 한 커플의 시작과 끝, 그리고 또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시작을 다루고 있다. 극소수의 구구절절하고 특별한 연애가 아니라 대부분이 경험할 수 있는 연애담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철학을 담아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연애란 과대평가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모두에게 소소하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상적인 것으로 사고가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막상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게 되면 그 사람에게 소홀해지는 사건을 마르크스 주의로 설명한다. 사람의 모순성에 대한 이야기와도 연결될 수 있는데, 이는 연인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 인 듯하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준다는 믿음이 생기면 오히려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리고는 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슬퍼하고 우울해 한다. 하지만 이 모순성을 깨닫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인생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한데 굳이 나를 싫어하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클로이의 구두로 인해 말다툼이 발생하는 부분이였다. 클로이의 구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주인공은 클로이에게 영수증은 받아왔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그녀를 정말 사랑하고 그녀는 본인의 이상형이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결함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보통 친구에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라면서. 이건 나도 연애를 하면서 수도 없이 느꼈던 감정이었다. 만약 그냥 지인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말을 남자친구에게는 하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듯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기독교적인 사랑은 없는 것 같다. 사랑의 과정에는 상대를 자신의 이상형에 더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시도들의 연속이 존재하며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사소한 모습들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바꾸고 싶은 면들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다만 이 때 서로의 이상형이 되어 가는 과정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맞는다면 건강하고 발전적인 연애일 것이고 아니라면 다툼이 계속되는 불안정한 연애일 것 같다.

이외에도 책을 읽으면서 ‘와,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공감했던 내용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기억에 남는게 많이 없다. 아직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 탓인 것 같다. 앞으로 두 세 번은 더 읽어야 연애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인 생각들을 좀 더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두에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철학을 담아 표현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본인의 첫 작품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을 썼다는게 굉장히 대단하다. 읽으면서 알랭드 보통이 정말 천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굳이 이렇게까지 모든 일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가끔씩은 이런 철학적인 생각들이 인생에 대해 더욱 많은 사고를 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냥 본인의 일상에 충실하고 현 순간을 즐기며 사는게 최고 인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죽음’을 접했던 시기는 초등학생 때 키우던 병아리가 죽었을 때였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한 생명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죄책감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의 죽음을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동창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였다. 3년동안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던 친구가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고, 장례식장에 찾아가면 죽음이 실감나는게 무서워 찾아가지 못했었다.

내 주변 지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처음 접한 것은 친할머니의 죽음이었다.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슬픔과 비통함을 남겼다. 이를 통해 사람의 생명이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주변 사람들도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나는 죽음을 정말로 두려워하게 되었다.

죽음에 대해 느꼈을 때 항상 따라오는 감정은 슬픔, 두려움, 무서움 등 부정적인 마음 뿐이었다. 나는 나의 죽음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지인들의 죽음에 대해서 정말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나에겐 죽음으로 인한 부재가 정말 크게 와닿을 것 같다. 나는 항상 잠들기 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나보다 오랫동안 이 세상에 살다 가기를 기원한다.

이런 나에게 [인생 수업] 이 책은, 죽음이 꼭 슬프고, 비통하고,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은 변화시켜 주었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고 이야기 한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을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라고.

즉,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죽음에 대해 부정하고, 늙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순간 누리고 있는 경험들의 소중함과 가치를 느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