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소윤지

Browsing

[읽게 된 동기]

오팀장님 추천 [짝짝짝]

[한줄평]

시기가 맞지 않았던 책이지만, 새로운 생각을 시작해야할 때 펼쳐보고 싶은 책

[서평]

질문을 한다는건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일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 지금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풀기위해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나?’ 어느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질문이지만 하고 있는 일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만들고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게 만들어 준다. 이게 바로 질문의 효과일 것이다. 만사가 귀찮고 일이 하기 싫어질 땐 생각을 멈춘다. 시키는 일을 그냥 할 뿐이다. 그 전에 해봤던 일이거나 혹은 반복적으로 해오던 일이라면 더욱더 생각은 멈추고 만다. ‘전에 이렇게 했으니까 이번에도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하면 될거야’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흘려보낸다. 질문이 없는 일하기 방식이다.

질문의 위력은 대단하다. 격하게 공감한다. 다만 현재 나의 상황은 질문은 이미 가득하기 때문에 답이 필요한 상황이라는게 이번 책의 만남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더 이상의 질문이 들어올 공간이 부족했다. 책을 읽었을 많은 독서모임 참여자들 또한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격하게 공감이 가는 챕터도 있었을 것이고, 전혀 아닌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흥미로웠던 질문은 문제부터 파악하라라는 진단형 질문과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이라는 공감형 질문이었다. 내가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7장 사명형 질문, 6장 창조형 질문, 5장 대립형 질문 등 다양한 질문들에 흥미를 가지고, 기억에 남는 문구도 수십 줄 적어내려갔을 것 같다.

하루의 반 가까이 회사를 오고가고 일을 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보니 평소 나의 질문도 일을 하는 것에 맞춰져있다. 내가 있는 부서는 매번 새로운 일들이 발생한다. 누가 차례로 발사 신호를 누르 듯 교묘한 시간차를 두고 긴급한 일이 발생한다. 그럴 때면 매번 생각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거야?’ ‘언제부터 문제가 있었던거지?’ ‘어떻게 문제가 있다고 할게된거지?’ 일을 하면서는 잘 몰랐는데, 책에 적인 질문들을 보니 내가 일을 하면서 하고 있던 생각들이었다. 매번 생각을 체계적으로 할 순 없지만 이렇게 또 글을 통해 비슷한 질문을 다시 보니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바로 메모지에 적어 모니터 앞에 붙여놨다. 그동안 해오던 질문을 메모지에 적어두고 새로운 문제를 맞딱드릴때 마다 눈으로 보고 순서있게 생각하면 문제 해결이 더욱 수월할 것 만 같다.

공감은 늘 염두해두고 있는 주제다. 많은 부서의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일하다보니 각자의 개성이 정말 다양하고 일하는 방식이 다양함을 늘 느낀다. 같은 말을 두고도 정 반대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뜨악한다. 대립된 생황에서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공감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처리하는 상황은 변호사와 검사가 되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야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하다. 부서 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대립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이해하는게 필요함을 자주 느낀다. 나는 마케팅 부서에 있기 때문에 특히 영업 부서와 의견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친해진 사람과는 업무적으로 원만하게 해결이 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칫하면 대결과 비슷한 대립구도가 되기도 한다. 뭐 그렇다는 거다. 부서장의 입장은 늘 그렇듯 좀 더 극명하게 갈리기 마련이니까.

이 책을 읽으며 왜 질문해야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질문의 힘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시점이 얼른 찾아오길 바라며, 엉망진창으로 온점을 찍어본다.

[기억에 남는 문구]

  • 무엇이 잘못됐는가? /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 언제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습니까? / 거기서 무엇을 알게 됐습니까?
  • 이 문제를 언제 처음 알았습니까? / 이 문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진행됐습니까?
  • 오늘 컨디션은 어떤가요?
  • 제일 걱정되는 게 뭔가요?
  • 이렇게 말씀 나눌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왜냐하면 선생님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번쩍 든 생각이… 아, 이걸 핑계로 선생님과 또 통화를 할 수 있겠다, 였거든요.
  • 좀 더 얘기해주세요.

[읽게 된 동기]

난 늘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다. 특히 고수들의 생각이라면 더더욱. 시덥잖은 의견과 고정관념이 아닌 인생의 철학이 있고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쏟아내는 생각들이 재밌다. 이런 에세이는 늘 즐겨 읽는다.

[한줄 평]

매일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생각될 때 아침에 읽으면 좋을 책

[서평]

나의 삶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분야에서 일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간접경험한다는 것의 묘미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한 분야의 대가 혹은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쓴 개인의 경험담, 삶의 이야기다. 나이대가 달라 완전하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만큼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이 다채롭다. 글로는 짧은 단어 몇개로 표현되지만 힘들고 더디게 지나온 시간들을 서술한 구절에선 늘 안타까운 감성이 솓아난다. 그리곤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나의 행동을 상상하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고수들과 확연하게 비교가 되면서 보잘 것 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은 지금의 현실을 감사하게 느끼게 되기도 한다. 오늘 하루가 어제, 그저께 하루와 같이 느껴지고 반복에 반복을 더하는 것 처럼 소모되는 느낌이 든다면 고수의 향기가 물씬 나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 강수진

강수진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노블 커피의 모델이다. 모델을 정할 때 나도 의견을 냈었는데 박칼린을 추천했지만 다수결로 강수진이 발탁됐다. 새로 찍은 영상 광고를 보고, 실제 촬영장에서 강수진의 행동과 말투, 성격 등에 관해 홍보팀을 통해 전해들으면서 조금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강수진이란 사람이 궁금해졌고 국내에서 국립발래단의 단장으로서 활동하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고르게 됐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발래를 배우고자 모로코로 유학을 떠났다. 남들보다 6년이나 늦게 시작했지만 그녀의 가능성을 본 선생님 덕분에 현재의 발레리나 강수진이 있을 수 있었다. 그녀의 일상은 늘 아침에 2시간 씩 몸을 푸는 것 부터 시작됐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는 연습을 이어온 그 자체만으로도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운동은 작심삼일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나에겐 ‘하루도 빠짐없이’라는 말이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다. 직업이니까 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녀가 매일 많은 시간 연습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매일 조금씩 느는 실력, 그 성장이 주는 기쁨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는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그게 원동력이 되어 그녀는 유학을 시작하면서 발레리나로서의 현역 시절을 마감하기 전 까지 매일 성장했다.

