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사피엔스나 총균쇠와 같은 책을 읽기엔 부담스러워 조금은 가벼운 책을 찾다가 발견했다.

[한줄평]

일본의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인이 더 많이 배우는 이야기

미래 인류 혹은 미래를 살아갈 현대 인류를 위한 인터ㅂ

[서평]

행정학과 전공자로서 일본의 사회문제나 그에 대한 정책은 배울 부분이 많다고 배워왔다. 아무리 역사를 두고 물고뜯고 싸워도 어쩔 수 없이 같은 궤도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두 국가라는 것이 행정학은 지금까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자체는 일본인 기자가 세계의 석학들에게 각자의 전문분야에 있어 일본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하고 해결해야하는지를 묻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인터뷰형식이라 각각의 석학들의 인터뷰내용은 사실 많지 않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생각의 단편을 보기에는 매우 유용하다. 그 중에서도 몇가지 내게 가장 와닿았거나 와닿지 않은 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린다 그래튼 – ‘100세 인생’의 저자

린다 그래튼은 ‘100세 인생’이라는 책을 썻다. 책 속에서 그녀는 교육-일-은퇴의 3단계 구조의 삶은 이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함께 그녀는 정년제 폐지와 기업의 근무방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일본’의 기업들에게 조언한다. 정년제를 통해 인력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기업의 장시간 근로에 치우친 근무방식으로 인해 경쟁력은 낮으면서 창의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얘기다. 마침 국내에 정년연장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세대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고 주52시간제의 시행이 전방위적으로 기업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기사가 낯설지 않은 한국의 현재를 생각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가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녀의 이야기 자체가 터무니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이직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존의 교육-일-은퇴의 구조를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와닿았다. 새로운 것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해지는 사회에서 교육은 지속적인 것이고 끝이 없는 것이 되어간다.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역량을 위해서 나이가 먹더라도 새로운 기술 혹은 새로운 개념들에 친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공부를 하는 것은 의미 없고 동시에 번아웃을 조심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결국 일과 여가 혹은 가정과 일의 양립이 중요해지고 이는 곧 2000년대 중반부터 이야기해왔던 웰빙사회로 이어진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한국은 항상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실에서 이러한 변화는 수용되지 않았고 이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은 보수적이고 기술에 능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까지 생겨났다. 평생교육을 강조한 것이 벌써 20년이 가까워가는데도 그런 사회 풍토가 유지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2. 제레드 다이아몬드 –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에서 가장 나와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고 이상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이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일본이 겪는 인구 감소에 대해 축복이라고 이야기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미래의 사회 재난이라 배워왔고 알아온 나에게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그는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도 실제로 인구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긴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축복이다로 하였다. 개인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기존에 구축해둔 사회 제도와 조직이 운영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엄청난 재난이라고 생각하는데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에 대해 인구가 줄어감에 따라 적절하게 제도를 변화해갈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오히려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장 기억에 남긴 하지만 너무나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를 한 석학이라 공감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덕분에 그가 쓴 ‘총균쇠’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 윌리엄 페리 – 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끈 전 미 국방부 장관

클린턴 정부의 국방부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는 북핵문제에 관해 전문가이다. 실제로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끈 사람이다. 그는 북핵문제에 관해 (왜 일본인 기자가 이에 대해 자세히 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제재가 아니라 체제를 유지해주고 핵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이를 통해 북한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국제 질서에 편입되게 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분의 의견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단 지금이 94년 처음 핵문제가 제기되었을 때라면. 소련도 중국도 하지 못한 3대 세습과 사상 조작과 인권 말살을 하고 있는 체제를 유지를 보장해주는 것은 철저히 미국인의 희생을 최소화하자는 발상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불편하긴 하지만 한국은 이런 이야기를 미국에 직접 듣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둘러서 듣더라도 이러한 미국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4. 유발 하라리 – ‘사피엔스’의 저자

현재 가장 주가가 높은 세계 석학인 유발 하라리의 인터뷰는 가장 첫번째로 배치되어 있다. 실제 이야기 내용은 너무나 관념적이고 이상적이라 공감은 가지만 가능은 할까라는 의문을 짓게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은 어떠한 정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정되었고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라는 부분은 눈길을 끌었다. 현대를 지배하는 정보통신기술은 얼핏보기에는 민주주의에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이를 통해 현대사회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실상을 조금 들여다 보면 정보통신기술의 형식과 방식은 개발자를 중심으로 한 몇명에 의해 결정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이 과정에 일반 사람들은 방관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하라리의 이야기이다.

100프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묵직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고도화되어 가고 있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고 심하면 넷 상에서도 그런 존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하라리의 이야기는 틀린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했고 브렉시트가 통과되었던 것을 그 예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발생하고 있고 그 기술이 언젠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겠지만 그 기술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중국과 같이 같은 기술로도 사람을 감시하고 억압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결국에는 하라리의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처럼 허구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실존으로 남아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인터뷰들이 있지만 다 읽은 후 기억나는 것 위주로 적었다. 결론적으로 미래 인류 혹은 미래를 살아갈 현대 인류들에게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것이 요구된다. 허구에 벗어난 실존으로 존재하는 도시에 허구에 대해 언제든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결론은 책을 읽은 누구나 낼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책을 쓸 생각을 일본인 기자 한 사람만 했다.

생각해보면 매우 거시적인 질문이다. 당장의 사안이나 사건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나 문제(인공지능의 등장과 고용, 새로이 등장한 차별과 분열,혐오를 통한 사회의 갈등, 기술과 인간 행복의 상관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정리하는 것은 어느 국가에게나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의 문제에 매몰되어 거대한 담론에 관한 이야기는 무시하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초예측’과 같은 책은 매우 식상하면서도 신선하다.

마지막으로 정말 당장 읽어야할 책이 없는 사람들 중 ‘사피엔스’나 ‘총균쇠’를 읽고 싶지는 않지만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230페이지에 글자도 크고 인터뷰 형식의 글이라 중간중간 줄바꿈도 많다. 그런 것 치고는 10명이나 되는 석학들의 이야기를 담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한번쯤은 읽고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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