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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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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 더러운 곳에서 더 더러운 곳으로 이동하는 생물체

<모피아>

2019년 7월 Stew 독서 소모임에서 선정한 책은, ‘88만 원 세대’ 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자칭 C급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님의 책 ‘모피아’입니다. 모피아는 재정경제부 MOFE와 마피아 Mafia의 합성어로서, 총리실에서 일했던 저자가 보고 느꼈던 경제 현실을 음모론을 기반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책만큼 Stew 독서 소모임에서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뉜 책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극적으로 풀어내 재미있었다는 평이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요소가 극명하고 상황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기에 읽기 거북하다는 평이 반이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뼈대는 경제 민주화입니다. 그리고 2019년 7월은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일본과의 경제 전쟁의 현재 진행형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언제나 대한민국 혼자만이 아닌 주변국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랬기에 이번 책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었습니다.

 STEW에서는 생소했던 경제 단어에 대해서 알아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눴습니다.

* 전관예우, 모피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찬성>

– 오랜 시간 쌓은 능력과 경험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투자하는 거다. 시장논리 상 당연하다

– 많은 일을 안 하더라도 경험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는 조직에 큰 가치이다.

– 꼰대도 능력이나 경험이 없었으면 있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 사람도 신입 대리 과장 다 거친 사람이다.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 부정적인 측면은 어느 긍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있다. 도덕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시장 경제에서는 가치가 있으므로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반대>

– 가장 큰 문제는 채용 비리이다. 공정하지 않은 절차에 의한 형평성의 부재는 사회 전체 도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리가 무조건 능력을 검증할 수는 없다.

– 우리나라는 너무 막대한 권력을 준다. 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데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분들의 권력에 의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결국 변화를 주도하던 사람들은 떠나게 된다.

– 법조계 전관예우는 승소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승소하게 해준다. 전관예우를 통해 누군가는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다.

– 결국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인 경향이 크다.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 국가와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조세피난처의 이용을 어떻게 조율하는 좋을까.

– 국가 입장에서는 손해이지만, 기업에서는 재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

– 국가에서도 기업의 조세피난처 사용에 대해서 알지만 묵인한다. 이는 국가에서도 기업에 나름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일부러 남겨주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생각한다.

– 기업 R&D 투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세율은 낭비다.

– 사회적 책임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시점에서 조세피난처는 기업 이미지의 큰 타격이다

– 우리나라는 조세 피난처 3위이다. 탈세는 안 되지만 절세는 맞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실질 세율이 10%가 안된다.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잘못하면 엄격한 잣대를 대는 문화가 필요하다.

– 조세피난처 조율을 위해서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필요하다. 조세피난처 돈을 들여오면 세금을 줄여주는 유도책 말이다.

–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세금을 정확히 내면 바보라는 문화가 팽배하다.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이 돌아올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 국가의 시장 경제 개입은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찬성>

– 우리나라는 계획경제다. 국가가 큰 그림을 바탕으로 개입은 필요하지만, 기업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 국가의 개입은 자연스러운 시장경제에 잡음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쪽에는 공정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보면 좌는 감정에 호소하고 우는 이익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좌는 국산 대체재가 많다 하고, 우는 글로벌 시대에 역행한다 한다. 이로 인해 국민 누군가는 망하게 되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가 책임지나. 사람은 회색이다. 국가는 쉽게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 시장에 입장에서 기업은 수요와 공급에 맞춰간다. 시장에는 자정작용이 있다. 개인에게는 결정의 자유가 있다. 법도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국가도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반대>

–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가 심하다. 이 간극이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만들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지속해서 커진다 생각한다. 이 부분은 국가의 개입으로 일본처럼 강소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 영화 ‘인사이드 잡’이나 ‘국가부도의 날’ 등 실제 경제 역사 영화를 보면 국가의 시장 개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자유를 맡긴 결과가 도덕적 해이에 의한 국가 전체의 위기이다. 돈은 마약과 같다.

*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가

– 스웨덴의 기피 직업 1위는 국회의원이다. 월급은 직장인 평균이며, 전용차와 개인 비서는 없고 어떤 특권도 면책도 없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극한 직업이다. 그렇기에 스웨덴 국민은 국회의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스웨덴이 복지 천국으로서 국가가 유지되는 기반은 국민을 위해서 밤낮없이 연구하고 정책을 펴는 국회의원 때문이 아닐까

– 정권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주고 나면 기득권의 이권만 추구하게 되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대다수 사람은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선거철,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만 시행한다. 대통령 연임제가 필요하다.

– 국내 정치는 10년 주기로 돌아가고 있다. 진보 10년, 보수 10년. 그 사람이 그 사람이게 문제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관심사는 표이다. 국민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까보다는 어떤 일을 해야 다음 선거 때 표를 더 받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한다. 일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 세상은 정권과 상관없이 좋아지고 있다. 좋음의 기준은 자기가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욕심이 끝없는 불만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 글쓴이의

개인 : 국가나 사회, 단체 등을 구성하는 낱낱의 사람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소속한 개인입니다. 그리고 수천만 명 모두가 국가를 운영할 수 없기에 극소수 대표자를 선출합니다. 얼핏 보면 대표자는 수천만 국민의 대리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어떤 나라는 이들에 의해 모두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어떤 나라는 이들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불행한 길로 나아갑니다.

이 책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책입니다. 비록 극단적인 상황과 정치적인 색으로 인해 평이 갈릴 수 있지만, 개인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이라는,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명제를 느끼게 해 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모피아’, ‘전관예우’라는 존재는 이익이라는 성질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국민의 대표자들과 결합한 순간 가늠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숨겨진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민은 언제나 사회에 눈을 뜨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 책은 Stew 독서 소모임에게 거시적인 관점으로 사회와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네티즌

세계를 움직이는 검은돈들이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 소설 속에 펼쳐진 모피아들의 세계는 무서웠다. 우리가 정치와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잘 보여준다 – 이윤석

진보의 포르노그래피 – 김지훈

돈은 필요한 사람에게 흘러야 하고 부정한 돈은 그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 – 이원교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다 – 오세용

정치적인 색채가 많아서 아쉬웠던,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 – 김하연

군더더기 없는 별점 5점의 마땅한 도서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어느 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씁쓸한 대한민국의 경제 역사를 느끼게 해주어 별점 4점 – 최보승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 소윤지

음모론이라는 흥미로운 재료를 망친 과도한 MSG – 오형진

[읽게 된 계기]


STEW에서 선정되어 읽은 책.

 

[한줄평]


음모론이라는 흥미로운 재료를 망친 과도한 MSG

 

[서평]


음모론

사회는 정말 복잡하다.

복잡해진 사회를 이해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되는 속도에 맞춰 정보를 획들할 수 있는 속도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터졌을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소식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들에게 알려진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공식적인 매체가 전해주는 내용에 의문을 던지고 숨겨진 실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펼치는 주장은 흔히 “음모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음모론자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공언한 사건에 사실 우리가 모르는 실체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라는 전제로 사건을 바라본다. 실체의 존재라는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건을 재조명하다보니 가끔 황당하게 복잡한, 즉 끼워맞추기 식의 설명을 할때도 있다. 하지만 이미 주어진 것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을 매료시키기도 한다.

 

흥미로웠던 설정과 도입부

우리나라 경제학자이자 소설가로 알려진 우석훈의 작품 <모피아>도 한국 경제에 대한 음모론을 글의 기초로 삼는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재무부 출신 인사를 뜻하는 모피아는 엄청난 부를 사용하여 사회를 본인들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어마무시한 사람들로 이들은 막대한 금융자산을 이용하여 주요 재계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또한 이를 이용해 대통령까지도 본인들의 영향력 내로 끌어들여 대통령은 사실상 경제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한국은행 팀장 출신인 주인공 오지환은 소위 “경제 쿠데타”라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을 도와 이들을 상대한다는 내용이다.

돈 많은 자들이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음모론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꽤나 흥미로운 주장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곧 권력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말이다. 그렇기에 제목과 처음 부분에서 나는 순조롭게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경제용어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건 전개를 이해하는데 경제학자라 그런지 용어가 사건 전개를 이해할때 크게 어렵지 않게 잘 풀어서 설명하였다. 영화 <빅쇼트>를 보면서 수많은 경제적 사고에 고통받았던 뇌 때문에 사건 파악을 위해 몇번을 돌려봤던 것을 생각하면 순조롭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긍정적인 요소였다.

또한 그들이 주장한 금융 엘리트들이 계획한 삶에 살고 있다는 음모론은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자본주의의 틀 안에 살면서 이런 의문을 한 번도 안 던져보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로 각종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금융의 힘이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한 쑹훙핑의 책 <화폐전쟁>이 큰 인기를 누린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우석훈 작가가 정한 기본 설정에 큰 부담을 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기본 세팅을 맞추고 사건이 전개될 복선들을 보며 흥미를 느낀 나는 이러한 도입부를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다. 모피아의 수장인 이현도가 대통령을 찾아가 방패가 되어줄 주인공 오지환을 친히 추천한다는 설정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긴 했지만, 이 또한 나중에 설명이 될 큰 그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소설의 주요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소설에도 과유불급이 있구나..

중반부부터 음모론이 강력하게 폭발한다. 그러나 너무나도 강력해서 소설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오지환을 필두로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측과 경제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모피아 측의 싸움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물론 우리나라 지정학적 특성상 정말 다양한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완전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전세계 금융계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설정은 읽는 나로 하여금 다소 과도한 MSG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MSG를 살짝 맛본 것에 불과할 줄 누가 알았을까?

