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한국에서 마이클 샌델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못 들어본 이는 없을 것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어느 집이든 이 책은 꽂혀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끝까지 읽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심지어 나조차 한국어판과 원서 둘 다를 구매해놓고서도 중반부를 넘긴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2019년이 지나기 전에 그 명저를 읽어보자는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한 줄 평


복잡한 세상에서 날 지탱해줄 신념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만든 책

서평


오늘날 우리는 많은 것에 압도된 채 살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고, 인간이 그것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어 어느 정보든 쉽게 얻을 수 있다. 그것도 엄청 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속된 말로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인간이 내려야 하는 결정 또한 매우 많아졌다는 점이다.

결국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어떤 선택을 내리던 매우 짧은 시간밖에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마음 가는 것을 고르기만 해도 여전히 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다.

하지만 과연 직관적으로 내리는 결정들이 얼마나 완벽할까? 더 나아가 그런 결정을 어느 비슷한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내 직관과 신념은 믿을 만한가?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이 책을 통해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독자에게 던진다. 특히 도덕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는 문제를 과감히 건든다.

그렇다면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해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는 영역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답하고자 한다.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먼저, 독자에게 일반적인 상황을 주면서, 흔히 직관적으로 사용하는 신념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서 그런 직관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역대 철학자들의 이론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하지만 이내 마이클 샌델 교수는 갑자기 돌변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어 보이던 신념들이 곤란해지는(혹은 심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독자들 앞에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틀어 무한 반복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한 신념이 바르다고 확신이 들려던 찰나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뭔가 내가 살아오면서 사용했던 직관적 판단이 얼마나 줏대 없는지 증명한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책이 아녔다면 앞으로도 줏대 없이 살지 않았을까?

마이클 샌델과 간접적으로나마 갑론을박을 하며, 나는 드디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보자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그 기준을 적용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의는 무슨 색일까?

정의.

법조인을 꿈꾸는 나에게 있어 어찌 보면 가장 근본적으로 핵심적인 단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이 단어를 정의 내리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일례로 로스쿨 면접 준비하면서 나에게 가장 난해했던 질문도 정의에 관한 것이었다.

“정의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일 것 같은가요?”

로스쿨 빈출 면접질문

나는 많은 망설임 끝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파란색”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유는 너무 단순했다. 정의는 주관적이고, 파란색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최소한 나는 정의를 파란색이라고 정의한 나의 답변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자면 각자 개인만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단순히 내 최애 색깔을 고른 것에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해서 내가 추구할 삶의 기준, 더 나아가 정의를 설정할 생각에 들뜰 뿐이다.

인생 기준을 찾기 위한 나만의 여정

나는 열린 결말을 질색한다. 분명 해답을 찾으려고 읽기 시작한 것인데 더 많은 질문만을 남기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는 그 순간 오는 찜찜함이 최악이다.

마이클 샌델의 책 대부분도 열린 결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어려운 책을 여태껏 안 읽기 딱 좋은 핑계였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단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명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히려 이 책은 확실한 해답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의, 혹은 포괄적으로 인생의 기준은 자기만의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처음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단어를 정의하고자 한 뒤로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하나의 답으로 추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여행을 가든지 그 지역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옳은 정보를 통해 계획하는 것은 성공적인 여행을 위해 무척이나 중요하다.

자신의 인생 기준을 찾아가는 것도 일생일대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그것도 매우 긴 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이 책은 나를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잘 추려진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직 2019년이 한 달이 남은 지금, 이 책과 함께 일생일대의 여정을 떠나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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