매일이 반복 처럼 느껴지는 지금이라면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자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보단 나는 훨씬 더 성장했고 일을 능숙하게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년 전 보다 벽을 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오고 있고 처음 보다 많이 익숙해지고 부딫히는 법을 배워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느낌만으로도 내 자신이 조금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바둑. 바둑돌의 색깔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다는 것 빼곤 아는게 없는 분야다. 그래서 조훈현이라고 하는 고수의 생각이 더욱 궁금해 선택한 책이다. 이창호의 스승이었다는 것도 몰랐고 한국 바둑의 한 획을 그은 고수라는 것도 몰랐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평생 살면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중학교 때 일본으로 바둑을 배우러 유학을 갔고, 스승의 집에서 지내면서 바둑을 배웠다. 그의 스승 또한 바둑계에서 유명한 대가로 평생 3명의 제자만 받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조훈현이다. 국방의 의무를 져야 했기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그의 스승은 상실감이 컸던 탔인지 그가 떠나고 얼마 안있다가 자살로 세상을 등졌다.

바둑의 세계에서만 살아온 그의 생각은 어떨까. 세상을 조금 다르게, 사실대로 말하면 이상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평범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삶을 살았기 때문에 오해를 할 뻔 했다. 바둑 용어가 알게모르게 일상에서 많이 비유되어 사용되는 것 처럼 그의 삶에 대한 생각은 이상하지 않았고 다르지 않았다. 바둑 대결을 펼치면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가졌고 바둑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소통해왔다. 이창호라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제자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스타일의 고수를 만났고 대가의 자리를 내어주는 참패도 맛보면서 다이다믹한 삶을 살았다.

특히 감정적으로는 매우 절제된 삶을 살았는데 수 많은 대결에서 이기고 짐이 있는데 이를 대하는 자세에서 감정을 크게 부풀리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처럼 바라보는 연습을 해왔다. 승부로 점철되는 세계에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삶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틀에 박힌 삶일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생각과 감정, 바둑을 이어가는 전략으로 끊임없이 머리를 쓰는 고된 삶을 살아오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기고 지는 일이 일상이라는거 생각보다 무척 고달픈 삶인것 같다.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연구가 삶인 사람. 한때 꿈꾸었던 삶이다. 잠시 2년간 경험해봤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이 아닌것 같아 그만 뒀다. 연구가 취미이고 재미인 사람 정말 부럽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을 벌어다주는 일은 많아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금매달을 따는 올림픽 선수들도 멋있다. 평창올림픽도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봤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소모전을 치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누가 잘했는지 겨루기 위해 수뱍억을 들여 올림픽을 치를 경기장을 만들고 모여서 경기를 한다. 이하 생략.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을 만드는 연구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인 자가용을 만들고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탐사하고 연구하기 위한 로봇부터 원자력 발전소 붕괴가 일어난 곳의 상황을 점검하고 해결하기 위한 로봇을 만드는 등 인류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든다.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학부생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로봇을 만들고 창의력을 넓혀갈 수 있는 연구실인 로멜라를 운영하면서 책의 제목 그대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노력하면 다 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새롭게 만든 로봇 하나하나에 담긴 애정어린 시각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사람이다.

[인상깊은 문구]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 강수진

  • 정확히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 실력이 느는 그 맛, 그 기쁨에 중독된 사람이다. 오늘 연습한 만큼 조금씩 달라지는 내일을 알기에 매 순간 후회 없을 만큼 연습에 연습을 이어왔다.
  • 하루하루 더 발전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 성장이 주는 그 중독적인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연습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어제 할 수 없었던 동작이 오늘 더 잘 되고, 어제 이해할 수 없엇던 연기의 한 부분이 오늘 물이 오르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 감정은 그저 할러왔다 흘러가는 덧없는 것으로, 어떤 감정도 스스로를 잡아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선생님의 삶의 자세였다. 기쁨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고, 슬픔과 분노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봐야 한다. 이겼다고 우쭐해하면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천 번의 지는 경험을 쌓아야 하므로 일상의 경험으로 덤덤하게 바라봐야 한다.
  • 묘수를 잘 두는 것보다 악수를 두지 않아야 이긴다.
  • 꽉 차 있는 감정을 버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아무 여유도 없이 복기가 진행되니 줏을 맛이다.
  •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중략) 이들은 일부러 세상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오랜 시간 홀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모든 위대한 작품, 뛰어난 실력은 고독을 통해 탄생한다. 혼자서 고민하고 사색하고 연습하는 시간 없이 어떻게 실력이 쌓일 수 있을까.

*데니스홍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 데니스 홍

  • 돌아보면 힘든 순간마다 나는 그렇게 다시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한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도 다시 뜀박질할 준비를 했다. 무언가를 정말로 원하면, 그 목표를 위해 정말로 열심히 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아직 이루지 못했다면 다시 열심히 하면 된다. 나에게는 그런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은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닐지 모르지만 필요조건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읽게된 동기]

잘 기억은 안나지만 누군가의 서평을 통해 알게된 책이다. 잘 모르는 분야지만 장르가 소설이기에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고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은 지 1년이 넘은 책이지만 몇 가지 장면들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책이라 다시 읽어 보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해 8월 도서로 선정했다.