대통령이 경제 쿠데타에 대한 대응으로 가지고 나온 통일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소설에서 정말 지체없이 착착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쉽게 통일을 위해 나가는 모습은 지난 70여년 간 크고 작은 대립이 끊임없었던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또한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금융내전의 이해관계자로서 제주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진격시키는 모습에서 초반에 잘 쌓아놓은 나의 흥미가 무너지게 되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음모론을 큰 주제로 시작되었던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나에게 항공모함이 대치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장르가 혼동되기 시작했다. 물론 저자가 의도한 긴장감은 잘 표현되었지만 한국의 금융전쟁이 타국가의 이해관계에 얽히게 되어 초강대국 두 나라가 대치하는 것은 너무나도 과하게 나간 설정이 아닌가 하는게 내 짧은 생각에서 나온 의견이다.

전임 대통령과 과거 사건들을 언급하며 사실감을 높이려고 하였던 작가의 노력은 설정의 과도한 확장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판타지 소설이 되어버려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확실했던 교훈

중간에 너무 과도한 설정의 연속으로 소설에 대한 실망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의 마지막을 맞이하였을때 작가가 <모피아>를 통하여 의도하고자 하는 싶었던 이상향은 확실하였다. 그것은 바로 경제의 민주화였다. 특히 마지막에 대통령이 시민들과 함께 전진하는 모습에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메시지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작가가 의도한 점이 경제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는 것이었다면 이 글은 소기의 성공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성공에는 힘 약한 많은 이들이 대적할만한 상대, 즉 모피아를 음모론을 통하여 창조해냄으로써 극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모습을 연출한 작가의 노련미가 묻어난다.

하지만 그렇기에 중반부에 쳐진 과도한 MSG이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독자들을 혼동시킨 것 같아 더욱 아쉽다. 그런 아쉬움때문에라도 그의 작품을 다시한번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좋은 원재료를 망치지 않는 적절한 시즈닝이 되길 기대해본다.

[읽게된 동기]

잘 기억은 안나지만 누군가의 서평을 통해 알게된 책이다. 잘 모르는 분야지만 장르가 소설이기에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고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은 지 1년이 넘은 책이지만 몇 가지 장면들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책이라 다시 읽어 보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해 8월 도서로 선정했다.

[한줄평]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아닌 경제의 주축인 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서평]

배경지식이 무척이나 부족한 것에 대해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돈이라고는 월급, 집을 구매하며 받은 대출금 등 한 눈에 훤하게 볼 수 있는 것만 아는 나에게 국가간의 또는 국가 내부의 돈의 흐름은 쉬이 머릿속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두 번이나 읽고 난 다음이지만 경제에 대해 알게 된 것이라곤 돈의 흐름이 권력이 좌지우지 될 만큼 큰 힘을 가졌다는 것과 관심을 가져야하는 분야라는 것 정도다. 참으로 보잘 것 없어보이지만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전관예우. 내가 모피아가 될 가능성은 제로지만 과거에 대우를 받아왔던 사람들의 현역시절 역할을 하고 있다면 으레 퇴직 이후의 예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깊이 공감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퇴직을 해야하는 나이가 된다고 갑자기 하루 아침에 그 동안 쌓아왔던 인맥과 노하우와 통찰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적 손실일 수도 있다. 특히 돈에 관련된 것이라면. 또한 과거를 꼭 답습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쟤는 해주고 나만 안해주는 그런 상황은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가능했던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힘이 유지되도록 대우를 해줬을 때 전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면 이는 지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위의 문장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통찰력있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모피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공공의 선을 추구하지 않는 권력과 힘 때문이다. 더 이상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의무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 사회의 엘리트로서 살아온 사람의 올바른 삶의 태도는 아닌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더 필요한게 애국심 아닐까.

두 번째 단어는 조세 피난처다.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케이맨 제도에 살고있는 사람 수 보다 많은 법인이 설립돼있다.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세금을 탈루하려는 기업이 너무 얄미울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너무 많이 징수하는 국가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불편할 수 있다. 회사를 설립하면 회사가 위치한 나라에서 세금을 징수하는데, 나라마다 세율이 다르고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돈 세탁 등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차리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세 피난처를 찾아가 법인을 세우는게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하지만 완전하게 잘못된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조세피난처를 통해 아낀 세금으로 회사에 재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려가고 경제를 활성화하거나 수출을 늘린다면 경제의 선순환의 구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세피난처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유지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도 포함됐기 때문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세 번째는 국가의 시장개입이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했던가. 소설 속에서 모피아 집단의 공격으로 우리나라가 디폴트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해피앤딩의 결말이었다. 과연 국가의 시장개입은 어느정도가 적당할까.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개입은 필요하다는게 나의 입장이다. 두 번의 독서모임에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에 비추어 볼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은 파국으로 치닿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심하게 변동이 있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고 감시하는 힘이 늘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가로 나누고 싶은 이야깃 거리는 접하기 어려운 분야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 책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장르가 전혀 새로운 분야는 아니지만, 어설프게 모방하다간 정말 이도저도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읽었던 책들 중 이와 비슷한 책을 추천받고 싶다. 예를 들면 문유석 판사가 쓴 미스 함무라비. 나는 앞으로 판사가 될 가능성은 제로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다양한 일과 역할들은 궁금하다. 소설이지만 재미있게 풀어내 드라마까지 나온 미스 함무라비도 추천한다.

[인상깊은 문구]

  •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 한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돈은 한국은행에서 출발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유가증권 중 발행처로 다시 돌아와 순환되는 것은 돈밖에 없다.
  • 경제학자들이 그 나라의 경제 현상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삶의 가치만 추구하려 할 때, 부패는 필연적이다.
  • 통치 체계가 전환되면 경제 권력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정부직제를 개편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을 하면서 이전 정권에 줄섰던 공무원들을 다시 자기 쪽으로 붙게 하는 방법이었다.
  • 미국에서 선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국무성 장관이 전부이다.

[읽게 된 동기]
스튜 8월 지정도서

[한줄평]★★★★ ( 4점 / 5점 )
군더더기 없는 별점 5점의 마땅한 도서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어느 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씁쓸한 대한민국의 경제 역사를 느끼게 해주어 별점 4점.

[서평]
책을 읽기 전, 책 표지와 제목을 본 나는 ‘경제 민주화를 저지하려는 거대한 음모와 암투’ 라는 책을 설명해 주는 문구를 발견했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와 지식이 전혀 없었고, 스튜 모임이 아니었다면, 죽기 전까지 읽을 기회가 없을 책임이 분명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에게는 경제란 너무 어려운 분야고, 다가가기에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렇다고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엔 암흑과 같은 어둠만 가득할 것 같았다.  다행이 본 책은 직접적인 경제에 대한 설명보다는 경제를 가상의 공간의 나를 초대했고, 그 안에서 경제를 느낄 수 있게 쉽게 풀이해 주었다.

사실 나는 최근 부동산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부동산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초짜 이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미래 가치를 알아보고, 예연하며, 그리고 투자까지 쉽지 않은 도전과 모험을 진행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부동산 경제는 우리나라 경제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시작은 스튜인 이윤석군의 테라펀팅에서부터 시작되었다.ㅋㅋ)

경제란 단 한 순간의 상황으로 판단할 수 없고, 정말 다양하고 다양한 존재들의 연결과 사람들의 행동, 정부의 선택과 개발 등 모든 것을 고려하고 반영해야 하는 연결의 연속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경제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1인 이지만, 반대로 하나씩 알아가고 경제에 대해 재미를 느끼는 1인 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냥 책이 재미있어서 그랬던 걸까?

나는 주인공과 함께 우리나라를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책을 읽는 내내 함께 수행하였다. 다른 책과 다르게 상당한 몰입도가 있었고, 한편의 인기 드라마처럼 다음주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른처럼 뒷 얘기가 궁금했다.

모피아(Mofia)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이전 재정경제부 출신인사들을 지칭하는 말. 재정경제부의 영문약자인 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다. 재경부 인사들이 퇴임 후에 정계나 금융권 등으로 진출해 산하 기관들을 장악하며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대어 만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ᅠ모피아[MOFIA] (한경 경제용어사전)

책을 중간쯤 읽었을까? 모피아의 뜻이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오기 시작했다. 책의 서두 부문에서 모피아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고 별로 중요하다 생각지 않아서 읽고도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위의 내용이었고, 이제야 책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내 시대, ‘포노 사피엔스’ 시대라고도 하는 지금 이제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국가도 정부도 아닌 국민과 평범한 시민이다. 이제는 작은 핸드폰으로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고 문제에 대해 통곡이 통하는 그런 시대에 도래했다. 그러나 모피아가 주로 이루었던 불과 10년 채 되지 않았던,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게임을 즐겼던 그 시대만 해도 이런 끔찍한 상황들이 많았다.

고위 관료들과 퇴임 관료들이 각자 저마다 자신들만의 성을 차린다?

책에서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모파아로 칭하고 있다. 위에서 간단히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재무관료 + 마피아 = 모피아” 로 성립된다. 또한 책의 주요 내용은 모피아들의 퇴직 이후 제 2의 삶을 꾸리며 대한민국의 원수까지도 마음대로 조정하려 한다. 모피아라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왜 그들은 가지려 하고 욕심내려 하는지, 단순 재무적 이득을 보기 위해서인지 권력이란 무시무시한 보이지 않는 힘을 얻기 위함인지,
권력이라면 권력의 끝은 어디가 될지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들의 성 안에는 정말 없는 게 없을까?

디폴트
책에서 디폴트가 2번 언급되었다.(사실 잘 모르겠다..) 나라의 채무를 막지 못해 결국 파산까지 가는 결국 망한다는 그 디폴트.  디폴트의 정확한 정의는 몰랐어도, 경제적 용어로 투자 쪽이나 금융 쪽에서 한번쯤 들어본 용어일 것이다. 또한 디폴트와 나와의 연관성도 없기 때문에 디폴트가 진행된다는 가정을 난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원화가 2천 원 선에 육박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돈이 일반 종이와 다를 바 없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몇몇 나라를 여행하면서 난 우리나라의 원화의 힘을 느낀 적이 많다.

