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 우석훈,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 김영사

다 읽은 날짜 : 2019년 7월 14일

 

< 읽게 된 동기 >

친구의 추천으로 들어간 스튜 독서모임 8월 지정도서.

 

< 한줄평 및 별점 > ★★★★☆ ( 4점 / 5점 )

한국 경제를 지키려는 한 남자의 사투.  재밌고 진지하다.

 

< 서평 >

오랜만에 서평을 써본다. 책을 다 읽고서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학창 시절 논술 선생님께서 “독후감은 책 속의 질문을 나만의 대답으로 푸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모피아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모피아’란 책을 사러 대형 서점에 갔는데 재고가 없었다. 잠실에 위치한 ‘서울책보고’에서 아치형 책장을 훑었지만 허탕을 쳤다. 어쩔 수 없이 근처 도서관에 갔더니 공사 중이어서 다음 주가 돼서야 겨우 빌릴 수 있었다. 그만큼 나의 손에 들어오기 힘든 책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야말로 서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 마땅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재밌고 유익하다. 흔히 경제를 알려주는 책은 딱딱하고 스토리는 부수적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한국은행 오지환 팀장이 경제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모피아’와 한국 경제를 두고 지키느냐 뺏느냐 하는 치열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모피아’와 연관되어 경제 권력을 손에 쥔 국내 정치 세력과 김수진으로 상징되는 군사복합체의 출현이 현재 복잡한 한반도의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지환과 김수진의 사랑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외화표시 공기업 채권을 들고 대통령에게 경제 권력을 야당에 넘기라는 모피아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항복하러 가는 대통령을 앞에 두고 오지환 경제 수석이 말한다. 금융을 다루는 회사에서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돈이 기업과 사람에게 흐르는 것을 보고 재미를 느꼈고, 신사업 기획을 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공부하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신 금융을 보았다. 이 책을 읽는 당시 나는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고, 기존 금융 vs 신 금융의 갈림길에 있었다. 나도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오지환은 모피아들의 총알 없는 경제 전쟁에서 국민들의 저마다 가진 소중한 작은 돈을 받는다.  그 마음을 받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을 보실 분을 위해 여백으로 남기겠다. 오지환의 사투를 보면서 금융의 본질을 생각했다. ‘돈은 필요한 사람에게 흘러야 하고 부정한 돈은 그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어제 자금세탁방지/ 이상거래탐지 업무의 최종합격을 받았다. 오지환이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도 현실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종종 꺼내 봐야겠다.

 

< 인상 깊은 문구 >

‘한국의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한국의 수많은 경제학자가 학부에서 처음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갖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제학도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현장으로 들어가면서 이 질문을 잊는다. 돈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대신 누가 자기에게 월급을 주는지, 그리고 아무런 통제가 없어 눈먼 돈과 마찬가지로 취급되는 ‘쿠폰 프로젝트’나 ‘평가 수당’ 같은 사이드 머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게 망해가는 국가의 특징이다. 한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력을 지탱해주는 대다수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릴 때, 그 사회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그 나라의 경제 현상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삶의 가치만 추구하려 할 때, 부패는 필연적이다. 55p

 

그렇다면 보수 쪽이 집권했을 때는? 민주당도 견제하지 못하는 경제 관료들을 그들이 견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모피아들의 세상이었다. 그러니까 모피아가 형성된 이후 한국 경제의 역사는, 모피아들이 좀 불편할 때와 행복할 때, 이렇게 두 가지 시기로만 나뉜다. 마치 일본 자민당의 일당 체제가 계속될 때 그 안에서 나름 우파 블록과 좌파 블록으로 분화해 서로 총리 자리를 번갈아했던 것과 같다. 성향이 다른 집단들이 돌아가면서 통치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민당 일당 체제였다. 한국 경제에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자 서로 갈등하면서 조정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은 경제 관료 내에서의 성향 문제이지, 정말로 통치의 주체가 바뀐 적은 없었다.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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