[한줄평]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아닌 경제의 주축인 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서평]

배경지식이 무척이나 부족한 것에 대해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돈이라고는 월급, 집을 구매하며 받은 대출금 등 한 눈에 훤하게 볼 수 있는 것만 아는 나에게 국가간의 또는 국가 내부의 돈의 흐름은 쉬이 머릿속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두 번이나 읽고 난 다음이지만 경제에 대해 알게 된 것이라곤 돈의 흐름이 권력이 좌지우지 될 만큼 큰 힘을 가졌다는 것과 관심을 가져야하는 분야라는 것 정도다. 참으로 보잘 것 없어보이지만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전관예우. 내가 모피아가 될 가능성은 제로지만 과거에 대우를 받아왔던 사람들의 현역시절 역할을 하고 있다면 으레 퇴직 이후의 예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깊이 공감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퇴직을 해야하는 나이가 된다고 갑자기 하루 아침에 그 동안 쌓아왔던 인맥과 노하우와 통찰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적 손실일 수도 있다. 특히 돈에 관련된 것이라면. 또한 과거를 꼭 답습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쟤는 해주고 나만 안해주는 그런 상황은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가능했던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힘이 유지되도록 대우를 해줬을 때 전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면 이는 지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위의 문장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통찰력있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모피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공공의 선을 추구하지 않는 권력과 힘 때문이다. 더 이상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의무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 사회의 엘리트로서 살아온 사람의 올바른 삶의 태도는 아닌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더 필요한게 애국심 아닐까.

두 번째 단어는 조세 피난처다.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케이맨 제도에 살고있는 사람 수 보다 많은 법인이 설립돼있다.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세금을 탈루하려는 기업이 너무 얄미울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너무 많이 징수하는 국가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불편할 수 있다. 회사를 설립하면 회사가 위치한 나라에서 세금을 징수하는데, 나라마다 세율이 다르고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돈 세탁 등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차리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세 피난처를 찾아가 법인을 세우는게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하지만 완전하게 잘못된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조세피난처를 통해 아낀 세금으로 회사에 재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려가고 경제를 활성화하거나 수출을 늘린다면 경제의 선순환의 구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세피난처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유지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도 포함됐기 때문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세 번째는 국가의 시장개입이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했던가. 소설 속에서 모피아 집단의 공격으로 우리나라가 디폴트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해피앤딩의 결말이었다. 과연 국가의 시장개입은 어느정도가 적당할까.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개입은 필요하다는게 나의 입장이다. 두 번의 독서모임에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에 비추어 볼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은 파국으로 치닿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심하게 변동이 있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고 감시하는 힘이 늘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가로 나누고 싶은 이야깃 거리는 접하기 어려운 분야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 책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장르가 전혀 새로운 분야는 아니지만, 어설프게 모방하다간 정말 이도저도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읽었던 책들 중 이와 비슷한 책을 추천받고 싶다. 예를 들면 문유석 판사가 쓴 미스 함무라비. 나는 앞으로 판사가 될 가능성은 제로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다양한 일과 역할들은 궁금하다. 소설이지만 재미있게 풀어내 드라마까지 나온 미스 함무라비도 추천한다.

[인상깊은 문구]

  •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 한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돈은 한국은행에서 출발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유가증권 중 발행처로 다시 돌아와 순환되는 것은 돈밖에 없다.
  • 경제학자들이 그 나라의 경제 현상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삶의 가치만 추구하려 할 때, 부패는 필연적이다.
  • 통치 체계가 전환되면 경제 권력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정부직제를 개편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을 하면서 이전 정권에 줄섰던 공무원들을 다시 자기 쪽으로 붙게 하는 방법이었다.
  • 미국에서 선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국무성 장관이 전부이다.

2019년 8월 지정도서 –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

생각해볼거리

1. 전관예우, 모피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 두 가지 모두 생각해봅시다.

2. 국가의 입장과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조세피난처의 이용을 어떻게 조율하는게 좋을까.

3. 국가의 시장 경제 개입은 어느 정도 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4. 정권이 바뀌어도 왜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가.

5. 추가로 나누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 (예. 주식시장, 한국은행의 역할 등)

[읽게된 동기]

장내 미생물 관련 임상연구 프로젝트에 참여면서 자연스럽게 장에 관심이 생겼다.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었는데 서론을 보니 이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인 것 같아 선택했다.

[한줄평]

먹고 마신 이후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시길 바란다.

[서평]

이 책은 어린이들이 할법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똥은 어떻게 나오는거야?” 질문을 들어보니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대장의 관략근이 이를 조절한다는데, 두 개의 관략근이 이를 조절한다고 한다. 무조건 속이 편한게 최우선인 안쪽 관략근은 배가 불편하면 가스건 고체건 상관하지 않고 내보내려 한다. 마구잡이는 아니고 일단 샘플을 조금 보낸 다음에 최종 관략근에게 묻는다. 내보내도 될까. 회의 시간이라면 절대 참아야 한다. 잠시 보류하기로 한다. 이런 원리는 몰랐어도 상황에 따라 어느정도는 조절이 되는 관략근을 경험해 보셨으리라.

그 밖에 또 어린이들이 궁금해하고 재미있어할만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똥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친구, 가족, 연인 등과 만날 약속을 하면 약속장소 근처의 맛집을 검색한다. 멋지고 예쁘게 장식된 음식들을 보고 대게는 사진으로 남기고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어떤 음식을 먹던지 배출되는 똥의 형태는 특별하게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는 이상 비슷하다.  과연 왜그럴까. 원초적인 질문 같지만 이는 건강상태를 확인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일 수 있고, 그러나 잘 알아두면 아주 유용한 정보다.