단 1천원으로 근시하진 않지만 저녁식사를 할 수 있고, 3천원이면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그러한 나라들이 많이 존재한다. 특히 정치적 큰 문제를 갖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그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단 1천원이면 스페인어 1:1 원어민과 1시간동안 공부할 수 있는 금액 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국의 화폐의 가치를 잃었고, 자국의 힘도 잃었다. 그들은 타국으로 넘어가 새로운 삶을 살고자 시도하며 자신의 나라를 한탄 하는 모습도 보았다.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나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게 과연 나라로 남을 수 있는 것인가.

다시 책으로 돌아와,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처했고, 나라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내가 더더욱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쩌면 내가 피부로 느낀 게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디폴트는 다시 말해 나라의 부도이다. 우리의 삶이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책의 내용이지만 실제로 있을 법 하고, 관료들의 정치적 욕망과 갈증이 한 나라를 망하게 하는 끔찍한 내용으로 남을 것이다.

‘아우님이 총리 한번 하시기로 한 거네’

책의 한 대사이다. 말 한 마디로 모든 게 정해지고 진행되는 그러한 곳. 최정상의 사람들의 대화가 과히 내 얼굴을 붉히게 하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조차도 힘을 잃고, 꼭두각시가 되어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그런 내용.. 최근 몇 년 전 작은 불로 하나가 된 그 상황이 갑자기 떠오른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내용이지만, 또 쉽게 생각하면 일부 비슷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내용은 씁쓸하고 사실로 남은 역사이다. 난 그저 꼭두각시 정치가 없길 바랄 뿐이다.

나는 경제를 잘 모른다. 최근 단지 부동산 경제에 대한 관심과 재미가 붙은 상황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전문가라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경제의 중요성과 화폐의 힘, 그리고 애국심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한다면,
– 우리니라의 역사, 관료사회 시대의 암흑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
– 자금 세탁을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
– 그리고 중년의 Love Story?

점점 경기가 안 좋아지고 어렵다고 하지만, 이 전 부터 큰 위기들을 많이 이겨내며 지금까지 왔다. 대부분의 경기 상황이 안 좋은 건, 외부 환경에 따라 그 영향이 더 크다고 대부분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내부적 요소와 요인으로 안 좋아 지는 이유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집단의 이득권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문제들은 어쩌면 외부 영향보다 더 큰 피해를 갖고 올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말할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하지만 또 어디에서 아무도 모르게 암흑이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시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계 그리고 걱정 없는 삶을 보낼 수 있는 날들이 오기만을 기대하며 서평을 마치겠다.

[인상 깊은 문구]

사실 평소에는 인상 깊은 문구가 있으면, 표시하거나 메모장에 옮기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에는 별도의 체크 없이 쭉쭉 읽어나갔다. 사실 읽으면서 인상 깊은 문구나 내용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찾아보려하니 내용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아쉽지만 그래도 다시 찾은 내용이라도 찾아 공유를 해볼까 한다.

“진실을 보여줄 수는 없어도 진심을 보여줄 수는 있다. 진실로, 진심만이라도 전달하고 싶었다.”

“너 그러다 잘려. 지금은 옛날이랑 달라”

“대부분의 나라는 선진국이 되면서 자국의 통화가 강해졌다.”

“국민소득은 늘어났지만, 자국 화폐가 그에 반비례해서 약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결국 오바마도 이곳은 손을 못 댔지”

“왜요. 지금 한국은행에 자금 흐름 조사를 지시하시게요?”

“김수진의 한마디 한마디는 오지환의 가슴 구석구서을 파고들었다.”

“젠장 저 여자는 도대체 뭘까?”

“청와대로 보낼 생각이니, 한국은행에서 뒷얘기 나오지 않게 잘좀 처리하게”

“한국의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아우님이 총리 한번 하시기로 한 거네. 자네가 한국 경제를 살렸네, 살렸어.

“외화표시 공기업 채권들이 이상해”

“모피아들은 재계 서열 앞쪽에 있는 기업도 무서워해”

“김수진은 비를 맞고 있는 오지환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그냥, 그냥 믿어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답을 찾아내겠습니다.”

“대통령은 직접 차를 우렸다. 식히는 과정 중 한 번을 생략해서 찻물이 뜨거웠다.”

“자, 이제 제가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세상 일 모든 게 공식적인 기록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공기업 외환표시 채권들, 아직 제가 쥐고 있습니다 각하 임기 끝날 때까지 쥐고 있을랍니다.”

“헬리콥터는 15분 만에 인천항에 도착해 머니세이버라는 이름의 배에 직접 착륙했다.”

“한국은행 팀장이 이런 데서 살고 있다는 게 특이하긴 하구먼.”

“소주 한잔 마시자고 그냥 쳐들어왔네. 괜찮지?”

“정권이 바뀌어도 왜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가?”

읽게된 동기 

스튜의 지정도서여서 읽게 되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우석훈이 누군지도 잘 몰랐다(반성)

한줄평

정치 문제 +경제 문제 +음모론이 섞여 만들어진 소설.  너무나 극적인 전개에 약간은 당황하게 된다.

서평 

대개의 사람들은 어떠한 문제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때, 또는 정치성을 띌 때 거리감을 느끼거나 흥분하게 된다. 아마 이 책에 대한 안좋은 평이 많았던 것도 ‘소설’ 이란 틀 안에서 정치적인 색채를 많이 나타냈기 때문이다. 책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많은 장면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테면,  ‘시민정부’ ‘커피를 들고 특보에게 자유롭게 말을 거는 모습’ ‘북한 김정은과 리설주의 다정스런(?) 대화 장면’ ‘갑자기 대통령이 특보의 집을 방문해 소주를 먹으며 소탈하게 대화하는 모습’ 등.

특정 정당과 그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습에, 또 단순히 ‘선’ ‘악’으로 구분되는 인물들의 모습에 나도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더욱이 단순히 회사원인 나로서는 경제관료과 그 조직구성 등에 대한 이해도 없고 배경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집중도도 떨어졌다. (이런 부분을 염려해서였을까) 저자는 너무나도 극적인 전개를 통해 스토리를 이어나갔다.

한국이 IMF 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상황이라는 것, 이에 특보가 된 주인공이 이 나라 저 나라를 방문하며 돈을 끌어모으려고 하는 것,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주인공을 외면, 그리고 갑자기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의 대면하는 장면 등.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자라 스위스에 관심이 많다는 등 묘사 자체는 사실적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개에 집중이 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읽으면 읽을수록 ‘국가 부도의 날’이 자꾸 데자뷰됐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사태 직전 일주일을 시작으로 부도를 막으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위기를 방관한 정부 관료, 이런 국면에서 고통받는 국민을 그린다. 통화정책팀의 팀장을 맡은 김혜수는 정의로운 인물로, 관료는 국민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고 사태를 무마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그려지는 모습, 그리고 IMF 라는 큰 사태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법을 일원화 하는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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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는 소설을 읽는 이유가, 즐거움과 몰입을 위해서인데 비현실적인 요소들 때문에 몰입이 많이  안되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너무 늘어지지 않는 스토리 전개는 재밌기는 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것 같은 느낌이었고 영화를 보고 ‘나쁘지 않네’ 정도의 말을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인상 깊었던 문구 

종종 많은 일이 일반인들이 모른느 상황에서 결정된다. 언론? 기자가 모르는 일을 언론이 알 수 있겠는가? 언론이 아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들은 일일 뿐이다. 아니면 누군가 언론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흘렸거나 혹은 도움을 요청했거나이다.

‘한국의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한국의 수많은 경제학자가 학부에서 처음 경제학 수업을 들을 떄 갖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제학도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현장으로 들어가면서 이 질문을 잊는다.

오지환의 마음은 답답했다. 그런 말은 안 들었으면 했다. 해법이 없으면 말하지도 마라. (…) 그난 해법이 없었고,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

한줄평


청와대 경제수석의 원기옥

서평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다.

사실 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가끔 세상에 지칠 때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힘이난다. 첫째는 ‘아… 이런 퀄리티의 글도 돈 받고 팔 수 있구나…’ 싶을 정도의 3류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 생기는 힘이 있다. 그냥 그 3류 감성이 좋다. 3류 판타지 소설은 대부분 동시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한정돼있다. 많아야 3-4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음을 편히 먹기 딱 좋다. 머리도 덜 쓸수 있어서 좋다.

둘째는 주인공이 짱이다. 주인공이 짱인 판타지 소설을 ‘먼치킨’이라고 하는데, 주인공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세계관이 참 마음에 든다. 아무튼 주인공이 짱이다. 주인공이 짱인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짱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

셋째는 허무감이다. 3류 판타지 소설은 10권에 달하는 장편 소설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몇 차례 출퇴근을 반복하면 금세 완결을 볼 수 있다. 완결을 본 뒤엔 엄청난 허무감과 그동안의 시간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아! 큰일났다!’ 하는 생각과 함께 뭐든 열심히 하게 된다. 그래서 좋다.

그런데 이 책은…


모피아는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에는 <우석훈 장편소설>이라고 써 있는데, 이게 왜 장편소설인가 싶다. 3류 판타지 소설 2권 정도에 달하는 분량(3류 판타지 소설은 본문 내 공백이 무척 많다)이지만, 짧은 판타지 소설도 5권 정도는 넘어간다.

조금 기대감은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경제분야를 아주 쉽게 풀어준다는 저자의 말에 혹했다. 흥미진진하게 등장인물을 등장시켰지만,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모호하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주인공 오지환의 캐릭터가 잘 잡히지 않는다. 어찌어찌 이기긴 했는데, 그래서 오지환이 잘하는게 뭔데 이겼는지 잘 모르겠다.

