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학교 도서관 문학 코너에서 발견한 그래픽 노블. 시험 기간에는 시험 공부를 제외하면 정말로 뭐든지… 재밌는 것 같다.

[한줄평 및 별점] ★★★☆☆

현실을 돌이키는 내세의 삶

[서평]

「자살 특공대 피자 가게」는 이스라엘의 작가 에트가르 케레트와 아사프 하누카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내세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자살한 사람들의 세계에서 주인공은 여러 면으로 공허함을 느끼고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친구인 우지 겔판드와 함께 슈퍼마켓을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전 룸메이트와 마주친다. 룸메이트는 그에게 그의 여자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알려주고, 주인공은 그녀를 찾기 위해 도시를 떠난다. 여행의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과의 대화와 그를 통해 듣는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고찰을 안겨준다.

│삶의 고찰

① 도시

  이 책 속 내세는 자살하기 전의 세상과 똑같다. 책 속 인물 ‘라파엘 크넬러’이 말한 것처럼 주인공이 떨어진 세상은 “목숨을 끊고 나서 잠시 후 눈을 뜨면, 짜잔! 몸에 난 자살의 상처와 함께 갚아야 할 융자가 생기는 말도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은 이후의 삶을 얻었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기존에 살았던 삶의 방식 그대로를 되풀이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 마약을 좋아하던 사람은 마약을 좋아하고, 우울에 취해 살던 이는 우울을 탐닉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내세에서까지 통하는 것이다. 주인공 또한 그곳에 도착하여 <자살 특공대>라는 피자 가게에서 일한다. 썩 즐거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마치고, 이승에 두고 온 여자친구를 간간이 생각하고, 술집을 가서 술을 마시고, 그런 하루를 몇 번씩이나 반복하며 도달한 건 결국 권태였다.

  내세를 현실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현재 우리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든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혹은 죽어서도 기존에 가진 버릇과 행동, 생각을 그대로 가져간다. 따라서 삶이 스스로 느끼기에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면 변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주인공은 변화의 반환점을 ‘자살한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삼는다. 이미 한 번 목적 없이 끝을 맺은 삶이지만, 두 번째 삶은 목적을 가지고 길을 나아가기 시작하는 주인공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 목적을 점검할 기회를 얻는다.

② 시골

  주인공이 목적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들의 중간 과정은 과장되게 말하면 ‘작은 천국’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떠나온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은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 크넬러를 만나 그의 집으로 간다. 크넬러의 집에는 그들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멍하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남은 미약한 빛을 최대한 밝히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불어 그들은 조금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작은 기적을 일으킬 줄 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무의미하고 목적이 없는 기적이었다.

  얼마 후 그와 함께 온 친구들이 그런 작은 기적을 일으키자, 주인공은 기적 자체에 많은 무게를 둔다. 자신도 기적을 일으킴으로써 효용적인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의 친구와 크넬러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집중하지 말고 기적으로부터의 집착을 벗으라 충고한다. 아니면 자신을 얽매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은 말한다. 주장의 근거가 되는 사건은 얼마 후 일어난다. 저택에서의 J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J는 자살 후 부활하는 기적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지만, 그는 결국 구원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다. 이렇듯 J의 실패는, 기적의 양날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결국 목적을 이루지만, 그 끝에서 주인공은 무엇도 바꿀 수 없었다. 그의 목적이었던 전 여자친구는 죽은 J의 시체를 따라 벤에 올랐으며, 여행 중에 사귀게 된 여자친구는 착오로 죽게 된 자신의 삶을 바로 고치기 위해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난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적이 그렇게 중요치 않다는 크넬러의 말을 이해하는 것밖에 없었다. 기적을 일으킬 수 있게 된 때에는 이미 그에게 기적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피자 가게로 돌아와 작은 희망을 품고 평범한 삶을 산다. 매일매일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어, 그녀가 어느 날 돌아와 기뻐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이스라엘과의 연관

  주인공의 행적을 쫓으며 우리는 나, 즉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지만, 이 글을 읽는 이스라엘의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마주한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IS나 극단적 아랍주의자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 모습들은 이 책에도 등장한다. 주인공의 친구가 어느 동네를 지나며 이곳은 자살 테러범인 아랍인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니 빨리 나가자고 말하는 장면이나, 실제로 마주친 아랍인이 자살 폭탄 테러로 반쪽을 잃은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은 두려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은 달라진다. 그 아랍인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내세를 약속받으며 테러를 통해 죽었지만, 그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곳에서 작은 동네의 바텐더로서 지낸다. 물론 우리는 실제 내세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떠한 약속도 보답받지 못한 그의 모습은 적어도 우리에게 극단적인 이념·사상의 폭력성과 모순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기독교의 출발지인 이스라엘의 책답게 기독교적 메타포가 많이 들어있다. 크넬러의 이름이 ‘라파엘’인 점이나 메시아 킹 조슈아(여호수아)가 J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사람들을 포교하고 다닌다는 점, 그런 그가 죽음 후 부활을 암시하며 내세에서까지 자살을 한 부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J는 두 번을 죽어 지옥과 같은 깊숙한 내세로 향했고 크넬러는 그를 수습하기 위해 자신이 천사인 것을 밝힌다. 즉 이승과 닮은 내세는 이승과 마찬가지로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 이것은 마치 더 비참한 곳으로 갈지, 기존의 생활을 가지고 나아갈 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인상 깊은 문구]

· 우지가 떠난 뒤, TV를 켰다. 토크쇼가 나오고 있었는데, 같은 날 자살한 사람들이 나와 서로 경합을 벌이는 프로였다. 자살한 까닭을 말해야 하는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쪽이 지는 식이었다. (p.21)

· “신참이 아니라면 지금쯤 이곳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아챘을 테니까. 우리가 뭘 알고 가는 길이라면, 애초에 여기 있지도 않았을걸.” (p.45)

· “이곳은 당신이 자살하기 전의 세상과 똑같아. 조금 더 나쁠 뿐이지.” (p.46)

· “난 뭔가 뜻밖의 일이 벌어지기를 계속 기대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예를 들어 이름표를 거꾸로 달고 있는 세일즈맨. 또는 모자 쓰는 걸 깜빡했거나, 또는 그냥 욕하는 사람들. ‘이런 쓰레기는 댁이나 드슈! 여기 음식 진짜 밥맛 떨어지는군.’”(p.53)

· “나만 아직까지 기적을 일으키지 못해서 미치겠어요. 한심한 거라도 해보고 싶은데.” “자네가 그걸 몹시 갈망한다면 뭔가 중요한 것일 테고, 그러니 자네가 바라는 기적은 일어날 리가 없지.” (p.64)

· “생각해봐. 네 꿈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감옥을 탈출해. 자신의 존재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야. 하지만 넌 자기 존재에 너무 사로잡혀 있어서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거라고.” (…) 물고기의 모양과 무늬가 갑자기 바뀌었다. 크기도 좀 더 커졌지만, 흉측한 건 매한가지였다. (p.68)

· 나는 내가 살던 동네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기적을 일으킬 뻔한 적도 있었다. 크넬러가 나한테 하려 했던 말, 기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그때 이해하게 되었다. 피자 가게 사람들은 다시 나를 만난 걸 기뻐해 주었으며, 곧바로 근무에 투입 시켜 주었다. (…) 혹시 몰라서 매일 근무를 시작할 때마다 작은 일을 하나씩 한다. 명찰을 거꾸로 달거나, 앞치마를 뒤집어 입거나 등등. 그래야 리히가 언젠가 돌아올 때 날 보고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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