사람의 신체기관은 매우 효율적으로 협력하면서 각자의 기능을 한다. 에너지 소비량으로 따지며 100와트 백열전구와 같다고 하니 시시각각 적지않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 에너지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 얻어진다. 가장 먼저 에너지를 얻는 곳은 소장이다. 에너지를 얻기 전까지 우리 눈 앞에는 맛있는 음식이 놓여있었다. 치즈케이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씹어서 침과 함께 삼킨 치즈케이크는 식도를 지나 위로 넘어간다. 위에서 소화효효가 나와 음식물을 분해하여 죽처럼 만든다. 여기에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치즈케이크의 형태는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소장으로 넘어가면 음식물이 최종적으로 잘게 쪼개져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넘어간다. .. 중간생략. 여기에 설명한것 처럼 재미없게 설명되어있지 않다. 약간의 유머를 겸비한 작가의 수려한 말 솜씨가 더해진 본문을 본다면 관련 내용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장, 특히 대장은 배설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원하지 않을 때 방귀를 배출하기도 하고 평온한 상황을 순식간에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대장은 소장에서 넘어돈 음식물 찌꺼기를 약 16시간에 동안 처리를 한다. 수분 뿐만 아니라 칼슘 등 미네랄을 흡수하고 대장에 있는 미생물과 협력해서 지방산, 다양한 비타민 등을 얻는다. 16시간이 지나면 배출될 형태의 그것이 만들어져 이동한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직전에 화장실에서 배출한 그것은 조금 전에 먹은 식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의 장은 어떨까. 알레르기, 유당불내증, 과민성대장증후군, 글루텐 불내증 등 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부분이 단백질에서 온다는 점도 특이하다. 장이 면역체계를 이루는데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단백질에도 경우에 따라 심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각각 질병명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 모든 증상이 비슷한 원인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 장내 미생물. 장에는 엄청난 양과 수의 장내 미생물이 공존하며 살고 있다. 무게로 따지면 1에서 1.5kg 정도 된다고 한다. 장내미생물이 없어지면 몸무게는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우리는 얼마 못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중요한 하나의 기관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먹는 음식에 따라 변화 무쌍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평소의 식습관이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3주간 과채 주스를 하루 두번 꾸준하게 먹었더니, 장내 불편감이나 피부 트러블 등이 완화되었다는 임상 결과도 있다. (간이 임상이었지만, 정말 효과는 있었다. 장내 미생물의 분포가 달라지면서 얻은 효과라고 결론을 냈다.)

장의 불편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면 매력적인 장의 역할과 장을 건강에 관한 상식과 지식을 함께 얻어갈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인상깊은 문구]

  • 장은 매우 독보적인 장기다. 장은 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시키고, 음식물로 에너지를 만들며, 20여 종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한다.
  • 우리는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 에너지는 소장에서 처음 얻는다.
  • 소화효소는 음식물와 체세포가 공통분모를 가질 때까지 음식물을 잘게 자른다.
  • 알레르기의 기원론은 소장에서 시작된다.
  • 변비를 판정하는 기준은 얼마나 자주가 아니라 얼마나 힘드냐에 달려있다.
  • 갈락토올리고당은 매우 흥미롭다. 우리 몸에서 저절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모유는 식이섬유소의 90퍼센트가 갈락토올리고당이고, 10퍼센트가 소화되지 않는 여타 식이섬유소다. 우유에는 갈락토올리고당이 식이섬유소의 10퍼센트밖에 안 된다.
  • 장 세포를 정박하는데, 병원체들이 주로 정박하는 바로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한다. 그럼으로써 작은 방패 구실을 한다.

[읽게 된 동기]

솔직히 서문 읽고 나서 읽지 말까 생각하기도 했다. 무슨 말이지. @_@ 세계 질서라는 단어부터 너무 생소했고, 소제목만 다 살펴 봤는데 감당하기 힘들것 같았다. 그래도 6월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일단 읽었다.

[한줄평]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내 평생 읽지 않았을 것 같은 책. 별로라기 보다 너무 어려웠다.

[서평]

세계 질서

읽으면서 화가 나기도 하다가 소소한 깨달음도 있었다. 단어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세계 질서라는 키워드로 묶여진 자체가 신기했다. 세계 질서라는 단어는 정말 너무 생소했다. 책을 여러 번 뒤적거린 후에야 세계 질서라는 단어로 말하고 싶은 바가 어렴풋하게 보이는 듯하다. 아직은 미세먼지 나쁨 수준에서 멀리 산 능성이 보이는 정도이지만. 세계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교과서에서 배운 지구촌, 다양성 등이다. 지구에는 200여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언어도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며 종교 또한 나라마다 또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 제각기 다른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살아가다보니, 시간이 흐르다보니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다. 나는나 너는너.

바햐흐로 1600년대 국제법이라고 불리는 ‘베스트팔렌 조약’이 생겼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국가라는 개념이 없었고 종교가 곧 법이었던 중세 시대가 최후의 종교 전쟁인  30년 전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30년 전쟁이 최초의 근대적 영토 전쟁이라고  불리는데, 국가라는 개념이 없는 형태는 아직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래저래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하고 베스트팔렌 조약이 생기면서 근대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그런데 세계를 관통하는 질서라는게 꼭 필요할까?

이슬람교

내 인생의 종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무언가를 믿는다는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면 다는 그 자유를 인정하겠다는게 나의 종교에 대한 생각이다. 그래서 종교로 묶인 무엇에 관해 관심을 둔적이 없다. 그런데 유럽의 베스트팔렌 체제와 이슬람교가 반대의 대립되는 형태라고 하니 그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면 안될까.  꼭 하나의 세계 질서를 가져야 하는 걸까. 세계 질서는 같은 학교라고 해서 하나의 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 처럼 들린다. 물론 이슬람교가 매우 강성의 종교임은 분명하다.