3류 판타지 소설도 몇몇 핵심 인물이 있고, 핵심 인물을 돕는 조연이 있다. 잘 짜여진 소설은 조연도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헌데 이 책은… 주인공도 매력이 없다. 평범함이 매력이라는데… 평범함이 매력이라 해도, 소설이면 적당한 매력 포인트를 만들었어야 했다. 매력 없는 인물에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욕과 건방짐을 달고 사는 김수진도 매력이 없다. 온 세계를 누비며 힘을 자랑하더니… 갑자기 평범함에 이끌려 모든걸 버린다? 나를 여자로 봐준 유일한 남자다? 너무 판타지 아닌가? 개연성이라는게 너무 부족하다. 3류 판타지 소설도 이보다는 낫다.

게다가 경제를 알리기 위한 소설이라고 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지금 경제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트레이딩, 환치기 등이 주 공격이라면, 그 분야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풀었어야 하지 않는가? 아무리 판타지라고 하지만, 어떻게 온 세상이 한국 중심으로만 돌아가는가?

개연성 이야기를 하자면 주인공 오지환이 갑자기 경제특보가 되는 장면에서부터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악당 이현도는 왜 오지환을 꼽았는가? 잘 모르겠다… 개연성이란게 전혀 없다.

매력없는 캐릭터, 이해할 수 없는 개연성. 핵심 주제인 ‘경제’가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모르겠는 이 소설을 4류라 하고 싶다. 차라리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가 나오는 3류 판타지가 더 재밌겠다.

민주화 판타지


조금 솔직했다면 어떨까 싶다. 그냥 작가 자신의 이념을 소설에 녹이고 싶다고. 경제학자보다는 정치학자에 가깝다고.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 화려한 커리어를 나열했지만, 이 소설처럼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개연성이 없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환경쪽에서 일했다면 환경 책을 써야하지 않았을까?

2012년에 쓴 책이지만, 소설 속 대통령의 환경과 선택에서 현 ‘문재인 대통령’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내 선거공약이었죠?” “네, 맞습니다.”

정치는 잘 모른다. 모른다는 게 자랑이 아니란 것은 안다.

엘리트 정치에 크게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의 정치가 결국 ‘원기옥’을 시전해야만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면 엘리트 정치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원기옥은 거의 모든 사람의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데…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

소설은 소설로


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3류 판타지가 좋다.

하지만 4류는 싫다.

인상 깊은 문구


  • 케이맨 제도는 겉으로 보기엔 흔하디흔한 카리브 해의 여느 관광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구 5만이 약간 넘는 영국령의 이 섬들에는 280여 개의 은행, 780여 개의 보험회사, 560여 개의 자산운용사 등 총 8만여 개의 기업이 등록되어 있다. 인구수보다 기업의 숫자가 더 많은, 지구상에서 가장 기이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이곳 케이맨 제도이다. 케이맨 제도의 주지사는 영국 여왕이 직접 임명한다.
  • 한국은행에 처음 입사한 이후로, 그리고 국내 대학에서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의 공백 상태에 들어간 적은 아직 없었다. 그게 화려한 자리이든 아니면 조용히 대학원에 입학하던 순간이든, 그는 아랫사람은 물론이고 상사나 지도교수에게 존재의 흔적 같은 것을 남기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 오지환의 마음은 답답했다. 그런 말은 안 들었으면 했다. 해법이 없으면 말하지도 마라. 그가 민주당 쪽 사람들에게 수없이 들은 이야기였다. 그는 해법이 없었고,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지금도 그에게 복안은 없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 IMF 경제위기로 돈을 번 사람들을 통칭해서 강남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그 위기 한가운데에서 “이대로!” 라고 외치며 건배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왜곡이나 과장 없이, 정말로 그랬다. 새로운 정권이 경제적으로 숨통을 조여오자 은근히 IMF 같은 경제위기가 한 번 더 와서, 정치적 문제도 풀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은 한 가지를 알 수 있지만, 한 가지만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은 그닥 많지 않다.
  • “비정규직 문제 해결, 내 선거공약이었죠?” “네, 맞습니다.” 대통령의 옆에 서 있던 장관 이원호가 짧게 대답했다. “이건 산업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젠가요?”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닙니다만, 여긴 법원 판결이 이미 난 상황입니다. 오너가 판단하면 될 문제입니다.”
  • “내가 바뀐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뀐 거지. 시민들이 직접 경제에 참여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살아남겠나. 미국, 일본, 프랑스 심지어는 중국까지 경제 엘리트들이 확실하게 국정을 주도하면서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를 끌어나가는거 아닌가? 정치 민주화는 찬성하고, 경제 민주화도 찬성해. 그러나 지금 대통령이 생각하는, 그런 졸렬한 방식은 반대야.”
  • 거의 비슷한 시각에 1차 자금 100억 달러가 100개의 다양한 명목의, 케이맨 제도 어딘가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회사들로 입금이 되엇다. 12조 원. 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할 수도 있고, 통치자금이라고 할 수도 있고, 경제 민주화를 위한 전투자금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 시민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10원도 좋고 100원도 좋습니다. 지난밤, 우리는 50조 원의 외부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이제 한 번만 더 막으면 원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저, 경제수석에게 딱 하루만 돈을 빌려주십시오.

읽은 책 : 우석훈,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 김영사

다 읽은 날짜 : 2019년 7월 14일

 

< 읽게 된 동기 >

친구의 추천으로 들어간 스튜 독서모임 8월 지정도서.

 

< 한줄평 및 별점 > ★★★★☆ ( 4점 / 5점 )

한국 경제를 지키려는 한 남자의 사투.  재밌고 진지하다.

 

< 서평 >

오랜만에 서평을 써본다. 책을 다 읽고서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학창 시절 논술 선생님께서 “독후감은 책 속의 질문을 나만의 대답으로 푸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모피아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모피아’란 책을 사러 대형 서점에 갔는데 재고가 없었다. 잠실에 위치한 ‘서울책보고’에서 아치형 책장을 훑었지만 허탕을 쳤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도서관에 갔더니 공사 중이어서 다음 주가 돼서야 겨우 빌릴 수 있었다. 그만큼 나의 손에 들어오기 힘든 책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야말로 서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 마땅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재밌고 유익하다. 흔히 경제를 알려주는 책은 딱딱하고 스토리는 부수적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한국은행 오지환 팀장이 경제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모피아’와 한국 경제를 두고 지키느냐 뺏느냐 하는 치열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모피아’와 연관되어 경제 권력을 손에 쥔 국내 정치 세력과 김수진으로 상징되는 군사복합체의 출현이 현재 복잡한 한반도의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지환과 김수진의 사랑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외화표시 공기업 채권을 들고 대통령에게 경제 권력을 야당에 넘기라는 모피아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항복하러 가는 대통령을 앞에 두고 오지환 경제 수석이 말한다. 금융을 다루는 회사에서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돈이 기업과 사람에게 흐르는 것을 보고 재미를 느꼈고, 신사업 기획을 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공부하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신 금융을 보았다. 이 책을 읽는 당시 나는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고, 기존 금융 vs 신 금융의 갈림길에 있었다. 나도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오지환은 모피아들의 총알 없는 경제 전쟁에서 국민들의 저마다 가진 소중한 작은 돈을 받는다.  그 마음을 받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을 보실 분을 위해 여백으로 남기겠다. 오지환의 사투를 보면서 금융의 본질을 생각했다. ‘돈은 필요한 사람에게 흘러야 하고 부정한 돈은 그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어제 자금세탁방지/ 이상거래탐지 업무의 최종합격을 받았다. 오지환이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도 현실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종종 꺼내 봐야겠다.

 

< 인상 깊은 문구 >

‘한국의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한국의 수많은 경제학자가 학부에서 처음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갖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제학도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현장으로 들어가면서 이 질문을 잊는다. 돈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대신 누가 자기에게 월급을 주는지, 그리고 아무런 통제가 없어 눈먼 돈과 마찬가지로 취급되는 ‘쿠폰 프로젝트’나 ‘평가 수당’ 같은 사이드 머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게 망해가는 국가의 특징이다.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그 나라의 경제 현상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삶의 가치만 추구하려 할 때, 부패는 필연적이다. 55p

 

그렇다면 보수 쪽이 집권했을 때는? 민주당도 견제하지 못하는 경제 관료들을 그들이 견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모피아들의 세상이었다. 그러니까 모피아가 형성된 이후 한국 경제의 역사는, 모피아들이 좀 불편할 때와 행복할 때, 이렇게 두 가지 시기로만 나뉜다. 마치 일본 자민당의 일당 체제가 계속될 때 그 안에서 나름 우파 블록과 좌파 블록으로 분화해 서로 총리 자리를 번갈아했던 것과 같다. 성향이 다른 집단들이 돌아가면서 통치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민당 일당 체제였다. 한국 경제에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자 서로 갈등하면서 조정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은 경제 관료 내에서의 성향 문제이지, 정말로 통치의 주체가 바뀐 적은 없었다. 129p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모임 선정도서여서 읽게 되었다.

[한줄평]

진보의 포르노그래피

[서평]

예전에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이 사람 과대망상증 있네’ 였다. 김진명의 소설은 그 이후에도 단순히 시간 때우기 위해 읽기는 했어도 한번도 잘 쓴 소설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애초에 소설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쉽게 읽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라는 것이 중요한다. 다만 김진명류 소설은 주로 음모론 혹은 애국심에 기반하여 글을 쓴 것이 많아서 읽으면서 울컥하는 감정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그런 부류의 소설은 판타지 소설과 같다는 생각을 항상했고 어느새 그런 쪽의 소설은 전혀 읽지 않고 몇년이 지났다.