“이슬람교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너희를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우리의 보호가 필요하면 우리는 너희를 보호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전쟁이다”

선생님들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유명한 학교의 짱 같은 느낌이다. 이슬람교를 잘 달래서 평화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면 되는 것 아닐까. 정치를 1도 몰라서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미국

세계 질서에 미국이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대충 봐도 미국이 좌지우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북핵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주변 나라의 생각도 함께 따져다면서 다정다감하게 나갔다가 조금은 강성으로 대응했다가 하는데, 우리나라의 입장만 보면 오락가락이 따로 없다.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 미국은 같은 핵을 보유한 국가지만 어찌됐든 세계의 질서에 우위를 계속 점하고 싶은거다. 경제력으로 밀던 주변 나라들이 눈치를 보게 만들고 북한을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우 현실주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과연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앞을 내나볼 수 없으니 우리도 매우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통해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대처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국가가 외교 정책을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중 하나로 가져가야 한다면 현실주의를 택하겠다. 외교 정책은 종교와 같이 하나의 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주의로 흘러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회사를 봐도 그렇다.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동일한 상품이지만  A를 강조하고 B를 숨기기도 하고, 반대로 B를 강조하고 A를 숨기기도 한다. 국가간의 관계가 서로 퍼주는 박애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 않을까. 아무리 세계는 하나다, 지구촌이다 라고 하지만 세계에서 볼 때 하나의 국가가 더 우선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우리가족이 우선이듯이. 미국이 이중적이라고 하지만 그럴만한다고 생각한다.

[읽게된 동기]

책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 때는 수필을 읽는다.

[한 줄 평]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서평]

수필을 읽다.

회사에 팀원이 한 명 줄면서 일이 많아졌다. 매일 나는 피곤했고, 아침 커피와 함께하던 독서 시간은 점점 사라졌다. 여러 책을 뒤적 거려도 금방 흥미가 떨어졌다. 게다가 회사에선 정해진 시간 보다 더 일찍 다니라는 말도 나오니 아침의 여유 시간이 더욱 줄어들었다.

꼭 이런 이유에서가 아니더라도 책을 읽던 관성이 줄어들 때가 있다. 굴러가던 공이 마찰에 의해 운동 에너지가 줄어들 듯 다양한 요인들로 신경을 빼앗기고, 관심을 빼앗기면서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기도 한다. 작년에도 한 창 열심히 읽다가 두 세달 그냥 건너뛰었던 것 같다.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의무감에 펼져 보아도 잠깐일 뿐이었다.

나는 책에서 멀어진다 싶을 때 잠시 손을 놓는다. 그러다 다시 독서를 시작할 때 수필을 집어든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시도하다 보니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됐다. 본인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쓴 수필은 작가와 한 층 가까운 상태에서 책을 만나는 것 같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하면 더할나위 없이 반갑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기 숨어있었네.’ 싶다. 나는 라디오에서 사연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도 비슷한 맥락같다. 쉽게 접하기 쉬운 상황이 많고 쉽게 공감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일들로 이뤄지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감정을 위주로 듣고 생각을 하면된다. 책에 잠시 흥미를 잃은 것은 감정을 다른 곳에 많이 소모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정보만 가득한 책일지라도 곧바로 쓰임이 있거나 알던 지식 중에 사소하지만 독특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즐겁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치여 지내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나눌 감정이 부족해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는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이번 수필을 읽으면서 이런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이해가 조금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삶의 정상을 향해 가던 의사의 내리막

“의사 선생님께서 곧 오실거에요”그 말과 함께 내가 꿈꿔왔으며 곧 실현되려던 미래, 그리고 오랜 세월 부단히 노력하며 도달하려 했던 삶의 정점은 사라지고 말았다.

주인공은 신경외과 의사였다. 문학을 사랑하는 청년이었기에 학부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생물학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복수전공을 했고, 신경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MRI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며 의학도가 되었다.  학비가 부족해 비어있는 기숙사 방에 창문으로 몰래 들어가 살기도 했다.

그는 여러 병원에서 러브콜이 올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힘든 레지턴트 생활을 마치고 교수가 되어 그 동안 갈고 닭은 실력을 펼쳐야할 타이밍이었다. 서른 여섯살에 폐암에 걸릴 확률은 0.0012% 밖에 되지 않지만 그는 폐암에 걸려 내리막을 걸어야 했다.

그동안 그는 의사로서의 본인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생각하며 지식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올바른, 즉 지혜로운 판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깊이 고민할 줄 아는 의사였다. 또한 뇌를 다루는 의사였기 때문에 뇌수술 자체가 대체로 환자와 그 가족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수 있고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 상황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다. 그의 말에 따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따라오게 된다.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위 질문의 요점은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요새 무기력함이 찾아온 것 같기도 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시체놀이 하기가 바쁘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틈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이러려고 일하는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도 주어진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생각해 열심히 하다가 보면 힘들어 지치는 일의 반복이었다. 수필을 읽으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유한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가 정말 멋있었다. 죽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살아있는 순간에는 살아있음을 느끼겠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대하는 멋진 태도가 아닐까 싶다.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까지도 펜을 놓지 않고 글을 써내려간 작가에게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이 책은 세상에 나왔다.

 

다시 수필로 돌아가서

수필이 주는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한 번으로는 족하지 않아서 비슷한 장르의 책을 한 권 더 읽었다. 나의 숨결이 아직 남아 있을 때까지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책을 가까이 하고 싶다.

 

[감명깊은 문장]

어느날 밤 루시와 나는 내 아파트의 소파에 앉아 심전도 파형을 공부했다. 그녀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치명적인 부정맥을 정확히 짚어냈다. 갑작스럽게 뭉클해진 루시는 울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연습용 심전도가 누구의 것이든, 그 환자는 살아남지 못할 운명이었다.

언어는 고작 몇 센티미터 두께의 두개골에 보호받는 우리의 뇌가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으며,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인상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 관계적 측면, 즉 ‘인간의 관계성’ 이다.

루시와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울었다.  CT 촬영 결과는 여전히 컴퓨터 화면에 떠 있었고, 의사로서의 내 정체성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암은 여러 내장 기관들에 침투해 있었고 진단은 명확했다. 병실은 조용했다. 루시는 날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면 쉬울텐데요. 2년이 남았다면 글을 쓸 겁니다. 10년이 남앗다면 수술을 하고 과학을 탐구하겠어요”

[읽게 된 동기]

인터넷 도서관의 목록을 살펴보다가 중2병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화 되는 중2병의 현상과 문제점 등에 대한 것 말고 어떤 내용을 담고있을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줄 평]

중2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중2와 함께 생활하거나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상황에 있다면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서평]

1. 신선한 충격

가볍게 내용만 훑어볼 요량으로 펼쳤던 책에서 인상 깊은 문구가 마구 튀어나왔다. 철학적 의미를 담거나 위로를 받을 만한 구절이 아니라 중2의 솔직한 인터뷰 발언이었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뱉어낸 듯한 생생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어렴풋하게 느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인터뷰한 중2 아이들은 시원하게 쏟아냈다.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만들어져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발언 속에서 심각한 분노와 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말 하나 하나에 깊은 공감이 갔다. 공감보다는 깊은 이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저마다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었다. 달라진 모습에 본인 스스로 왜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낯설어 하면서도 이제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게 됐음에 뿌듯해 한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내가 옆에서 당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면 ㅇㅈ)

나의 사춘기는 고등학교 때 잠시 봄처럼 왔다 갔다.  순식간에 폈다가 지는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폈다가 시원한 빗줄기에 대번에 사그러 들었다. 가볍게 지나갔기에 지금 아직 반항의 기질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지랄총량의 법칙에 따르면 그럴만 하다. 어릴 때 놀아봐야 나중에 시시해서 안논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보다.

이 책을 통해 중2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생각을 옅볼 수 있었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경악할만한 행동을하거나 다루기 힘든 중2가 아닌 그들의 사연이 담겨있었다. 중2병은 원래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고 한다. 1999년 일본 개그맨이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언급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졌다. 부모들이 일상에서 겪는 사춘기 아이들과의 갈등에 중2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확산되었다.

“우리 애는 뭘 물어도 상관 말라는 대답만 해요.”

“그럼 중2병 이네요.”

하지만 중2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다르다. 중2병이라는 단어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바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특정 시기에 그들만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행동을 할 뿐이라고 그들은 항변한다.

 

2. 아이들의 목소리

“엄마랑 한판 붙는 것쯤은 이제 안 무섭다.”

중2 아이들은 부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부모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중2가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진짜 사람다운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상황에 대한 판단을 많이 하게 된다. 부모와 선생님의 생각이 전부 옳고 받아들여야하는 것이 아니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행동에 모순이 있고 말에 어패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심하게는 반항을 하는 것이다.

이제 ‘아, 이건 아닌데’라고 판단할 줄 안다. 엄마 말이라고 무조건 옳은가? 선생님이 불공평하게 대하는데도 내가 순종해야 해? 대체 왜?

성인으로 분류되는 우리가 과연 객관적으로 존경할만한 어른일까. 내가 우리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진 못한다. 좀 고집스럽고 모순된 행동과 말이 있지만 나의 부모님이기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이제야 자신의 생각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 이해까지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먼저 어른이 된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게 먼저일 수 밖에 없다.

중2가 보는 어른들이란? 자기들은 멋대로 행동하면서 우리더러는 똑바로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지 뭐, 죄다 똑같다. 내가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못 살겠네. 빨리 어른이 되든지 해야지.

중2를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알게되면 충격받을만 하다. 생각을 알더라도 애써 외면하거나 외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게 중2 아이들을 이해하는 첫 걸음 아닐까.

나도 그랬다. 반항하지는 않았지만 허세 부리고 멋부리고 싶긴했다. PC방 가서 하두리 캠(추억의 물건…)으로 사진찍고, 커뮤니티에 올렸다. 친구들과 여럿이서 어울려다니면서 뒷담화를 깠고, 이런저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어른들이 무슨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한 아이의 목소리는 9살 어린 남동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식탁에서 엄마에게 했던 말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어서 소름돋았다. 나의 잘못된 점은 잘 못보는데 남의 흉은 잘 보인다고 하는게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 때 나도 “맞아” 하면서 거들어줬던 것 같은데, 남동생은 속으로 아주 우쭐했을거다.

내가 제일 화가 날 때는 엄마가 아예 날 상태 안해줄 때다. 어제만 해도 그래. “엄만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르다”고 지적했더니 엄마는 말을 빙빙 돌리는 거다. 대답할 말이 없으니까 괜히 “너랑 말이 안 통해. 말해 봤자 소용 없어”라고 하질 않나, “너 지금 굉장히 이상해. 중2병이야”라고 하질 않아. 결국 바쁘다는 핑계 대면서 부엌에 들어가 버렸다.

3. 어른들의 목소리

어른들, 특히 엄마들은 중2병 아이들 앞에서 어쩔줄 몰라한다. 아이들과의 갈등으로 매일 속썩이고 어떻게든 잘 대처해보려고 말투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보지만 관계는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인터뷰를 한 엄마와 아빠는 모두 다 답답해하면서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한숨이 나오는 매일 매일이 이어질 뿐이다.