그리고 ‘모피아’를 만났다. 전형적인 애국심, 음모론으로 점철된 김진명류 소설이다. 김진명은 주로 민족주의를 얘기하고 보수의 환상을 이야기했다면 우석훈은 진보의 환상을 그대로 담았다.  미국은 나쁜 놈이고 한반도 평화에는 도움이 안되며 통일은 해야하고 북한의 지도부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으며 배워야할 것이 있고 거대 기업과 돈이 있는 자본가들은 자신의 이기심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고 그 덕분에 서민들이 힘들다라는 식의 너무나도 진부한 사상을 담은 이 책은 그야말로 자기 만족을 위해 쓴 포르노그래피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 이나 한국은행 팀장 등 주요 인물의 이름도 모두 가명을 사용한 것 처럼 전임 대통령의 이름도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면 모르겠으나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한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본명으로 처리한 것에서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다. 거기에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롱골드 로펌은 작명부터 실소를 자아내게 하였고 절대적인 악이자 지하정부로 표현된 것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싫어한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내가 보기엔 이게 옳고 이렇게 세상을 봐야만 해라고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이 책은 그게 너무나도 잘 드러난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적대감, 미국 펜타곤은 언제나 무기를 팔기위해 한반도 긴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음모론, 거기에 통일이 무조건 낙관적일 것이라는 인식까지 너무나 균형감각 없이 이게 올바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듯 가르치는 것이 눈에 보여 혐오감이 들 정도였다.

사람은 회색이다. 그 누구도 완전히 하얗고 완전히 검은 사람은 없다. 또 누구도 한 사람의 잣대로 선과 악을 갈라선 안된다. 이 책은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너무나 확실하게 선과 악을 나눠놓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싫어한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내가 보기엔 이게 옳고 이렇게 세상을 봐야만 해라고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이 책은 그게 너무나도 잘 드러난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적대감, 미국 펜타곤은 언제나 무기를 팔기위해 한반도 긴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음모론, 거기에 통일이 무조건 낙관적일 것이라는 인식까지 너무나 균형감각 없이 이게 올바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듯 가르치는 것이 눈에 보여 혐오감이 들 정도였다. 거기에 싸구려 신파적 눈물이 하이라이트라니…..

추가적으로 경제학자가 썻지만 의도적인지 의도적이지 않은지는 모르겠으나 경제학에 대한 내용은 거의 안 나온다. 한번쯤 제대로 설명해줄만 한 부분에서도 정말 대충 넘긴다. 좋다면 좋은 방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논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너무 받았다.

소설은 소설이다. 하지만 작가 본인이 인터뷰한 것을 보니 너무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88만원 세대에서 주었던 통찰성이나 합리성은 없어지고 진부한 이야기만 남은 소설이었다.

읽게  동기 ]

 

Stew 독서소모임 8월 선정 도서!

 

한줄평 ]

 

저자가 진실로, 진심만이라도 전달하고 싶어 했던 외침이 내 가슴 속에 스며든다!

 

서평 ]

 

경제학자가 이 글을 썼다고?

소설이라고 적혀있지만, 경제학자가 썼다기에 형식적이고 객관적인 경제 내용들로 구성된 책일 줄 알았다. 무심코 출퇴근 시간에 읽기 시작한 책. 읽기 시작한 10분 뒤 내 눈은 책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하여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나 자신을 보고 놀랐다. 책을 덮고 그제서야 저자를 살펴 보았다.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교수님! 경제학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책을 바라본 내가 어리석었고, 소설보다 더 소설다운 책을 쓴 저자에게 크게 감탄했다.

‘독자 여러분이 지금부터 읽게 될 이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의 진심이기는 하다. 진실을 보여줄 수는 없어도 진심을 부여줄 수는 있다. 진실로, 진심만이라도 전달하고 싶었다’

책 서문에 적힌 글이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말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비록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피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 경제를 자신의 입맛대로 구상해가는 현실은 소설이 아니다. 이미 전관예우의 폐해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 현실을 대강이라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최순실 게이트랑 오버랩 된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실력보다는 ‘배경’ 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개인과 집단, 국가를 좌지우지 한다. 사회에 나와보니 그 체감은 더 하다. 전문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관이다. 전문직의 중심을 잡고 있는 대학을 나왔냐에 따라서 일을 못해도 인정을 받는 사람이 있고, 일을 열심히 해도 인정 못 받고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있더라. 내 친척도 그래서 고소득 전문직을 때려 치우고 공무원을 들어가서 맘 편히 사신다.

모피아.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보니 모피아라는 개념은 소설에서처럼 최상위 층에서 국가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회 모든 곳곳에 존재하는 단어다. 한 때 잠깐 주식을 할 때, 아는 분이 일부 기업과 모피아가 만드는 작전 정보를 알아서 3달만에 원금에 2배를 쓸어가는 모습을 봤다. 부러우면서도 무서웠다. 주식은 제로게임의 속하기에 작전의 흐름을 타지 못한 개미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시고 있을텐데… 한 사장님은 소송이 걸렸는데,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한 채 패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상대편 변호사가 전관예우로 승소했던 것이었고,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본인도 그제서야 알았다고 한다. 부동산도 그렇다. 수익부동산에 종사하던 친구에게 듣기로는 모피아가 국토부 기밀 정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마하다고 들었다.

여기서 의문점이 들었다. 나는 어떤 연줄도, 배경도 없는 일반 서민이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들으면 화딱지가 난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세금이 줄줄 세고, 나를 포함한 수천명의 국민이 몇 사람이 만드는 시나리오의 배우인지도 모른 채 배우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상황. 그런데 과연 내가 엄청난 배경을 지닌 기득권 층에 속하다면? 나는 과연 책의 김수진처럼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 정치하면 나오는 진보와 보수. 모두 자기의 배경이 속하고, 자기나 나아가고자 하는 배경과 같은 곳을 바라보기에 나누어졌기에 어느 쪽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조금은 무거운 질문이기에 나 스스로 답을 하기도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의 만족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해버리는 일은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무한경쟁 시대이기에 나의 성장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어렵다…굉장히 어렵구만….

이 책은 술술 익히는 소설이었지만, 그 내용은 어느 전문적인 책 보다도 무거웠다.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오지환이 대한민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방송을 하는 장면은 지하철 안에서 내 눈물을 만들어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래서 난 소설을 좋아한다.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인해 냉철한 시각 또한 만들기에.

 

 

읽은 책 :  우석훈,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 김영사

다 읽은 날짜 : 2019년 7월 10일, 지면

 

< 읽게 된 동기 >

스튜 독서모임 8월 지정도서. 연간 수백 권의 책을 읽는 엄청난 다독왕 회원님께서 추천한 책이기도 했고, 간만에 읽는 소설이라 그런지 큰 기대 속에 읽었다.

 

< 한줄평 및 별점 >  ★★★ ( 5점 / 5점 )

세계를 움직이는 검은돈들이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 소설 속에 펼쳐진 모피아들의 세계는 무서웠다. 우리가 정치와 경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잘 보여준다.

 

< 서평 >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들을 마피아에 빗댄 합성어 ‘모피아’. 스튜 독서모임 덕분에 간만에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작년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은 뒤 올해 처음으로 읽은 소설인데, 너무 재미있어 2주 동안 읽을 예정이었던 책을 3일 만에 다 읽어버렸다.

소설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실제 소설 안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섬뜩할 정도로 무서웠다. 소설 속에 펼쳐진 모피아들의 경제 쿠데타는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지만, 그 결과는 온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소설에서는 다행히 ‘오지환’으로 대표되는 국가 측이 승리하였지만, 만약 그 반대였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지옥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이렇게 경제와 관련된 문제들은 대부분 온갖 어려운 전문용어들로 포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왜 자신들의 처지가 그렇게 되었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정작 경제 위기의 핵심은 대부분 금융가의 도덕적 해이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많지만, 결국 이들이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이 투입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권력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돈은? 더러운 곳에서 더 더러운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없는 사람들의 작은 돈이 모여 강한 사람들의 큰돈이 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은 감옥에 가는 것이 맞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후, 누구 한 명 잘못했다고 나섰던 사람이 있고, 누구 한 명 감옥에 간 사람이 있는가? 1997년,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후, 감옥에 간 사람은 물론이고, 사과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돈이 관여된 전쟁에서는 자기 돈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사태 때, 실업으로 자신의 경제적 삶이 붕괴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가 그렇게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을까? 착하디 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실제로 그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나 자신들을 그렇게 방치한 사람 대신, 자신을 원망하면서 오늘도 힘겨운 삶을 버텨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와 닿았던 구절 중의 하나인데, 특히 ‘돈이 관여된 전쟁에서는 자기 돈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된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정말 무서운 말이지만, 이미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수차례 현실화되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기업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정부의 돈이 투입되었고,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힘을 보탰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에도 결국 미 정부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들여 문제를 일으킨 금융기관을 구제한다. 정작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은 따로 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온 국민, 아니 전 세계로 돌아간다. 저자가 서문에서 소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Inside Job)’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왜 금융공학자들은 4배에서 100배를 일반 직장인들(engineer) 보다 더 받습니까?
공학자들은 진짜 다리를 만들고, 금융분야 공학자들은 꿈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그런 꿈들이 악몽으로 밝혀지면, 다른 사람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 다큐멘터리 영화 <Inside Job> 중

▲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Inside Job>의 한 장면

‘다른 사람이 비용을 지불한다’. 결국 우리가 정치와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소설 모피아와, 인사이드 잡을 보면서 궁금증이 더 커졌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너무 어릴 때라 내 기억은 ‘아나바다 운동’밖에 없지만, 외환위기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런 마음에 모피아, 인사이드 잡에 이어 우리나라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나 세부 내용들은 픽션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화 속에서 펼쳐진 내용은 역시나 모피아들의 행태와,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 다르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꽃은 ‘금융’이고, 금융의 핵심은 바로 신용 창출이다. 금융 공학 덕분에 실제 발행된 화폐의 수백 배, 수천 배의 경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오늘날 전 세계 경제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론 여러 경제위기를 겪으며 바젤 협약과 같은, 금융을 규제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긴 한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돈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게임을 시켰을 때 마약을 할 때와 유사한 부분이 뇌에서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만큼 강력한 유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를 알아야 한다. 이처럼 모피아는 평소에 잊고 지냈던 ‘경제’의 중요성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외에도 소설을 읽으며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질문이 3개가 있다.