나의 부장님은 중3 딸아이가 하나 있다. 영국에서 유학중이다. 집에서 싸우고 싸우는 나날이 이어졌고, 중2인 아이는 미술을 하겠다며 프랑스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언어 때문에 부터 영국으로 갔다.  부장님이 말하길 본인과 남편은 전형적인 이공계 스타일이고 회사생활이 20년 쯤 되다보니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해결책을 찾는데 익숙해 아이와의 문제점을 가장 효율적이면서 가능성 있는 대안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딸아기가 ‘나를 일 처럼 대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와의 갈등을 잘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으나 문제를 처럼 해결하려고 한 생각이  ‘들통’ 나버렸다.

그래도 어렵게 어렵게 매일 아침에 통화를 한다. 가끔은 자리에서 통화를 하신다.  아이가 타국에서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묻곤한다.  하루는 아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새벽까지 잠을 잘 못자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부장님은 괜찮은지, 밥은 먹었는지 최대한 친절하고 애정을 담아서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엄마가 얼른 아이를 달래고 통화를 끊고 급한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을 간파한 것 같다. 부장님은 애써 얼마나 걱정하는지 맨날 생각하는지 말로 표현해보지만 그게 아이에게 닿지 않았기에 결국 일을 핑계로 급하게 전화를 마무리 했다. 아이들은 안다. 부모가 알려주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마음을.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다 중2병.

4. 누구나 아는 대화라는 해결책

중2와 소통이 되지 않고 엇나가는 이유는 진정한 대화의 부족 때문이라는건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쉬운 수학 문제처럼 풀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어려워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고 역할을 한다. 부모, 선생님께 직접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이들이 내뱉는 그 특유의 말투가 아닌 글로 전해진 그들의 생각은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 좋다. 이 책을 계기로 부모 또는 선생님이 어른으로서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다. 중2와 함께하는 모든 어른들이 그들의 중요한 시기에 힘이 되주고 대화를 해주며 공감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상 깊은 문구]

  • 진짜 중2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생각
  • 중2병에 대한 어른들의 걱정은 공포의 수준에 이르렀다. 급기야 ‘북한도 중2가 무서워 남침을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 10대는 소리친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는다
  • “내가 보기엔 엄마가 중2병이야!”
  • “나 좀 내버려 둬”
  • 엄마랑 한 판 붙는 것쯤은 이제 안 무섭다.
  • 엄마는 맨날 내가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세우지만 난 억울하다. 학교를 결석하기를 해, 아니면 학원을 빼먹기를 해? 물론 공부만 파고들지는 않지만 그게 뭐 대순가. 내가 지금 공부할 마음이 없어서 그렇지, 일단 하겠다고 결심만 하면 등수 올리는 거 금방이다. 난 적어도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오히려 난 내가 중2병에 걸리고서 진짜 사람다운 사람이 됐다고 본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시키면 무조건 했다. 하지만 이제 ‘아, 이건 아닌데’라고 판단할 줄 안다. 엄마 말이라고 무조건 옳은가? 선생님이 불공평하게 대하는데도 내가 순종해야해? 대체 왜?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기게 중2병이란 건 비로소 정신이 제대로 박히기 시작하는 거다.
  • 다래끼는 어차피 지나가게 된다. 중2병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열 내면서 입 아프게 잔소리하지 않아도 우리가 더 잘 안다. 나만 해도 외고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신 성적 관리하느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중2병에 하염없이 빠져 있을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중2병도 다 한때일 뿐이라는 거, 어른들은 정말 몰라서 저러는 걸까?
  • 괜히 허세를 부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중2는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다. 나 답답하다고, 좀 도와달라고.
  • 중2가 보는 어른들이란? 자기들은 멋대로 행동하면서 우리더러는 똑바로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지 뭐, 죄다 똑같다. 내가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못 살겠네. 빨리 어른이 되든지 해야지.
  • 내 눈엔 엄마의 모순되는 행동, 뻔히 보인다. 엄마는 내가 모르는 줄 아나 본데 천만의 말씀.
  • 나한테는 쓸데없이 카톡질 하지 말라면서 엄마는 툭하면 전화기를 붙잡고 다른 사람들 뒷담화를 깐다. 특히 민정이 엄마한테 할머니랑 고모 흉을 그렇게나 한다. 그런 전화를 딸이 다 듣게 마루에서 하면 어떡해? 그러니까 아빠가 민정이 엄마랑 어울리지 말라는거잖아. 엄마는 왜 아빠가 놀지 말라는 친구랑 계속 노는 거야? 그럼 엄마도 중2병인가?
  • 나는 엄마가 민정이 엄마랑 놀든 재영이 어마랑 놀든 남산을 가든 동해를 가든 신경 안 쓰잖아. 그런데 엄마는 왜 자꾸 내가 친구들이랑 놀 때 전화를 하지?
  • 엄마는 단 하루라도 잔소리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다. 그 잔소리의 90퍼센트는 공부에 대한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시작했든 엄마는 “공부 좀 해라” “공부는 하고 그런 소리를 해” “그러니까 공부를 해야지”라는 식으로 결론을 낸다. 마치 머릿속에 깔때기가 꽂혀 있는 것 같다.
  • 시험 때도 그래. 시험 망쳤을 때 제일 실망스러운 사람을 나다.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엄마가 옆에서 뭐라고 하면 그런 마음은 다 사라지고 너무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냥 토닥거리면서 옆에 잇어 주면 될 것을.
  • 중2가 목성에서 오고 엄마가 수성에서 왔다면 아빠는 혜성이 되어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꼴이다. 아니, 혜성보다 못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 중2는 나름의 기준으로 부모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아도 존경할 만한 어른이기를, 적어도 합리적인 성인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요구를 무사통과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부모에 대한 낮은 평가는 중2에게 반항을 당연시하는 이유가 된다. 한마디로 ‘반항할 만하니까 반항하지’하는 심리였다.
  • 지금 중2는 부모를 향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요구하고 있다. 수직적인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로의 전환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2도 스스로 이것이 그저 희망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현실적으로 여전히 중2는 부모에게 종속된 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2는 분노 대신 그 아래 단계인 짜증을 거듭하고 있고, 그럴수록 부모는 우리 애가 중2병에 걸렸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 어른들 중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더 친구한테 의지하게 된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존재는 친구다.
  • 학교라는 정글은 그저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위로는 일진, 아래로는 빵셔틀, 그 사이의 어디쯤에서 생존하기 위해 준민이는 아슬아슬하게 위태위태한 균형을 잡고 있다.
  • ‘배제에 대한 불안’
  • 우리가 뭐 어른들 눈에 예뻐 보이기 위해서 화장하나 친구들한테 예뻐 보이기 위해, 쪽팔리지 않기 위해, 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화장을 하는 거다. 모르면 가만 좀 있어 달라고요.
  • 사실 외모 꾸미고 남들 시건 의식하는 건 어른들이 훨씬 더 심하지 않나?
  • 중2의 성적 코드 강화 이전에 우리 사회가 먼저 10대를 성적 존대로 소비하기 시작했음을 어른들은 인지해야 한다.
  • 존재감에 대한 욕구. 중2에게 스마트폰과 게임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을 인정받을 수 잇다. 게임 등급을 올리고 미션을 완료하면 어려운 과제를 성취해 낸 자신을 긍정하고 나아가 친구들에게도 자랑할 수 있다.
  • 엄마랑 사이가 나쁜 건 절대 아니지만, 예전엔 솔직하게 말했다면 이젠 얘기를 좀 가려서 한다는 것뿐이지, 뭐.

[읽게 된 동기]

20대 초반에 읽어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렴풋한 이미지만 남아있을 뿐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워낙 인기있는 소설이기도 해서 책을 빌리자마자 냉큼 다 읽어버렸다. 눈이 멀어버리는 내용이라 소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줄 평]

인간의 파괴적인 본능과 이기심을 적나라게 드러내 불편했지만 반성하게 만들었다.

 

[서평]

눈에 상이 맺힌다고 해서  본다고 할 수 있을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보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이 눈이라는 기관으로 보는 것은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뇌가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하면 우리는 같은걸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즉 착각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나는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에게 하는 경고 메시지

나는 평소에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할 때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일회용품을 마구 사용하고 버리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삶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대량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상황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공간을 눈요기하러 보러 가면서도 이를 위해 깎이고 버려진 자연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정작 내가 환경 보전을 위해 큰 일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이 조금이라도 덜 훼손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개인적인 차원에서 조금 노력을 할 뿐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초기에 눈이 멀었던 사람들이 수용된 정신병원 시설이 수용자들의 배설물,  시체, 먹고 남은 그릇과 음식물 등으로 오염되가는 모습이 인간이 먹이사슬의 가장 상위에 오르면서 지구를 파괴하는 모습을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농업의 발달로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지구의 파괴 속도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편리하고 관리하기 쉽도록 만든 도시는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이로울게 하나도 없다. 지구가 생겨나면서 이뤄좋은 생태계가 파괴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의 훼손과 오염을 보지 않고 외면한 채 멋지게 구조화된 도시를 동경하며 인류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는건 우리가 눈이 먼 상태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눈이 멀어버렸다

소설 속의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처럼 우리는 정작 봐야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엉뚱한 곳만 더듬거리고 있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본능에 충실해 허기진 뱃속을 채우고, 성적 욕망을 채우고, 불편한 뱃속을 비운다. 우리는 본능적인 모습을 잘 차려진 음식으로 둔갑시키고,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개인적이거나 숨겨진 공간에서 욕구를 충족시키고, 배설물을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고 즉시 잊어버린다. 그리곤 우아하고 품위있게 행동한다. 더럽고 추악한 일과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짓밟고 착취를 하지만 이를 정당화 시키려는 구실을 찾았다.

마지막 남아있던 양심마저 눈이 멀어버렸다

내가 환경 오염을 불러 일으키는 행동을 하면서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양심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안과 의사의 아내는 우리의 마음 속 양심과 같다. 인간의 본능에 의한 행동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길라잡이가 되어주듯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양심은 봐야할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괴로워하면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소설 마지막에 눈이 멀었던 사람들이 다시 볼 수 있게 되고 의사의 아내는 이내 눈이 멀어버린다. 양심이 눈이 멀어버린다면 과연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는 어떻게 될까.

나는 과연 제대로 보고있을까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환경 말고 또 내가 보고싶지 않아서 외면하고 있는게 또 뭐가 있을까.

 

[인상 깊은 문구]

나도 데려가야 할 거에요. 방금 나도 눈이 멀었거든요.

어쩌면 눈이 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우리가 심한 고난을 당해 통증과 괴로움에 시달릴 때, 그때는 우리의 본성이 지닌 동물적 측면이 가장 분명하게 부각된다.

이제는 선과 악에 관한 한 우리 모두 평등해요.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이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눈먼 것이 드문 일이었을 때 무엇이 그르냐 하는 것은 그저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서로 다른 방식일 뿐이에요. 우리가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가 아니고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지 말하야 해요.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에요.

나는 보고 싶어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마음만 가지고 눈을 뜰 수는 없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아가씨가 이제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이 아리는 거지요.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건가. 볼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몬 사람들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