  • 첫 번째, “왜 이현도는 오지환을 대통령에게 추천했을까?”
  • 두 번째, “미국 펜타곤을 움직일 정도로 엄청난 거물 김수진은 왜 하필 오지환과 사랑에 빠졌을까?”
  • 세 번째, “오지환은 어떻게 마지막까지 이현도 일당과 싸움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먼저 첫 번째. 모피아의 수장 이현도가 추진하던 경제 쿠데타는 결국 그가 청와대에 추천한 오지환에 의해 실패로 끝이 난다. 따라서 소설을 읽는 내내 이현도가 왜 오지환을 대통령에게 보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이에 대한 답은 책 중간중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김수진이 오지환에게 찾아가 청와대 경제특보로 임명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전해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영감(이현도)이 대통령에게 차리는 마지막 예의 같은 거예요. 이제 곧 공격이 시작될 텐데, 방어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주고 싶다는 거예요.”

김수진의 말처럼 책 곳곳에는 대통령에게 오지환을 보험용으로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대통령의 ‘보험’용으로 추천했다는 건 무언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 서평을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현도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오지환 정도가 아니면 내 공격을 알아차릴 청와대 인사는 없다. 그렇게 되면, 내 공격에 멋모르고 덤비다가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 옆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이현도는 미리 매집한 공기업의 해외 발행 채권을 무기로 본인이 원하는 대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면 본인이 구상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이현도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대통령이 본인의 협박에 겁을 먹어 싸움을 포기하고 굴복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옆에서 그만큼 압도적인 전력차가 난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알려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현도는 그 인물로 오지환을 점찍은 것이 아닐까? 그래야만 싸움을 피하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현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지환은 강력했다. 오지환은 이현도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준비했던 돈이 다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오지환은 동영상을 찍어 전 세계에 호소한다. 그리고 결국 이 호소를 통해 싸움에서 승리해 대한민국 경제를 지켜낸다.

 

두 번째. 소설에 등장하는 김수진이라는 여성은 어마어마한 거물이다. 미국의 펜타곤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브로커로, 초반에는 이현도와 로펌 롱골드를 도와 한국 경제를 전복시킬 시나리오를 세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지환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둘은 양쪽 진영의 대척점에 서있던 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현도의 계획을 알아채고 막으려고 했던 게 오지환인데, 김수진은 이현도와 일을 하면서도 오지환을 돕는 굉장히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결국 김수진은 브로커 일을 그만두고 오지환과 결혼한다. 특히 이현도의 모피아 세력과 오지환의 국가 세력의 마지막 경제 전쟁 때 김수진은 자신의 사비 1조 원을 털어 오지환을 돕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적으로 만났던 오지환과 김수진이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데 서평을 쓰며 소설을 찬찬히 다시 보다 보니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였다.

“자신은 정의롭지 않더라도 정의로운 것 아니, 정의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애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오지환이 스위스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갔다가 실패한 뒤, 김수진을 만나 술을 마시며 우는 장면에서 나오는 말이다. 김수진은 평생을 정의와 거리가 먼, 철저하게 경제적인 이득에 의해 움직였던 여인이다. 그런 여인이 정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오지환을 보며 애정을 느낀다.

또한 본격적인 교제 이후에 오지환은 김수진에게 스와로브스키 귀고리 세트를 선물한다. 선물하며 멋쩍었는지, “아주, 아주 싼 거야. 그냥 크리스털이 좋아서”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귀고리를 찬 뒤 어떠냐고 물어보는 김수진의 질문에 오지환은 “곱다, 참 곱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다.

“곱다, 참 오래된 말이지만 중년의 사랑에는 이만한 찬사도 없다. 김수진은 수많은 남자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지겹도록 들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자신에게 곱다고 말하는 남자는 없었다. 자신의 힘이나, 힘에 굴종한 사람들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결국 이 부분에 답이 있었다. 자신의 힘에 굴종하지 않고, 온전히 사람 김수진으로 봐주는 남자. 돈이나 배경이 아닌, 김수진이라는 사람을 오롯이 봐주는 남자. 실제로 오지환은 대통령이 김수진의 정체를 알아채자 미련 없이 사직서를 내고 김수진을 택한다.

이런 말을 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 수록 사람보다는 서로가 가진 배경이나 조건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속된 말로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특히 김수진과 오지환은 둘 다 이미 결혼을 한 번 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오지환은 딸이 있고, 김수진은 그 누구라도 두려워할 만한 어마어마한 거물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그런 배경에 휘둘리지 않았다. 김수진이라는 사람에 집중했고, 김수진과 다른 정의로움이 있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일명 ‘무기녀’ 김수진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을까?

 

마지막 질문은 ‘오지환은 어떻게 마지막까지 경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는가’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한국은행 팀장이자 청와대의 경제수석. 한 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우리 경제를 마지막까지 수호하는 건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 결국 ‘사람’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수천만의 국민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한 국가의 경제가 무너지냐 마느냐의 경계에서, 만약 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그냥 패배를 시인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싸우기로 결심하고 밀어붙인다. 마지막 위기 상황에서는 동영상을 찍어 전 세계에 호소한다. 이때 오지환은 두렵지 않았을까? 실패로 끝났을 때의 책임은 자신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져야 하는데, 그 엄청난 중압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 정도로 본인의 정의에 대한 신념이 강했을까?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 답이 딸 현주에게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현주의 아버지로서 떳떳하고 싶지 않았을까? 정의가 불의에 굴복하는 세상을 딸에게 넘겨주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오지환과 대통령의 주변에는 이상대나, 대통령의 비서실장 등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으로 결국 모피아 일당을 물리친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의 소임이고 경제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뻔하디 뻔한 결말이었음에도, 식상하지 않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 펼쳐진 모피아들의 세계는 무서웠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일반인들은 알기 힘든, 세계를 움직이는 각종 검은돈들의 힘 싸움을 우리나라 경제에 빗대어 기가 막히게 풀어냈다. 책의 내용은 허구일지 모르나, 실제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금융 공학자들보다는, 실제로 다리를 만드는 공학자들이 더 대우받는 세상이 옳은 세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무기가 되고 돈을 틀어쥐고 있는 사람들이 곧 권력이 되었다. 그리고 소설 모피아는 이 돈이 잘못 쓰일 때 우리 삶이 얼마나 위협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최근 들어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고,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옆 나라 경제대국 일본은 우리나라에 수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바로 경제이고 돈이다. 우리는 경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눈 뜨고 당하지 않을 수 있다.

 

< 인상 깊은 문구 >

“지난 수년 동안 통치 의지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 야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던 사람들 혹은 그들을 지지하는 소그룹에 분명 집권 의지가 있었다. 집권 의지만큼은 아주 강렬했던 것 같다. 그러나 통치 의지도 그만큼 강렬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잘 통치하기 위해 집권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데, 내 눈에 비친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나라는 선진국이 되면서 자국의 통화가 강해졌다. 전후 일본의 복구 과정과 엔화 가치의 끝없는 상승 국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외국에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마르크화 시절 독일이 그랬고, 프랑스화 시절 프랑스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 스위스의 프랑이 그렇다. 국민소득은 늘어났지만, 자국 화폐가 그게 반비례해서 약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수많은 회사가 이곳에 주소를 가지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수천조 원 이상의 금융자산이 이곳에 존재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 작은 해변가 인근의 건물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돈거래를 빈번하게 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진짜 주소지는 이곳으로 되어 있다. 구단주인 글레이즈 가문이 편법으로 영국 정부에 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지주회사를 이곳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한국의 주요 대기업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케이맨 제도나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가지고 있다.

카리브 해의 수많은 무인도 중의 하나, 그야말로 해적섬이라 불리던 케이맨 제도가 특별해진 것은 이곳에서는 조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 인근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가 케이맨 제도이다.”

“‘결국 오바마도 이곳은 손을 못 댔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당선 다음 해인 2009년, 케이맨 제도에서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탈루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를 시도했다. 성공만 한다면 10년간 220조 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고, 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의료보험 개혁 등 복지 문제에 대한 재정적인 정책 마련을 한꺼번에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집권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좌절됐잖아. 여기나 거기나, 변화가 힘든 건 마찬가지야.’

오바마의 조세회피처 개혁은 민주당의 상원 재무위원장인 맥스 보커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케이맨 제도는 겉으로 보기에 흔하디흔한 카리브 해의 여느 관광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구 5만이 약간 넘는 영국령의 이 섬들에는 280여 개의 은행, 780여 개의 보험회사, 560여개의 자산운용사 등 총 8만여 개의 기업이 등록되어 있다. 인구수보다 기업의 숫자가 더 많은, 지구상에서 가장 기이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이곳 케이맨 제도이다. 케이맨 제도의 주지사는 영국 여왕이 직접 임명한다.”

“이런 게 망해가는 국가의 특징이다.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그 나라의 경제 현상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삶의 가치만 추구하려 할 때, 부패는 필연적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권력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돈은? 더러운 곳에서 더 더러운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없는 사람들의 작은 돈이 모여 강한 사람들의 큰돈이 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은 감옥에 가는 것이 맞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후, 누구 한 명 잘못했다고 나섰던 사람이 있고, 누구 한 명 감옥에 간 사람이 있는가? 1997년,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후, 감옥에 간 사람은 물론이고, 사과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돈이 관여된 전쟁에서는 자기 돈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사태 때, 실업으로 자신의 경제적 삶이 붕괴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가 그렇게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을까? 착하디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실제로 그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나 자신들을 그렇게 방치한 사람 대신, 자신을 원망하면서 오늘도 힘겨운 삶을 버텨낸다.”

“소리가 없는 공간은 사람을 매우 편하게 해주거나, 아니면 반대로 신경을 극도로 날카롭게 만든다. 적당한 소음은 영혼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보이는 선명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신장하게 된다. 조용함은 때때로 이겨내기 어려운 부담감이 된다. 일반인들은 조명과 스태프가 빙 둘러서 전부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촬영 현장의 투명함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는 상대방의 숨소리는 물론이고, 심장박동의 미묘한 변화마저도 느껴질 듯하다.”

“모피아들은 재계 서열 앞쪽에 있는 기업도 무서워해. 날린다고 맘만 먹으면, 어느 바람에 날아가는지도 모르고 사라지거든. 더구나 재계 서열 20위 밖에 있는 우리 같은 기업은 파리 목숨이야. 7급 주사보 한 명이 큰 공사 물고 늘어지기만 해도, 캐시 플로우가 엉망이 돼서 무너질 수도 있거든. 우리야 정말 그냥 머리 푹 숙이고, 공무원 하자는 대로 맞춰주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1992년 조지 소로스의 콴텀 펀드가 영국 파운드화 폭락을 주도할 때도 그랬고, 2012년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파운드화 폭락을 만들어낼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중앙은행은 자국의 화폐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돈을 투입했지만, 이 돈들은 탐욕스러운 투기 자본의 좋은 멋잇감일 뿐이었다. 일단 투매가 시작되면 멀쩡한 나라의 경제도 삽시간에 무너지고 만다. 2012년 초순,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과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별도로 평가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때, 한국에서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적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공기업과 중앙정부의 신용을 별도로 평가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그만큼 한국 공기업이 이미 머니게임에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은행에는 돈을 맡기러 와야 대접을 받지, 빌리러 오니 문전박대 아녜요.”

“세상에는 뱅커들이 움직이는 돈이 있고, 무기상들이 움직이는 돈이 있다. 그 돈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고,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시민의 정부가 경제 민주화를 맨 앞에 내걸고 뱅커들과 재벌들을 화나게 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펜타곤을 화나게 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결국 북한과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그걸 기점으로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내는 게 무기가 움직이는 길이고, 그 길을 따라서 돈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시민의 정부에서 청와대는 뱅커들이나 기업들이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있었지만, 펜타곤 근처 무기의 돈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절망의 끝에는 오히려 평온함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안달하면서 초조해하는 것은, 아직 그 끝에 도달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은 정의롭지 않더라도 정의로운 것 아니, 정의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애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중년의 사랑은 청춘의 사랑과는 다르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너무 많은 힘을 소진했거나. 이미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서 이마가 깨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벽을 더 두려워하게 될까, 아니면 이미 부딪혀보았다고 덜 두려워하게 될까? 당연히 벽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중년의 사랑은 마음 속에 있는 그 무서운 벽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 누구나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흔이 넘으면 사람은 첫 번째 사랑이 아니라 마지막 사랑을 찾아 나서게 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나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말하는게 중년의 남녀가 사랑하는 이유이다. 설령 사랑이 배신할지라도, 첫사랑이 아니라 마지막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 인간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종족이다.”

“언제부터인가 정부의 경제 방안을 직접 만드는 것은 공무원이 아니라 로펌들의 몫이 되었다. 금융이 복잡해지고 파생상품들이 도입되면서, 진짜 돈을 다루는 일들이 경제학자들의 손을 떠나게 되었다. ‘IB’라고 부르는 투자은행은 일반적인 은행과는 달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돈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개별 고객들이 필요 없게 된 투자은행의 시대가 열리면서 상품을 디자인하는 수학자들과 법학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경제학자들은 자문 역할로 물러서게 되었다. 돈이 돈을 부르는 시대의 클라이맥스로 가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돈은 없다. 모든 돈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한국에서 국가부도의 정치적 대가는 혹독했다. 모두가 고생을 하는 것 같지만 대통령이 치러야 할 대가가 가장 컸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IMF 경제위기로 돈을 번 사람들을 통칭해서 강남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그 위기 한가운데에서 “이대로!”라고 외치며 건배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왜곡이나 과장 없이, 정말로 그랬다. 새로운 정권이 경제적으로 숨통을 조여오자 은근히 IMF 같은 경제위기가 한 번 더 와서, 정치적 문제도 풀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경제쿠데타는 이렇게 20분 만에 마무리되었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경제에 관한 권한이 신임 총리에게 넘어가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차피 밑그림은 로펌에서 마련한 것이고, 누가 악역을 맡을 것이냐는 문제만 남은 상황이라서 형식이나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1998년 5월의 어느 날, 청와대 경제수석과 기획수석이 자리를 맞바꾼 일이 있었다. 그게 1차 경제쿠데타였다. 그때는 IMF 자금 철수가 무기였다. 2004년 1월, 노무현 시절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무기였다. 2015년 2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 된 어느 날, 개혁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3차 경제쿠데타가 감행되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통령 측근들도 대부분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진 예전 일들은 알지 못했다. 정권을 만든 사람들과 정권을 움직인 사람들이 다르고, 실제 일을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뿔뿔이 흩어지거나 입을 다물었다. 누구도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했다.”

“미국에서 더 이상 파생상품의 거래가 힘들어지자, 아직 전격적으로 파생상품을 도입하지 않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외국 은행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싶어 하는 상태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같은 일이 벌어졌다. 명분이 늘 효율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계파의 지분을 맞추고, 적당한 균형을 찾아서 결국 적당히 짜맞춘 경제팀을 만들다보니, 언제나 이현도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오늘 현실적으로 이현도가 경제대통령의 자리에 다시 오르게 된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면 보수 쪽이 집권했을 때는? 민주당도 견제하지 못하는 경제 관료들을 그들이 견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모피아들의 세상이었다. 그러니까 모피아가 형성된 이후 한국 경제의 역사는, 모피아들이 좀 불편할 때와 행복할 때, 이렇게 두 시기로만 나뉜다.”

“한국 경제에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서로 갈등하면서 조정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경제 관료 내에서의 성향 문제이지, 정말로 통치의 주체가 바뀐 적은 없었다.”

“내가 왜 경제학과 안 가고 법대 간 줄 아세요? 경제계에서 여자는 안 된다, 이거 한참 안 바뀔 거예요. 변호사 쪽이 훨씬 빠르다고 봤죠.”

“다른 건 다 바뀌어도 경제는, 하여간 암것도 없으면서 스스로 엘리트라고 떠들어대는 남자들의 왕국이에요. 완전, 동물의 왕국.”

“머니세이버 호는 중요한 금융 거래나 대형 인수합병 작전이 진행될 때 실제 회의실로 사용되는 배이다. 무엇보다 감청 등으로부터 비밀을 보호하기에 바다가 더 유리했고, 작전에 참여한 요원들을 통해 외부로 비밀이 새어나가는 것에 대한 격리 효과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VIP의 접대를 위해서도 사용됐다.”

“군대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라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다 간첩 같은 놈들이고, 이적질하는 놈들입니다. 그런 놈들을 그냥 둘 수 없잖아요. 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반역자들입니다, 반역자들.”

“왜 우리는 늘 돈이 없는가? 간단하다. 돈이 잘못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머니로 들어올 돈이 엉뚱한 곳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TV나 신문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런 걸 바로잡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들은 늘 좌절하고 쓰러지거나 무기력해졌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한국의 대통령 특히 야당 출신의 대통령과 그 주변 집단은 집권에 대한 의지는 강렬했지만 통치 의지는 약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모피아들은 강력한 통치 의지를 가지고 있다. 출세하겠다는 개인의 욕망과 집단적 통치 의지가 뒤엉켜서 분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들의 의지는 강렬하다. 개인은 실패할 수 있어도 집단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는 모피아! 그러나 그들의 집단적 성공으로 인해 우리는 늘 돈이 없다.”

“대한민국에서도 그랬지만 군벌이 통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배부르게 하거나, 아니면 배부르게 될 것이라는 착각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결국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라는 두 축 중에, 금융 쪽 힘이 너무 세진 거죠. 실제 일본이 부동산 버블 위기 때 우리의 재정부에 해당하는 대장성을 해체시켜 버리면서 상공부 쪽으로 권한을 대거 넘긴 사례도 있습니다.”

“”대선 때, 집권 욕구에 대한 얘기를 해준 사람은 많았는데, 통치 방법 아니, 통치 욕구에 대한 얘기를 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이제야 내게 통치 욕구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솔직한 말이었다. 대통령 혹은 대통령을 만들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의 집권 욕구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강렬하다. 그리고 그게 개인의 영달이든 국가의 번영이든, 그 사람들의 욕구는 생존욕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통치 욕구가 강렬했던 사람은 박정희와 DJ가 유일하지 않았나? 통치를 위해 집권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집권을 하고 나니 통치도 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 대통령은 이 질문 앞에 서 있었다.”

“국가의 원수가 자신이 통치하는 나라의 주요 공장 시설을 방문하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 미묘한 상황에서 대통령은 금융자본의 기세에 눌려 있던 실물경제의 힘을 빌려올 수 있는 돌파구를 열었고, 첫 번째로 뚫은 포위망이었다. 재계 서열 순위에 따라 지역별로 하나씩의 공장을 돌았는데, 죽어버린 사람인 줄 알고 안심하고 있던 사장들은 대통령이 여전히 건재함을 목격했다.”

“대통령은 답답함을 느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돈은 오너에게 가고, 오너는 그들에게 돈을 만들어준 노동자나 소비자가 아니라, 그 돈을 관리하는 은행에게 더 굽실굽실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 은행의 목줄을 쥐고 있는 관료들의 비위를 맞추게 된다. 그런데 그 관료들의 임명권을 사실은 대통령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공무원들의 힘이 고시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헌법에서 나오는 것인가?”

“남편 죽을 때, 딸도 죽었다는 얘기해줬죠? 지킨다고 꼭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키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건 죄라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새끼 에이전트들이 무기 거래 한 건 하고 얼마 받는지 아세요? 100억이에요, 100억. 한 건 하고, 평생 숨어 살아야 할 비용이 100억이라고요.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싼 거예요. 저는 한 번 움직이면 받는 돈이 최소 1,000억이에요. 목숨 열개를 걸어놓고 한 번 움직이는 거죠.”

“쪽지 줘봐. 내가 전화해줄게. 오지환, 간이 그렇게 작아서 게임을 어떻게 뛰냐. 만나보고 턱도 없는 소리 한다면, 조치는 그때 취해도 안 늦어요.”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경계를 높이는 중이었고, 중국은 미국 국채의 절대고객으로, 단번에 미국을 곤경에 빠트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한쪽은 무기로, 또 다른 쪽은 돈으로 서로를 견제하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두 거인 모두, 자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군대가 움직이면 세계 평화를 깬다는 비난을 뒤집어써야 하고, 미국 채권을 일시에 풀면 세계 경제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맹비난 앞에 서게 된다. 더군다나 남북한의 통일은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당장 곤란해지는 것은 무기의 돈들을 움직이는 펜타곤이었다. 남북한이 끊임없이 대치하면서 크고 작은 국지전을 만들고, 일종의 테스트 마켓이자 확실한 구매처로 남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최적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나을 수도 있어. 그 친구가 정치 쪽 출신이라서, 은근히 골치 아플 수도 있어. 자리 탐하는 사람들은 돈으로도 매수가 잘 안 되거든. 게다가 잘못 협박했다가는 장인표 그 인간,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폭발할 수도 있어. 경제 쪽과 달리 정치한다는 인간들이 은근히 의리 같은 거 따지고 그리거든, 아주 끈적끈적한 종류의… 그냥 깔끔하게 사고사로 가는 게 제일 속 편해.”

“제일 높은 위치에 서는 방법은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장대 꼭대기에 서 있을 때는 흐름대로 있는 것이 제일 좋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쳐다보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게 제일 좋다.”

“통치 의지만 있지, 집권 의지는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이번에 정말 어려운 일 겪고 나니, 집권 의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원래, 대통령 선거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게 형님 생각이었잖아요. 바뀐 건가요?

내가 바뀐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뀐 거지. 시민들이 직접 경제에 참여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살아남겠나. 미국, 일본, 프랑스 심지어는 중국까지 경제 엘리트들이 확실하게 국정을 주도하면서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를 끌어나가는거 아닌가? 정치 민주화는 찬성하고, 경제 민주화도 찬성해. 그러나 지금 대통령이 생각하는, 그런 졸렬한 방식은 반대야.”

“대선 이후로 지리멸렬하게 흩어진 보수를 선진경제라는 명분으로 다시 묶어내는 데, 전직 혹은 현직 경제 관료들이 대거 입당하면서 새로운 헤게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이현도가 추진한 경제쿠데타는 해외에서 발행한 공기업 채권들을 몇 달간 소규모로 비밀리에 사들인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일거에 그 채권이 시장에 풀리면 한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 정도 채권이야 정부 연기금 등의 공적 자금으로 받아주면 그만이지만, 공기업 채권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그보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민간 회사의 회사채는 물론이고, 주식에 대해서도 투매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더욱 다급한 건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원화에 대한 투매 현상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국민경제가 튼튼한 상황이라면 시장에 풀린 특정 국가의 대규모 유가증권은 오히려 돈을 버는 기회이므로 누군가가 바로 매입한다. 그러나 한국은 2014년, 부동산 버블 붕괴와 지방경제의 붕괴 등으로 지자체별로 지급불능 상태인 모라토리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 해외 채권이 투매에 가깝게 풀리면 짧으면 일주일, 길어도 열흘 내에 국가부도 상황 혹은 원화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 특정 화폐에 대한 투매가 이루어지면 어떤 국가도 견디기 힘들다. 영국의 파운드화 위기가 대표적인 사례이고, 그런 이유로 유럽 화폐통합에서 영국이 빠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정성으로 사거나 아름다움으로 사는 것이다.”

“곱다, 참 오래된 말이지만 중년의 사랑에는 이만한 찬사도 없다. 김수진은 수많은 남자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지겹도록 들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자신에게 곱다고 말하는 남자는 없었다. 자신의 힘이나, 힘에 굴종한 사람들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남미가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이라면, 아프리카는 유럽의 힘이 더 강하게 미치는 곳이다. 미국은 유럽을 제제할 필요가 있을 때 남미에서 만나고, 반대로 미국이 무언가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일 때 아프리카를 만나는 장소로 사용한다.”

“정부직제를 개편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을 하면서 이전 정권에 줄섰던 공무원들을 다시 자기 쪽으로 붙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큰 카드 옆으로 작은 카드들을 몇 개 더 마련해놓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퇴직 공무원들의 로펌 취직을 10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포함한 법률회사 관리에 관한 제도와 국회 등 로비에 관한 제도 정비였다.”

“외교 전문가들은 국무성으로, 국방 전문가들은 펜타곤 쪽으로 줄을 선다. 돈과 관련된 일은 워싱턴이 아닌, 뉴욕의 월가에서 기본적인 흐름과 방향을 결정한다.”

“국무성과 펜타곤 그리고 월가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움직이는 세 개의 다리이다.

미국에서 선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국무성 장관이 전부이다. 월가는 유대인과 오일머니 혹은 수많은 자금이 얽혀서 이미 대통령 선거와는 무관한 독자적 권력이 되었다. 펜타곤 역시 수많은 무기 회사와 자금을 배경으로 군인들이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장관이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더 이상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지환은 결혼과 동시에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를 사임하고 싶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가 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아빠이고, 좋은 가정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한 번 영광을 보면 더 큰 영광을 위해 끝없이 달려나가는 것이 삶이다. 어릴 때부터 야수를 잡아와야 하는 사냥꾼으로 길러진 남자들의 경우에는, 집 안에 갇힌 삶에서 만족하는 경우가 없다. 그게 오지환이 그보다 먼저 이 자리를 거쳤던 사람들과, 심지어 대통령과도 다른 점이었다. 이현도나 대통령이 오지환에게 느꼈던 신뢰감은 그런 특이점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권력을 탐하지 않는 사람, 죽어라고 힘을 숭배하며 달려왔던 이전과는 또 다른 흐름이 등장한 것이다. 오지환은 그 사람들 중에서, 단지 가장 높은 자리에 우연히 서 있을 뿐이었다.”

“돈과 사랑은 몇 가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탐하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정말로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도 오지 않는다는 것. 모든 건 비워야 차는 법이다.”

“물러나? 결국 생각하는 게 그만둔다, 그런 것밖에 없나? 억울하면 억울한 걸 풀 생각을 해야지. 그래야 내 사람이지. 복잡하다고 그냥 물러난다는 사람에게 내 운명을 맡기고 있었던 건가?”

“우리가 이기는 게 세상이 좋아지는 거 아닌가? 그게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거든.”

“가서 며칠 쉬어. 일단 카드를 던졌으니 우리도 받아주자고. 그걸 받아줘야 저들도 다음 패를 꺼내겠지. 그 패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아. 당신이 지금 없어져야 할, 꼭 없어야 할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아쉬울 거 없다. 참모의 길이 있고, 지도자의 길이 따로 있는거다. 넌 지도자의 길이 어울려.”

“우리의 피가 조국의 부로 돌아올 겁니다.

그렇겠지. 이게 결국은 다 돈 때문 아닌가? 하긴, 돈이 아닌 이유로 군인들이 목숨을 거는 일은 없지. 결국은 다 돈의 문제야.”

“오지환이 탄 헬리콥터가 날아오르는 순간, 한국과 중국 국채의 가산금리는 일제히 내려가기 시작했고, 덩달아 일본의 가산금리도 내려갔다. 작은 국지전 양상으로 투매 직전까지 갔던 세 나라의 채권들이 순식간에 힘을 회복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돈은 누가 벌었을까? 제주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이어도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미국 항모와 중국 항모가 충돌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펜타곤의 무기 펀드와 중국의 무기 펀드가 적지 않은 수익을 챙겼을 것이다. 긴박한 하루였지만, 그 와중에도 정보를 돈으로 바꾸는 일이 멈추지는 않았다.”

“한 국가의 돈의 운명은 그 나라의 경제적 운명과 일치한다. 그 나라의 경제가 강해지면 당연히 그 나라의 돈도 강해진다. 그리고 그 돈의 힘은 구매력 즉, 환율로 표시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딱 한 나라, 그러한 돈의 법치고가 거꾸로 간 나라가 있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하던 시절 250원이던 달러화와 대비한 원화 환율이 그가 죽을 때에는 600원이 되었다. IMF 때는 평균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980원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다시 1,200원 이상으로 올라갔다. 그동안 한국의 GNP는 1인당 2만 달러를 넘어서게 되었지만, 몇 백 달러 시절보다 원화는 몇 배로 약해졌다. 원화가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국민들의 구매력도 약해진다. 그 대신 대기업 특히, 수출을 하는 기업들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대한민국은 경제가 강해져도 원화는 더욱 약해지는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화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의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IMF 경제위기의 핵심 메커니즘 역시 원화 가치의 하락이었다. 1달러를 사는 데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 그걸 나타내는 원화의 가치가 환율이다. 원화의 힘이 떨어지면, 한국에서 찍어낸 돈이 외국인에게는 휴지처럼 느껴지고,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원화가 휴지가 되기 전에 내다팔기 시작할 것이다.”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몇 장과 금반지 한 개, 지금 오지환이 싸우고 있는 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오지환이 가끔 말하던, 마음을 이기는 돈은 없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지금에야 이해가 됐다.”

“통일부는 크게 돈을 벌거나 영광을 볼 일이 없어서, 모피아들이 침투해 들어가지 않은 정부 부처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